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죽이려다 아내까지 죽인 남자 이야기

입력 2017.07.21 (08:03) 수정 2017.07.2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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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추리소설의 계절이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요즘, 더위를 식히는 방법으로 추리소설을 읽는 것은 어떨까.

많은 사람이 추리소설 하면 떠오르는 인물로 '셜록 홈스'를 쓴 코난 도일이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쓴 애거서 크리스티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추리소설이 있기까지는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역할이 컸다.


1841년 '모르그 가의 살인'을 발표한 에드거 앨런 포는 추리문학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추리 소설과 탐정소설 장르의 기틀을 잡은 인물로도 꼽힌다. 불가해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탐정'의 전형을 만들고, 논리적으로 추론해 나가는 구조를 에드거 앨런 포가 처음으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흔한 소재가 되어버린 '탐정'이지만 당시 그러한 직업조차 없던 시절, 그는 탐정이란 존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가 만들어낸 뒤팽이라는 인물이 없었더라면 결코 '셜록 홈즈 시리즈'나 '아르센 뤼팽 전집'은 쓰여지지 않았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코난도일, 애거서 크리스티, 스티븐 킹, 히가시노 게이고 등 잘나가는 추리작가 중 에드거 앨런 포의 영향을 안 받은 작가가 없다. 미국추리작가협회상(MWA: Mystery Writers of America)의 이름이 '에드거 상'인 이유이기도 하다.


추리소설의 대부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을 KBS 1TV '서가식당'(22일, 토요일 밤 11시 20분)에서 다룬다.


온화한 성격에 동물을 아주 좋아하던 평범한 남자가 술에 점점 중독되면서, 알 수 없는 심경의 변화로 기르던 검은 고양이 '플루토'를 나뭇가지에 매달아 죽이게 된다.

그런데 무슨 생각에서인지 이 남자는 술집에서 자신이 죽인 플루토와 닮은 고양이를 발견하자, 그 고양이를 데려와 또 기르기 시작한다. 결국 이 남자는 두 번째 고양이도 도끼로 죽이려다 실수로 아내까지 죽이게 된다.

"나는 악마보다 더한 분노에 휩싸여 그만 아내의 손을 뿌리치고 그녀의 머리에 도끼를 박아 넣었다."


아내의 시신을 지하실 벽에 감춰버리자 기르던 고양이도 사라졌다. 아내가 사라지자 마을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하고, 이윽고 경찰이 집을 방문한다. 남자는 집에 아무것도 없다며 아내의 시신이 감춰져 있는 지하실 벽을 두들기게 되고, 벽 안에서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남자의 범행이 탄로 나게 된다.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작 '검은 고양이'의 줄거리다.

검은 고양이 공포 코드의 비밀


소설 속 주인공은 왜 아끼던 고양이를 죽이게 됐을까.

판사 출신 추리소설 작가인 도진기 작가는 "주인공이 광기에 어느 정도 사로잡힌 인물이라는 설정 하에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라며 "고양이를 좋아하는 마음과 싫어하고 끔찍해 하는 마음이 계속 교차하다가 어떤 순간 광기가 불쑥불쑥 출몰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도 작가는 "이는 작가의 경험담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에드거 앨런 포는 고양이를 키웠다. 도 작가는 "'포의 아내가 죽었을 때 포의 외투와 고양이밖에 없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포가 고양이에 대해 느꼈던 복잡한 느낌들을 이 소설에 녹여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은 "'딱히 싫은 것도 아니고 좋아하고 예뻐했는데 자신에게 추근대는 고양이가 미워지기 시작했다'는 부분을 보면 주인공이 고양이에게 근본을 알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장면임을 알 수 있다"라며 "작가는 주인공 내면 깊숙이 잠재된 악을 움직이게 하면서 공포의 감정을 끌어 올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플루토를 죽인 뒤 왜 또 고양이를 데리고 왔을까.

김태훈은 "첫 번째 죽은 고양이 '플루토'에 비밀이 있는 것 같다"라며 "고양이가 아니고 개였으면 우리가 이렇게 무서워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양에서는 검은 고양이를 망자와 산자를 맺어주는 존재인 영매로 생각해왔다. 즉, 주인공은 이 고양이를 키우면서 점점 고양이의 실체를 알게 돼 고양이를 두려워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우 권해효는 "작가가 이미 고양이의 이름에 작가의 의도를 밝혔다"라며 "플루토는 '저승의 지배자, 지옥의 왕'을 의미한다. 주인공이 두 번째 고양이를 데려간 게 아니라, 두 번째 고양이가 술집에서 주인공에게 자신을 데리고 가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도 작가는 "이 사건은 현실의 인과관계로도, 또 검은 고양이의 초자연적인 저주로도 해석할 수 있다"라며 "이것이 에드거 앨런 포 작품의 묘미"라고 설명했다. 괴물, 귀신이 나오거나 현실의 스릴러도 아니지만 두 부분이 교묘하게 교차하는 모호한 진상 안에서 공포심이 오랫동안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에드거 앨런 포는 아는 장소, 아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이지만 정작 내 안의 감정을 알 수 없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정해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를 다룬다. 주인공이 고양이에 대해 느끼는 내면의 이상한 광기가 우리를 공포에 빠트리는 것이다. 인간의 근원적인 모습을 들여다보며 자아 성찰적인 공포를 보여주는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이 SF, 판타지, 추리, 공포 문학 등의 원조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독(讀)한 서재'


도진기 작가는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과 함께 읽어볼 만한 책으로 '악의'를 꼽았다. "일본의 추리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는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추리하는 소설로 한 여름밤에 서늘한 공포까지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김홍민 추리소설 마니아 추천도서는 줄리언 시먼스가 쓴 '블러디 머더'를 추천했다. 김홍민 씨는 "현재까지 집필된 거의 모든 추리소설을 다루고 있는 책으로 내가 어느 정도 추리소설 읽었다 싶으면 도전해볼 만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한여름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에드거 앨런 포 작품의 뒷이야기는 '서가식당'에서 자세히 공개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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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죽이려다 아내까지 죽인 남자 이야기
    • 입력 2017-07-21 08:03:04
    • 수정2017-07-21 13: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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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추리소설의 계절이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요즘, 더위를 식히는 방법으로 추리소설을 읽는 것은 어떨까.

많은 사람이 추리소설 하면 떠오르는 인물로 '셜록 홈스'를 쓴 코난 도일이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쓴 애거서 크리스티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추리소설이 있기까지는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역할이 컸다.


1841년 '모르그 가의 살인'을 발표한 에드거 앨런 포는 추리문학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추리 소설과 탐정소설 장르의 기틀을 잡은 인물로도 꼽힌다. 불가해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탐정'의 전형을 만들고, 논리적으로 추론해 나가는 구조를 에드거 앨런 포가 처음으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흔한 소재가 되어버린 '탐정'이지만 당시 그러한 직업조차 없던 시절, 그는 탐정이란 존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가 만들어낸 뒤팽이라는 인물이 없었더라면 결코 '셜록 홈즈 시리즈'나 '아르센 뤼팽 전집'은 쓰여지지 않았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코난도일, 애거서 크리스티, 스티븐 킹, 히가시노 게이고 등 잘나가는 추리작가 중 에드거 앨런 포의 영향을 안 받은 작가가 없다. 미국추리작가협회상(MWA: Mystery Writers of America)의 이름이 '에드거 상'인 이유이기도 하다.


추리소설의 대부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을 KBS 1TV '서가식당'(22일, 토요일 밤 11시 20분)에서 다룬다.


온화한 성격에 동물을 아주 좋아하던 평범한 남자가 술에 점점 중독되면서, 알 수 없는 심경의 변화로 기르던 검은 고양이 '플루토'를 나뭇가지에 매달아 죽이게 된다.

그런데 무슨 생각에서인지 이 남자는 술집에서 자신이 죽인 플루토와 닮은 고양이를 발견하자, 그 고양이를 데려와 또 기르기 시작한다. 결국 이 남자는 두 번째 고양이도 도끼로 죽이려다 실수로 아내까지 죽이게 된다.

"나는 악마보다 더한 분노에 휩싸여 그만 아내의 손을 뿌리치고 그녀의 머리에 도끼를 박아 넣었다."


아내의 시신을 지하실 벽에 감춰버리자 기르던 고양이도 사라졌다. 아내가 사라지자 마을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하고, 이윽고 경찰이 집을 방문한다. 남자는 집에 아무것도 없다며 아내의 시신이 감춰져 있는 지하실 벽을 두들기게 되고, 벽 안에서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남자의 범행이 탄로 나게 된다.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작 '검은 고양이'의 줄거리다.

검은 고양이 공포 코드의 비밀


소설 속 주인공은 왜 아끼던 고양이를 죽이게 됐을까.

판사 출신 추리소설 작가인 도진기 작가는 "주인공이 광기에 어느 정도 사로잡힌 인물이라는 설정 하에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라며 "고양이를 좋아하는 마음과 싫어하고 끔찍해 하는 마음이 계속 교차하다가 어떤 순간 광기가 불쑥불쑥 출몰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도 작가는 "이는 작가의 경험담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에드거 앨런 포는 고양이를 키웠다. 도 작가는 "'포의 아내가 죽었을 때 포의 외투와 고양이밖에 없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포가 고양이에 대해 느꼈던 복잡한 느낌들을 이 소설에 녹여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은 "'딱히 싫은 것도 아니고 좋아하고 예뻐했는데 자신에게 추근대는 고양이가 미워지기 시작했다'는 부분을 보면 주인공이 고양이에게 근본을 알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장면임을 알 수 있다"라며 "작가는 주인공 내면 깊숙이 잠재된 악을 움직이게 하면서 공포의 감정을 끌어 올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플루토를 죽인 뒤 왜 또 고양이를 데리고 왔을까.

김태훈은 "첫 번째 죽은 고양이 '플루토'에 비밀이 있는 것 같다"라며 "고양이가 아니고 개였으면 우리가 이렇게 무서워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양에서는 검은 고양이를 망자와 산자를 맺어주는 존재인 영매로 생각해왔다. 즉, 주인공은 이 고양이를 키우면서 점점 고양이의 실체를 알게 돼 고양이를 두려워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우 권해효는 "작가가 이미 고양이의 이름에 작가의 의도를 밝혔다"라며 "플루토는 '저승의 지배자, 지옥의 왕'을 의미한다. 주인공이 두 번째 고양이를 데려간 게 아니라, 두 번째 고양이가 술집에서 주인공에게 자신을 데리고 가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도 작가는 "이 사건은 현실의 인과관계로도, 또 검은 고양이의 초자연적인 저주로도 해석할 수 있다"라며 "이것이 에드거 앨런 포 작품의 묘미"라고 설명했다. 괴물, 귀신이 나오거나 현실의 스릴러도 아니지만 두 부분이 교묘하게 교차하는 모호한 진상 안에서 공포심이 오랫동안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에드거 앨런 포는 아는 장소, 아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이지만 정작 내 안의 감정을 알 수 없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정해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를 다룬다. 주인공이 고양이에 대해 느끼는 내면의 이상한 광기가 우리를 공포에 빠트리는 것이다. 인간의 근원적인 모습을 들여다보며 자아 성찰적인 공포를 보여주는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이 SF, 판타지, 추리, 공포 문학 등의 원조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독(讀)한 서재'


도진기 작가는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과 함께 읽어볼 만한 책으로 '악의'를 꼽았다. "일본의 추리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는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추리하는 소설로 한 여름밤에 서늘한 공포까지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김홍민 추리소설 마니아 추천도서는 줄리언 시먼스가 쓴 '블러디 머더'를 추천했다. 김홍민 씨는 "현재까지 집필된 거의 모든 추리소설을 다루고 있는 책으로 내가 어느 정도 추리소설 읽었다 싶으면 도전해볼 만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한여름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에드거 앨런 포 작품의 뒷이야기는 '서가식당'에서 자세히 공개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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