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상하이 천사의 추락…1004마트 부도

입력 2017.07.2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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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로 달궈질 대로 달궈진 올여름, 중국 상하이 교민사회를 더 뜨겁게 만든 핫뉴스가 있다. 바로 천사의 추락이다. 상하이의 한인타운에서 대표적인 한인마트로 영업을 해오던 1004마트('천사마트'라고 불려 왔다)가 갑작스러운 부도 선언을 한 건데, 말 그대로 '천사의 추락'이라고 상하이 현지에서 회자하고 있다.

부도 선언을 하고 굳게 닫힌 1004마트 매장부도 선언을 하고 굳게 닫힌 1004마트 매장

1004 마트는 상하이를 비롯해 베이징과 난징 등 중국 핵심 도시에 매장을 열고 영업을 해오던 한국 상품 전문 판매점으로, 2006년 상하이의 대표적 한인타운인 홍췐루에 1호점을 개설한 이후 전국 대도시로 영역을 넓혀왔다.

사업 초기에는 한국 교민들을 상대로 주로 영업을 해왔지만, 점차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인기가 높아졌다고 한다. 중국 마트와 달리 깔끔하면서도 역동적인 매장 분위기와 한국 여행을 가서 먹어본 음식이나 한국 드라마에서 본 물건들을 살 수 있다는 이유로 '한류 마트'로 인기를 구가하며 사세를 확장해갔다. 중국 네티즌들이 1004마트 간판 앞에서 한국 상품을 들고 인증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리는 일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상하이 본점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1004마트의 정 모 대표는 이후 상하이 5호점까지 가맹점을 늘리는 한편, 베이징과 난징 등까지 매장을 확대하고 푸드코트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등 공격적으로 규모를 넓혀갔다.

깔끔하고 역동적인 분위기로 인기를 구가했던 1004마트는 베이징까지 매장을 확장하기도 했다.깔끔하고 역동적인 분위기로 인기를 구가했던 1004마트는 베이징까지 매장을 확장하기도 했다.

1004마트의 성공 뒤에는 그간 난제였던 통관이나 문화적 차이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한국 신선식품을 수입해 판로를 개척해 온 개별 수입·유통업자들의 노력도 한몫을 해왔다. K-Food의 전도사 역할을 하며 각개전투를 펼쳐왔던 개별 수입·유통업자들이 '1004마트'라는 대표성을 가진 '플랫폼'안에 판로를 갖게 되면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던 1004마트가 지난해부터 경영난을 겪기 시작했다. 지난해 후반부터는 마트에 물품을 납품하던 수입업자들에게도 대금 지급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1004마트의 상황이 안 좋다는 얘기가 서서히 흘러나오기 시작한 게 바로 이때부터였다.

그러나 1004마트에 식품과 물품을 납품하는 업자들은, 대금 결제도 해주지 않는 1004 마트에 최근까지도 물품을 납품해왔다고 한다. 1004마트를 살려야 K-food를 고사시키지 않고 살릴 수 있고, 그래야 한국 식품과 물품을 수입하는 자신들도 살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1004마트 대표는 이달 초 공급상과 채권자들 앞에서 '부도 선언'을 하고 말았다.

방치된 매장 내부. 현재 납품업자 등과 법적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방치된 매장 내부. 현재 납품업자 등과 법적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예상 부도 채권이 4천만 위안, 우리 돈 66억 원에 달하고 채권자를 헤아려보니 170여 업체였다. 특히 채권자들 가운데 교민 20여 명의 피해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1004마트의 대표는 부도의 원인 중 하나로 사드 사태 이후 중국 고객의 감소에 따른 매출 급감과 중국인 투자 유치 실패를 꼽았다. 그러나 채권단은 1004마트 대표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고 있다.

1004마트의 추락 원인과 관련해 대표와 채권단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상하이 지역 K-food의 유통 구조는 와해할 위기를 맞는 등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중국 측 공급상과 유통업체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면 이를 다시 재건하기 어려울 거란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채권단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며 연일 회의를 계속 중이다. '1004마트'라는 K-food 대표 플랫폼이 사라지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며 상표권을 인수해 별도의 출자 회사를 만들고 일부 점포를 정상화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지만, 1004마트의 현재 대표가 '회계 실사'를 거부하면서 이런 노력도 물거품이 될 처지가 됐다. 중국 내 K-food의 공든 탑을 쌓아올리긴 어렵지만, 무너뜨리는 건 한순간인 법이다. 과연 추락한 상하이 '천사'는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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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상하이 천사의 추락…1004마트 부도
    • 입력 2017-07-25 10:48:07
    특파원 리포트
40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로 달궈질 대로 달궈진 올여름, 중국 상하이 교민사회를 더 뜨겁게 만든 핫뉴스가 있다. 바로 천사의 추락이다. 상하이의 한인타운에서 대표적인 한인마트로 영업을 해오던 1004마트('천사마트'라고 불려 왔다)가 갑작스러운 부도 선언을 한 건데, 말 그대로 '천사의 추락'이라고 상하이 현지에서 회자하고 있다.

부도 선언을 하고 굳게 닫힌 1004마트 매장
1004 마트는 상하이를 비롯해 베이징과 난징 등 중국 핵심 도시에 매장을 열고 영업을 해오던 한국 상품 전문 판매점으로, 2006년 상하이의 대표적 한인타운인 홍췐루에 1호점을 개설한 이후 전국 대도시로 영역을 넓혀왔다.

사업 초기에는 한국 교민들을 상대로 주로 영업을 해왔지만, 점차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인기가 높아졌다고 한다. 중국 마트와 달리 깔끔하면서도 역동적인 매장 분위기와 한국 여행을 가서 먹어본 음식이나 한국 드라마에서 본 물건들을 살 수 있다는 이유로 '한류 마트'로 인기를 구가하며 사세를 확장해갔다. 중국 네티즌들이 1004마트 간판 앞에서 한국 상품을 들고 인증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리는 일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상하이 본점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1004마트의 정 모 대표는 이후 상하이 5호점까지 가맹점을 늘리는 한편, 베이징과 난징 등까지 매장을 확대하고 푸드코트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등 공격적으로 규모를 넓혀갔다.

깔끔하고 역동적인 분위기로 인기를 구가했던 1004마트는 베이징까지 매장을 확장하기도 했다.
1004마트의 성공 뒤에는 그간 난제였던 통관이나 문화적 차이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한국 신선식품을 수입해 판로를 개척해 온 개별 수입·유통업자들의 노력도 한몫을 해왔다. K-Food의 전도사 역할을 하며 각개전투를 펼쳐왔던 개별 수입·유통업자들이 '1004마트'라는 대표성을 가진 '플랫폼'안에 판로를 갖게 되면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던 1004마트가 지난해부터 경영난을 겪기 시작했다. 지난해 후반부터는 마트에 물품을 납품하던 수입업자들에게도 대금 지급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1004마트의 상황이 안 좋다는 얘기가 서서히 흘러나오기 시작한 게 바로 이때부터였다.

그러나 1004마트에 식품과 물품을 납품하는 업자들은, 대금 결제도 해주지 않는 1004 마트에 최근까지도 물품을 납품해왔다고 한다. 1004마트를 살려야 K-food를 고사시키지 않고 살릴 수 있고, 그래야 한국 식품과 물품을 수입하는 자신들도 살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1004마트 대표는 이달 초 공급상과 채권자들 앞에서 '부도 선언'을 하고 말았다.

방치된 매장 내부. 현재 납품업자 등과 법적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예상 부도 채권이 4천만 위안, 우리 돈 66억 원에 달하고 채권자를 헤아려보니 170여 업체였다. 특히 채권자들 가운데 교민 20여 명의 피해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1004마트의 대표는 부도의 원인 중 하나로 사드 사태 이후 중국 고객의 감소에 따른 매출 급감과 중국인 투자 유치 실패를 꼽았다. 그러나 채권단은 1004마트 대표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고 있다.

1004마트의 추락 원인과 관련해 대표와 채권단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상하이 지역 K-food의 유통 구조는 와해할 위기를 맞는 등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중국 측 공급상과 유통업체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면 이를 다시 재건하기 어려울 거란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채권단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며 연일 회의를 계속 중이다. '1004마트'라는 K-food 대표 플랫폼이 사라지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며 상표권을 인수해 별도의 출자 회사를 만들고 일부 점포를 정상화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지만, 1004마트의 현재 대표가 '회계 실사'를 거부하면서 이런 노력도 물거품이 될 처지가 됐다. 중국 내 K-food의 공든 탑을 쌓아올리긴 어렵지만, 무너뜨리는 건 한순간인 법이다. 과연 추락한 상하이 '천사'는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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