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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하루 통학 시간 3시간…특수학교 설립 난항
입력 2017.07.18 (08:45) | 수정 2017.07.18 (08:46) 취재후
지역 주민에게 항의 받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지역 주민에게 항의 받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발달장애 1급인 안지현 양(19살)은 서울시 강서구에 삽니다. 서울시 구로구에 있는 특수학교에 다니는데, 집에서 학교까지 버스로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 가량을 가야 합니다. 차가 막히거나 교통 사정이 안 좋은 날엔 왕복 세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비장애 학생에게도 버거운 통학 시간입니다.

서울 지역 특수학교 재학생 4646명을 대상으로 통학 시간을 조사했습니다. 30분 미만은 52.3%(2430명), 30분~1시간은 41.8%(1943명), 1시간~2시간 3%(138명)로 조사됐습니다. 학교 가는 데 30분 이상 걸리는 학생이 절반 가까이 되는 셈입니다.

서울에는 모두 29곳의 특수학교가 있습니다. 국립 3곳, 공립 8곳, 사립이 18곳입니다. 2002년 서울 종로구에 경운학교가 생긴 뒤, 15년 동안 서울에선 특수학교를 한 곳도 더 짓지 못 하고 있습니다. 특수교육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데, 학교는 늘지 않는 상황. 원거리 통학의 문제만 있는 게 아닙니다.

대부분의 특수학교들이 정원을 훌쩍 넘는 학생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북부 지역 동천학교의 중학교 과정 학생 수는 정원 대비 132%, 강남 지역 다니엘학교는 중학교 과정 학생 수가 정원 대비 164%에 이를 정도입니다.

고육지책으로 기존 특수학교들이 학급 수를 늘리고 있습니다. 일반학교 내에 설치된 특수학급도 정원을 초과해 학생을 입학시킵니다. 일반 고등학교 특수학급은 정원은 7명인데, 정원의 두 배에 가까운 13명까지 배치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장애 학생들의 교육 환경이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특수학교 3곳 신설 계획을 세웠습니다. 강서구 옛 공진초 부지에 지적장애 학생 142명을 받을 수 있는 '서진학교'를, 서초구 옛 언남초 부지에 지체장애 학생 136명이 다닐 수 있는 '나래학교'를, 중랑구 신내동에 지적장애 학생 142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동진학교'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서진학교'는 지현 양 집에서 차로 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최대 걸림돌은 주민 반발입니다. 옛 공진초 인근 주민들은 특수학교가 아닌, 국립한방병원 유치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강서지역 공립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는 아수라장이 벌어진 끝에 결국 무산됐습니다.

강서구 주민이 아닌 장애인단체 관계자가 토론자로 나선 것에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비롯된 일입니다. 이 지역 주민들은 강서구 지역에는 이미 특수학교가 있다면서, 또다시 특수학교를 건립하는 것에는 반대하며, 특히 낙후된 강서구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한방병원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서초구에 있는 옛 언남초 부지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난 달 열린 설명회 역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무산됐습니다.

 1996년 밀알학교 공사촉구 시위 현장 1996년 밀알학교 공사촉구 시위 현장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은 지난해 동대문구에 문을 연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 1997년 설립된 강남구의 밀알학교 사례를 언급합니다. 두 곳 모두, 설립 계획이 알려짐과 동시에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습니다. 밀알학교는 100억 원 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개교 이후 학교 시설을 주민들에게 개방하거나, 주민과 학생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주민들의 편견도 서서히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특수학교 3곳이 문을 열기까지 거쳐야 할 과정이 순탄치 않을 걸로 보입니다. 갈등과 아픔을 겪으며 만들어낸 전례들이 있음에도, 현실에선 도돌이표만 보입니다. 적합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권리가, 누군가에겐 '당연'하고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은' 사회. '지옥'같은 나라를 만드는 데 우리도 일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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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7.07.18 (08:46)
    취재후
지역 주민에게 항의 받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지역 주민에게 항의 받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발달장애 1급인 안지현 양(19살)은 서울시 강서구에 삽니다. 서울시 구로구에 있는 특수학교에 다니는데, 집에서 학교까지 버스로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 가량을 가야 합니다. 차가 막히거나 교통 사정이 안 좋은 날엔 왕복 세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비장애 학생에게도 버거운 통학 시간입니다.

서울 지역 특수학교 재학생 4646명을 대상으로 통학 시간을 조사했습니다. 30분 미만은 52.3%(2430명), 30분~1시간은 41.8%(1943명), 1시간~2시간 3%(138명)로 조사됐습니다. 학교 가는 데 30분 이상 걸리는 학생이 절반 가까이 되는 셈입니다.

서울에는 모두 29곳의 특수학교가 있습니다. 국립 3곳, 공립 8곳, 사립이 18곳입니다. 2002년 서울 종로구에 경운학교가 생긴 뒤, 15년 동안 서울에선 특수학교를 한 곳도 더 짓지 못 하고 있습니다. 특수교육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데, 학교는 늘지 않는 상황. 원거리 통학의 문제만 있는 게 아닙니다.

대부분의 특수학교들이 정원을 훌쩍 넘는 학생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북부 지역 동천학교의 중학교 과정 학생 수는 정원 대비 132%, 강남 지역 다니엘학교는 중학교 과정 학생 수가 정원 대비 164%에 이를 정도입니다.

고육지책으로 기존 특수학교들이 학급 수를 늘리고 있습니다. 일반학교 내에 설치된 특수학급도 정원을 초과해 학생을 입학시킵니다. 일반 고등학교 특수학급은 정원은 7명인데, 정원의 두 배에 가까운 13명까지 배치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장애 학생들의 교육 환경이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특수학교 3곳 신설 계획을 세웠습니다. 강서구 옛 공진초 부지에 지적장애 학생 142명을 받을 수 있는 '서진학교'를, 서초구 옛 언남초 부지에 지체장애 학생 136명이 다닐 수 있는 '나래학교'를, 중랑구 신내동에 지적장애 학생 142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동진학교'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서진학교'는 지현 양 집에서 차로 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최대 걸림돌은 주민 반발입니다. 옛 공진초 인근 주민들은 특수학교가 아닌, 국립한방병원 유치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강서지역 공립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는 아수라장이 벌어진 끝에 결국 무산됐습니다.

강서구 주민이 아닌 장애인단체 관계자가 토론자로 나선 것에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비롯된 일입니다. 이 지역 주민들은 강서구 지역에는 이미 특수학교가 있다면서, 또다시 특수학교를 건립하는 것에는 반대하며, 특히 낙후된 강서구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한방병원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서초구에 있는 옛 언남초 부지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난 달 열린 설명회 역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무산됐습니다.

 1996년 밀알학교 공사촉구 시위 현장 1996년 밀알학교 공사촉구 시위 현장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은 지난해 동대문구에 문을 연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 1997년 설립된 강남구의 밀알학교 사례를 언급합니다. 두 곳 모두, 설립 계획이 알려짐과 동시에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습니다. 밀알학교는 100억 원 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개교 이후 학교 시설을 주민들에게 개방하거나, 주민과 학생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주민들의 편견도 서서히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특수학교 3곳이 문을 열기까지 거쳐야 할 과정이 순탄치 않을 걸로 보입니다. 갈등과 아픔을 겪으며 만들어낸 전례들이 있음에도, 현실에선 도돌이표만 보입니다. 적합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권리가, 누군가에겐 '당연'하고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은' 사회. '지옥'같은 나라를 만드는 데 우리도 일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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