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정신 병원 탈출하다 부상’…병원 과실은 ?

입력 2017.07.2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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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 ‘정신 병원 탈출하다 부상’…병원 과실은 ?

[사사건건] ‘정신 병원 탈출하다 부상’…병원 과실은 ?

"죽을 것 같으니 이곳에서 나가게 해달라".. 병원 4층에서 탈출한 조현병 환자 하반신 마비

지난 2013년 11월, 조현병 증세를 보이던 송 씨를 우려한 가족은 송 씨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정신 질환을 치료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송 씨를 주변에서 주의 깊게 살펴줄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폭력적인 성향을 동반하는 조현병 특성상 병원의 보호가 절실했다.

입원한 송 씨는 더욱 심각한 조현병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함께 병실을 쓰는 환자들을 때리거나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심한 불안증세를 보였다. "죽을 것 같으니 살려달라, 이곳을 나가게 해달라" 고 자주 호소했다.

병원 측은 송 씨의 증세를 단순한 조현병 증상으로 파악하고 약물치료와 상담 등을 병행했다. 송 씨는 결국 입원한 지 9달 만에 병원을 탈출했다. 4층 병실 창문을 열고 나가려다 두 다리가 완전히 마비된 것이다.

송 씨의 다리가 마비된 뒤 송 씨 측은 서울남부지법에 민사 소송을 냈다. 병원 측이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지 않고 창문에 잠금장치나 보호 철망 등을 설치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4억 4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법원, "병원이라면 환자 안전을 지키고 보살펴야 할 의무가 있다"

대부분의 정신 병동은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비 설비가 의무다. 환자들이 다칠 수 있는 딱딱한 물건이나 날카로운 물건 등이 안전 장비 설치 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24시간 병실 안에서 감호 받는 환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탈출에 대비한 안전 장비도 해놔야 한다.

어떤 병원은 아예 야외를 볼 수 없게 창문에 차단막을 설치해 놓거나 창문을 잠가놓는다. 바깥 창문이 열리더라도 환자가 빠져나올 수 없도록 의료진들의 면밀한 주의도 필수다. 그러나 송 씨의 경우는 탈출에 대비한 병원 안전장비도, 의료진의 주의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2부(문수생 부장판사)는 송 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송 씨의 손을 들어줬다. 병원과 의료진의 과실을 일부 인정해 1심에서 2억 7천469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재판부는 "조현병 환자를 입원 치료한 정신병원은 환자가 병실 창문을 통해 탈출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설비를 갖추고 간호사 등이 환자를 주의 깊게 살피도록 조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병원 측은 "송 씨의 탈출 시도는 예상할 수 없던 이례적인 일"이라며 항소를 예고했지만, 병원 측 과실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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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0 11:11:08
    사사건건
"죽을 것 같으니 이곳에서 나가게 해달라".. 병원 4층에서 탈출한 조현병 환자 하반신 마비

지난 2013년 11월, 조현병 증세를 보이던 송 씨를 우려한 가족은 송 씨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정신 질환을 치료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송 씨를 주변에서 주의 깊게 살펴줄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폭력적인 성향을 동반하는 조현병 특성상 병원의 보호가 절실했다.

입원한 송 씨는 더욱 심각한 조현병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함께 병실을 쓰는 환자들을 때리거나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심한 불안증세를 보였다. "죽을 것 같으니 살려달라, 이곳을 나가게 해달라" 고 자주 호소했다.

병원 측은 송 씨의 증세를 단순한 조현병 증상으로 파악하고 약물치료와 상담 등을 병행했다. 송 씨는 결국 입원한 지 9달 만에 병원을 탈출했다. 4층 병실 창문을 열고 나가려다 두 다리가 완전히 마비된 것이다.

송 씨의 다리가 마비된 뒤 송 씨 측은 서울남부지법에 민사 소송을 냈다. 병원 측이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지 않고 창문에 잠금장치나 보호 철망 등을 설치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4억 4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법원, "병원이라면 환자 안전을 지키고 보살펴야 할 의무가 있다"

대부분의 정신 병동은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비 설비가 의무다. 환자들이 다칠 수 있는 딱딱한 물건이나 날카로운 물건 등이 안전 장비 설치 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24시간 병실 안에서 감호 받는 환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탈출에 대비한 안전 장비도 해놔야 한다.

어떤 병원은 아예 야외를 볼 수 없게 창문에 차단막을 설치해 놓거나 창문을 잠가놓는다. 바깥 창문이 열리더라도 환자가 빠져나올 수 없도록 의료진들의 면밀한 주의도 필수다. 그러나 송 씨의 경우는 탈출에 대비한 병원 안전장비도, 의료진의 주의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2부(문수생 부장판사)는 송 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송 씨의 손을 들어줬다. 병원과 의료진의 과실을 일부 인정해 1심에서 2억 7천469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재판부는 "조현병 환자를 입원 치료한 정신병원은 환자가 병실 창문을 통해 탈출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설비를 갖추고 간호사 등이 환자를 주의 깊게 살피도록 조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병원 측은 "송 씨의 탈출 시도는 예상할 수 없던 이례적인 일"이라며 항소를 예고했지만, 병원 측 과실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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