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아베노믹스,낙수효과 실패…기업은 호황, 가계는 제자리

입력 2017.07.2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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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아베 정권은 2012년 출범하면서 버블 붕괴 후 소위 잃어버린 20년이라 일컬어지는 장기간의 경기 침체를 끝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일본 경제는 국내적으로 버블이 가져온 부동산 거품이 급격히 꺼지면서 가계 부문이 급격히 위축돼 있었고, 기업들 또한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진 내수 시장을 우선시해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가는 이른바 '갈라파고스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었다. 활력을 잃은 경제는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1차 아베 정권 당시 '아름다운 나라'라는 미묘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헌법 개정을 통한 보통 국가화, 즉 전쟁 가능한 나라를 꾀했던 아베 총리는 2차 내각에서는 초기 '정치'보다 '경제'를 내거는 방향 전환을 꾀해 민심을 끌어들이며 정권을 운영해 나갔다.

그리고 그의 경제 정책은 '아베노믹스'로 요약할 수 있다.

아베노믹스의 흐름은 사실 그리 복잡하지 않다.

우선 금리 인하와 함께 양적 완화를 실시, 무한대에 가까운 돈을 풀어 시장에 유동성을 풍부히 하고 그만큼 엔화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그리고 막대한 이익을 창출한 기업은 이를 가계 부분으로 전이시켜 가계 소득을 자연스럽게 늘리고(이른바 낙수효과), 수입이 증가한 가계는 소비에 나서 다시 기업의 실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든다. 이런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물가도 올라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한다는 것이 아베노믹스의 구도다.

기업의 호황만 부른 아베노믹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아베노믹스의 첫 고리, 즉 기업 특히 대기업의 순익은 예상대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사상 최대이익을 구가하며 일본 경제는 일견 활력을 찾는 듯 보였고 실제 높은 취업률 등은 이를 반영했다(물론 일본의 높은 취업률은 기업 활력 보다는 노동인구의 급격한 감소 때문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2013년 2월에 아베 총리가 주재한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재계와의 의견 교환회’2013년 2월에 아베 총리가 주재한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재계와의 의견 교환회’

이처럼 대기업이 활황을 보이자 아베 총리는 기업들을 상대로 임금 인상을 촉구하며 그 열매를 가계와 나눌 것을 요청했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임금 인상률 0%에 가까웠던 일본 대기업들이 춘투에서 기본급 인상에 동의하고 2% 정도의 임금 인상에 나선 것도 어느 정도는 아베노믹스가 성공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경기 선순환의 흐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던 아베노믹스는 가계 부분에서 예상만큼의 활력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성공 여부에 물음표가 따라 붙고 있다.

"가계 부분은 그대로…." 아베노믹스 실패 자인

그동안 아베노믹스에 대한 자체 평가를 별로 내놓지 않았던 일본 정부가 2017년 경제재정백서를 통해 '경기 회복이 가계 부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백서에서 일본 정부는 이번 경기 회복세가 2012년 말 제2차 아베 정권 발족과 함께 시작돼 전후 3번째로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현재의 경기 회복 국면이 임금 상승과 소비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기업의 수익 확대를 기점으로 한 호순환이 가계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인정했다.

일손 부족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거 경기 회복 시기에는 보이지 않던 지금까지 없던 현상"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그 원인의 하나로 임금 인상 보다는 고용의 안정을 우선시하는 노사 양쪽의 리스크 회피 성향을 들었다.

또 주택과 설비투자가 증가하기는 했지만, 소비와 수출은 증가가 신통치 않아 "성장률을 크게 견인할 항목이 없다"고 지적했다. 즉 저금리로 부동산 부분이 활성화된 듯하지만, 내수 시장도 제자리걸음이고, 수출도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그리 재미를 못 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가 상승률 2% 달성 또 실패…요원한 디플레이션 탈출

이러한 분석 속에 일본 은행은 최근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물가 상승률 2% 달성 시기를 2018년에서 2019년으로 다시 1년 연기했다.

구로다 일본 은행 총재구로다 일본 은행 총재

공격적인 양적 완화를 시작한 2013년 이후 늘 디플레이션 탈출의 상징적인 목표로 2% 물가 상승률을 내걸었지만 계속 이루지 못하고 목표 시기를 6번째 늦추면서, 구로다 일본 은행 총재는 '또 연기!'라는 일본 언론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당초 2년 정도면 이룰 것으로 내다봤지만, 2015년 2차례 연기, 2016년 3차례, 그리고 올해 들어서도 다시 달성 시기를 늦췄다. 4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소비자 물가 지수의 상승률은 0.4%에 그치고 있는 실정.

아베노믹스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구로다 총재는 금리 인하, 그리고 양적 완화를 통해 물가 상승과 디플레이션 탈출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금융 완화' 정책을 끝낼 타이밍마저 잡기 힘들게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 등이 금리 인상 쪽으로 돌아서면서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 또한 이를 계속 이어가기가 힘들게 될 것으로 보여 아베노믹스의 최종 성공 여부 또한 물음표가 더욱 크게 찍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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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5 10:49:08
    특파원 리포트
제2차 아베 정권은 2012년 출범하면서 버블 붕괴 후 소위 잃어버린 20년이라 일컬어지는 장기간의 경기 침체를 끝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일본 경제는 국내적으로 버블이 가져온 부동산 거품이 급격히 꺼지면서 가계 부문이 급격히 위축돼 있었고, 기업들 또한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진 내수 시장을 우선시해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가는 이른바 '갈라파고스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었다. 활력을 잃은 경제는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1차 아베 정권 당시 '아름다운 나라'라는 미묘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헌법 개정을 통한 보통 국가화, 즉 전쟁 가능한 나라를 꾀했던 아베 총리는 2차 내각에서는 초기 '정치'보다 '경제'를 내거는 방향 전환을 꾀해 민심을 끌어들이며 정권을 운영해 나갔다.

그리고 그의 경제 정책은 '아베노믹스'로 요약할 수 있다.

아베노믹스의 흐름은 사실 그리 복잡하지 않다.

우선 금리 인하와 함께 양적 완화를 실시, 무한대에 가까운 돈을 풀어 시장에 유동성을 풍부히 하고 그만큼 엔화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그리고 막대한 이익을 창출한 기업은 이를 가계 부분으로 전이시켜 가계 소득을 자연스럽게 늘리고(이른바 낙수효과), 수입이 증가한 가계는 소비에 나서 다시 기업의 실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든다. 이런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물가도 올라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한다는 것이 아베노믹스의 구도다.

기업의 호황만 부른 아베노믹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아베노믹스의 첫 고리, 즉 기업 특히 대기업의 순익은 예상대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사상 최대이익을 구가하며 일본 경제는 일견 활력을 찾는 듯 보였고 실제 높은 취업률 등은 이를 반영했다(물론 일본의 높은 취업률은 기업 활력 보다는 노동인구의 급격한 감소 때문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2013년 2월에 아베 총리가 주재한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재계와의 의견 교환회’
이처럼 대기업이 활황을 보이자 아베 총리는 기업들을 상대로 임금 인상을 촉구하며 그 열매를 가계와 나눌 것을 요청했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임금 인상률 0%에 가까웠던 일본 대기업들이 춘투에서 기본급 인상에 동의하고 2% 정도의 임금 인상에 나선 것도 어느 정도는 아베노믹스가 성공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경기 선순환의 흐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던 아베노믹스는 가계 부분에서 예상만큼의 활력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성공 여부에 물음표가 따라 붙고 있다.

"가계 부분은 그대로…." 아베노믹스 실패 자인

그동안 아베노믹스에 대한 자체 평가를 별로 내놓지 않았던 일본 정부가 2017년 경제재정백서를 통해 '경기 회복이 가계 부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백서에서 일본 정부는 이번 경기 회복세가 2012년 말 제2차 아베 정권 발족과 함께 시작돼 전후 3번째로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현재의 경기 회복 국면이 임금 상승과 소비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기업의 수익 확대를 기점으로 한 호순환이 가계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인정했다.

일손 부족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거 경기 회복 시기에는 보이지 않던 지금까지 없던 현상"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그 원인의 하나로 임금 인상 보다는 고용의 안정을 우선시하는 노사 양쪽의 리스크 회피 성향을 들었다.

또 주택과 설비투자가 증가하기는 했지만, 소비와 수출은 증가가 신통치 않아 "성장률을 크게 견인할 항목이 없다"고 지적했다. 즉 저금리로 부동산 부분이 활성화된 듯하지만, 내수 시장도 제자리걸음이고, 수출도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그리 재미를 못 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가 상승률 2% 달성 또 실패…요원한 디플레이션 탈출

이러한 분석 속에 일본 은행은 최근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물가 상승률 2% 달성 시기를 2018년에서 2019년으로 다시 1년 연기했다.

구로다 일본 은행 총재
공격적인 양적 완화를 시작한 2013년 이후 늘 디플레이션 탈출의 상징적인 목표로 2% 물가 상승률을 내걸었지만 계속 이루지 못하고 목표 시기를 6번째 늦추면서, 구로다 일본 은행 총재는 '또 연기!'라는 일본 언론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당초 2년 정도면 이룰 것으로 내다봤지만, 2015년 2차례 연기, 2016년 3차례, 그리고 올해 들어서도 다시 달성 시기를 늦췄다. 4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소비자 물가 지수의 상승률은 0.4%에 그치고 있는 실정.

아베노믹스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구로다 총재는 금리 인하, 그리고 양적 완화를 통해 물가 상승과 디플레이션 탈출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금융 완화' 정책을 끝낼 타이밍마저 잡기 힘들게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 등이 금리 인상 쪽으로 돌아서면서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 또한 이를 계속 이어가기가 힘들게 될 것으로 보여 아베노믹스의 최종 성공 여부 또한 물음표가 더욱 크게 찍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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