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회장님’…끊이지 않는 폭언·폭행 왜?

입력 2017.07.14 (16:47) 수정 2017.07.1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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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회장님’…끊이지 않는 폭언·폭행 왜?

고개숙인 ‘회장님’…끊이지 않는 폭언·폭행 왜?

“저의 행동으로 상처받으신 분께 용서를 구합니다. 머리 숙여 사죄를 드립니다”

운전기사들을 상대로 폭언해 논란이 된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오늘(14일)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공개 사과했다.

이 회장은 모든 결과는 자신의 불찰에서 비롯됐다면서 한없이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질책과 비난을 받아들이고 자숙하면서 상처받은 분들을 위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공식 사과문 발표 직후 당사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사과할 것이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직접 만나서 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만 말한 뒤 급히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 회장은 전날(13일) 자신의 차를 모는 운전기사를 상대로 폭언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폭언 상황이 담긴 녹취록까지 공개됐다.

녹취록에서 이 회장은 운전기사를 향해 "XXX 더럽게 나쁘네" "도움이 안 되는 XX" "XX 같은 XX. 너는 생긴 것부터가 뚱해가지고…" "아유 니네 부모가 불쌍하다. 불쌍해" 등의 폭언을 쏟아냈다.

이 회장은 종근당 창업주인 고 이종근 회장의 장남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 기준 매출 8천300억 원 수준의 상위 제약사다.

[연관 기사] ‘갑질 논란’ 이장한 종근당 회장 “한없이 참담…자숙하겠다”


끊이지 않는 기업 총수들의 폭언·폭행

근로기준법 8조는 '사용자는 사고의 발생이나 그 밖의 어떠한 이유로도 근로자에게 폭행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총수들의 폭언·폭행 사건이 잊을만하면 터져 나와 사회적 공분을 자아냈다.


최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된 ‘미스터피자’ MPK그룹 정우현 회장은 지난해엔 50대 경비원을 때려 다치게 한 혐의로 2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정 전 회장은 당시 MPK그룹 소유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뒤 건물 밖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건물 경비원인 황 모 씨가 문을 닫자 황 씨의 목과 턱 사이를 두 차례 때려 물의를 빚었다. 자신이 건물 내에 있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 출입문을 잠근 것이 못마땅해 벌인 일이었다.

정 전 회장은 논란이 일자 경찰 조사에 앞서 취재진을 통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지난해에는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자신의 운전기사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폭언·폭행한 사실이 피해 운전기사들의 폭로로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평소 상습적인 욕설은 물론 백미러를 접은 뒤 운전을 시키거나 운전 중에 운전기사의 뒤통수를 때리는 등의 폭행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해 동안에 갈아치운 운전기사가 수십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 부회장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저의 잘못된 행동이 누군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됐다”며 “저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께 용서를 구한다”고 사죄했다.

하지만 한 시민단체가 이 부회장을 폭행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고 지난 4월에 열린 1심 재판에서 이 부회장은 1천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15년에는 김만식 몽고식품 명예회장이 자신의 운전기사를 상습적으로 폭언·폭행한 사실이 폭로됐다. 당시 피해 운전기사는 김 회장에게 별 이유 없이 정강이와 허벅지를 걷어차이고 주먹으로 맞았다며 자신은 인간이 아니었다고 폭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논란이 일자 김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100년 전통의 향토 기업인 몽고식품 이미지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김 전 회장은 이후 7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현대가(家) 3세인 정일선 현대 BNC스틸 사장은 3년간 운전기사 61명을 주 56시간 이상 일하도록 하고 그중 1명을 폭행한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다.

정 사장은 A4 용지 140여 장 분량의 매뉴얼을 만드는 등 운전기사들에게 갑질을 해온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기업 오너(owner)들의 폭언·폭행… “특권의식에서 비롯”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업 총수들의 행태가 잘못된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어릴 때부터 '나는 다르다'는 특권의식을 갖고 자란 탓에 다른 사람들을 배려한다기보다는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이 경우 자신이 하는 행동이 다 인정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스스로 무시당한다고 여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사회에 아직 서열 주의 문화가 남아 있고 그 서열이 권력이나 부, 자신이 가진 배경으로 만들어지는 측면이 있다"면서 "'내가 누군데…'라는 의식에서 비롯된 행동들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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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4 16:47:46
    • 수정2017-07-14 17:04:21
    취재K
“저의 행동으로 상처받으신 분께 용서를 구합니다. 머리 숙여 사죄를 드립니다” 운전기사들을 상대로 폭언해 논란이 된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오늘(14일)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공개 사과했다. 이 회장은 모든 결과는 자신의 불찰에서 비롯됐다면서 한없이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질책과 비난을 받아들이고 자숙하면서 상처받은 분들을 위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공식 사과문 발표 직후 당사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사과할 것이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직접 만나서 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만 말한 뒤 급히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 회장은 전날(13일) 자신의 차를 모는 운전기사를 상대로 폭언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폭언 상황이 담긴 녹취록까지 공개됐다. 녹취록에서 이 회장은 운전기사를 향해 "XXX 더럽게 나쁘네" "도움이 안 되는 XX" "XX 같은 XX. 너는 생긴 것부터가 뚱해가지고…" "아유 니네 부모가 불쌍하다. 불쌍해" 등의 폭언을 쏟아냈다. 이 회장은 종근당 창업주인 고 이종근 회장의 장남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 기준 매출 8천300억 원 수준의 상위 제약사다. [연관 기사] ‘갑질 논란’ 이장한 종근당 회장 “한없이 참담…자숙하겠다” 끊이지 않는 기업 총수들의 폭언·폭행 근로기준법 8조는 '사용자는 사고의 발생이나 그 밖의 어떠한 이유로도 근로자에게 폭행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총수들의 폭언·폭행 사건이 잊을만하면 터져 나와 사회적 공분을 자아냈다. 최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된 ‘미스터피자’ MPK그룹 정우현 회장은 지난해엔 50대 경비원을 때려 다치게 한 혐의로 2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정 전 회장은 당시 MPK그룹 소유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뒤 건물 밖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건물 경비원인 황 모 씨가 문을 닫자 황 씨의 목과 턱 사이를 두 차례 때려 물의를 빚었다. 자신이 건물 내에 있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 출입문을 잠근 것이 못마땅해 벌인 일이었다. 정 전 회장은 논란이 일자 경찰 조사에 앞서 취재진을 통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지난해에는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자신의 운전기사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폭언·폭행한 사실이 피해 운전기사들의 폭로로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평소 상습적인 욕설은 물론 백미러를 접은 뒤 운전을 시키거나 운전 중에 운전기사의 뒤통수를 때리는 등의 폭행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해 동안에 갈아치운 운전기사가 수십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 부회장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저의 잘못된 행동이 누군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됐다”며 “저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께 용서를 구한다”고 사죄했다. 하지만 한 시민단체가 이 부회장을 폭행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고 지난 4월에 열린 1심 재판에서 이 부회장은 1천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15년에는 김만식 몽고식품 명예회장이 자신의 운전기사를 상습적으로 폭언·폭행한 사실이 폭로됐다. 당시 피해 운전기사는 김 회장에게 별 이유 없이 정강이와 허벅지를 걷어차이고 주먹으로 맞았다며 자신은 인간이 아니었다고 폭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논란이 일자 김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100년 전통의 향토 기업인 몽고식품 이미지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김 전 회장은 이후 7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현대가(家) 3세인 정일선 현대 BNC스틸 사장은 3년간 운전기사 61명을 주 56시간 이상 일하도록 하고 그중 1명을 폭행한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다. 정 사장은 A4 용지 140여 장 분량의 매뉴얼을 만드는 등 운전기사들에게 갑질을 해온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기업 오너(owner)들의 폭언·폭행… “특권의식에서 비롯”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업 총수들의 행태가 잘못된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어릴 때부터 '나는 다르다'는 특권의식을 갖고 자란 탓에 다른 사람들을 배려한다기보다는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이 경우 자신이 하는 행동이 다 인정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스스로 무시당한다고 여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사회에 아직 서열 주의 문화가 남아 있고 그 서열이 권력이나 부, 자신이 가진 배경으로 만들어지는 측면이 있다"면서 "'내가 누군데…'라는 의식에서 비롯된 행동들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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