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의 민감성과 보좌의 치밀성

입력 2017.07.14 (18:21) 수정 2017.07.1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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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 기간인 지난 7월 6일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같은 장소인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렸다. 한미일 3국은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 상황에서 압박을 극대화하고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겠다는 정상들의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3국 정상의 선언은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외적인 호평 분위기 속에 당시에는 언론 등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번 '한미일 3국정상 공동성명'에는 특별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한미일 3국간에안보협력(trilateral security cooperation)을 언급한 대목이다. 구체적인 문항은 이렇다. '3국 정상은 북한의 위협에 직면하여 3국간 안보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약속하였다.(They committed to continue advancing trilateral security cooperation in the face of the threat posed by the DPRK) 한미일 3국이 '안보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성명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역사상 처음이다.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은 처음 언급된 내용

한국 정부는 그동안 미국과 일본의 집요한 시도와 요구 속에서도 '안보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언약하지 않았다. 3국간 '안보 대화'를 하겠다고 하거나 3국간 '안보회의'를 하겠다는 식으로 다른 용어를 쓰며 '안보협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 안보협력에는 군사력 공동사용의 개념이 들어 있다는 확고한 인식들이 정부 내에 있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이라는 최고위급 의사결정과정에서 이런 민감한 문제가 현 정부 당국자들의 치밀한 보좌 끝에 이뤄진 결과물이기를 바랄 뿐이다.


북중혈맹이라는 옛 냉전시기에나 들었던 것 같은 용어가 재등장했다. 그것도 우리 청와대의 발표를 통해서다. 지난 6일 한중정상회담이 끝난 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시진핑 주석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북한과 혈맹 관계를 맺어왔고 25년 전 한국과 수교를 맺어 많은 관계 변화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를 인용해서 한국 언론에는 '시진핑 주석이 북중관계를 혈맹으로 언급했다'는 식의 보도가 나왔다. 실제로 북중관계는 현재 혈맹관계가 아니다. 한중 수교이후 북중관계에 변화가 생기면서 중국 당국은 북중혈맹관계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있다. 이번 한중정상회담이 끝난 후 나온 중국 정부측 발표나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에도 시진핑 주석의 이른바 '혈맹관계' 발언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서울에서 열리고 있던 아시아 정당국제회의에 중국 대표로 참석중이던 장소성 대외연락부 부부장은 '시진핑 주석의 혈맹 발언은 한국 언론의 오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자리에 마침 한국 언론계 대표 몇명이 있기도 해서 나온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묻지도 않은 상황에서 나온 정 부부장의 해명은 중국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읽혔다. 중국이 북중관계를 혈맹으로 강조해서 한국 정부를 자극하려 했거나 속으로 혈맹으로 생각하고 있는 속마음이 실수 등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한 것이다.

'북중 혈맹'은 민감하게 다룰 소재

만일 중국이 북중관계를 혈맹으르 생각하고 있다면 이는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20여년간 쌓아온 한중관계 발전이 송두리채 부정되는 것이다. 정녕 그랬다면 한국 정부가 정색을 하면서 반문하고 공박했어야 할 일이지만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다. 정상회담에서 오가는 정상들의 대화의 민감성을 감안할 때 그 대화를 전달해주는 브리핑은 매우 치밀해야 한다.

그래서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은 외교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맞는 게 통례였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는 정상회담이 끝나면 내용 브리핑은 반기문 외교보좌관이나 그후 반기문 외교장관이 직접 맡았다. 지난 정부 초기에도 지켜보니까 윤병세 장관이 정상회담 결과를 종종 직접 브리핑하기도 했다. 외교장관이나 국가안보수석 등이 직접 할 수 없을 때는 발표 문안을 써서 대변인 등 발표자에게 주는 것이 상례였다.

정상회담 민감성에 걸맞는 참모진의 치밀한 보좌 긴요

이른바 한미 fta 재협상을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이다. 정상외교에 능통한 경륜있는 인사들이 언론 앞에 서서 마이크를 잡았더라면 생기지 않았 수도 있는 논란이다.협정의 취소권한과 재협상 요구 권한이 당사국에 다 주어져 있고 더군다나 막무가내 식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존재하는 협정문을 바꾸겠다'는데 재협상으로 하든지, 개정협상으로 하든지 그게 무슨 대수인가.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게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대응방안들이 제시되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의 민감성과 보좌의 치밀성은 어느 때보다도 중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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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4 18:21:38
    • 수정2017-07-14 2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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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 기간인 지난 7월 6일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같은 장소인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렸다. 한미일 3국은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 상황에서 압박을 극대화하고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겠다는 정상들의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3국 정상의 선언은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외적인 호평 분위기 속에 당시에는 언론 등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번 '한미일 3국정상 공동성명'에는 특별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한미일 3국간에안보협력(trilateral security cooperation)을 언급한 대목이다. 구체적인 문항은 이렇다. '3국 정상은 북한의 위협에 직면하여 3국간 안보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약속하였다.(They committed to continue advancing trilateral security cooperation in the face of the threat posed by the DPRK) 한미일 3국이 '안보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성명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역사상 처음이다.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은 처음 언급된 내용

한국 정부는 그동안 미국과 일본의 집요한 시도와 요구 속에서도 '안보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언약하지 않았다. 3국간 '안보 대화'를 하겠다고 하거나 3국간 '안보회의'를 하겠다는 식으로 다른 용어를 쓰며 '안보협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 안보협력에는 군사력 공동사용의 개념이 들어 있다는 확고한 인식들이 정부 내에 있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이라는 최고위급 의사결정과정에서 이런 민감한 문제가 현 정부 당국자들의 치밀한 보좌 끝에 이뤄진 결과물이기를 바랄 뿐이다.


북중혈맹이라는 옛 냉전시기에나 들었던 것 같은 용어가 재등장했다. 그것도 우리 청와대의 발표를 통해서다. 지난 6일 한중정상회담이 끝난 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시진핑 주석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북한과 혈맹 관계를 맺어왔고 25년 전 한국과 수교를 맺어 많은 관계 변화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를 인용해서 한국 언론에는 '시진핑 주석이 북중관계를 혈맹으로 언급했다'는 식의 보도가 나왔다. 실제로 북중관계는 현재 혈맹관계가 아니다. 한중 수교이후 북중관계에 변화가 생기면서 중국 당국은 북중혈맹관계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있다. 이번 한중정상회담이 끝난 후 나온 중국 정부측 발표나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에도 시진핑 주석의 이른바 '혈맹관계' 발언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서울에서 열리고 있던 아시아 정당국제회의에 중국 대표로 참석중이던 장소성 대외연락부 부부장은 '시진핑 주석의 혈맹 발언은 한국 언론의 오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자리에 마침 한국 언론계 대표 몇명이 있기도 해서 나온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묻지도 않은 상황에서 나온 정 부부장의 해명은 중국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읽혔다. 중국이 북중관계를 혈맹으로 강조해서 한국 정부를 자극하려 했거나 속으로 혈맹으로 생각하고 있는 속마음이 실수 등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한 것이다.

'북중 혈맹'은 민감하게 다룰 소재

만일 중국이 북중관계를 혈맹으르 생각하고 있다면 이는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20여년간 쌓아온 한중관계 발전이 송두리채 부정되는 것이다. 정녕 그랬다면 한국 정부가 정색을 하면서 반문하고 공박했어야 할 일이지만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다. 정상회담에서 오가는 정상들의 대화의 민감성을 감안할 때 그 대화를 전달해주는 브리핑은 매우 치밀해야 한다.

그래서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은 외교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맞는 게 통례였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는 정상회담이 끝나면 내용 브리핑은 반기문 외교보좌관이나 그후 반기문 외교장관이 직접 맡았다. 지난 정부 초기에도 지켜보니까 윤병세 장관이 정상회담 결과를 종종 직접 브리핑하기도 했다. 외교장관이나 국가안보수석 등이 직접 할 수 없을 때는 발표 문안을 써서 대변인 등 발표자에게 주는 것이 상례였다.

정상회담 민감성에 걸맞는 참모진의 치밀한 보좌 긴요

이른바 한미 fta 재협상을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이다. 정상외교에 능통한 경륜있는 인사들이 언론 앞에 서서 마이크를 잡았더라면 생기지 않았 수도 있는 논란이다.협정의 취소권한과 재협상 요구 권한이 당사국에 다 주어져 있고 더군다나 막무가내 식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존재하는 협정문을 바꾸겠다'는데 재협상으로 하든지, 개정협상으로 하든지 그게 무슨 대수인가.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게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대응방안들이 제시되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의 민감성과 보좌의 치밀성은 어느 때보다도 중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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