“오늘은 오시겠죠?”…아빠 기다리는 형제

입력 2017.07.1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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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 터울인 현수(9)와 민수(8) 형제는 신이 났다. 잠시도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애타게 기다리던 아빠와 만나는 날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달력에는 설레는 마음을 담아 그린 하트가 가득하다. 아빠에게 보여줄 춤 연습에도 속도를 낸다.


형제가 아빠 진욱(43) 씨와 떨어져 산 지도 어느덧 4년이 됐다. 진욱 씨는 회사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비정규직 가장이다. 아내는 어린 두 아이를 남기고 집을 나갔다. 진욱 씨는 생계를 위해 고향 어머니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외로운 타지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날마다 아빠가 보고 싶은 아이들은 아빠와 만나는 날이 다가올수록 기대감에 부푼다. 하지만 마음 한쪽에선 늘 불안한 마음이 고개를 든다. 그날그날 일이 잡히는 직업 특성상, 아빠는 아이들과 약속을 못 지키는 날이 많다. 오늘은 꼭 아빠가 오길 바라며 현수와 민수는 버스정류장에서 한참을 서성인다.

"할머니가 우리 엄마예요"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던 아빠가 일터로 나가면서 현수와 민수를 품에 안은 건 할머니(77)였다. 다리 수술 후 요양원에 머물던 할머니는 아이들을 돌보겠다며 퇴원을 자처했다.

안 아픈 곳을 찾는 게 더 쉬울 만큼 몸은 늙고 병들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손자들을 보는 할머니의 마음엔 기쁨이 넘친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매일같이 청소 일을 나가는 것도 손자들에게 하나라도 더 먹이고 챙겨주기 위해서다.


그래도 할머니는 늘 가슴 한구석이 아프다. 엄마의 빈자리를 반이나 채울 수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을 아는 건지, 현수와 민수는 늘 할머니를 돕고,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는다.

나는 비정규직, 두 아이 아빠입니다

10년 차 베테랑 덤프트럭 운전기사 진욱 씨. 그에게 노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부터 일하는 것은 익숙한 일상이다.

아내가 떠난 지 몇 년이 흘렀지만 가족을 홀로 책임지는 건 여전히 쉽지 않다. 그렇게 오랫동안 한 분야에 몸을 담았어도, 비정규직 가장의 삶에 안정은 없다. 한 현장에서 일이 끝나면 또 다른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 고정적인 일거리를 구하기 전에는 하루 벌이 생활을 해야 한다. 그럴 때면 찜질방 숙소도 감지덕지다.


불안정한 일자리보다 더 걱정되는 게 있다. 아이들을 맡아주시는 연로한 어머니께 죄송하고, 자라나는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좋은 아빠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현실, 답답한 마음에 아빠는 오늘도 쉽게 잠이 들지 못한다.

진욱 씨 가족의 애틋한 일상은 7월 15일(토) 낮 12시 10분 KBS 1TV '동행-아빠 오는 날'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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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오시겠죠?”…아빠 기다리는 형제
    • 입력 2017-07-13 15:31:03
    방송·연예
한 살 터울인 현수(9)와 민수(8) 형제는 신이 났다. 잠시도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애타게 기다리던 아빠와 만나는 날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달력에는 설레는 마음을 담아 그린 하트가 가득하다. 아빠에게 보여줄 춤 연습에도 속도를 낸다.


형제가 아빠 진욱(43) 씨와 떨어져 산 지도 어느덧 4년이 됐다. 진욱 씨는 회사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비정규직 가장이다. 아내는 어린 두 아이를 남기고 집을 나갔다. 진욱 씨는 생계를 위해 고향 어머니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외로운 타지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날마다 아빠가 보고 싶은 아이들은 아빠와 만나는 날이 다가올수록 기대감에 부푼다. 하지만 마음 한쪽에선 늘 불안한 마음이 고개를 든다. 그날그날 일이 잡히는 직업 특성상, 아빠는 아이들과 약속을 못 지키는 날이 많다. 오늘은 꼭 아빠가 오길 바라며 현수와 민수는 버스정류장에서 한참을 서성인다.

"할머니가 우리 엄마예요"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던 아빠가 일터로 나가면서 현수와 민수를 품에 안은 건 할머니(77)였다. 다리 수술 후 요양원에 머물던 할머니는 아이들을 돌보겠다며 퇴원을 자처했다.

안 아픈 곳을 찾는 게 더 쉬울 만큼 몸은 늙고 병들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손자들을 보는 할머니의 마음엔 기쁨이 넘친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매일같이 청소 일을 나가는 것도 손자들에게 하나라도 더 먹이고 챙겨주기 위해서다.


그래도 할머니는 늘 가슴 한구석이 아프다. 엄마의 빈자리를 반이나 채울 수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을 아는 건지, 현수와 민수는 늘 할머니를 돕고,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는다.

나는 비정규직, 두 아이 아빠입니다

10년 차 베테랑 덤프트럭 운전기사 진욱 씨. 그에게 노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부터 일하는 것은 익숙한 일상이다.

아내가 떠난 지 몇 년이 흘렀지만 가족을 홀로 책임지는 건 여전히 쉽지 않다. 그렇게 오랫동안 한 분야에 몸을 담았어도, 비정규직 가장의 삶에 안정은 없다. 한 현장에서 일이 끝나면 또 다른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 고정적인 일거리를 구하기 전에는 하루 벌이 생활을 해야 한다. 그럴 때면 찜질방 숙소도 감지덕지다.


불안정한 일자리보다 더 걱정되는 게 있다. 아이들을 맡아주시는 연로한 어머니께 죄송하고, 자라나는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좋은 아빠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현실, 답답한 마음에 아빠는 오늘도 쉽게 잠이 들지 못한다.

진욱 씨 가족의 애틋한 일상은 7월 15일(토) 낮 12시 10분 KBS 1TV '동행-아빠 오는 날'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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