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정권의 입, 조선중앙TV…어떻게 운영되나?

입력 2017.07.15 (08:09) 수정 2017.07.1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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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의 TV 방송이라고 하면, 아나운서들의 다소 격앙된 목소리를 떠올리는 분 많으실텐데요.

그 화면이 바로 북한의 국영방송, 조선중앙TV입니다.

김씨 일가와 체제 선전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북한의 공식 입장과 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어서여전히 주목할 가치가 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조선중앙TV가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경쾌한 음악과 함께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곧이어 남녀 아나운서가 등장해 목소리 높여 화성 14형 시험발사를 축하한다.

<녹취> 조선중앙TV(7월 7일) : "대륙간탄도로켓 화성 14형 시험발사를 단번에 완전 대성공시킨 국방과학 전사들에게 우리 전체 군대와 인민의 마음을 담아 열렬한 축하를 드립니다!"

다채로운 관련 프로그램과 야간 무도회 등 각종 행사 중계까지, 최근 연일 화성 14형 시험발사 소식을 전하고 있는 조선중앙TV.

방송의 결론은 한결같다.

<녹취> 조선중앙TV(7월 7일) : "경애하는 원수님만 계시면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는 필승의 신심에 넘치어 더 용기백배 기세충천하여..."

<녹취> "주체위업의 최후승리를 향하여 힘차게 앞으로 나갑시다!"

철저하게 김씨 일가 우상화와 체제선전 도구로 활용되는 조선중앙TV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1963년 ‘평양텔레비전방송국’으로 개국한 조선중앙TV는 북한 유일의 전국 종합채널로, 위성을 통해 해외로도 송출되고 있다. 북한의 정치권력은 대대로 조선중앙TV를 체제 선전에 적극 활용해 왔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TV를 활용하게 되면 일상으로 선전선동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장점이 있고, 보도라는 것도 또한 굉장히 정치적 선전 수단에 중요한 내용이 되겠는데, TV 같은 경우에 그런 즉시성을 확보할 수가 있죠. 김일성과 김일성 일가에 대한 우상화, 그리고 빨치산 그룹들에 대한 권력 장악에 대한 정당화, 이런 사업들에 TV가 본격적으로 앞장서게 됐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1970년, 김일성은 제 5차 당대회에서 ‘온 나라의 텔레비전화’를 강조했다.

<녹취> 조선중앙TV : "조선중앙방송을 창설하여 주신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방송을 우리식대로 하여 사회주의 완전 승리와 조국통일 세계의 자주화 위업 실현에 참답게 이바지 하는..."

이후 김정일이 당 선전선동부를 맡으며 조선중앙TV의 방송 내용과 형식까지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 : "온 나라에 위대한 김정일 동지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과 경모의 정이 차 넘치고 있는 시기에..."

단어 하나하나마다 힘을 줘 거의 ‘절규조’에 가까운 목소리로 말하는 북한 아나운서들의 발성법.이 역시 김정일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김정일은 ‘방송원 화술’이라는 교본을 통해 방송원들의 말은 기백이 있어야 하며 대중을 일깨우는 돌격나팔이 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당의 철저한 통제 속에 운영되는 만큼 당의 승인이 없는 방송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녹취> 변수봉(북한 주민) : "존엄 높은 역사적인 오늘을 안겨주신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께 삼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 같은 주민 인터뷰까지도 철저하게 사전 검열된다는 게 전직 조선중앙TV 기자의 증언이다.

<인터뷰> 장진성(前 조선중앙TV 기자/2004년 탈북) : "방송국 내에 자체 검열단이 있어요. 이렇게 도장을 7개를 받아요. 원고 단계에서... 그리고 그걸 가서 인터뷰 하는 사람은 그걸 읽어야 되는 거죠. 그래서 북한 TV를 보게 되면 인터뷰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눈이 돌아가요. 계속 이렇게 읽으니까..."

김정은 역시 조선중앙TV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집권 초기 주민들은 단체 시청까지 강요받았다고 한다.

젊은 권력자의 등장과 함께 조선중앙TV는 외형적으로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진행자의 뒤로 들어선 대형 디지털 화면.

정지된 사진 앞에서 진행하던 과거 모습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변화다.

동영상이나 그래픽이 담긴 이른바 ‘어깨걸이’도 등장했고, 남녀 앵커가 동시에 출연해 뉴스를 진행하기도 한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속보성’의 강화다.

며칠에서 길게는 몇 달 까지도 걸리던 것이 속보 수준으로 단축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예전에는 빨라야 한 달 뭐 그리고 긴 경우는 6개월 있다가 나온 적도 있었는데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는 모든 게 빨라집니다. 그러니까 예컨대 장성택 같은 경우도 거의 다음 날 리얼타임으로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그것도 예전에는 생각 못했던 거죠. 하루 이틀 동안에 영상이 나오고 사진이 나오고 있고 보도가 공개되고 있다는 거죠."

<녹취> 조선중앙TV ‘세계를 진감시킨 자주의 핵뢰성’(2013년 3월) : "15시가 가까워올 무렵 조선중앙텔레비젼 방송으로는 한 건의 조선중앙통신사 보도가 전송됐습니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직후 방송국 모습이다.

조선중앙통신사 보도가 팩스로 들어오자 일사불란하게 준비에 나서더니 불과 몇 분 후 바로 특보를 발표한다.

<녹취> 조선중앙TV(2013년 2월) : "조선중앙통신사 보도. 제 3차 지하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

이와 함께 특별한 형식도 생겨났다.

이른바 ‘특별중대보도’.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며 총 세 번의 특별중대보도를 내놓았는데 세 번 모두 똑같은 유형을 보이고 있다.

먼저 특별중대보도에 대한 사전 예고.

<녹취> 조선중앙TV ‘특별중대보도 안내’(7월 4일) : "7월 4일 15시부터 특별중대보도가 있겠습니다."

사건 발생 한 두 시간 뒤 먼저 예고를 내보내고,

<녹취> 조선중앙TV ‘특별중대보도’(7월 4일) : "대륙간 탄도로켓 화성 14형 시험발사 성공!"

예고한 시간이 되면 아나운서의 보도가 이어진다.

<녹취> 조선중앙TV(7월 4일) : "김정은 동지께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 14형 시험발사 과정을 현지에서 몸소 관찰하시고..."

뒤이어 보도 당일이나 다음날 관련 사진을 공개한 후,

<녹취> 조선중앙TV(7월 5일) :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의 불멸의 업적은 조국청사에 길이 빛날 것입니다."

동영상을 선보이고 종합적인 기록영화를 제작·방영한다. 이 때문에 국내외 언론들도 이 같은 북한의 방송 흐름에 따라 보도를 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특정한 패턴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보도를 이어가는 것은 주민들보다는 대외적으로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장진성(前 조선중앙TV 기자/2004년 탈북) : "그런 신속성 같은 경우에는 내부하고는 상관이 없어요. 그거는 전부 다 대외 메시지죠. 어떤 정책적·전략적 목표를 갖고 이런 효과가 신속성의 효과가 대외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그걸 고려해 가지고 빨리 타전을 하는 거죠."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바로 아나운서 리춘희다.

올해 나이 74살로 알려진 리춘희는 최고지도자의 동향을 전하는 조선중앙TV 대표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2011년 12월) : "김정일 동지께서 급병으로 서거하셨다는 것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알린다."

김정일 사망 당시 비통한 표정과 목소리로 소식을 전하던 리춘희.

검은 상복 차림의 그녀의 모습은 북한 주민은 물론 해외에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2년 중국 CCTV는 리춘희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녹취> 리춘희(조선중앙TV 아나운서/2012년) : "안녕하십니까."

<녹취> "설 명절을 맞으면서 중국중앙텔레비전 기자 동무를 만나니 정말 반갑구먼요."

배우 출신인 리춘희는 딱딱한 이미지와는 달리 화려한 입담을 자랑했다.

<녹취> 리춘희(조선중앙TV 아나운서/2012년) : "우리는 특히 TV, 텔레비전이니까 시청자들을 상대해서 하는데 말처럼 하라... 부드럽고, 부드러우면서도 말처럼 하라..."

김정은 집권 이후 은퇴설이 돌기도 했지만 2016년 TV에 다시 등장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녹취> 北, 4차 핵실험 발표(2016년 1월/조선중앙TV)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성명. 주체조선의 첫 수소탄시험 완전 성공!"

리춘희를 방송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일관된 이미지와 안정감을 주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인터뷰> 장진성(前 조선중앙TV 기자/2004년 탈북) : "목소리 때문이죠. 그러니까 그 목소리가 곧 조선중앙TV의 목소리가 되어 버렸잖아요. 그러니까 이걸 다른 목소리로 바꿀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당 정책을 대변하는 목소리니까 나이가 당연히 있어야 하고, 첫째로는 그리고 너무 익숙한 목소리기 때문에 그래서 그 사람이 오래 있는 거죠."

그러나 조선중앙 TV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장마당 등 여러 비공식 통로를 통해 한국 등 외부 방송물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를 화려하게 꾸미고 방송의 형식도 다채롭게 바꾸고 있지만 주민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엔 역부족이라는 것.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조선중앙 TV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여전히 북한주민들에게 영향력은 상관없이 극단적으로 보면 저희 입장에서 보면 공식입장이 뭔가? 라는 것을 일단 알 수가 있겠고 두 번째는 이거는 조선중앙TV 신문과 달리 지금 어떤 매체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생각하고 있는 지금 북한의 사회현실 특히 문화현실 의식현실을 조선중앙TV를 통해서 알 수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여전히 조선중앙TV는 특히 바깥에 국외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하게 우리가 주시해야 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개국 이후 50년 넘게 북한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해 온 조선중앙TV.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주민들에게 그 위상은 예전 같진 않지만 북한 정책을 공식 발표하는 통로로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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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5 08:08:57
    • 수정2017-07-15 08:28:49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북한의 TV 방송이라고 하면, 아나운서들의 다소 격앙된 목소리를 떠올리는 분 많으실텐데요.

그 화면이 바로 북한의 국영방송, 조선중앙TV입니다.

김씨 일가와 체제 선전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북한의 공식 입장과 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어서여전히 주목할 가치가 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조선중앙TV가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경쾌한 음악과 함께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곧이어 남녀 아나운서가 등장해 목소리 높여 화성 14형 시험발사를 축하한다.

<녹취> 조선중앙TV(7월 7일) : "대륙간탄도로켓 화성 14형 시험발사를 단번에 완전 대성공시킨 국방과학 전사들에게 우리 전체 군대와 인민의 마음을 담아 열렬한 축하를 드립니다!"

다채로운 관련 프로그램과 야간 무도회 등 각종 행사 중계까지, 최근 연일 화성 14형 시험발사 소식을 전하고 있는 조선중앙TV.

방송의 결론은 한결같다.

<녹취> 조선중앙TV(7월 7일) : "경애하는 원수님만 계시면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는 필승의 신심에 넘치어 더 용기백배 기세충천하여..."

<녹취> "주체위업의 최후승리를 향하여 힘차게 앞으로 나갑시다!"

철저하게 김씨 일가 우상화와 체제선전 도구로 활용되는 조선중앙TV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1963년 ‘평양텔레비전방송국’으로 개국한 조선중앙TV는 북한 유일의 전국 종합채널로, 위성을 통해 해외로도 송출되고 있다. 북한의 정치권력은 대대로 조선중앙TV를 체제 선전에 적극 활용해 왔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TV를 활용하게 되면 일상으로 선전선동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장점이 있고, 보도라는 것도 또한 굉장히 정치적 선전 수단에 중요한 내용이 되겠는데, TV 같은 경우에 그런 즉시성을 확보할 수가 있죠. 김일성과 김일성 일가에 대한 우상화, 그리고 빨치산 그룹들에 대한 권력 장악에 대한 정당화, 이런 사업들에 TV가 본격적으로 앞장서게 됐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1970년, 김일성은 제 5차 당대회에서 ‘온 나라의 텔레비전화’를 강조했다.

<녹취> 조선중앙TV : "조선중앙방송을 창설하여 주신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방송을 우리식대로 하여 사회주의 완전 승리와 조국통일 세계의 자주화 위업 실현에 참답게 이바지 하는..."

이후 김정일이 당 선전선동부를 맡으며 조선중앙TV의 방송 내용과 형식까지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 : "온 나라에 위대한 김정일 동지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과 경모의 정이 차 넘치고 있는 시기에..."

단어 하나하나마다 힘을 줘 거의 ‘절규조’에 가까운 목소리로 말하는 북한 아나운서들의 발성법.이 역시 김정일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김정일은 ‘방송원 화술’이라는 교본을 통해 방송원들의 말은 기백이 있어야 하며 대중을 일깨우는 돌격나팔이 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당의 철저한 통제 속에 운영되는 만큼 당의 승인이 없는 방송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녹취> 변수봉(북한 주민) : "존엄 높은 역사적인 오늘을 안겨주신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께 삼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 같은 주민 인터뷰까지도 철저하게 사전 검열된다는 게 전직 조선중앙TV 기자의 증언이다.

<인터뷰> 장진성(前 조선중앙TV 기자/2004년 탈북) : "방송국 내에 자체 검열단이 있어요. 이렇게 도장을 7개를 받아요. 원고 단계에서... 그리고 그걸 가서 인터뷰 하는 사람은 그걸 읽어야 되는 거죠. 그래서 북한 TV를 보게 되면 인터뷰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눈이 돌아가요. 계속 이렇게 읽으니까..."

김정은 역시 조선중앙TV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집권 초기 주민들은 단체 시청까지 강요받았다고 한다.

젊은 권력자의 등장과 함께 조선중앙TV는 외형적으로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진행자의 뒤로 들어선 대형 디지털 화면.

정지된 사진 앞에서 진행하던 과거 모습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변화다.

동영상이나 그래픽이 담긴 이른바 ‘어깨걸이’도 등장했고, 남녀 앵커가 동시에 출연해 뉴스를 진행하기도 한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속보성’의 강화다.

며칠에서 길게는 몇 달 까지도 걸리던 것이 속보 수준으로 단축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예전에는 빨라야 한 달 뭐 그리고 긴 경우는 6개월 있다가 나온 적도 있었는데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는 모든 게 빨라집니다. 그러니까 예컨대 장성택 같은 경우도 거의 다음 날 리얼타임으로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그것도 예전에는 생각 못했던 거죠. 하루 이틀 동안에 영상이 나오고 사진이 나오고 있고 보도가 공개되고 있다는 거죠."

<녹취> 조선중앙TV ‘세계를 진감시킨 자주의 핵뢰성’(2013년 3월) : "15시가 가까워올 무렵 조선중앙텔레비젼 방송으로는 한 건의 조선중앙통신사 보도가 전송됐습니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직후 방송국 모습이다.

조선중앙통신사 보도가 팩스로 들어오자 일사불란하게 준비에 나서더니 불과 몇 분 후 바로 특보를 발표한다.

<녹취> 조선중앙TV(2013년 2월) : "조선중앙통신사 보도. 제 3차 지하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

이와 함께 특별한 형식도 생겨났다.

이른바 ‘특별중대보도’.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며 총 세 번의 특별중대보도를 내놓았는데 세 번 모두 똑같은 유형을 보이고 있다.

먼저 특별중대보도에 대한 사전 예고.

<녹취> 조선중앙TV ‘특별중대보도 안내’(7월 4일) : "7월 4일 15시부터 특별중대보도가 있겠습니다."

사건 발생 한 두 시간 뒤 먼저 예고를 내보내고,

<녹취> 조선중앙TV ‘특별중대보도’(7월 4일) : "대륙간 탄도로켓 화성 14형 시험발사 성공!"

예고한 시간이 되면 아나운서의 보도가 이어진다.

<녹취> 조선중앙TV(7월 4일) : "김정은 동지께서 대륙간탄도로켓 화성 14형 시험발사 과정을 현지에서 몸소 관찰하시고..."

뒤이어 보도 당일이나 다음날 관련 사진을 공개한 후,

<녹취> 조선중앙TV(7월 5일) :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의 불멸의 업적은 조국청사에 길이 빛날 것입니다."

동영상을 선보이고 종합적인 기록영화를 제작·방영한다. 이 때문에 국내외 언론들도 이 같은 북한의 방송 흐름에 따라 보도를 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특정한 패턴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보도를 이어가는 것은 주민들보다는 대외적으로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장진성(前 조선중앙TV 기자/2004년 탈북) : "그런 신속성 같은 경우에는 내부하고는 상관이 없어요. 그거는 전부 다 대외 메시지죠. 어떤 정책적·전략적 목표를 갖고 이런 효과가 신속성의 효과가 대외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그걸 고려해 가지고 빨리 타전을 하는 거죠."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바로 아나운서 리춘희다.

올해 나이 74살로 알려진 리춘희는 최고지도자의 동향을 전하는 조선중앙TV 대표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2011년 12월) : "김정일 동지께서 급병으로 서거하셨다는 것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알린다."

김정일 사망 당시 비통한 표정과 목소리로 소식을 전하던 리춘희.

검은 상복 차림의 그녀의 모습은 북한 주민은 물론 해외에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2년 중국 CCTV는 리춘희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녹취> 리춘희(조선중앙TV 아나운서/2012년) : "안녕하십니까."

<녹취> "설 명절을 맞으면서 중국중앙텔레비전 기자 동무를 만나니 정말 반갑구먼요."

배우 출신인 리춘희는 딱딱한 이미지와는 달리 화려한 입담을 자랑했다.

<녹취> 리춘희(조선중앙TV 아나운서/2012년) : "우리는 특히 TV, 텔레비전이니까 시청자들을 상대해서 하는데 말처럼 하라... 부드럽고, 부드러우면서도 말처럼 하라..."

김정은 집권 이후 은퇴설이 돌기도 했지만 2016년 TV에 다시 등장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녹취> 北, 4차 핵실험 발표(2016년 1월/조선중앙TV)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성명. 주체조선의 첫 수소탄시험 완전 성공!"

리춘희를 방송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일관된 이미지와 안정감을 주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인터뷰> 장진성(前 조선중앙TV 기자/2004년 탈북) : "목소리 때문이죠. 그러니까 그 목소리가 곧 조선중앙TV의 목소리가 되어 버렸잖아요. 그러니까 이걸 다른 목소리로 바꿀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당 정책을 대변하는 목소리니까 나이가 당연히 있어야 하고, 첫째로는 그리고 너무 익숙한 목소리기 때문에 그래서 그 사람이 오래 있는 거죠."

그러나 조선중앙 TV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장마당 등 여러 비공식 통로를 통해 한국 등 외부 방송물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를 화려하게 꾸미고 방송의 형식도 다채롭게 바꾸고 있지만 주민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엔 역부족이라는 것.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조선중앙 TV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인터뷰> 이우영(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여전히 북한주민들에게 영향력은 상관없이 극단적으로 보면 저희 입장에서 보면 공식입장이 뭔가? 라는 것을 일단 알 수가 있겠고 두 번째는 이거는 조선중앙TV 신문과 달리 지금 어떤 매체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생각하고 있는 지금 북한의 사회현실 특히 문화현실 의식현실을 조선중앙TV를 통해서 알 수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여전히 조선중앙TV는 특히 바깥에 국외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하게 우리가 주시해야 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개국 이후 50년 넘게 북한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해 온 조선중앙TV.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주민들에게 그 위상은 예전 같진 않지만 북한 정책을 공식 발표하는 통로로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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