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배 떠난 군산

입력 2017.07.16 (23:00) 수정 2017.07.1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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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삼재(조선업 실직자) : "많이 아쉽더라고요. 계속 일했으면 좋겠는데 다른 사람들도 다 마음이 마찬가지더라고요. 많이 아쉬웠죠. 계속 일하고는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인터뷰> 김경찬(조선업 실직자) : "지금 군산 사정이 그렇잖아요.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몇천 명이 이렇게 됐으니까 그 사람들이 다 취업활동 하면 어디 오라는 데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취업을 못하는 거에요 우리는. 집에서 걱정만 하고 있는 거죠."

<녹취> 조선소 인근 상인(음성변조) : "저녁 시간에 손님이 없으니까 여기 앉아있는 거예요. 한 팀도 못 받아도 있어야 하고, 집세는 143만 원을 주고 있어야 하고, 한 달에. 우리가 어떻게 살겠어요. 죽는단 소리 나오지."

선박을 만들고 수리했던 이곳 군산 조선소는 이번 달, 가동을 멈췄습니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 그들의 가족까지도 막막해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고달픈 그들의 사정을 취재했습니다.

4살부터 11살까지 네 아이의 아빠 이삼재 씨.

<녹취> "아빠. (어이.) 아빠. (응 아빠. 아빠도 같이 왔어)."

평소 같으면 한창 일하고 있어야할 때인데 아이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기도 하지만 마음 한켠은 무겁습니다.

군산조선소 협력업체에서 크레인기사로 6년간 일했던 이씨는 지난달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인터뷰> 이삼재(군산시 삼학동) : "평소에 일하러 가는 시간이, 6시 정도에 일어나거든요? 집에 있어도 쉬니까 항상 그 시간에 눈이 떠지더라고요. 일어나보면 '오늘, 나 출근 안 하지?' 그 생각하고 바로 다시 자긴 하는데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게 있더라고요. 출근할 데 있으면 좋겠구나. 애들에게도 당당하게 '아빠 갔다 온다'라고 얘기할 수도 있고..."

아내 이연화 씨도 갑자기 닥친 남편의 해고가 실감나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연화(군산시 삼학동) : "대략적으로 언제쯤 그만둔다고 이렇게 알고는 있었어요. 근데 막상 한다고 하니까 실감이 안 나기도 하고, 정말 끝이구나 이런 생각이 좀 많이 들었죠."

초등학생 2명,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2명을 포함한 6인 가족의 평균 한 달 생활비는 최소 300만 원 상당.

한 달, 150만 원 정도인 실업 급여를 받게 되지만 생활하기엔 빠듯합니다.

더구나 실업급여가 나오는 6개월은 어떻게든 버티더라도 그 후엔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이연화(군산시 삼학동) : "거의 그만둘 때쯤 해서는 어느 정도 생활은 유지가 됐었는데, 그것도 많이 모자라긴 했지만, 그 정도 됐는데 또다시 새로운 일을 구하거나 아니면 자격증을 따서 경력을 쌓아야 하는 입장이니까 많이 불안하죠."

군산시내 고용센터, 실직한 근로자들로 붐빕니다.

일터를 떠나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끼리 안부를 주고받습니다.

<녹취> "여기 온 분들 다 현대중공업 출신이에요. (어떤 일 하셨어요?) 타워크레인."

군산 조선소의 협력업체 80여 곳 가운데 50여 개가 이미 폐업을 했습니다

전체 5200여 명 중 47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일거리를 구한 사람은 실직자의 10%에도 못 미칩니다.

5년 동안 협력업체 산업보안실에서 근무하다 실직한 김경찬 씨도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경찬(군산시 소룡동) : "곧 있으면 문 닫겠다. 뭐 많은 소문이 있었죠. 그런데 우리는 뭔지 정확히 모르니까 불안해만 했었죠 항상. 그래서 6월 말까지 일하고 이제 여기 와서 실업급여 받으려고 신청하러 왔죠."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긴 쉽지 않습니다.

계속된 조선업 불황 속에 근로자 수천 명이 한꺼번에 실직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경찬 : "지금 군산 사정이 그렇잖아요.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몇천 명이 이렇게 됐으니까 그 사람들이 다 취업활동 하면 어디 오라는 데가 없잖아요. 어디 우리 고용할 사람들이 없고, 다른 회사들도 다 하청업체들인데 그 사람들까지 다 합치면 얼마나 사람들이 많겠어요. 그러니까 취업을 못하는 거예요. 집에서 걱정만 하고 있는 거죠."

변변한 산업기반이 없는 군산에 1조 2천억원을 투자해 지난 2010년 문을 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해마다 12척 넘는 대형 선박을 건조해 1조 2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조선산업이 호황이던 시절 군산은 활력이 넘쳤습니다.

<인터뷰> 김경찬 : "꽃 피는 봄날이었나. 아주 좋았어요. 군산 분위기도 좋았고, 뭐 취직도, 사람들이 활기가 넘쳤으니까. "

그러나 세계적인 조선산업의 불황속에 군산 경제의 24%를 차지하던 군산조선소가 폐쇄되면서 지역 경제가 휘청이고 있습니다.

퇴근길 근로자들로 시끌벅적하던 식당 거리, 이젠 인적이 끊겼습니다.

<인터뷰> 고순철(식당 주인) : "더 이상 버틸 힘도 없고, 가게도 이쪽 조그마하게 이쪽 문을 닫아놨잖아요. 문 닫아놓고 지금 이 시간이면 다 불 켜야 하는데 지금 다 문들... 불 켜 놓은 데가 어디가 있어요. 한 군데도 없잖아요. 다 문 닫았잖아 다. 먹고 살기가 너무 팍팍하고 여기서 다 쫄딱 망해서 갈 데도 없고."

썰렁한 식당을 찾은 손님들. 모처럼 모인 실직한 근로자들입니다.

<녹취> 조선업 실업자(음성변조) : "(여기도 백수고, 백수예요. 백수. 오늘 낚시 같이 갔다 왔어요.) 한때 중공업에 잘 나갔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낚시 다니고 어부가 됐습니다. (어떠세요?) 뭐 잘 되겠지 하는 희망 하나로 있는 거지 뭐. 지금 아직은 뭐 없어요. 잘될 거라는 희망 하나로 있는 거지. 그것마저 없으면 이래 못 있죠. 여기를 떠나죠."

영업이 안되다 보니 문을 닫는 가게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인근 상인(음성변조) : "저녁 시간에 손님이 없으니까 여기 앉아있는 거예요. 한 없이. 내년 7월이 우리는 만기인데, 7월 안에 집세를 빼달라고 나간다고 해도 안 빼줘. 그냥 무조건 있어야 해. 하루에 한 팀도 못 받아도 있어야 하고, 집세는 143만 원을 주고 있어야 하고, 한 달에. 우리가 어떻게 살겠어요. 죽는단 소리 나오지."

일자리를 찾아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서 원룸촌도 텅 비었습니다.

한달 15만원으로 방값을 낮춰도, 들어오는 이가 없습니다.

<인터뷰> 고경남(원룸협의회 대표) : "저도 서울에서 30년, 40년 살다가 겨우 돈 몇 억 모아가지고 집 한 채 사서 와서 거지 될 형편에 놓였습니다."

일감이 끊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지난 1일, 7년 만에 도크 폐쇄를 결정했습니다.

아파트 40층 높이, 1,650톤 급 크레인은 멈춰섰고 관리 직원 40여 명만 남았습니다.

지난해 12월 경남 창원의 한 조선소.

높이 105미터의, 3,200톤급의 골리앗 크레인이 해체됩니다.

이 크레인이 팔려갈 곳은 루마니아 조선소.

계약금도 못 받았지만 크레인은 해체됐습니다.

<인터뷰> 크레인 해체업체 직원 : "골리앗 크레인이 조선의 상징인데 철거돼서 없어진다는 건 피눈물 나는 일이죠."

조선산업 불황의 쓰나미가 조선업 밀집 지역인 경남 통영과 거제 지역을 거쳐 군산까지 덮친 것입니다.

그러나 변변한 산업시설인 없는 군산에서 조선소 작업 중단은 더 큰 절망으로 다가옵니다.

<인터뷰> 이홍열(협력업체 대표) : "(실업급여) 660억의 100억이라도 차라리 현대 중공업이 선박을 수주해서 군산 조선소에 줄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현대 중공업이 보유한 선박조립시설인 독은 울산과 전북 등에 모두 11곳.

조선업 침체가 드리운 지난해 9월, 창사 이래 처음 울산조선소에 있는 독을 폐쇄한 이후 군산까지, 모두 4곳의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녹취> 현대중공업 관계(음성변조) : "아시다시피 저유가 시대다 보니까 유조선 발주가 거의 없어요. 군산은 좀 특이해요. 군산 자체가 유조선 특화 독이거든요. 제반 시설, 회사에서도 많이 건조하는 선종들이 LNG나 이런 쪽들이 많아요. 거기에 물량도 부족한 상황인데, 유조선 물량은 더 없는 거죠."

수주를 다시 하게 되면 군산조선소를 다시 가동하기로 했지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진 알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녹취> 현대중공업 관계자(음셩변조) : "폐쇄는 아니고 일시 가동중단이죠. 일감이 확보되면 가동이 바로 될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수주 부족, 일감 부족 현상이 심하잖아요. 그래서 가동이 안되고 있는 거고, 일감만 확보되면 바로 가동이 되게끔 일부 설비, 보수 인원들만 남아있죠. "

이달 초 군산 시민들은 미처 완공되지도 못한 선박 2척이 울산조선소로 떠나는 장면을 눈물속에 지켜봤습니다.

언제 다시 텅빈 독에 선박이 들어와 실직의 고통속에 눈물짓는 군산을 위로해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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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배 떠난 군산
    • 입력 2017-07-16 23:05:45
    • 수정2017-07-16 23: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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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삼재(조선업 실직자) : "많이 아쉽더라고요. 계속 일했으면 좋겠는데 다른 사람들도 다 마음이 마찬가지더라고요. 많이 아쉬웠죠. 계속 일하고는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인터뷰> 김경찬(조선업 실직자) : "지금 군산 사정이 그렇잖아요.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몇천 명이 이렇게 됐으니까 그 사람들이 다 취업활동 하면 어디 오라는 데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취업을 못하는 거에요 우리는. 집에서 걱정만 하고 있는 거죠."

<녹취> 조선소 인근 상인(음성변조) : "저녁 시간에 손님이 없으니까 여기 앉아있는 거예요. 한 팀도 못 받아도 있어야 하고, 집세는 143만 원을 주고 있어야 하고, 한 달에. 우리가 어떻게 살겠어요. 죽는단 소리 나오지."

선박을 만들고 수리했던 이곳 군산 조선소는 이번 달, 가동을 멈췄습니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 그들의 가족까지도 막막해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고달픈 그들의 사정을 취재했습니다.

4살부터 11살까지 네 아이의 아빠 이삼재 씨.

<녹취> "아빠. (어이.) 아빠. (응 아빠. 아빠도 같이 왔어)."

평소 같으면 한창 일하고 있어야할 때인데 아이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기도 하지만 마음 한켠은 무겁습니다.

군산조선소 협력업체에서 크레인기사로 6년간 일했던 이씨는 지난달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인터뷰> 이삼재(군산시 삼학동) : "평소에 일하러 가는 시간이, 6시 정도에 일어나거든요? 집에 있어도 쉬니까 항상 그 시간에 눈이 떠지더라고요. 일어나보면 '오늘, 나 출근 안 하지?' 그 생각하고 바로 다시 자긴 하는데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게 있더라고요. 출근할 데 있으면 좋겠구나. 애들에게도 당당하게 '아빠 갔다 온다'라고 얘기할 수도 있고..."

아내 이연화 씨도 갑자기 닥친 남편의 해고가 실감나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연화(군산시 삼학동) : "대략적으로 언제쯤 그만둔다고 이렇게 알고는 있었어요. 근데 막상 한다고 하니까 실감이 안 나기도 하고, 정말 끝이구나 이런 생각이 좀 많이 들었죠."

초등학생 2명,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2명을 포함한 6인 가족의 평균 한 달 생활비는 최소 300만 원 상당.

한 달, 150만 원 정도인 실업 급여를 받게 되지만 생활하기엔 빠듯합니다.

더구나 실업급여가 나오는 6개월은 어떻게든 버티더라도 그 후엔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이연화(군산시 삼학동) : "거의 그만둘 때쯤 해서는 어느 정도 생활은 유지가 됐었는데, 그것도 많이 모자라긴 했지만, 그 정도 됐는데 또다시 새로운 일을 구하거나 아니면 자격증을 따서 경력을 쌓아야 하는 입장이니까 많이 불안하죠."

군산시내 고용센터, 실직한 근로자들로 붐빕니다.

일터를 떠나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끼리 안부를 주고받습니다.

<녹취> "여기 온 분들 다 현대중공업 출신이에요. (어떤 일 하셨어요?) 타워크레인."

군산 조선소의 협력업체 80여 곳 가운데 50여 개가 이미 폐업을 했습니다

전체 5200여 명 중 47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일거리를 구한 사람은 실직자의 10%에도 못 미칩니다.

5년 동안 협력업체 산업보안실에서 근무하다 실직한 김경찬 씨도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경찬(군산시 소룡동) : "곧 있으면 문 닫겠다. 뭐 많은 소문이 있었죠. 그런데 우리는 뭔지 정확히 모르니까 불안해만 했었죠 항상. 그래서 6월 말까지 일하고 이제 여기 와서 실업급여 받으려고 신청하러 왔죠."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긴 쉽지 않습니다.

계속된 조선업 불황 속에 근로자 수천 명이 한꺼번에 실직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경찬 : "지금 군산 사정이 그렇잖아요.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몇천 명이 이렇게 됐으니까 그 사람들이 다 취업활동 하면 어디 오라는 데가 없잖아요. 어디 우리 고용할 사람들이 없고, 다른 회사들도 다 하청업체들인데 그 사람들까지 다 합치면 얼마나 사람들이 많겠어요. 그러니까 취업을 못하는 거예요. 집에서 걱정만 하고 있는 거죠."

변변한 산업기반이 없는 군산에 1조 2천억원을 투자해 지난 2010년 문을 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해마다 12척 넘는 대형 선박을 건조해 1조 2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조선산업이 호황이던 시절 군산은 활력이 넘쳤습니다.

<인터뷰> 김경찬 : "꽃 피는 봄날이었나. 아주 좋았어요. 군산 분위기도 좋았고, 뭐 취직도, 사람들이 활기가 넘쳤으니까. "

그러나 세계적인 조선산업의 불황속에 군산 경제의 24%를 차지하던 군산조선소가 폐쇄되면서 지역 경제가 휘청이고 있습니다.

퇴근길 근로자들로 시끌벅적하던 식당 거리, 이젠 인적이 끊겼습니다.

<인터뷰> 고순철(식당 주인) : "더 이상 버틸 힘도 없고, 가게도 이쪽 조그마하게 이쪽 문을 닫아놨잖아요. 문 닫아놓고 지금 이 시간이면 다 불 켜야 하는데 지금 다 문들... 불 켜 놓은 데가 어디가 있어요. 한 군데도 없잖아요. 다 문 닫았잖아 다. 먹고 살기가 너무 팍팍하고 여기서 다 쫄딱 망해서 갈 데도 없고."

썰렁한 식당을 찾은 손님들. 모처럼 모인 실직한 근로자들입니다.

<녹취> 조선업 실업자(음성변조) : "(여기도 백수고, 백수예요. 백수. 오늘 낚시 같이 갔다 왔어요.) 한때 중공업에 잘 나갔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낚시 다니고 어부가 됐습니다. (어떠세요?) 뭐 잘 되겠지 하는 희망 하나로 있는 거지 뭐. 지금 아직은 뭐 없어요. 잘될 거라는 희망 하나로 있는 거지. 그것마저 없으면 이래 못 있죠. 여기를 떠나죠."

영업이 안되다 보니 문을 닫는 가게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인근 상인(음성변조) : "저녁 시간에 손님이 없으니까 여기 앉아있는 거예요. 한 없이. 내년 7월이 우리는 만기인데, 7월 안에 집세를 빼달라고 나간다고 해도 안 빼줘. 그냥 무조건 있어야 해. 하루에 한 팀도 못 받아도 있어야 하고, 집세는 143만 원을 주고 있어야 하고, 한 달에. 우리가 어떻게 살겠어요. 죽는단 소리 나오지."

일자리를 찾아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서 원룸촌도 텅 비었습니다.

한달 15만원으로 방값을 낮춰도, 들어오는 이가 없습니다.

<인터뷰> 고경남(원룸협의회 대표) : "저도 서울에서 30년, 40년 살다가 겨우 돈 몇 억 모아가지고 집 한 채 사서 와서 거지 될 형편에 놓였습니다."

일감이 끊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지난 1일, 7년 만에 도크 폐쇄를 결정했습니다.

아파트 40층 높이, 1,650톤 급 크레인은 멈춰섰고 관리 직원 40여 명만 남았습니다.

지난해 12월 경남 창원의 한 조선소.

높이 105미터의, 3,200톤급의 골리앗 크레인이 해체됩니다.

이 크레인이 팔려갈 곳은 루마니아 조선소.

계약금도 못 받았지만 크레인은 해체됐습니다.

<인터뷰> 크레인 해체업체 직원 : "골리앗 크레인이 조선의 상징인데 철거돼서 없어진다는 건 피눈물 나는 일이죠."

조선산업 불황의 쓰나미가 조선업 밀집 지역인 경남 통영과 거제 지역을 거쳐 군산까지 덮친 것입니다.

그러나 변변한 산업시설인 없는 군산에서 조선소 작업 중단은 더 큰 절망으로 다가옵니다.

<인터뷰> 이홍열(협력업체 대표) : "(실업급여) 660억의 100억이라도 차라리 현대 중공업이 선박을 수주해서 군산 조선소에 줄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현대 중공업이 보유한 선박조립시설인 독은 울산과 전북 등에 모두 11곳.

조선업 침체가 드리운 지난해 9월, 창사 이래 처음 울산조선소에 있는 독을 폐쇄한 이후 군산까지, 모두 4곳의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녹취> 현대중공업 관계(음성변조) : "아시다시피 저유가 시대다 보니까 유조선 발주가 거의 없어요. 군산은 좀 특이해요. 군산 자체가 유조선 특화 독이거든요. 제반 시설, 회사에서도 많이 건조하는 선종들이 LNG나 이런 쪽들이 많아요. 거기에 물량도 부족한 상황인데, 유조선 물량은 더 없는 거죠."

수주를 다시 하게 되면 군산조선소를 다시 가동하기로 했지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진 알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녹취> 현대중공업 관계자(음셩변조) : "폐쇄는 아니고 일시 가동중단이죠. 일감이 확보되면 가동이 바로 될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수주 부족, 일감 부족 현상이 심하잖아요. 그래서 가동이 안되고 있는 거고, 일감만 확보되면 바로 가동이 되게끔 일부 설비, 보수 인원들만 남아있죠. "

이달 초 군산 시민들은 미처 완공되지도 못한 선박 2척이 울산조선소로 떠나는 장면을 눈물속에 지켜봤습니다.

언제 다시 텅빈 독에 선박이 들어와 실직의 고통속에 눈물짓는 군산을 위로해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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