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日 아키타현 폭우 피해…지사는 골프여행에 술까지

입력 2017.07.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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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日 아키타현 폭우 피해…지사는 골프여행에 술까지

[특파원리포트] 日 아키타현 폭우 피해…지사는 골프여행에 술까지

폭우와 폭염, 그리고 다시 폭우. 종잡을 수 없는 날씨 변화가 한달 내내 일본을 괴롭히고 있다. 기상당국이 '장마 끝'을 선언하자마자 동북부 아키타 현에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침수피해가 속출할 때, 현 지사는 공교롭게도 골프여행 중이었다. 여론의 뭇매를 자초하는 행태였다. 자연재해로 상심한 주민들을 더욱 힘들하게 하는 철없는 행태, 어딘지 낯설지 않은 행태이기도 하다.

폭우..폭염..다시 폭우, 일본의 7월은...

이달 상순, 일본 서남부 규슈지역의 후쿠오카 등에 600mm 이상의 폭우가 내려 수십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산사태, 하천 범람, 침수 사태 등이 속출했다. 한때 수십만 명에게 대피지시가 내려졌다. 제방 붕괴와 도로 파손 등의 피해가 1,200건으로 집계됐다.


침수 또는 붕괴된 가옥도 600여 채다. 자위대가 투입돼 실종자 수색과 복구 작업을 돕고 있지만, 피해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지성 호우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중순부터는 전국적으로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덮쳤다. 불과 일주일 새 열사병 환자가 7천 명을 넘어섰다.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의 절반 가량은 노인들이었다. 사망자도 6명이나 됐다.

하순 들어, 장마가 끝났다는 선언이 나오기가 무섭게, 동북부(도호쿠)지방에 기록적인 집중 폭우가 내렸다. 22일부터 아키타 현에 300mm 이상의 큰비가 내렸다. 24시간 강수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역이 속출했다.


한때, 최대 10만여 명의 주민에게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 곳곳의 하천이 범람하면서, 천변 마을 곳곳이 물에 잠겼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침수 지역은 도로가 사라지고, 건물들만 덩그마니 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17개 지역에서 500동 이상의 주택이 침수됐다.

최소 6개 마을 주민들이 산사태와 도로침수 등으로 고립됐다. 실태 조사가 아직도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가 어디까지 늘어날 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비 피해는 니가타 현까지 확산됐다. 사도 시에서는 48시간 강수량이 204mm를 기록해, 7월 한달 평균 강수량을 넘어섰다. 기상청은 '50년에 한 번 꼴의 기록적인 폭우'를 경고했다. 산사태가 우려되는 '토사재해 경계정보'가 발령됐다. 이는 지자체가 토사재해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며 피난 권고를 내는 기준이다.

주민들은 물난리...지사님은 골프 여행에 음주까지

재난 상황이 벌어지면, 지자체장 및 관련 기관장의 위기대응 능력과 인식의 수준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재난대응 선진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도 기관장이나 지자체장이 모두 완벽한 것은 아니다.

22일, 기록적인 폭우로 아키타 현에 비상이 걸렸을 때, 정작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를 지휘하는 지자체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타케 노리히사' 아키타 현 지사는 친구들과 골프를 치겠다며 미야기 현으로 여행을 떠나 있었다. 현 주민들에게 피난 지시가 내려진 상황에서도 지사는 복귀하지 않았다.


23일 아침, 관계기관과 긴급연락회의를 열라고 지시했지만, 정작 자신은 참석하지 않았다. 도로가 정체됐다고 한다. 24일 오전에야, 현청에서 열린 관계기관 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인식이 안이해 늦어버려, 반성하고 있다.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사타케 지사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골프 중에 경보 및 피난 정보 등이 메일로 들어와 있었지만, 제대로 보지 않아 긴박감을 느낄 수 없었다'고 시인했다. 또, '술을 마셔버려서 그제(22일) 집에 돌아갈 수가 없었다. 판단이 안이했다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7월 내내 대기 불안정에 따른 국지성 집중호우가 반복되고 있다. 많은 수분을 머금은 거대 비구름이 게릴라처럼 이동하며 폭우를 뿌리고 있다. 기상당국이 이미 여러차례 경고를 낸 상황에서,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이미 큰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골프 치러 놀러가는 일본 지자체장의 강심장이 놀랍다. 큰비가 시작됐는데도 술까지 마시고 노는 강심장은 더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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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日 아키타현 폭우 피해…지사는 골프여행에 술까지
    • 입력 2017-07-24 20:17:53
    특파원 리포트
폭우와 폭염, 그리고 다시 폭우. 종잡을 수 없는 날씨 변화가 한달 내내 일본을 괴롭히고 있다. 기상당국이 '장마 끝'을 선언하자마자 동북부 아키타 현에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침수피해가 속출할 때, 현 지사는 공교롭게도 골프여행 중이었다. 여론의 뭇매를 자초하는 행태였다. 자연재해로 상심한 주민들을 더욱 힘들하게 하는 철없는 행태, 어딘지 낯설지 않은 행태이기도 하다.

폭우..폭염..다시 폭우, 일본의 7월은...

이달 상순, 일본 서남부 규슈지역의 후쿠오카 등에 600mm 이상의 폭우가 내려 수십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산사태, 하천 범람, 침수 사태 등이 속출했다. 한때 수십만 명에게 대피지시가 내려졌다. 제방 붕괴와 도로 파손 등의 피해가 1,200건으로 집계됐다.


침수 또는 붕괴된 가옥도 600여 채다. 자위대가 투입돼 실종자 수색과 복구 작업을 돕고 있지만, 피해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지성 호우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중순부터는 전국적으로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덮쳤다. 불과 일주일 새 열사병 환자가 7천 명을 넘어섰다.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의 절반 가량은 노인들이었다. 사망자도 6명이나 됐다.

하순 들어, 장마가 끝났다는 선언이 나오기가 무섭게, 동북부(도호쿠)지방에 기록적인 집중 폭우가 내렸다. 22일부터 아키타 현에 300mm 이상의 큰비가 내렸다. 24시간 강수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역이 속출했다.


한때, 최대 10만여 명의 주민에게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 곳곳의 하천이 범람하면서, 천변 마을 곳곳이 물에 잠겼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침수 지역은 도로가 사라지고, 건물들만 덩그마니 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17개 지역에서 500동 이상의 주택이 침수됐다.

최소 6개 마을 주민들이 산사태와 도로침수 등으로 고립됐다. 실태 조사가 아직도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가 어디까지 늘어날 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비 피해는 니가타 현까지 확산됐다. 사도 시에서는 48시간 강수량이 204mm를 기록해, 7월 한달 평균 강수량을 넘어섰다. 기상청은 '50년에 한 번 꼴의 기록적인 폭우'를 경고했다. 산사태가 우려되는 '토사재해 경계정보'가 발령됐다. 이는 지자체가 토사재해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며 피난 권고를 내는 기준이다.

주민들은 물난리...지사님은 골프 여행에 음주까지

재난 상황이 벌어지면, 지자체장 및 관련 기관장의 위기대응 능력과 인식의 수준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재난대응 선진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도 기관장이나 지자체장이 모두 완벽한 것은 아니다.

22일, 기록적인 폭우로 아키타 현에 비상이 걸렸을 때, 정작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를 지휘하는 지자체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타케 노리히사' 아키타 현 지사는 친구들과 골프를 치겠다며 미야기 현으로 여행을 떠나 있었다. 현 주민들에게 피난 지시가 내려진 상황에서도 지사는 복귀하지 않았다.


23일 아침, 관계기관과 긴급연락회의를 열라고 지시했지만, 정작 자신은 참석하지 않았다. 도로가 정체됐다고 한다. 24일 오전에야, 현청에서 열린 관계기관 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인식이 안이해 늦어버려, 반성하고 있다.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사타케 지사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골프 중에 경보 및 피난 정보 등이 메일로 들어와 있었지만, 제대로 보지 않아 긴박감을 느낄 수 없었다'고 시인했다. 또, '술을 마셔버려서 그제(22일) 집에 돌아갈 수가 없었다. 판단이 안이했다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7월 내내 대기 불안정에 따른 국지성 집중호우가 반복되고 있다. 많은 수분을 머금은 거대 비구름이 게릴라처럼 이동하며 폭우를 뿌리고 있다. 기상당국이 이미 여러차례 경고를 낸 상황에서,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이미 큰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골프 치러 놀러가는 일본 지자체장의 강심장이 놀랍다. 큰비가 시작됐는데도 술까지 마시고 노는 강심장은 더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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