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누가 가장 빨리 자백할까?” 벤츠 VS 폭스바겐

입력 2017.07.25 (20:32) 수정 2017.07.2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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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를 만들까? 아니지. 누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자백할까?"

"폭스바겐 VS 벤츠. 누가 먼저 자백할까? 벤츠의 승리!"

"내가 먼저 자백했어! 아니야 내가 먼저 자백했어! 지켜보기 한심하군 쯧쯧"


독일 SNS 상에서 떠도는 비아냥의 댓글들이다.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폭스바겐.

누가 한 대쯤 갖고 싶은 독일의 세계적 명차들이 독일인들에게조차 조롱의 대상이 된 것이다.

발단은 독일 슈피겔지의 충격적인 지난 21일 보도. 독일의 5대 자동차업체들이 1990년대부터 불법 카르텔을 형성해 불법 담합을 해왔으며, 이 가운데 최근 배출가스 조작 논란도 포함돼 있다는 내용이다.

당장 독일 연방정부와 EU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해당 회사의 주가는 폭락했다. 만약 담합 의혹이 사실로 증명되면 최대 수십억 달러의 벌금도 내야 한다. 2015년 폭스바겐 파문의 재연. 독일 자동차 산업으로는 또 한번의 악몽의 시작이다.


후속 보도로 드러나고 있는 독일 자동차 업계의 행태는 점입가경이다. 슈피겔은 이 뿌리깊은 담합을 당국에 처음 자백한 곳이 폭스바겐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015년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 당시, 이미 담합을 일부 시인했다는 것이다.

며칠도 지나지 않아 이를 부정하는 또 다른 보도가 나왔다. 담합을 처음 자백한 것은 폭스바겐이 아니라, 벤츠 제조사인 다임러라는 것이다. '첫 자백'의 주인공은 폭스바겐일까, 벤츠일까.


'첫 자백'이 중요한 이유는 벌금을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례도 있다. 지난해 폭스바겐과 다임러 등 4개 업체는 트럭 판매 담합과 관련해 EU로부터 29억 유로, 우리 돈 3조 6천 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다임러는 11억 유로를 내야했지만, 폭스바겐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첫 자백'의 달콤한 댓가였다. 이쯤되면, 자동차 속도 못지 않게 자백 속도 역시 중요하다는 조롱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누가 먼저 자백을 했든, 독일 자동차 업계가 입은 유무형의 타격은 이미 심대하다. 독일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담합 의혹이 불거진 지난 금요일부터 월요일 저녁까지 폭스바겐, BMW와 다임러의 주가하락으로 인한 손실이 100억 유로에 달한다고 전했다.

판매 부진과 손해배상 요구, 수치화하기 어려운 이미지 손상까지 감안하면,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는 규모라고 말한다. 독일 언론들은, 자동차 업계가 'Made in Germany'의 신뢰도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고 분개하고 있다.


다른 사기 용의자보다 앞서 혐의를 시인하고 선처를 구할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며 유무죄를 다툴 것인가.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독일 자동차 산업이 처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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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누가 가장 빨리 자백할까?” 벤츠 VS 폭스바겐
    • 입력 2017-07-25 20:32:40
    • 수정2017-07-25 20:33:01
    특파원 리포트
"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를 만들까? 아니지. 누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자백할까?" "폭스바겐 VS 벤츠. 누가 먼저 자백할까? 벤츠의 승리!" "내가 먼저 자백했어! 아니야 내가 먼저 자백했어! 지켜보기 한심하군 쯧쯧" 독일 SNS 상에서 떠도는 비아냥의 댓글들이다.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폭스바겐. 누가 한 대쯤 갖고 싶은 독일의 세계적 명차들이 독일인들에게조차 조롱의 대상이 된 것이다. 발단은 독일 슈피겔지의 충격적인 지난 21일 보도. 독일의 5대 자동차업체들이 1990년대부터 불법 카르텔을 형성해 불법 담합을 해왔으며, 이 가운데 최근 배출가스 조작 논란도 포함돼 있다는 내용이다. 당장 독일 연방정부와 EU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해당 회사의 주가는 폭락했다. 만약 담합 의혹이 사실로 증명되면 최대 수십억 달러의 벌금도 내야 한다. 2015년 폭스바겐 파문의 재연. 독일 자동차 산업으로는 또 한번의 악몽의 시작이다. 후속 보도로 드러나고 있는 독일 자동차 업계의 행태는 점입가경이다. 슈피겔은 이 뿌리깊은 담합을 당국에 처음 자백한 곳이 폭스바겐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015년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 당시, 이미 담합을 일부 시인했다는 것이다. 며칠도 지나지 않아 이를 부정하는 또 다른 보도가 나왔다. 담합을 처음 자백한 것은 폭스바겐이 아니라, 벤츠 제조사인 다임러라는 것이다. '첫 자백'의 주인공은 폭스바겐일까, 벤츠일까. '첫 자백'이 중요한 이유는 벌금을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례도 있다. 지난해 폭스바겐과 다임러 등 4개 업체는 트럭 판매 담합과 관련해 EU로부터 29억 유로, 우리 돈 3조 6천 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다임러는 11억 유로를 내야했지만, 폭스바겐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첫 자백'의 달콤한 댓가였다. 이쯤되면, 자동차 속도 못지 않게 자백 속도 역시 중요하다는 조롱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누가 먼저 자백을 했든, 독일 자동차 업계가 입은 유무형의 타격은 이미 심대하다. 독일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담합 의혹이 불거진 지난 금요일부터 월요일 저녁까지 폭스바겐, BMW와 다임러의 주가하락으로 인한 손실이 100억 유로에 달한다고 전했다. 판매 부진과 손해배상 요구, 수치화하기 어려운 이미지 손상까지 감안하면,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는 규모라고 말한다. 독일 언론들은, 자동차 업계가 'Made in Germany'의 신뢰도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고 분개하고 있다. 다른 사기 용의자보다 앞서 혐의를 시인하고 선처를 구할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며 유무죄를 다툴 것인가.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독일 자동차 산업이 처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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