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 활동 마무리…어떤 평가 받을까?

입력 2017.07.1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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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해온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오늘(14일) 해단식을 열고 55일 간의 공식 활동을 마무리했다.

국정기획위는 활동기간 중 201개 대선 공약(892개 세부공약)을 5대 목표와 20대 전략, 100대 국정과제(487개 실천과제)로 추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마련했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청와대와의 조율을 거쳐 오는 19일 대국민 보고 형식으로 발표된다.

국정기획위는 활동 기간 동안 통신비 인하 방안·기초노령연금 인상·누리과정 국고 지원 등 조기에 확정된 일부 실천 과제들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담긴 487개 실천 과제 가운데 400개 가량은 세부 조율과 쟁점 사안에 대한 추가 논의 등을 이유로 오는 19일 최종 발표 때까지 공개가 미뤄졌다.

당초 어제(13일) 국정기획자문위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보고하기로 돼 있었지만 보고가 빠진 '격려 오찬'이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정기획위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적지 않은 과제들이 공약 수준에서 나아가지 않은 상태"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정치·행정·경제·사회·외교안보 등 전 분야에 걸쳐 새 정부 5년의 로드맵을 그린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과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김진표 위원장조차 해단식에서 "국정위 운영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면서 "과연 짧은 시간에 우리(국정기획위)의 힘으로 국민의 삶을 바꿀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완장 찬 점령군 되지 않겠다 했지만…


실제로 국정기획위는 운영 과정에서 조급함을 드러내며 공직 사회를 다그치기도 했다.

국정기획위 출범 첫날 "완장 찬 점령군으로 비쳐선 안된다"고 했던 김진표 위원장은 일주일 만에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관료들이 제대로 느끼거나 공감하고 있지 못하다"며 질타했다.

경제2분과 최민희 자문위원은 미래창조과학부가 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의 이행 방안을 제대로 내놓지 않는다며 앞으로 "미래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하기도 했다.

국정기획위와 함께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 계획을 논의해온 기획재정부에도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정권이 바뀌었는데 감을 못잡는다"는 등의 날선 지적이 날아들었다.

두 시간 만에 결론없이 끝난 '끝장 토론'


시간에 쫓기다보니 정책 입안 과정에서 폭넓은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정기획위가 지난달 21일 실손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통제와 과잉진료 근절이 먼저"라는 보험업계 측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료 인하 방안 마련 과정에서 단 한 차례도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았다"면서 "(국정위가) 나중에 필요하다면 업계의 의견도 들어보겠다고만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보 통합(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된 유아교육과 보육과정의 통합) 문제에 대해서도 '끝장 토론'으로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지만, 관계자들을 불러 단 두 시간 논의하는 데 그쳤다.

'끝장 토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업계 관계자들과 영유아 부모들에게는 정말로 허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애초 20여 년간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으로 제자리 걸음만 해온 유보통합 논의를 한 차례의 끝장 토론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과욕이었다는 지적이다.

'밀실' 논의 구조도 아쉬운 대목


논의 과정과 결과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폐쇄적인 분위기도 아쉬운 대목이다.

국정기획위는 출범하자마자 자문위원과 전문위원들에게 일제히 보안각서를 받았다.

내부에서 논의한 내용에 대해 외부에 일체 발설하지 말라는 함구령도 뒤따랐다.

설익은 논의가 자칫 외부에 알려질 경우 논란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한 우려를 십분 이해한다 해도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했다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아닐 수 없다.

고위 공직자 임용 기준안 마련 작업이 대표적인 경우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운 '5대 배제 원칙'이 첫 조각에서부터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국정기획위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명확한 임용 기준을 마련하겠다며 TF를 구성했다.

임용 기준안 마련 TF에선 성범죄와 음주운전을 포함해 배제 원칙을 확대한다는 논의도 이뤄졌지만, 현재 문제가 된 후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자 슬그머니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미 완성된 임용 기준안에 대해서도 조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비공개에 부치기로 했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임용 기준안이라면 국민에게 공개를 하고 판단을 구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고 겁낼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김진표 위원장 이하 국정기획위 구성원들은 광장의 촛불 민심을 받들어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했지만, 정작 정책 입안은 광장이 아닌 밀실에서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정기획위 활동에 대한 최종 판단은 오는 19일에 공개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보고 나서 해야 할 것이다.

공약 사항을 얼마나 충실히 반영했는지, 실천 가능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이행 계획이 있는지 여부 등이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다.

두 달간 쉼없이 달려온 국정기획위가 내놓을 최종 결과물이 국민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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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기획위 활동 마무리…어떤 평가 받을까?
    • 입력 2017-07-14 15:53:03
    취재K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해온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오늘(14일) 해단식을 열고 55일 간의 공식 활동을 마무리했다.

국정기획위는 활동기간 중 201개 대선 공약(892개 세부공약)을 5대 목표와 20대 전략, 100대 국정과제(487개 실천과제)로 추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마련했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청와대와의 조율을 거쳐 오는 19일 대국민 보고 형식으로 발표된다.

국정기획위는 활동 기간 동안 통신비 인하 방안·기초노령연금 인상·누리과정 국고 지원 등 조기에 확정된 일부 실천 과제들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담긴 487개 실천 과제 가운데 400개 가량은 세부 조율과 쟁점 사안에 대한 추가 논의 등을 이유로 오는 19일 최종 발표 때까지 공개가 미뤄졌다.

당초 어제(13일) 국정기획자문위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보고하기로 돼 있었지만 보고가 빠진 '격려 오찬'이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정기획위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적지 않은 과제들이 공약 수준에서 나아가지 않은 상태"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정치·행정·경제·사회·외교안보 등 전 분야에 걸쳐 새 정부 5년의 로드맵을 그린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과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김진표 위원장조차 해단식에서 "국정위 운영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면서 "과연 짧은 시간에 우리(국정기획위)의 힘으로 국민의 삶을 바꿀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완장 찬 점령군 되지 않겠다 했지만…


실제로 국정기획위는 운영 과정에서 조급함을 드러내며 공직 사회를 다그치기도 했다.

국정기획위 출범 첫날 "완장 찬 점령군으로 비쳐선 안된다"고 했던 김진표 위원장은 일주일 만에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관료들이 제대로 느끼거나 공감하고 있지 못하다"며 질타했다.

경제2분과 최민희 자문위원은 미래창조과학부가 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의 이행 방안을 제대로 내놓지 않는다며 앞으로 "미래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하기도 했다.

국정기획위와 함께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 계획을 논의해온 기획재정부에도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정권이 바뀌었는데 감을 못잡는다"는 등의 날선 지적이 날아들었다.

두 시간 만에 결론없이 끝난 '끝장 토론'


시간에 쫓기다보니 정책 입안 과정에서 폭넓은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정기획위가 지난달 21일 실손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통제와 과잉진료 근절이 먼저"라는 보험업계 측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료 인하 방안 마련 과정에서 단 한 차례도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았다"면서 "(국정위가) 나중에 필요하다면 업계의 의견도 들어보겠다고만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보 통합(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된 유아교육과 보육과정의 통합) 문제에 대해서도 '끝장 토론'으로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지만, 관계자들을 불러 단 두 시간 논의하는 데 그쳤다.

'끝장 토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업계 관계자들과 영유아 부모들에게는 정말로 허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애초 20여 년간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으로 제자리 걸음만 해온 유보통합 논의를 한 차례의 끝장 토론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과욕이었다는 지적이다.

'밀실' 논의 구조도 아쉬운 대목


논의 과정과 결과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폐쇄적인 분위기도 아쉬운 대목이다.

국정기획위는 출범하자마자 자문위원과 전문위원들에게 일제히 보안각서를 받았다.

내부에서 논의한 내용에 대해 외부에 일체 발설하지 말라는 함구령도 뒤따랐다.

설익은 논의가 자칫 외부에 알려질 경우 논란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한 우려를 십분 이해한다 해도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했다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아닐 수 없다.

고위 공직자 임용 기준안 마련 작업이 대표적인 경우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운 '5대 배제 원칙'이 첫 조각에서부터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국정기획위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명확한 임용 기준을 마련하겠다며 TF를 구성했다.

임용 기준안 마련 TF에선 성범죄와 음주운전을 포함해 배제 원칙을 확대한다는 논의도 이뤄졌지만, 현재 문제가 된 후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자 슬그머니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미 완성된 임용 기준안에 대해서도 조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비공개에 부치기로 했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임용 기준안이라면 국민에게 공개를 하고 판단을 구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고 겁낼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김진표 위원장 이하 국정기획위 구성원들은 광장의 촛불 민심을 받들어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했지만, 정작 정책 입안은 광장이 아닌 밀실에서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정기획위 활동에 대한 최종 판단은 오는 19일에 공개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보고 나서 해야 할 것이다.

공약 사항을 얼마나 충실히 반영했는지, 실천 가능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이행 계획이 있는지 여부 등이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다.

두 달간 쉼없이 달려온 국정기획위가 내놓을 최종 결과물이 국민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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