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성욱 교수(고려대 통일외교학부) “정부, 회담 제안 통해 남북관계 채널 복원 역점” ①

입력 2017.07.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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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17년 7월 18일(화요일)
□ 출연자 : 남성욱 교수(고려대 통일외교학부)


“정부, 회담 제안 통해 남북관계 채널 복원 역점”

[윤준호] 정부가 어제 군사 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 중단을 위한 남북 군사당국 회담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북한에 공식 제의했습니다. 이번 회담 제의가 꽉 막힌 남북 관계에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될지, 국제사회에는 어떤 신호를 줄지 관심이 쏠리는데요.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남성욱 교수 연결해서 분석과 전망해 보겠습니다. 남성욱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남성욱] 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 정부가 어제 북한의 군사당국자 회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열자고 제의했는데요. 그 배경과 의미는 어떻게 보십니까?

[남성욱] 일단 6월 말에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북 관계 운전석에 앉겠다, 주도권을 쥐겠다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7월 6일날 베를린에서 베를린 구상을 발표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과 남북 대화를 주도하겠다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베를린 구상 이후에 지난 주말 15일날 북한이 반응을 보였고 그 반응에 따라서 월요일날 동시다발적인 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15일날 반응은 어떤 내용이었죠?

[남성욱] 반응이 재미있었습니다. 글자 수를 세어 보니까 8600자 정도로, 전체적으로 한 80%는 남측을 비판하는 내용이지만 20%가 긍정적이라고 정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6.15 공동선언, 10.4 선언에 관해서 전임자들과 다른 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매우 천만다행이라고 함으로써 남측과 뭔가 대화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보고 정부가 이것을 보고 득달같이 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그런데 최근 국제 사회 분위기가 미국은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고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남북 회담을 제의했습니다. EU도 대북 압박을 강화한다고 하는데요. 정부가 미국에 사전 통보했다고는 하지만 현재 대화 여건이 완전히 갖춰진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그런데도 대화를 제의한 배경은 뭐라고 보십니까?

[남성욱] 대화 여건에 관해서는 정부측의 통일부 조명균 장관도 대화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렇지만 대화 여건이 충분히 갖춰질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거죠. 대화를 통해서 여건을 후속적으로 만들어 간다는 논리로 국제 사회의 대북 강경 흐름과는 다르게 대화를 제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미국 국무부가 오늘 새벽에 한국이 대북 제의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보느냐고 질문이 들어오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대변인이 한국에 물어보라고 얘기했습니다. 일본은 지금은 대화보다는 압박을 가할 때라는 입장이고요. 한미일 공조에 안 좋거나 하지는 않겠습니까?

[남성욱] 일단 미 국무부 대변인이 한국에게 물어보라는 표현은 전반적으로 자신들이 말할 입장은 아니고 그것은 한국이 주도하고 있으니까 지켜보자는 얘기죠. 다만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와 한국이 많이 벗어나 독자적으로 운전을 해 나갈 경우 미국 입장에서는 다소 곤혹스럽겠죠. 일단 중국에 대한 제3국 기업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해 강력하게 약 10개 기업을 제재하고 있는 입장에서 한국이 노선을 이탈해서 독자적으로 단독 주행하는 것에 관해서 다소 우려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관건은, 이제 북한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 아닐까요? 군사회담은 그동안 북한이 제의해 온 바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 북한이 호응해 올 가능성이 있지 않나 하는 전망이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남성욱] 일단 북한은 군사회담에서 얻을 것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차대조표를 저희가 잠깐 정리해 보면, 북한의 가장 관심 사안은 최고 존엄인 김정은을 비난하는 확성기 방송이 비무장지대 DMZ 내에서 진행되고 있죠. 작년 1월 북한의 핵실험과 개성공단 차단 이후 저희가 가시거리, 가청거리 약 15km에서 대북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하고 있지만 1km 미만이라서 우리하고는 비교할 수 없죠. 이게 북한군의 심리 상태를 많이 흔들고 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이 확성기를 꺼야 되는 가장 중대한 시점이기 때문에 군사 회담에 호응할 가능성은 높습니다. 다만 21일날 만나서 27일날 정전 협정 64주년을 기점으로 해서 확성기를 통한 대북 적대 행위를 중단하자고 하는데 그 시점은 다소 유동적이나 아마 군사 회담은 호응해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윤준호] 혹시 우리하고 미국과 치르는 을지프리덤가디안 훈련(UFG)과 관련해서 이 부분을 축소하거나 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 역제안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남성욱] 두 가지 가능성이 있죠. 일단 21일 군사 회담에 나와서 확성기를 끄고 다음 달 UFG 훈련을 축소하는 역제안을 할 경우가 있습니다. 일단 21일 회담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계속적으로 성명 등을 통해서 UFG 훈련 축소를 주장함으로써 우리 정부를 계속 어렵게 만드는 역제안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윤준호] 우리 정부가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을 가져갈 수 있을까요? 문정인 특보는 앞서 훈련 축소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었는데요.

[남성욱] 문정인 특보의 훈련 축소는 지난번에 워싱턴에서도 논란이 됐었는데요. 청와대가 개인 의견이라는 측면으로 선을 그었습니다. 사실상 한미 연합훈련은 방어 훈련이기 때문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축소하는 것은 한미 동맹 관점에서 현재로서는 어려울 것이고요. 북한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우리가 이런 훈련 축소를 응하기에는 아직 여건, 시기가 다 적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 등은 핵과 미사일의 도발 중단이 선행되어야지만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관련해서는 지금 북한이 탈북 여종업원 12명의 송환과 김련희 씨 등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들어주기 불가능한 조건 아닙니까?

[남성욱] 어제 정부측 관계자도 군사회담의 성공 가능성은 60%이지만 적십자회담은 30%라고 해서 정부도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이 어렵다는 걸 인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4월 종업원 12명의 송환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고 국내에 입국했다가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겠다고 주장하는 김련희 씨를 맞조건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탈 주민도 우리 국민이거든요. 그래서 송환을 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이러한 조건을 수용할 경우 대북 정책 근본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요구조건을 들어주면서까지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일단은 북한이 호응해 올 수 있는 회담 하나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회담 하나 이렇게 묶어서 제의한 것인데요.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북한이 곧바로 제안에 응하지 않아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끈질기게 우리 제안들을 실현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데 우리가 실현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 간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요?

[남성욱] 굉장히 어려운 표현이죠. 회담이라는 게 박수 소리가 나려면 맞장구를 쳐야 하는데 북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안 나올 경우 정부가 난처하죠. 당국 간 회담을 했는데 한쪽에서 묵살하거나 거절하는데도 계속 회담을 하자고 하는 것은 조금 위상에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이 회담 물꼬를 트는 데 있어서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고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번 회담 제안이 성사되지 않으면 또다시 8.15를 중심으로 해서 회담을 제안하고 될 때까지 계속 제안하겠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윤준호] 그러니까 북한을 상대로 우리 정부가 조건이 갖춰지면 대화를 하는 게 아니고 대화를 통해서라도 조건을 만들어 가겠다는 절박한 표현인 것 같은데요. 결국은 이 부분이 큰 틀에서 핵과 미사일은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하고 경협이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들은 남북 간 대화를 통해서 하겠다, 이건 오히려 북한의 전력대로 우리가 끌려가는 것 아닐까요?

[남성욱] 정부는 기본적으로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운전석에 앉아서 우리가 운전을 하겠다, 그래서 핵과 미사일은 북한과 미국 간의 문제로 북한이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가 일종의 주도권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기여하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우리의 요구대로 과연 갈 것인가 하는 것은 미지수죠. 여전히 ICBM 발사를 하면서 워싱턴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회담 재개가 북한 입장에서는 무엇을 얻어내는 회담이라면 어느 정도 하겠지만 근본적인 문제, 핵과 미사일의 문제는 남측 상대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 남측 입장에서는 경제협력이라든가 기본적인 북한의 지원 성격의 회담을 계속 요구한다면 그건 어느 수준에서 받아들이지만 그 이상은 안 된다는 것이 평양의 입장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북한의 전략에 맞춰가는 측면이 여러 가지 경계할 점이 있다고 보입니다.

[윤준호]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일부에서 지적하듯이 통미북남 또는 선미후남 이런 북한의 전략인데요. 이 부분을 우리가 어떻게 타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남성욱] 김정일의 북한과 김정은의 북한이 차이가 있습니다. 김정일의 북한은 핵무기가 아직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남북 간 회담을 통해서 문제를 풀고 긴장을 완화하려는 측면이 분명히 있었습니다마는 김정은 체제 들어와서 세 차례 핵실험과 열 차례 이상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면서 북한은 미국과 대등한 협상 관계를 요구하고 있고 한국은 아직 협상 상대로 인정하고 있지 않는 것이 지난 15일 담화를 가늠하는 그런 내용들입니다. 이제 우리 입장에서 과연 북한이 우리와 협상을 정식으로 할 것인지, 이런 기본적인 틀에 대해서 교통정리를 해야 되는 어려운 시점에 와 있습니다.

[윤준호] 정부는 이번에 회담 제의를 하면서 그동안에는 북한과 통신선 또는 연락선을 가지고 이야기했지만 이번에는 언론에 이걸 공표하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리고 대신 군사 당국회담의 답변은 서해지구 군 통신선 그리고 적십자회담의 답변은 판문점 남북적십자연락사무소로 회신해 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만약에 어느 하나라도 다시 끊어진 연락선이 회복된다면 그것 자체로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겠죠?

[남성욱] 네. 정부 입장은 아무래도 연락 채널을 복원하는 데 가장 큰 방점을 찍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팩스까지 남북 간에는 한 6개 정도의 통신선이 있습니다. 작년 핵실험 이후 전반적으로 다 중단되고 있습니다. 어제 정부는 답변을 서해 군 통신선으로 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통신선이 복원되는 의미이고 그것이 성과라는 것이 정부측의 입장인 것 같습니다. 어제도 사실 우리가 언론을 통해서 제안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거든요. 문서를 전달한 것도 아니고요. 통신의 차단이라는 것은 남북 관계 안정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못하고 회담의 답변을 이렇게 통신선을 통해 하면서 남북 관계 채널을 복원한다는 데 최대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북한의 반응을 한번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성욱] 네, 감사합니다.

[윤준호] 지금까지 고려대 통일외교학부의 남성욱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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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남성욱 교수(고려대 통일외교학부) “정부, 회담 제안 통해 남북관계 채널 복원 역점” ①
    • 입력 2017-07-18 10:50:11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
□ 방송일시 : 2017년 7월 18일(화요일)
□ 출연자 : 남성욱 교수(고려대 통일외교학부)


“정부, 회담 제안 통해 남북관계 채널 복원 역점”

[윤준호] 정부가 어제 군사 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 중단을 위한 남북 군사당국 회담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북한에 공식 제의했습니다. 이번 회담 제의가 꽉 막힌 남북 관계에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될지, 국제사회에는 어떤 신호를 줄지 관심이 쏠리는데요.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남성욱 교수 연결해서 분석과 전망해 보겠습니다. 남성욱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남성욱] 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 정부가 어제 북한의 군사당국자 회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열자고 제의했는데요. 그 배경과 의미는 어떻게 보십니까?

[남성욱] 일단 6월 말에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북 관계 운전석에 앉겠다, 주도권을 쥐겠다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7월 6일날 베를린에서 베를린 구상을 발표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과 남북 대화를 주도하겠다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베를린 구상 이후에 지난 주말 15일날 북한이 반응을 보였고 그 반응에 따라서 월요일날 동시다발적인 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15일날 반응은 어떤 내용이었죠?

[남성욱] 반응이 재미있었습니다. 글자 수를 세어 보니까 8600자 정도로, 전체적으로 한 80%는 남측을 비판하는 내용이지만 20%가 긍정적이라고 정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6.15 공동선언, 10.4 선언에 관해서 전임자들과 다른 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매우 천만다행이라고 함으로써 남측과 뭔가 대화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보고 정부가 이것을 보고 득달같이 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그런데 최근 국제 사회 분위기가 미국은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고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남북 회담을 제의했습니다. EU도 대북 압박을 강화한다고 하는데요. 정부가 미국에 사전 통보했다고는 하지만 현재 대화 여건이 완전히 갖춰진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그런데도 대화를 제의한 배경은 뭐라고 보십니까?

[남성욱] 대화 여건에 관해서는 정부측의 통일부 조명균 장관도 대화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렇지만 대화 여건이 충분히 갖춰질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거죠. 대화를 통해서 여건을 후속적으로 만들어 간다는 논리로 국제 사회의 대북 강경 흐름과는 다르게 대화를 제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미국 국무부가 오늘 새벽에 한국이 대북 제의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보느냐고 질문이 들어오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대변인이 한국에 물어보라고 얘기했습니다. 일본은 지금은 대화보다는 압박을 가할 때라는 입장이고요. 한미일 공조에 안 좋거나 하지는 않겠습니까?

[남성욱] 일단 미 국무부 대변인이 한국에게 물어보라는 표현은 전반적으로 자신들이 말할 입장은 아니고 그것은 한국이 주도하고 있으니까 지켜보자는 얘기죠. 다만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와 한국이 많이 벗어나 독자적으로 운전을 해 나갈 경우 미국 입장에서는 다소 곤혹스럽겠죠. 일단 중국에 대한 제3국 기업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해 강력하게 약 10개 기업을 제재하고 있는 입장에서 한국이 노선을 이탈해서 독자적으로 단독 주행하는 것에 관해서 다소 우려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관건은, 이제 북한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 아닐까요? 군사회담은 그동안 북한이 제의해 온 바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 북한이 호응해 올 가능성이 있지 않나 하는 전망이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남성욱] 일단 북한은 군사회담에서 얻을 것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차대조표를 저희가 잠깐 정리해 보면, 북한의 가장 관심 사안은 최고 존엄인 김정은을 비난하는 확성기 방송이 비무장지대 DMZ 내에서 진행되고 있죠. 작년 1월 북한의 핵실험과 개성공단 차단 이후 저희가 가시거리, 가청거리 약 15km에서 대북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하고 있지만 1km 미만이라서 우리하고는 비교할 수 없죠. 이게 북한군의 심리 상태를 많이 흔들고 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이 확성기를 꺼야 되는 가장 중대한 시점이기 때문에 군사 회담에 호응할 가능성은 높습니다. 다만 21일날 만나서 27일날 정전 협정 64주년을 기점으로 해서 확성기를 통한 대북 적대 행위를 중단하자고 하는데 그 시점은 다소 유동적이나 아마 군사 회담은 호응해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윤준호] 혹시 우리하고 미국과 치르는 을지프리덤가디안 훈련(UFG)과 관련해서 이 부분을 축소하거나 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 역제안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남성욱] 두 가지 가능성이 있죠. 일단 21일 군사 회담에 나와서 확성기를 끄고 다음 달 UFG 훈련을 축소하는 역제안을 할 경우가 있습니다. 일단 21일 회담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계속적으로 성명 등을 통해서 UFG 훈련 축소를 주장함으로써 우리 정부를 계속 어렵게 만드는 역제안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윤준호] 우리 정부가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을 가져갈 수 있을까요? 문정인 특보는 앞서 훈련 축소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었는데요.

[남성욱] 문정인 특보의 훈련 축소는 지난번에 워싱턴에서도 논란이 됐었는데요. 청와대가 개인 의견이라는 측면으로 선을 그었습니다. 사실상 한미 연합훈련은 방어 훈련이기 때문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축소하는 것은 한미 동맹 관점에서 현재로서는 어려울 것이고요. 북한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우리가 이런 훈련 축소를 응하기에는 아직 여건, 시기가 다 적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 등은 핵과 미사일의 도발 중단이 선행되어야지만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관련해서는 지금 북한이 탈북 여종업원 12명의 송환과 김련희 씨 등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들어주기 불가능한 조건 아닙니까?

[남성욱] 어제 정부측 관계자도 군사회담의 성공 가능성은 60%이지만 적십자회담은 30%라고 해서 정부도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이 어렵다는 걸 인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4월 종업원 12명의 송환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고 국내에 입국했다가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겠다고 주장하는 김련희 씨를 맞조건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탈 주민도 우리 국민이거든요. 그래서 송환을 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이러한 조건을 수용할 경우 대북 정책 근본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요구조건을 들어주면서까지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일단은 북한이 호응해 올 수 있는 회담 하나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회담 하나 이렇게 묶어서 제의한 것인데요.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북한이 곧바로 제안에 응하지 않아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끈질기게 우리 제안들을 실현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데 우리가 실현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 간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요?

[남성욱] 굉장히 어려운 표현이죠. 회담이라는 게 박수 소리가 나려면 맞장구를 쳐야 하는데 북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안 나올 경우 정부가 난처하죠. 당국 간 회담을 했는데 한쪽에서 묵살하거나 거절하는데도 계속 회담을 하자고 하는 것은 조금 위상에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이 회담 물꼬를 트는 데 있어서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고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번 회담 제안이 성사되지 않으면 또다시 8.15를 중심으로 해서 회담을 제안하고 될 때까지 계속 제안하겠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윤준호] 그러니까 북한을 상대로 우리 정부가 조건이 갖춰지면 대화를 하는 게 아니고 대화를 통해서라도 조건을 만들어 가겠다는 절박한 표현인 것 같은데요. 결국은 이 부분이 큰 틀에서 핵과 미사일은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하고 경협이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들은 남북 간 대화를 통해서 하겠다, 이건 오히려 북한의 전력대로 우리가 끌려가는 것 아닐까요?

[남성욱] 정부는 기본적으로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운전석에 앉아서 우리가 운전을 하겠다, 그래서 핵과 미사일은 북한과 미국 간의 문제로 북한이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가 일종의 주도권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기여하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우리의 요구대로 과연 갈 것인가 하는 것은 미지수죠. 여전히 ICBM 발사를 하면서 워싱턴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회담 재개가 북한 입장에서는 무엇을 얻어내는 회담이라면 어느 정도 하겠지만 근본적인 문제, 핵과 미사일의 문제는 남측 상대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 남측 입장에서는 경제협력이라든가 기본적인 북한의 지원 성격의 회담을 계속 요구한다면 그건 어느 수준에서 받아들이지만 그 이상은 안 된다는 것이 평양의 입장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북한의 전략에 맞춰가는 측면이 여러 가지 경계할 점이 있다고 보입니다.

[윤준호]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일부에서 지적하듯이 통미북남 또는 선미후남 이런 북한의 전략인데요. 이 부분을 우리가 어떻게 타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남성욱] 김정일의 북한과 김정은의 북한이 차이가 있습니다. 김정일의 북한은 핵무기가 아직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남북 간 회담을 통해서 문제를 풀고 긴장을 완화하려는 측면이 분명히 있었습니다마는 김정은 체제 들어와서 세 차례 핵실험과 열 차례 이상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면서 북한은 미국과 대등한 협상 관계를 요구하고 있고 한국은 아직 협상 상대로 인정하고 있지 않는 것이 지난 15일 담화를 가늠하는 그런 내용들입니다. 이제 우리 입장에서 과연 북한이 우리와 협상을 정식으로 할 것인지, 이런 기본적인 틀에 대해서 교통정리를 해야 되는 어려운 시점에 와 있습니다.

[윤준호] 정부는 이번에 회담 제의를 하면서 그동안에는 북한과 통신선 또는 연락선을 가지고 이야기했지만 이번에는 언론에 이걸 공표하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리고 대신 군사 당국회담의 답변은 서해지구 군 통신선 그리고 적십자회담의 답변은 판문점 남북적십자연락사무소로 회신해 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만약에 어느 하나라도 다시 끊어진 연락선이 회복된다면 그것 자체로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겠죠?

[남성욱] 네. 정부 입장은 아무래도 연락 채널을 복원하는 데 가장 큰 방점을 찍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팩스까지 남북 간에는 한 6개 정도의 통신선이 있습니다. 작년 핵실험 이후 전반적으로 다 중단되고 있습니다. 어제 정부는 답변을 서해 군 통신선으로 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통신선이 복원되는 의미이고 그것이 성과라는 것이 정부측의 입장인 것 같습니다. 어제도 사실 우리가 언론을 통해서 제안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거든요. 문서를 전달한 것도 아니고요. 통신의 차단이라는 것은 남북 관계 안정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못하고 회담의 답변을 이렇게 통신선을 통해 하면서 남북 관계 채널을 복원한다는 데 최대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북한의 반응을 한번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성욱] 네, 감사합니다.

[윤준호] 지금까지 고려대 통일외교학부의 남성욱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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