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실종자 이윤희…11년의 미스터리

입력 2017.07.1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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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면 잊힌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에겐 틀린 말이다. 사건이 있던 그 날, 그 시간에 갇혀 그들은 평생을 살아간다. 내 가족이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그들에겐 희망이자 고통이다.

KBS '시사기획 창'은 11년째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2006년 전북대학교 수의대 본과 4학년 이윤희 씨의 실종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전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 권일용 경정, 경찰청 공채 1기 프로파일러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 교수와 함께 이윤희 씨 실종 사건을 원점에서 검토했다. 그리고 이 사건을 풀어갈 새로운 실마리를 발견했다.


이윤희 씨는 2006년 6월 5일 밤 수의대 동물수술 실습 종강 모임을 끝으로 실종됐다. 이화여대에서 통계와 미술을 전공하고, 전북대 수의대 본과에 편입해 졸업을 6개월 남겨둔 상태였다.

11년째 밝혀지지 않은 실종 미스터리

이 씨 실종 사건에는 많은 미스터리가 남아 있다. 이 씨는 귀가 뒤 곧바로 인터넷에 '성추행'과 '112신고'를 검색했다. 여성으로서 가장 무거울 수 있는 주제였지만 검색은 3분 만에 끝난다.


종일 입었던 옷 그대로 실종된 것도 의문이다. 그날 전주의 낮 최고 기온은 28.9도, 이 씨는 종강 모임 술자리까지 다녀온 상태였다. 이 씨의 손가방은 집 안 책상 위에 있었지만, 그 가방에 들어 있던 전화번호 수첩은 없어졌다.


이 씨가 실종 사흘 전 당한 오토바이 날치기도 미스터리다. 날치기로 잃어버린 손가방 속 휴대전화는 전북대학교에서 마지막 신호가 잡혔다. 오토바이 날치기에 이어 실종까지, 이 씨는 일반 사람이 평생 한 번 겪기도 힘든 사건을 사흘 새 모두 겪은 셈이다.

동물 수술 실습실에서 발견된 수첩

취재진은 이윤희 씨가 실종될 때 사라진 전화번호 수첩이 실종 일주일째인 6월 12일 저녁 전북대학교 동물병원 1층 수술 실습실에서 발견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윤희 씨가 수술 실습을 한 곳은 2층으로, 1층 실습실은 이윤희 씨가 평소 드나들지 않던 곳이라는 당시 경찰 수사 자료도 확인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이윤희 씨 실종의 중요한 단서인 수첩 관련 수사를 중단한다. '그 수첩이 실종 전부터 있었다'는 수의대 한 대학원생의 진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그 진술을 했다는 대학원생에게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했다. 그런데 그 대학원생은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며 "학부생인 이윤희 씨를 직접 알지 못한다"면서 "알지도 못하는 학부생이 갖고 다니던 수첩을 어떻게 알았느냐"라고 반문했다. 또 "본인이 그런 말을 한 것으로 수사 기록이 남아 있다니 난감하다"라고 주장했다. 2006년 당시 경찰 초동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실종의 진실, 전북대 안에 있다"

배상훈 교수와 권일용 전 팀장은 이윤희 씨 수첩이 전북대 동물병원 수술 실습실에서 발견된 것과 관련해 실종 사건의 진실은 결국 전북대 안에 있다고 진단했다.

배 교수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기했다. "어떤 이유에서 6월 6일 새벽 이윤희 씨가 동물수술 실습실을 찾았고, 그리고 그 수첩을 그곳에 두고 난 뒤 실종됐을 가능성과 이윤희 씨 실종에 개입된 어떤 인물이 수사에 혼선을 줄 목적 등으로 수첩을 그곳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두 가지 가능성 모두 이윤희 씨 실종에 전북대 수의대 관련 인물이 개입되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권일용 전 팀장은 또 "범죄자들의 심리적인 특성을 보면 그렇게 합리적, 체계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라며 "사건을 은폐, 위장하려는 목적이라기보다는 수첩을 범행의 흔적, 이동의 흔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진단했다.

KBS 1TV '시사기획 창'은 11년째 밝혀지지 않은 이윤희 씨 실종 사건을 심층 취재한 끝에 새로운 실마리를 제기한다. '실종자 이윤희'는 18일(화)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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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기획 창] 실종자 이윤희…11년의 미스터리
    • 입력 2017-07-17 16:58:33
    사회
'세월이 가면 잊힌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에겐 틀린 말이다. 사건이 있던 그 날, 그 시간에 갇혀 그들은 평생을 살아간다. 내 가족이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그들에겐 희망이자 고통이다.

KBS '시사기획 창'은 11년째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2006년 전북대학교 수의대 본과 4학년 이윤희 씨의 실종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전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 권일용 경정, 경찰청 공채 1기 프로파일러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 교수와 함께 이윤희 씨 실종 사건을 원점에서 검토했다. 그리고 이 사건을 풀어갈 새로운 실마리를 발견했다.


이윤희 씨는 2006년 6월 5일 밤 수의대 동물수술 실습 종강 모임을 끝으로 실종됐다. 이화여대에서 통계와 미술을 전공하고, 전북대 수의대 본과에 편입해 졸업을 6개월 남겨둔 상태였다.

11년째 밝혀지지 않은 실종 미스터리

이 씨 실종 사건에는 많은 미스터리가 남아 있다. 이 씨는 귀가 뒤 곧바로 인터넷에 '성추행'과 '112신고'를 검색했다. 여성으로서 가장 무거울 수 있는 주제였지만 검색은 3분 만에 끝난다.


종일 입었던 옷 그대로 실종된 것도 의문이다. 그날 전주의 낮 최고 기온은 28.9도, 이 씨는 종강 모임 술자리까지 다녀온 상태였다. 이 씨의 손가방은 집 안 책상 위에 있었지만, 그 가방에 들어 있던 전화번호 수첩은 없어졌다.


이 씨가 실종 사흘 전 당한 오토바이 날치기도 미스터리다. 날치기로 잃어버린 손가방 속 휴대전화는 전북대학교에서 마지막 신호가 잡혔다. 오토바이 날치기에 이어 실종까지, 이 씨는 일반 사람이 평생 한 번 겪기도 힘든 사건을 사흘 새 모두 겪은 셈이다.

동물 수술 실습실에서 발견된 수첩

취재진은 이윤희 씨가 실종될 때 사라진 전화번호 수첩이 실종 일주일째인 6월 12일 저녁 전북대학교 동물병원 1층 수술 실습실에서 발견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윤희 씨가 수술 실습을 한 곳은 2층으로, 1층 실습실은 이윤희 씨가 평소 드나들지 않던 곳이라는 당시 경찰 수사 자료도 확인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이윤희 씨 실종의 중요한 단서인 수첩 관련 수사를 중단한다. '그 수첩이 실종 전부터 있었다'는 수의대 한 대학원생의 진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그 진술을 했다는 대학원생에게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했다. 그런데 그 대학원생은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며 "학부생인 이윤희 씨를 직접 알지 못한다"면서 "알지도 못하는 학부생이 갖고 다니던 수첩을 어떻게 알았느냐"라고 반문했다. 또 "본인이 그런 말을 한 것으로 수사 기록이 남아 있다니 난감하다"라고 주장했다. 2006년 당시 경찰 초동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실종의 진실, 전북대 안에 있다"

배상훈 교수와 권일용 전 팀장은 이윤희 씨 수첩이 전북대 동물병원 수술 실습실에서 발견된 것과 관련해 실종 사건의 진실은 결국 전북대 안에 있다고 진단했다.

배 교수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기했다. "어떤 이유에서 6월 6일 새벽 이윤희 씨가 동물수술 실습실을 찾았고, 그리고 그 수첩을 그곳에 두고 난 뒤 실종됐을 가능성과 이윤희 씨 실종에 개입된 어떤 인물이 수사에 혼선을 줄 목적 등으로 수첩을 그곳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두 가지 가능성 모두 이윤희 씨 실종에 전북대 수의대 관련 인물이 개입되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권일용 전 팀장은 또 "범죄자들의 심리적인 특성을 보면 그렇게 합리적, 체계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라며 "사건을 은폐, 위장하려는 목적이라기보다는 수첩을 범행의 흔적, 이동의 흔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진단했다.

KBS 1TV '시사기획 창'은 11년째 밝혀지지 않은 이윤희 씨 실종 사건을 심층 취재한 끝에 새로운 실마리를 제기한다. '실종자 이윤희'는 18일(화)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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