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아내 따라 신장 기증”…5년 만의 부부기증자

입력 2017.07.2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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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마저 닮은 한 부부

김영철(51) 씨를 만난 날, 그의 표정은 담담했다. 긴장한 기색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던 그는 생면부지의 남성에게 자신의 신장을 나눠줄 사람으로는 보이질 않았다. 그의 곁에는 이미 14년 전 다른 사람에게 신장을 나누어준 아내 서유연 씨가 있었다.


“물 한 모금만이라도 마음껏 마시고 싶어요”

아내 서유연 씨는 14년 전인 지난 2003년, 한 남성에게 신장을 기증했다. 그녀가 신장 이식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좀 특별했다. 어느 날 KBS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 속 한 20대 남성이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던 그는 방송 말미에 "물 한 모금만이라도 마음껏 마시고 싶어요"라고 호소했고, 그의 호소는 서 씨가 장기 기증을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마음만은 풍족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장기 기증 이후 14년 동안 아내의 모습을 쭉 지켜봐 온 김영철 씨는 누구보다도 건강한 아내의 모습에 자신도 장기 기증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 평소 본인보다 남을 많이 생각하는 아내의 모습은 김영철 씨가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늘 고마워한 부분이었다. 아내를 따라 나간 장기기증자 모임에서 만나게 된 물질적으로 부족해도 마음만은 풍족한 사람들의 모습은 김 씨의 결심이 더 굳어지게 했다.


김 씨는 장기 기증을 하기 위해 체중도 11㎏이나 줄였다. 건강한 몸을 만들어서 기증받는 사람에게 적합한 상태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아내 서 씨는 자신을 따라 장기 기증의 마음을 결심한 남편이 뿌듯하고 장하다고 전했다. 서 씨는 기회가 된다면 간호 공부를 하는 딸에게도 장기 기증의 뜻을 알리고, 권유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건강해지는 것이 기증자에 대한 보답

이번 장기 이식을 통해 김 씨의 신장은 지난 20년 동안 만성신부전증을 앓아 온 이인만(43) 씨에게 새 생기를 불어넣게 됐다. 그동안 하염없이 기증자를 기다리며 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온 이 씨에게 김영철 씨의 등장은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었다. 이 씨는 신장을 이식 받아 자신이 더욱 건강해지는 것이 장기기증자에 대한 보답이라고 여기고 있다. 현재 장기 기증 관련 법상 기증자와 수혜자는 불법적인 장기 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서로 대면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이식 대기자 만 7천여 명, 대기 기간 6년

지난 2016년 말 기준, 신장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는 17,959명이다. 최근 들어 식습관 등의 영향으로 고혈압과 당뇨 환자가 폭증하면서, 신장이식 대기자의 숫자도 함께 크게 늘고 있다. 따라서 신장이식 대기기간도 지난 2010년 828일에서 2015년 1,904일로 급격히 늘어난 상태다.

가족을 제외한 타인 이식은 38건에 불과

지난해 한 해 동안 일어난 신장이식수술은 2,233건으로, 그 가운데 생존한 신장 기증인을 통한 수술은 1,174건이고 나머지는 뇌사자 등을 통한 수술이다. 특히 가족을 제외한 타인에게 신장을 이식받은 사람은 38명에 불과하다. 가족끼리의 신장 이식만큼이나, 타인에 대한 장기 기증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내 18번째 부부 장기기증자

김 씨 부부는 국내 18번째 부부 장기기증자로, 2013년 이후로 처음이다. 김 씨 부부는 앞으로도 장기 기증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주길 바란다며 담담하게 웃었다. "세상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도 생각해주면서 사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연관 기사] [뉴스광장] “아내 따라 용기”…18번째 부부 ‘신장 기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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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아내 따라 신장 기증”…5년 만의 부부기증자
    • 입력 2017-07-21 14:36:21
    취재후·사건후

이웃사랑마저 닮은 한 부부

김영철(51) 씨를 만난 날, 그의 표정은 담담했다. 긴장한 기색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던 그는 생면부지의 남성에게 자신의 신장을 나눠줄 사람으로는 보이질 않았다. 그의 곁에는 이미 14년 전 다른 사람에게 신장을 나누어준 아내 서유연 씨가 있었다.


“물 한 모금만이라도 마음껏 마시고 싶어요”

아내 서유연 씨는 14년 전인 지난 2003년, 한 남성에게 신장을 기증했다. 그녀가 신장 이식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좀 특별했다. 어느 날 KBS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 속 한 20대 남성이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던 그는 방송 말미에 "물 한 모금만이라도 마음껏 마시고 싶어요"라고 호소했고, 그의 호소는 서 씨가 장기 기증을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마음만은 풍족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장기 기증 이후 14년 동안 아내의 모습을 쭉 지켜봐 온 김영철 씨는 누구보다도 건강한 아내의 모습에 자신도 장기 기증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 평소 본인보다 남을 많이 생각하는 아내의 모습은 김영철 씨가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늘 고마워한 부분이었다. 아내를 따라 나간 장기기증자 모임에서 만나게 된 물질적으로 부족해도 마음만은 풍족한 사람들의 모습은 김 씨의 결심이 더 굳어지게 했다.


김 씨는 장기 기증을 하기 위해 체중도 11㎏이나 줄였다. 건강한 몸을 만들어서 기증받는 사람에게 적합한 상태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아내 서 씨는 자신을 따라 장기 기증의 마음을 결심한 남편이 뿌듯하고 장하다고 전했다. 서 씨는 기회가 된다면 간호 공부를 하는 딸에게도 장기 기증의 뜻을 알리고, 권유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건강해지는 것이 기증자에 대한 보답

이번 장기 이식을 통해 김 씨의 신장은 지난 20년 동안 만성신부전증을 앓아 온 이인만(43) 씨에게 새 생기를 불어넣게 됐다. 그동안 하염없이 기증자를 기다리며 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온 이 씨에게 김영철 씨의 등장은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었다. 이 씨는 신장을 이식 받아 자신이 더욱 건강해지는 것이 장기기증자에 대한 보답이라고 여기고 있다. 현재 장기 기증 관련 법상 기증자와 수혜자는 불법적인 장기 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서로 대면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이식 대기자 만 7천여 명, 대기 기간 6년

지난 2016년 말 기준, 신장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는 17,959명이다. 최근 들어 식습관 등의 영향으로 고혈압과 당뇨 환자가 폭증하면서, 신장이식 대기자의 숫자도 함께 크게 늘고 있다. 따라서 신장이식 대기기간도 지난 2010년 828일에서 2015년 1,904일로 급격히 늘어난 상태다.

가족을 제외한 타인 이식은 38건에 불과

지난해 한 해 동안 일어난 신장이식수술은 2,233건으로, 그 가운데 생존한 신장 기증인을 통한 수술은 1,174건이고 나머지는 뇌사자 등을 통한 수술이다. 특히 가족을 제외한 타인에게 신장을 이식받은 사람은 38명에 불과하다. 가족끼리의 신장 이식만큼이나, 타인에 대한 장기 기증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내 18번째 부부 장기기증자

김 씨 부부는 국내 18번째 부부 장기기증자로, 2013년 이후로 처음이다. 김 씨 부부는 앞으로도 장기 기증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주길 바란다며 담담하게 웃었다. "세상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도 생각해주면서 사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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