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영, 5살 아이에게 벌금 부과?…‘원칙과 상식 사이’

입력 2017.07.25 (10:44) 수정 2017.07.2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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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영, 5살 아이에게 벌금 부과?…‘원칙과 상식 사이’

[특파원리포트] 영, 5살 아이에게 벌금 부과?…‘원칙과 상식 사이’

영국 런던에 사는 5살 여자 어린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고 있었다. 아이의 손에는 150파운드(21만 7천 원)짜리 벌금 통지서가 들려 있었다. 당국의 허가 없이 길거리에서 레몬 에이드를 판매하다 시 단속원에게 현장에서 적발된 것이다.

여자 어린이 옆에는 아버지인 안드레 스파이서 씨가 있었다. 벌금 부과 대상자도 아버지였다. 그러나 시 단속원은 여자 어린이 앞에서 장문의 위법사항을 읽어 내려간 뒤 벌금 통지서를 전달했다. 그리고 "벌금을 일찍 내면 반으로 할인받을 수 있어"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한 뒤 사라졌다. 이후 부녀는 곧바로 가판대를 접어야 했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어린이는 "내가 큰 잘못을 했나 봐"라고 말하며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스파이서 부녀가 길거리에서 레몬 에이드를 판매하는 범법 행위(?)를 저지르게 된 것은 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딸이 초등학교 축제기간에 보았던 것처럼 집 근처 길거리에서 레몬 에이드를 팔고 싶다고 말했다. 마침 인근 공원에서 콘서트가 예정돼 있으니 시기도 적당했다.

대학교수인 스파이서 씨는 딸의 제안을 대견하게 생각하고 재료구입과 가판대 설치를 도왔다. 그리고 5살 딸이 가판대 앞에서 예쁜 모습으로 손님들에게 레몬 에이드를 나눠주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그러나 판매 시작 30분도 안돼 시 단속원이 나타나면서 사달이 난 것이다.

대학교수인 안드레 스파이서 씨는 딸이 가판대에서 레몬 에이드를 팔고 싶다고 할 때 ‘대중과 소통하고 적응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딸을 돕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교수인 안드레 스파이서 씨는 딸이 가판대에서 레몬 에이드를 팔고 싶다고 할 때 ‘대중과 소통하고 적응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딸을 돕게 됐다고 말했다.

스파이서 씨는 딸에게 "조만간 사전 허가를 받아 다시 레몬 에이드를 팔아 보자"고 제안했다. 어린이가 대중과 소통하고 사회에 적응해 가며 무엇보다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러나 엄격한 단속원의 표정을 떠올린 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너무 무서워"라며 포기했다.

스파이서 씨는 주변과 상의한 끝에 이번 일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신문에 기고했다. 반응은 곧바로 왔다. 시 당국이 스파이서 씨에게 연락해와 벌금 부과를 즉각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단속원이 상식에 기반해 단속 활동을 하지 못했다며 직접 사과했다고 한다.

길거리 가판대를 설치하려면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허가 비용 75파운드(10만 8천 원)도 내야 한다. 뜨거운 음식을 판매하려면 준수해야 할 별도의 규정도 있다. 어린이에게 벌금 부과를 했던 시 단속원의 행위는 이같은 원칙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원칙 고수는 사회 유지의 근간 가운데 하나이며 특히 혼란기에는 더욱 충실해야 할 기본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파이서 부녀 사건의 경우 단속원들이 원칙 고수와 함께 상황을 좀 더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특히 5살 어린이에게 '사회는 너무 무서운 곳이며 먼저 챙겨야 할 규칙이 많은 곳'이라는 두려움만을 안겨주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깝기도 하다.

뒤늦게나마 시 당국이 벌금 부과를 철회하고 사과까지 했다니 다행이다. 특히 앞으로는 상식에 기반한 단속 활동을 약속했다고 하니 기대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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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영, 5살 아이에게 벌금 부과?…‘원칙과 상식 사이’
    • 입력 2017-07-25 10:44:02
    • 수정2017-07-25 18:19:52
    특파원 리포트
영국 런던에 사는 5살 여자 어린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고 있었다. 아이의 손에는 150파운드(21만 7천 원)짜리 벌금 통지서가 들려 있었다. 당국의 허가 없이 길거리에서 레몬 에이드를 판매하다 시 단속원에게 현장에서 적발된 것이다.

여자 어린이 옆에는 아버지인 안드레 스파이서 씨가 있었다. 벌금 부과 대상자도 아버지였다. 그러나 시 단속원은 여자 어린이 앞에서 장문의 위법사항을 읽어 내려간 뒤 벌금 통지서를 전달했다. 그리고 "벌금을 일찍 내면 반으로 할인받을 수 있어"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한 뒤 사라졌다. 이후 부녀는 곧바로 가판대를 접어야 했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어린이는 "내가 큰 잘못을 했나 봐"라고 말하며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스파이서 부녀가 길거리에서 레몬 에이드를 판매하는 범법 행위(?)를 저지르게 된 것은 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딸이 초등학교 축제기간에 보았던 것처럼 집 근처 길거리에서 레몬 에이드를 팔고 싶다고 말했다. 마침 인근 공원에서 콘서트가 예정돼 있으니 시기도 적당했다.

대학교수인 스파이서 씨는 딸의 제안을 대견하게 생각하고 재료구입과 가판대 설치를 도왔다. 그리고 5살 딸이 가판대 앞에서 예쁜 모습으로 손님들에게 레몬 에이드를 나눠주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그러나 판매 시작 30분도 안돼 시 단속원이 나타나면서 사달이 난 것이다.

대학교수인 안드레 스파이서 씨는 딸이 가판대에서 레몬 에이드를 팔고 싶다고 할 때 ‘대중과 소통하고 적응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딸을 돕게 됐다고 말했다.
스파이서 씨는 딸에게 "조만간 사전 허가를 받아 다시 레몬 에이드를 팔아 보자"고 제안했다. 어린이가 대중과 소통하고 사회에 적응해 가며 무엇보다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러나 엄격한 단속원의 표정을 떠올린 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너무 무서워"라며 포기했다.

스파이서 씨는 주변과 상의한 끝에 이번 일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신문에 기고했다. 반응은 곧바로 왔다. 시 당국이 스파이서 씨에게 연락해와 벌금 부과를 즉각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단속원이 상식에 기반해 단속 활동을 하지 못했다며 직접 사과했다고 한다.

길거리 가판대를 설치하려면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허가 비용 75파운드(10만 8천 원)도 내야 한다. 뜨거운 음식을 판매하려면 준수해야 할 별도의 규정도 있다. 어린이에게 벌금 부과를 했던 시 단속원의 행위는 이같은 원칙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원칙 고수는 사회 유지의 근간 가운데 하나이며 특히 혼란기에는 더욱 충실해야 할 기본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파이서 부녀 사건의 경우 단속원들이 원칙 고수와 함께 상황을 좀 더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특히 5살 어린이에게 '사회는 너무 무서운 곳이며 먼저 챙겨야 할 규칙이 많은 곳'이라는 두려움만을 안겨주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깝기도 하다.

뒤늦게나마 시 당국이 벌금 부과를 철회하고 사과까지 했다니 다행이다. 특히 앞으로는 상식에 기반한 단속 활동을 약속했다고 하니 기대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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