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시흥 캠퍼스가 뭐길래?…서울대 갈등 여전

입력 2017.07.14 (15:11) 수정 2017.07.1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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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 시흥 캠퍼스가 뭐길래?…서울대 갈등 여전

[사사건건] 시흥 캠퍼스가 뭐길래?…서울대 갈등 여전


한여름 볕 아래 잠겼던 서울대학교 행정관의 문이 열렸다. 맨바닥에 이동용 매트리스를 깔고 농성을 이어온 학생들은 제각기 짐을 싸 건물을 나섰다. 여름방학을 맞은 캠퍼스는 조용했다. 포스터와 천막이 사라져 깨끗해진 행정관 건물은 다시 교직원들을 맞았다.

서울대 점거위원회가 서울대 본부(행정관) 점거 농성을 오늘(14일) 공식 해제했다.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철회하라"며 지난해 10월 시작한 1차 본부 점거가 150여 일 만에 해제되고, 이후 지난 5월1일 다시 점거농성을 시작한 지 75일 만이다.

지난 11일 서울대 총학생회와 대학본부가 '경기도 시흥캠퍼스 건립 문제를 해결을 위한 협의회(이하 협의회)'를 발족하면서 점거농성 해제의 물꼬리가 트였다. 학생들은 본부 무단 점거를 해제하고 본부는 대화 기간 동안 시흥캠퍼스 공사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시흥캠퍼스’가 뭐길래?

서울대 측은 지난 2009년 시흥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시흥 배곧신도시에 제2캠퍼스, 이른바 '시흥캠퍼스'를 짓기로 한 것이다. 시흥시 부지인 배곧신도시에 한라건설이 캠퍼스 건물을 지어주면, 서울대학교는 연구와 교육을 하면 된다. 2011년 12월 서울대와 시흥시는 이같은 내용의 기본협약을 체결되고 2013년 서울대와 시흥시, 한라건설은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던 지난 2013년 배곧신도시에 대한 광고가 언론에 게재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배곧신도시가 '서울대가 들어온 교육신도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가 이름값을 팔아 부동산투기 사업을 한다"며 행정관 앞 천막농성을 벌였다.

학교 본부와 학생들은 월 한차례 '대화협의회'를 열기로 했지만 소통은 사실상 어려웠다. 지난해 5월 서울대학교 법인이사회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체결 계획안을 인준했다. 이후 학교 법인과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주장하는 학생들은 평행선을 달려왔다.

서울대학교 법인이 시흥캠퍼스를 추진하면서 학생들의 인권을 탄압했다며 학생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까지 제출했다서울대학교 법인이 시흥캠퍼스를 추진하면서 학생들의 인권을 탄압했다며 학생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까지 제출했다

‘합의’는 됐지만 - 갈등은 여전

1년이 넘는 줄다리기 끝에 서울대학교 법인과 점거위원회가 협의회를 발족하면서 대화의 실마리는 풀리게 됐다. 협의회는 대학본부 2인, 학생 대표 4인, 교수 단체(평의원회·교총 등) 대표 3~4인으로 구성된다.

학생들이 본부 점거 농성을 해제하는 대신, 학교는 대화 기간 동안 시흥캠퍼스 건물 공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또, 협의회에 시흥캠퍼스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기숙형 대학 및 학부·학과 단위의 대규모 이전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갈등의 씨앗은 여전하다. 점거위원회는 오늘 행정관 점거농성을 해제하면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대학을 기업화하는 시흥캠퍼스를 철저히 평가"하고 "실시협약을 반드시 철회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합의문에 따라 점거는 해제하지만 투쟁은 이어간다"며 "한국사회 대학적폐의 종합선물세트인 시흥캠퍼스 문제를 공론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시흥캠퍼스 공사를 유보한 학교 법인도 실시협약 철회나 변경에 대해서는 양보할 기미가 없어 보인다. 협의회 사전면담에서 학생들이 요구한 총장 담화문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흥캠퍼스, 미래는?

점거 농성이 해제된 서울대 행정관은 학생과 교직원들에 '본부'라고 불린다. 학교 행정의 중심인 이곳은 서울대 학내 갈등이 있을 때마다 그 중심에 서 있었다.

지난 2011년 6월에도 당시 국립 서울대학교의 법인화를 둘러싸고 학내 갈등이 심화되자, 학생들이 본부 건물을 무단 점거하고 농성을 진행했다. 당시 학생들은 점거 농성을 28일만에 해제하고 학교 측과 대화를 나누기로 했지만 법인화에 대한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6년이 지난 지금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변한 점은 시흥캠퍼스를 논의하는 주체가 학생과 학교 뿐만이 아닌 민변 등 시민사회단체까지 확대됐다는 점이다.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두 주체의 신뢰회복을 위해 교수단체도 협의회에 참여했다.

협의회의 운영 기간은 다음달 11일까지. 그 한달 남짓한 대화 기간에 본부의 평화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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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4 15:11:18
    • 수정2017-07-14 15: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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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볕 아래 잠겼던 서울대학교 행정관의 문이 열렸다. 맨바닥에 이동용 매트리스를 깔고 농성을 이어온 학생들은 제각기 짐을 싸 건물을 나섰다. 여름방학을 맞은 캠퍼스는 조용했다. 포스터와 천막이 사라져 깨끗해진 행정관 건물은 다시 교직원들을 맞았다. 서울대 점거위원회가 서울대 본부(행정관) 점거 농성을 오늘(14일) 공식 해제했다.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철회하라"며 지난해 10월 시작한 1차 본부 점거가 150여 일 만에 해제되고, 이후 지난 5월1일 다시 점거농성을 시작한 지 75일 만이다. 지난 11일 서울대 총학생회와 대학본부가 '경기도 시흥캠퍼스 건립 문제를 해결을 위한 협의회(이하 협의회)'를 발족하면서 점거농성 해제의 물꼬리가 트였다. 학생들은 본부 무단 점거를 해제하고 본부는 대화 기간 동안 시흥캠퍼스 공사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시흥캠퍼스’가 뭐길래? 서울대 측은 지난 2009년 시흥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시흥 배곧신도시에 제2캠퍼스, 이른바 '시흥캠퍼스'를 짓기로 한 것이다. 시흥시 부지인 배곧신도시에 한라건설이 캠퍼스 건물을 지어주면, 서울대학교는 연구와 교육을 하면 된다. 2011년 12월 서울대와 시흥시는 이같은 내용의 기본협약을 체결되고 2013년 서울대와 시흥시, 한라건설은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던 지난 2013년 배곧신도시에 대한 광고가 언론에 게재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배곧신도시가 '서울대가 들어온 교육신도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가 이름값을 팔아 부동산투기 사업을 한다"며 행정관 앞 천막농성을 벌였다. 학교 본부와 학생들은 월 한차례 '대화협의회'를 열기로 했지만 소통은 사실상 어려웠다. 지난해 5월 서울대학교 법인이사회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체결 계획안을 인준했다. 이후 학교 법인과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주장하는 학생들은 평행선을 달려왔다. 서울대학교 법인이 시흥캠퍼스를 추진하면서 학생들의 인권을 탄압했다며 학생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까지 제출했다 ‘합의’는 됐지만 - 갈등은 여전 1년이 넘는 줄다리기 끝에 서울대학교 법인과 점거위원회가 협의회를 발족하면서 대화의 실마리는 풀리게 됐다. 협의회는 대학본부 2인, 학생 대표 4인, 교수 단체(평의원회·교총 등) 대표 3~4인으로 구성된다. 학생들이 본부 점거 농성을 해제하는 대신, 학교는 대화 기간 동안 시흥캠퍼스 건물 공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또, 협의회에 시흥캠퍼스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기숙형 대학 및 학부·학과 단위의 대규모 이전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갈등의 씨앗은 여전하다. 점거위원회는 오늘 행정관 점거농성을 해제하면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대학을 기업화하는 시흥캠퍼스를 철저히 평가"하고 "실시협약을 반드시 철회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합의문에 따라 점거는 해제하지만 투쟁은 이어간다"며 "한국사회 대학적폐의 종합선물세트인 시흥캠퍼스 문제를 공론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시흥캠퍼스 공사를 유보한 학교 법인도 실시협약 철회나 변경에 대해서는 양보할 기미가 없어 보인다. 협의회 사전면담에서 학생들이 요구한 총장 담화문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흥캠퍼스, 미래는? 점거 농성이 해제된 서울대 행정관은 학생과 교직원들에 '본부'라고 불린다. 학교 행정의 중심인 이곳은 서울대 학내 갈등이 있을 때마다 그 중심에 서 있었다. 지난 2011년 6월에도 당시 국립 서울대학교의 법인화를 둘러싸고 학내 갈등이 심화되자, 학생들이 본부 건물을 무단 점거하고 농성을 진행했다. 당시 학생들은 점거 농성을 28일만에 해제하고 학교 측과 대화를 나누기로 했지만 법인화에 대한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6년이 지난 지금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변한 점은 시흥캠퍼스를 논의하는 주체가 학생과 학교 뿐만이 아닌 민변 등 시민사회단체까지 확대됐다는 점이다.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두 주체의 신뢰회복을 위해 교수단체도 협의회에 참여했다. 협의회의 운영 기간은 다음달 11일까지. 그 한달 남짓한 대화 기간에 본부의 평화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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