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강변북로에서 택시를?!…달라지는 한강공원

입력 2017.07.2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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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비가 퍼붓고 있지만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은 요즘, 서울 시민이라면 더위를 식히기 위해 한강공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본격적인 여름이 되면 난지한강공원 캠핑장을 찾는 사람도 부쩍 늘어난다. 지난해 한강공원을 이용한 시민은 모두 6천9백여만 명. 이 가운데 여름철(6월~8월) 공원을 이용한 사람이 2천5백여만 명이다.

지난 5월, 난지한강공원 옆을 지나는 강변북로에서 사고가 있었다. 80대 남성이 강변북로에서 차에 치여 숨진 사고다. 경찰은 이 남성이 강변북로를 가로질러 건너려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택시가 강변북로에서 사람을 태우려고 차선을 변경하다 사고가 나기도 했다.

원칙적으로 난지한강공원에서 자동차 전용도로인 강변북로로 사람이 올라가는 일 자체가 금지된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한강공원에서 강변북로를 올라가는데도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지난달 30일, 취재진이 직접 난지공원 캠핑장을 찾았다. 날이 어두워면서 가족들과 연인, 친구들, 회식을 온 직장인들로 금방 공원과 캠핑장이 붐볐다. 밤이 깊어지자 귀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었고, 캠핑장 근처 주차장에서 안전하게 택시를 잡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차 진입로를 따라 강변북로로 올라가는 사람의 모습이 포착됐다. 강변북로의 제한 속도는 80km, 하지만 늦은 밤이라 차들은 더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강변북로에 올라간 사람은 차들이 달리는 그 도로 옆을 위태위태하게 걸어갔다. 취재를 진행한 지 2시간만에 3명이 목격됐다.

단속 경찰관의 도움을 받아 그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해봤다. "공원 내로 들어오는 택시가 없어서 큰길로 나가려다 보니 자연스레 강변북로로 올라가게 됐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자동차 전용도로로 올라가면 안된다는 사실을 몰랐느냐고 물었더니 "아무런 안내판이나 경고 시설이 없어서 몰랐다"고 오히려 시설 탓을 했다.

자동차 진출입로에 보행자 출입을 금지하는 경고판이 전혀 없다.자동차 진출입로에 보행자 출입을 금지하는 경고판이 전혀 없다.

난지공원의 경우 자동차가 공원으로 진입할 수 있는 도로가 5곳. 보행자가 도보로 강변북로를 가로지를 수 있는 길은 3개다. 4km가 넘는 난지공원의 도보 출입로 3군데 가운데 1곳은 그나마도 생태통로와 붙어 있어 공원 이용객들이 찾기 쉽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자동차 진출입로 어디에도 "보행자 출입 금지"와 같은 안내판이나 경고판이 없다는 것이다. 공원을 관리하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서도 난지공원을 포함해 10개 공원 진출입로와 공원 내 시설에 안내판이나 경고판이 설치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대부분 시민이 보행자가 자동차전용도로로 출입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일부 이용객들이 부주의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달라지는 한강공원 (사진제공: 서울 마포경찰서)달라지는 한강공원 (사진제공: 서울 마포경찰서)

KBS의 지난 5일 <강변북로에서 '택시 잡기'... 경고판 없는 한강공원> 보도를 하고 나서 한강공원에 변화가 생겼다. 경고판이나 안내 시설이 없었던 전과 달리 택시 임시승강장을 정해 안내판을 크게 설치했다. 공원을 순찰하는 마포경찰서에서도 직접 홍보물을 만들어 강변북로에 사람이 출입하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원 이용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택시 애플리케이션과 협약을 거쳐 승객이 난지공원에서 자동차 도로로 올라가게 되는 지점을 '탑승 지점'으로 표시할 경우, 자동으로 자동차 도로가 아닌 인도로 탑승 지점이 표시되도록 만들었다. 안드로이드폰에는 이미 적용되고 있고, 아이폰에도 조만간 적용될 예정이다.

자동차 진출입로 안내판도 경찰과 한강사업본부가 협의해 전 공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올해에는 좀 더 안전한 한강공원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연관 기사] [뉴스9] 강변북로에서 택시 잡기 ‘아찔’…경고판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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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강변북로에서 택시를?!…달라지는 한강공원
    • 입력 2017-07-25 14:56:17
    취재후·사건후

간혹 비가 퍼붓고 있지만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은 요즘, 서울 시민이라면 더위를 식히기 위해 한강공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본격적인 여름이 되면 난지한강공원 캠핑장을 찾는 사람도 부쩍 늘어난다. 지난해 한강공원을 이용한 시민은 모두 6천9백여만 명. 이 가운데 여름철(6월~8월) 공원을 이용한 사람이 2천5백여만 명이다.

지난 5월, 난지한강공원 옆을 지나는 강변북로에서 사고가 있었다. 80대 남성이 강변북로에서 차에 치여 숨진 사고다. 경찰은 이 남성이 강변북로를 가로질러 건너려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택시가 강변북로에서 사람을 태우려고 차선을 변경하다 사고가 나기도 했다.

원칙적으로 난지한강공원에서 자동차 전용도로인 강변북로로 사람이 올라가는 일 자체가 금지된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한강공원에서 강변북로를 올라가는데도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지난달 30일, 취재진이 직접 난지공원 캠핑장을 찾았다. 날이 어두워면서 가족들과 연인, 친구들, 회식을 온 직장인들로 금방 공원과 캠핑장이 붐볐다. 밤이 깊어지자 귀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었고, 캠핑장 근처 주차장에서 안전하게 택시를 잡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차 진입로를 따라 강변북로로 올라가는 사람의 모습이 포착됐다. 강변북로의 제한 속도는 80km, 하지만 늦은 밤이라 차들은 더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강변북로에 올라간 사람은 차들이 달리는 그 도로 옆을 위태위태하게 걸어갔다. 취재를 진행한 지 2시간만에 3명이 목격됐다.

단속 경찰관의 도움을 받아 그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해봤다. "공원 내로 들어오는 택시가 없어서 큰길로 나가려다 보니 자연스레 강변북로로 올라가게 됐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자동차 전용도로로 올라가면 안된다는 사실을 몰랐느냐고 물었더니 "아무런 안내판이나 경고 시설이 없어서 몰랐다"고 오히려 시설 탓을 했다.

자동차 진출입로에 보행자 출입을 금지하는 경고판이 전혀 없다.
난지공원의 경우 자동차가 공원으로 진입할 수 있는 도로가 5곳. 보행자가 도보로 강변북로를 가로지를 수 있는 길은 3개다. 4km가 넘는 난지공원의 도보 출입로 3군데 가운데 1곳은 그나마도 생태통로와 붙어 있어 공원 이용객들이 찾기 쉽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자동차 진출입로 어디에도 "보행자 출입 금지"와 같은 안내판이나 경고판이 없다는 것이다. 공원을 관리하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서도 난지공원을 포함해 10개 공원 진출입로와 공원 내 시설에 안내판이나 경고판이 설치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대부분 시민이 보행자가 자동차전용도로로 출입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일부 이용객들이 부주의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달라지는 한강공원 (사진제공: 서울 마포경찰서)
KBS의 지난 5일 <강변북로에서 '택시 잡기'... 경고판 없는 한강공원> 보도를 하고 나서 한강공원에 변화가 생겼다. 경고판이나 안내 시설이 없었던 전과 달리 택시 임시승강장을 정해 안내판을 크게 설치했다. 공원을 순찰하는 마포경찰서에서도 직접 홍보물을 만들어 강변북로에 사람이 출입하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원 이용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택시 애플리케이션과 협약을 거쳐 승객이 난지공원에서 자동차 도로로 올라가게 되는 지점을 '탑승 지점'으로 표시할 경우, 자동으로 자동차 도로가 아닌 인도로 탑승 지점이 표시되도록 만들었다. 안드로이드폰에는 이미 적용되고 있고, 아이폰에도 조만간 적용될 예정이다.

자동차 진출입로 안내판도 경찰과 한강사업본부가 협의해 전 공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올해에는 좀 더 안전한 한강공원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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