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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폭우에 속수무책 지하주차장…언제까지 이대로?
입력 2017.07.26 (11:18) 수정 2017.07.27 (17:05) 취재후
[취재후] 폭우에 속수무책 지하주차장…언제까지 이대로?
"주차장에 물도 하나도 안 빠지고 있는 그대로 다 들어오니까…차 뺄 시간도 없었고요."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만난 박 모 씨는 침수된 차량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박 씨의 차량 곳곳엔 흙탕물이 말라붙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시동조차 안 걸려 견인차로 1층까지 끌어냈다.

지난 주말, 인천 지역에 시간당 100mm의 집중 호우가 쏟아졌다. 30분 만에 어른 가슴 높이까지 물이 차오를 정도의 그야말로 폭우였다. 지하 주차장에도 빗물이 들이닥쳤다. 100여 대의 차량이 그대로 물에 잠겼다.

불과 일주일 전 300㎜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진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인근 하천이 범람하면서 빗물이 지하주차장으로 강물처럼 흘러들어 갔다. 주민들은 급하게 지하 1-2층에 주차돼 있던 차량을 빼내기 시작했지만, 20여 대는 그대로 침수됐다.

지난 16일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주차장으로 빗물이 밀려들어 가고 있다.지난 16일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주차장으로 빗물이 밀려들어 가고 있다.

반복되는 '지하 주차장' 침수.."우린 예외"

기습 폭우로 도로가 물에 잠기면 지하 주차장은 일종의 '저류시설'이 된다. 이번에 피해를 본 청주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은 주차장으로 7만t 정도의 물이 유입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후문 주차장 출입구의 지대가 다소 낮아 이 일대 물이 모두 지하주차장으로 흘러들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도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울산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물에 잠기면서 주민 1명이 숨지고, 차량 840여 대가 물에 잠겼다. 굳이 사례를 열거하지 않더라도 지하 주차장 침수 피해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곳이 있다.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침수 피해를 입지 않은 지하주차장이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가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해 태풍 차바가 몰고 온 거대한 파도가 주변 지역을 덮치면서 물바다가 됐을 때 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멀쩡했다. 비결은 '방수문'이었다. 1m 높이의 방수문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빗물이나 바닷물을 차단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 2011년 우면산 산사태가 났던 폭우 때 서울 강남의 한 건물도 단순한 물막이 시설만으로 차량 침수 피해를 막았다. 어른 가슴 높이까지 들어찬 물을 살펴보는 건물 관리인의 모습이 찍힌 사진은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며 네티즌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었다. 사실 이 건물의 물막이 시설은 빗물이 흘러드는 걸 막기 위해 설치한 게 아니었다. 지하주차장 출입문이었다. 바꿔 말하면 간단한 시설만 있어도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연관기사] '물바다' 지하주차장…왜 되풀이되나?

"지하공간 침수방지 대책 마련"...한계는?

지난 5월,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는 침수 피해 우려 지역에 침수예방 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하공간 침수방지를 위한 수방기준 일부 개정안'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는 '풍수해 저감종합계획'을 세우고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에 있는 건물은 지하공간에 일정 높이 이상의 출입구 방지턱을 만들어야 한다. 또 배수구와 배수펌프, 집수정 등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침수 우려 건물이라고 해서 다 이 시설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새로 짓는 건물만 적용된다는 단서가 달렸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법 시행 이전에 건축된 건물에 대해선 재산권 등의 문제로 강제하기 어렵다"면서 "모든 건물에 방수 대책을 마련할 경우 과도한 규제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밝혔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모든 건물에 적용하고 싶지만, 새로운 규제가 생겼을 때 발생하는 비용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하 주차장 침수 피해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해명은 소극적인 자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재산권을 이유로 반발하는 건물주에겐 세금을 감면해 주는 등의 유인책을 마련하려는 시도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보도가 나간 이후 '물막이판' 설치 업체를 알려 달라거나 해당 건물 관리인을 연결해 달라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 아파트 입주민은 돈을 추가로 부담해서라도 물막이판을 설치해두는 게 나중을 위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일 언론에 쏟아지는 지하 주차장 침수 피해 소식이 남일 같지 않다는 사람들. 물막이판을 설치하는 '작은 투자'로 침수 피해를 막았던 사례들. 상황이 이런데도 '현실적인 한계'를 이유로 어쩔 수 없다는 관계 당국의 설명에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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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폭우에 속수무책 지하주차장…언제까지 이대로?
    • 입력 2017.07.26 (11:18)
    • 수정 2017.07.27 (17:05)
    취재후
[취재후] 폭우에 속수무책 지하주차장…언제까지 이대로?
"주차장에 물도 하나도 안 빠지고 있는 그대로 다 들어오니까…차 뺄 시간도 없었고요."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만난 박 모 씨는 침수된 차량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박 씨의 차량 곳곳엔 흙탕물이 말라붙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시동조차 안 걸려 견인차로 1층까지 끌어냈다.

지난 주말, 인천 지역에 시간당 100mm의 집중 호우가 쏟아졌다. 30분 만에 어른 가슴 높이까지 물이 차오를 정도의 그야말로 폭우였다. 지하 주차장에도 빗물이 들이닥쳤다. 100여 대의 차량이 그대로 물에 잠겼다.

불과 일주일 전 300㎜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진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인근 하천이 범람하면서 빗물이 지하주차장으로 강물처럼 흘러들어 갔다. 주민들은 급하게 지하 1-2층에 주차돼 있던 차량을 빼내기 시작했지만, 20여 대는 그대로 침수됐다.

지난 16일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주차장으로 빗물이 밀려들어 가고 있다.지난 16일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주차장으로 빗물이 밀려들어 가고 있다.

반복되는 '지하 주차장' 침수.."우린 예외"

기습 폭우로 도로가 물에 잠기면 지하 주차장은 일종의 '저류시설'이 된다. 이번에 피해를 본 청주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은 주차장으로 7만t 정도의 물이 유입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후문 주차장 출입구의 지대가 다소 낮아 이 일대 물이 모두 지하주차장으로 흘러들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도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울산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물에 잠기면서 주민 1명이 숨지고, 차량 840여 대가 물에 잠겼다. 굳이 사례를 열거하지 않더라도 지하 주차장 침수 피해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곳이 있다.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침수 피해를 입지 않은 지하주차장이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가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해 태풍 차바가 몰고 온 거대한 파도가 주변 지역을 덮치면서 물바다가 됐을 때 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멀쩡했다. 비결은 '방수문'이었다. 1m 높이의 방수문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빗물이나 바닷물을 차단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 2011년 우면산 산사태가 났던 폭우 때 서울 강남의 한 건물도 단순한 물막이 시설만으로 차량 침수 피해를 막았다. 어른 가슴 높이까지 들어찬 물을 살펴보는 건물 관리인의 모습이 찍힌 사진은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며 네티즌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었다. 사실 이 건물의 물막이 시설은 빗물이 흘러드는 걸 막기 위해 설치한 게 아니었다. 지하주차장 출입문이었다. 바꿔 말하면 간단한 시설만 있어도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연관기사] '물바다' 지하주차장…왜 되풀이되나?

"지하공간 침수방지 대책 마련"...한계는?

지난 5월,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는 침수 피해 우려 지역에 침수예방 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하공간 침수방지를 위한 수방기준 일부 개정안'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는 '풍수해 저감종합계획'을 세우고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에 있는 건물은 지하공간에 일정 높이 이상의 출입구 방지턱을 만들어야 한다. 또 배수구와 배수펌프, 집수정 등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침수 우려 건물이라고 해서 다 이 시설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새로 짓는 건물만 적용된다는 단서가 달렸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법 시행 이전에 건축된 건물에 대해선 재산권 등의 문제로 강제하기 어렵다"면서 "모든 건물에 방수 대책을 마련할 경우 과도한 규제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밝혔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모든 건물에 적용하고 싶지만, 새로운 규제가 생겼을 때 발생하는 비용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하 주차장 침수 피해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해명은 소극적인 자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재산권을 이유로 반발하는 건물주에겐 세금을 감면해 주는 등의 유인책을 마련하려는 시도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보도가 나간 이후 '물막이판' 설치 업체를 알려 달라거나 해당 건물 관리인을 연결해 달라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 아파트 입주민은 돈을 추가로 부담해서라도 물막이판을 설치해두는 게 나중을 위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일 언론에 쏟아지는 지하 주차장 침수 피해 소식이 남일 같지 않다는 사람들. 물막이판을 설치하는 '작은 투자'로 침수 피해를 막았던 사례들. 상황이 이런데도 '현실적인 한계'를 이유로 어쩔 수 없다는 관계 당국의 설명에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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