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덩케르크’는 말한다 “인간이기에 살아야 한다”

입력 2017.07.2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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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하루, 한 시간...

영화 ‘덩케르크’는 세 개의 시간 틀(time frame)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기에 땅과 바다, 하늘이라는 공간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고립된 연합군의 철수 작전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영화 내용은 복잡한 플롯을 띠게 된다.

감독은 역사적 실화를 담담하게 전달하기 위해 많은 부분을 아이맥스 카메라로 담아냈고, 또 당시의 전투기, 선박들을 영화의 소품으로 사용해 리얼리티를 높였다.


1940년 5월...

독일군은 파죽지세로 벨기에와 프랑스 국경을 넘는다. 프랑스 요새인 마지노선을 우회해 기습한 것이다. 배후가 뚫린 연합군은 프랑스 북부 해안 도시인 덩케르크로 내몰렸다.

덩케르크 해안가...

영국과 프랑스, 벨기에 등 연합군 수십만 명이 바다를 마주 보며 모래사장에 끝없이 줄지어 서 있다. 하지만 독일 폭격기의 폭탄 세례 속에 줄은 금세 흩어지고 여기저기서 수많은 죽음이 나타난다.

살아남은 이들은 전우의 시신을 치우고, 살기 위해 다시 줄을 선다. 이들의 머릿속엔 오직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영화 ‘덩케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 초반 전멸 위기에 놓인 연합군을 구해낸 ‘다이나모 작전(Operation Dynamo)’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전쟁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웅이나, 피비린내 나는 전투 장면은 없다. 적도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총알이나 포탄 소리만이 적이 어딘가 있음을 알려줄 뿐이다.

이 영화에 있는 것은 살아야 한다는 ‘인간 생존에 대한 본능’이다. 그리고 사람을 구하는데 영화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 모두 살아야 하며 또 우리 모두가 살려내야 한다는 것, 그 자체가 영화의 목적인 것이다. 이러다 보니 이 영화에는 뚜렷한 주인공이 없다. 감정이입할 대상도 찾기가 쉽지 않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등장인물이 누구인지, 누구처럼 행동하는지, 아니면 어디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내가 유일하게 관심을 가졌던 것은 그들이 벗어날까? 잔교(배를 접안시키기 위한 구조물)로 가려다 폭탄에 죽지는 않을까? 배로 이동하는 중에 으스러지지는 않을까? 라는 문제였다”고 말한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된 ‘다이나모 작전’은 1940년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진행됐다.

영국은 고립무원에 빠진 연합군을 구출하기 위해 각 지역에 흩어진 군함을 모았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유람선이나 고깃배, 요트 등 개인 소유의 선박도 모았다. 징발하거나 지원받은 민간 선박은 800여 척이나 됐다. 속도도 느리고 크기도 작았지만 그 정신만큼은 고귀했다.

사람들은 이러한 민간 선박들을 ‘모기함대(Mosquito Armada)’라고 불렀다. 모기함대는 군함과 함께 철수 작전을 펼쳐 33만 8,000여명의 병사를 구출했다. 지금도 이들의 희생과 용기를 기리는 기념 항해가 5년 마다 한 번씩 도버 해협에서 펼쳐진다.

영화 ‘덩케르크’는 병사들의 공포감을 섬세하게 그려냈다.영화 ‘덩케르크’는 병사들의 공포감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전쟁은 인간에게 엄청난 공포를 안겨다 준다. 특히 최전선에 있는 병사들의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영화 ‘덩케르크’는 병사들이 느끼는 공포감을 통해 전쟁이라는 비극을 섬세하게 해부한다.

병사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전장에만 있지 않다. 고국 땅에 무사히 돌아온 뒤에도 혹시 패잔병이라는 비난이 쏟아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하지만 이것은 기우였다. 병사들은 시민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는다. 시민들은 ‘살아 돌아온 것 자체가 승리(Survival is victory)’인 양 기뻐한다. “우리는 살아 돌아왔을 뿐이에요.”라는 다소 냉소적인 병사의 말에 한 노인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네.”라고 답한다.

살아 있음을 기뻐하는 노인의 말 속에 인간에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느낄 수 있다.

생존을 위한 인간들의 사투를 그린, 영화 ‘덩케르크’는 말한다. “인간이기에 살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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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6 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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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덩케르크’는 세 개의 시간 틀(time frame)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기에 땅과 바다, 하늘이라는 공간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고립된 연합군의 철수 작전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영화 내용은 복잡한 플롯을 띠게 된다.

감독은 역사적 실화를 담담하게 전달하기 위해 많은 부분을 아이맥스 카메라로 담아냈고, 또 당시의 전투기, 선박들을 영화의 소품으로 사용해 리얼리티를 높였다.


1940년 5월...

독일군은 파죽지세로 벨기에와 프랑스 국경을 넘는다. 프랑스 요새인 마지노선을 우회해 기습한 것이다. 배후가 뚫린 연합군은 프랑스 북부 해안 도시인 덩케르크로 내몰렸다.

덩케르크 해안가...

영국과 프랑스, 벨기에 등 연합군 수십만 명이 바다를 마주 보며 모래사장에 끝없이 줄지어 서 있다. 하지만 독일 폭격기의 폭탄 세례 속에 줄은 금세 흩어지고 여기저기서 수많은 죽음이 나타난다.

살아남은 이들은 전우의 시신을 치우고, 살기 위해 다시 줄을 선다. 이들의 머릿속엔 오직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영화 ‘덩케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 초반 전멸 위기에 놓인 연합군을 구해낸 ‘다이나모 작전(Operation Dynamo)’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전쟁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웅이나, 피비린내 나는 전투 장면은 없다. 적도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총알이나 포탄 소리만이 적이 어딘가 있음을 알려줄 뿐이다.

이 영화에 있는 것은 살아야 한다는 ‘인간 생존에 대한 본능’이다. 그리고 사람을 구하는데 영화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 모두 살아야 하며 또 우리 모두가 살려내야 한다는 것, 그 자체가 영화의 목적인 것이다. 이러다 보니 이 영화에는 뚜렷한 주인공이 없다. 감정이입할 대상도 찾기가 쉽지 않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등장인물이 누구인지, 누구처럼 행동하는지, 아니면 어디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내가 유일하게 관심을 가졌던 것은 그들이 벗어날까? 잔교(배를 접안시키기 위한 구조물)로 가려다 폭탄에 죽지는 않을까? 배로 이동하는 중에 으스러지지는 않을까? 라는 문제였다”고 말한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된 ‘다이나모 작전’은 1940년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진행됐다.

영국은 고립무원에 빠진 연합군을 구출하기 위해 각 지역에 흩어진 군함을 모았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유람선이나 고깃배, 요트 등 개인 소유의 선박도 모았다. 징발하거나 지원받은 민간 선박은 800여 척이나 됐다. 속도도 느리고 크기도 작았지만 그 정신만큼은 고귀했다.

사람들은 이러한 민간 선박들을 ‘모기함대(Mosquito Armada)’라고 불렀다. 모기함대는 군함과 함께 철수 작전을 펼쳐 33만 8,000여명의 병사를 구출했다. 지금도 이들의 희생과 용기를 기리는 기념 항해가 5년 마다 한 번씩 도버 해협에서 펼쳐진다.

영화 ‘덩케르크’는 병사들의 공포감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전쟁은 인간에게 엄청난 공포를 안겨다 준다. 특히 최전선에 있는 병사들의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영화 ‘덩케르크’는 병사들이 느끼는 공포감을 통해 전쟁이라는 비극을 섬세하게 해부한다.

병사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전장에만 있지 않다. 고국 땅에 무사히 돌아온 뒤에도 혹시 패잔병이라는 비난이 쏟아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하지만 이것은 기우였다. 병사들은 시민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는다. 시민들은 ‘살아 돌아온 것 자체가 승리(Survival is victory)’인 양 기뻐한다. “우리는 살아 돌아왔을 뿐이에요.”라는 다소 냉소적인 병사의 말에 한 노인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네.”라고 답한다.

살아 있음을 기뻐하는 노인의 말 속에 인간에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느낄 수 있다.

생존을 위한 인간들의 사투를 그린, 영화 ‘덩케르크’는 말한다. “인간이기에 살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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