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사랑 아닌 엄연한 폭력…‘데이트 폭력’ 처벌은?

입력 2017.07.2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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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 사랑 아닌 엄연한 폭력…‘데이트 폭력’ 처벌은?

[사사건건] 사랑 아닌 엄연한 폭력…‘데이트 폭력’ 처벌은?

지난 18일 새벽, 서울시 중구에서 일어난 데이트 폭력이 담긴 CCTV 영상지난 18일 새벽, 서울시 중구에서 일어난 데이트 폭력이 담긴 CCTV 영상

지난 18일 새벽, 서울시 중구 약수동의 한 거리. 손모(22) 씨가 술에 취한 채 여자친구를 때리기 시작했다. 사귄 지 1년이 넘은 연인 사이, 나흘 만에 만나는 날이었다. 술에 취한 손 씨가 무차별적으로 여자친구에 주먹질, 발길질을 했고 여자친구가 쓰러져도 다시 일으켜 세워 내동댕이치는 모습이 그대로 CCTV에 찍혔다. 동갑내기여서 평소 욕설을 주고받았던 것이 마음에 쌓여 폭행을 저질렀다고 손 씨는 말했다.

지난해 2월, 대구시 달서구에서 일어난 데이트폭력 CCTV 영상지난해 2월, 대구시 달서구에서 일어난 데이트폭력 CCTV 영상

피해 여성은 치아 5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여자친구는 손 씨와 이미 헤어진 사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인이었거나 연인인 사이에 행해지는 폭력인 '데이트 폭력'이다. 데이트 폭력은 과거에도 이미 조명된 적이 많다. 지난해 2월에는 대구시 달서구에서 여자친구의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해 남성이 차를 몰고 가게로 돌진해 둔기로 위협한 일도 있었다.

지난 1월 서울시 강남구에서는 한 여성이 남자 친구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풀려나 다시 폭행을 당한 일이 있었다. 혼수 상태에 빠진 여성은 끝내 숨졌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데이트 폭력' 정의에 따라 언어적 폭력과 집착, 감금 등까지 포함하면 데이트폭력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트폭력' 가해자들 살펴보니...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입건된 데이트 폭력 건수만 해도 8천3백여 건이다. 2014년 6천6백여 건에서 2015년 7천6백 건을 넘는등 매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데이트 폭력과 관련해 구속된 사람도 449명에 달한다.

지난해 경찰에 검거된 가해자들을 분석해보면 20~30대가 58.3%로 가장 많았고 45~50대도 34.8%를 차지했다. 폭행 등 전과를 가진 가해자가 전체의 62.3%를 차지했다. 경찰청 형사정책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2011년부터 5년 동안 가해자들의 76.5%가 전과자로 확인됐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데이트 폭력'도 폭력인만큼 한 번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아직 제도적 보호가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은 만큼 피해자는 폭력을 당하면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격적인 성향을 평소에 과하게 비치거나 연인에 대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를 하려는 성향이 보인다면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데이트폭력' 처벌은?

앞서 말한대로 우리나라의 데이트 폭력 관련한 법 규정은 미비한 상태다. 경찰은 앞서 112 신고시스템에 '데이트폭력' 코드를 추가하고, 데이트폭력 가해자에 대해 서면 경고장도 발부하는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 현장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할 권한은 없다. 경찰 재량으로 가해자를 격리할 수 있도록 한 가정폭력방지법은 법률상 가족 관계인 경우에만 적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폭력 정도에 따라 폭행죄 등이 적용돼 처벌받는다. 폭력과정에서 물건이 파손됐다면 재물손괴죄 정도만 적용하고 스토킹으로 신고를 한다고 해도 가해자에게 10만원 원 이하 범칙금만 부여된다.

영국은 연인에게 폭행당해 숨진 클레어 사건을 계기로 연인관계라도 상대방의 폭력 전과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한 '클레어법'이 마련돼 있다. 미국도 '여성폭력방지법'을 통해 가해자 의무 체포와 격리 조치 등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2월 경찰이 가해자를 격리 할 수있는 등 조치를 담은 ‘데이트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을 발의됐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의조차 되지 못한 채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데이트 폭력이라는 단어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엄연한 범죄인 무차별적인 폭력이 사랑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나는 다툼 내지는 싸움 정도로 인식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사랑하니까 그럴 수 있다', '연인에게 맞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식의 인식은 데이트폭력을 부추길 뿐이다. 지난 5년 동안 데이트 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23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해 46명 정도다. 법 제정으로 데이트폭력 가해자들을 엄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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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사건건] 사랑 아닌 엄연한 폭력…‘데이트 폭력’ 처벌은?
    • 입력 2017-07-21 13:08:25
    사사건건
지난 18일 새벽, 서울시 중구에서 일어난 데이트 폭력이 담긴 CCTV 영상
지난 18일 새벽, 서울시 중구 약수동의 한 거리. 손모(22) 씨가 술에 취한 채 여자친구를 때리기 시작했다. 사귄 지 1년이 넘은 연인 사이, 나흘 만에 만나는 날이었다. 술에 취한 손 씨가 무차별적으로 여자친구에 주먹질, 발길질을 했고 여자친구가 쓰러져도 다시 일으켜 세워 내동댕이치는 모습이 그대로 CCTV에 찍혔다. 동갑내기여서 평소 욕설을 주고받았던 것이 마음에 쌓여 폭행을 저질렀다고 손 씨는 말했다.

지난해 2월, 대구시 달서구에서 일어난 데이트폭력 CCTV 영상
피해 여성은 치아 5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여자친구는 손 씨와 이미 헤어진 사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인이었거나 연인인 사이에 행해지는 폭력인 '데이트 폭력'이다. 데이트 폭력은 과거에도 이미 조명된 적이 많다. 지난해 2월에는 대구시 달서구에서 여자친구의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해 남성이 차를 몰고 가게로 돌진해 둔기로 위협한 일도 있었다.

지난 1월 서울시 강남구에서는 한 여성이 남자 친구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풀려나 다시 폭행을 당한 일이 있었다. 혼수 상태에 빠진 여성은 끝내 숨졌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데이트 폭력' 정의에 따라 언어적 폭력과 집착, 감금 등까지 포함하면 데이트폭력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트폭력' 가해자들 살펴보니...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입건된 데이트 폭력 건수만 해도 8천3백여 건이다. 2014년 6천6백여 건에서 2015년 7천6백 건을 넘는등 매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데이트 폭력과 관련해 구속된 사람도 449명에 달한다.

지난해 경찰에 검거된 가해자들을 분석해보면 20~30대가 58.3%로 가장 많았고 45~50대도 34.8%를 차지했다. 폭행 등 전과를 가진 가해자가 전체의 62.3%를 차지했다. 경찰청 형사정책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2011년부터 5년 동안 가해자들의 76.5%가 전과자로 확인됐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데이트 폭력'도 폭력인만큼 한 번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아직 제도적 보호가 제대로 갖춰져있지 않은 만큼 피해자는 폭력을 당하면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격적인 성향을 평소에 과하게 비치거나 연인에 대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를 하려는 성향이 보인다면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데이트폭력' 처벌은?

앞서 말한대로 우리나라의 데이트 폭력 관련한 법 규정은 미비한 상태다. 경찰은 앞서 112 신고시스템에 '데이트폭력' 코드를 추가하고, 데이트폭력 가해자에 대해 서면 경고장도 발부하는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 현장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할 권한은 없다. 경찰 재량으로 가해자를 격리할 수 있도록 한 가정폭력방지법은 법률상 가족 관계인 경우에만 적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폭력 정도에 따라 폭행죄 등이 적용돼 처벌받는다. 폭력과정에서 물건이 파손됐다면 재물손괴죄 정도만 적용하고 스토킹으로 신고를 한다고 해도 가해자에게 10만원 원 이하 범칙금만 부여된다.

영국은 연인에게 폭행당해 숨진 클레어 사건을 계기로 연인관계라도 상대방의 폭력 전과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한 '클레어법'이 마련돼 있다. 미국도 '여성폭력방지법'을 통해 가해자 의무 체포와 격리 조치 등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2월 경찰이 가해자를 격리 할 수있는 등 조치를 담은 ‘데이트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을 발의됐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의조차 되지 못한 채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데이트 폭력이라는 단어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엄연한 범죄인 무차별적인 폭력이 사랑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나는 다툼 내지는 싸움 정도로 인식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사랑하니까 그럴 수 있다', '연인에게 맞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식의 인식은 데이트폭력을 부추길 뿐이다. 지난 5년 동안 데이트 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23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해 46명 정도다. 법 제정으로 데이트폭력 가해자들을 엄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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