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하늘’에 처지 비유한 문무일, 개혁에 반대?

입력 2017.07.26 (15:43) 수정 2017.07.2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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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하늘’에 처지 비유한 문무일, 개혁에 반대?

‘4월 하늘’에 처지 비유한 문무일, 개혁에 반대?

25일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신임 검찰총장이 읊은 한시(漢詩)는 무슨 뜻일까.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은 대만학자 난화이진(南懷瑾·1918~2012)이 펴낸 '논어별재'(論語別裁)에 나오는 시를 낭독했다.

이는 중국 농민들 사이에 불리던 옛 농요를 다듬은 시로, '4월 하늘(天)'의 어려운 처지를 묘사하고 있다.

 
문 총장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뒤 "바르게 잘하겠다"고 다짐한 뒤 "인사청문회 때 여야 의원들로부터 각기 다른 주문을 받으면서 선배가 가르쳐준 한시(漢詩)가 생각났다"며 갑자기 이 시를 읊기 시작했다.


문 총장이 말한 '선배' 는 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총수를 역임한 김진태 전 검찰총장인 것으로 보인다.

이 시는 지난 2014년 김진태 당시 검찰총장이 대검 간부회의에서 인용해 알려졌다.

한학에 능한 김 전 총장은 종종 한시를 인용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는데, 그 가 이 시를 읊을 때는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의혹 사건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을 때였다.

이 사건은 외교부와 국정원의 공문서 위변조와 증거 조작, 국정원 은폐 의혹에다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까지 번지면서 한참 시끄러웠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총장은 정치권과 언론에서 각자 자기들 입장에 따라 다른 주장을 해 검찰의 처지가 힘들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하며 이 시를 인용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신임 검찰총장이 대통령 앞에서 임명장을 받은 직후 이 시를 낭독하자. 참석자들의 얼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고 한다.

'하늘은 하늘 노릇 하기가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겠는가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

길가는 나그네는 날씨가 맑기를 바라지만 농부는 비 오기를 원하네

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날씨를 바라네.'

해석에 따라서는 문 총장이 현재 거론되고 있는 검찰 개혁 방안과 관련해 청와대와 검찰 조직의 입장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시에 나오는 '4월 하늘'의 처지가 마치 상반되는 요구에 시달리는 검찰총장의 처지와 비슷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밖에서는 검찰 개혁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검찰총수로서 검찰권 기능을 약화시키는 방안에 선뜻 동의하기도 어렵다는 의미의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문 총장은 24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나 청문회앞서 제출한 답변서에서 문 대통령의 검찰 관련 공약인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에 대해 "더 논의해 봐야 한다"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찰은 경찰 수사의 보완적, 이차적 수사를 해야 하며, 일부는 직접수사·특별수사를 통해 사회 부정부패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기존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청문회에 앞서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검사가 수사하지 않고 기소할 수는 없다"면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국회 법사위원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2,000여명의 검사들을 설득하고 대변도 해야 하는 (검찰총수의) 입장을 이해도 합니다"면서도 " '수사 없는 검사 없다. 판사가 재판 없이 선고할 수 없듯이'라는 문 총장 답변은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추미애 "단칼로 쳐내듯이 수술해 달라"

이런 가운데 여권은 이번 가을 정기국회 때 검찰 개혁을 본격 논의하기로 하는 등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문 대통령이 25일 문 총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검찰에 대한 근본적 변화와 정치적 중립 확보 노력을 강조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6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매듭을 단칼로 쳐내듯이 가감없는 수술을 기대한다"며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을 주문했다.

추 대표는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박 장관을 만나 "오로지 국민만 보고 가시기 바란다"며 "검찰에 대해 단호하고 과감하고 주저 없는 대수술 차원의 개혁을 하지 않으면 새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없다는 사즉생의 각오로 임해주기를 부탁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추 대표는 "지난 정부의 검찰은 부패권력의 하수인으로 역할을 했다"면서 "그런 권력기관을 보면서 국민이 촛불을 들었던 것"이라면서 "권력기관 중에서 검찰의 개혁이 사실은 가장 최우선에 있다"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이날 박 장관의 예방을 받고 "국민들이 원하는 검찰 개혁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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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하늘’에 처지 비유한 문무일, 개혁에 반대?
    • 입력 2017-07-26 15:43:25
    • 수정2017-07-26 17:38:32
    취재K
25일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신임 검찰총장이 읊은 한시(漢詩)는 무슨 뜻일까.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은 대만학자 난화이진(南懷瑾·1918~2012)이 펴낸 '논어별재'(論語別裁)에 나오는 시를 낭독했다. 이는 중국 농민들 사이에 불리던 옛 농요를 다듬은 시로, '4월 하늘(天)'의 어려운 처지를 묘사하고 있다.   문 총장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뒤 "바르게 잘하겠다"고 다짐한 뒤 "인사청문회 때 여야 의원들로부터 각기 다른 주문을 받으면서 선배가 가르쳐준 한시(漢詩)가 생각났다"며 갑자기 이 시를 읊기 시작했다. 문 총장이 말한 '선배' 는 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총수를 역임한 김진태 전 검찰총장인 것으로 보인다. 이 시는 지난 2014년 김진태 당시 검찰총장이 대검 간부회의에서 인용해 알려졌다. 한학에 능한 김 전 총장은 종종 한시를 인용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는데, 그 가 이 시를 읊을 때는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의혹 사건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을 때였다. 이 사건은 외교부와 국정원의 공문서 위변조와 증거 조작, 국정원 은폐 의혹에다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까지 번지면서 한참 시끄러웠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총장은 정치권과 언론에서 각자 자기들 입장에 따라 다른 주장을 해 검찰의 처지가 힘들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하며 이 시를 인용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신임 검찰총장이 대통령 앞에서 임명장을 받은 직후 이 시를 낭독하자. 참석자들의 얼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고 한다. '하늘은 하늘 노릇 하기가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겠는가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 길가는 나그네는 날씨가 맑기를 바라지만 농부는 비 오기를 원하네 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날씨를 바라네.' 해석에 따라서는 문 총장이 현재 거론되고 있는 검찰 개혁 방안과 관련해 청와대와 검찰 조직의 입장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시에 나오는 '4월 하늘'의 처지가 마치 상반되는 요구에 시달리는 검찰총장의 처지와 비슷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밖에서는 검찰 개혁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검찰총수로서 검찰권 기능을 약화시키는 방안에 선뜻 동의하기도 어렵다는 의미의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문 총장은 24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나 청문회앞서 제출한 답변서에서 문 대통령의 검찰 관련 공약인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에 대해 "더 논의해 봐야 한다"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찰은 경찰 수사의 보완적, 이차적 수사를 해야 하며, 일부는 직접수사·특별수사를 통해 사회 부정부패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기존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청문회에 앞서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검사가 수사하지 않고 기소할 수는 없다"면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국회 법사위원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2,000여명의 검사들을 설득하고 대변도 해야 하는 (검찰총수의) 입장을 이해도 합니다"면서도 " '수사 없는 검사 없다. 판사가 재판 없이 선고할 수 없듯이'라는 문 총장 답변은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추미애 "단칼로 쳐내듯이 수술해 달라" 이런 가운데 여권은 이번 가을 정기국회 때 검찰 개혁을 본격 논의하기로 하는 등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문 대통령이 25일 문 총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검찰에 대한 근본적 변화와 정치적 중립 확보 노력을 강조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6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매듭을 단칼로 쳐내듯이 가감없는 수술을 기대한다"며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을 주문했다. 추 대표는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박 장관을 만나 "오로지 국민만 보고 가시기 바란다"며 "검찰에 대해 단호하고 과감하고 주저 없는 대수술 차원의 개혁을 하지 않으면 새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없다는 사즉생의 각오로 임해주기를 부탁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추 대표는 "지난 정부의 검찰은 부패권력의 하수인으로 역할을 했다"면서 "그런 권력기관을 보면서 국민이 촛불을 들었던 것"이라면서 "권력기관 중에서 검찰의 개혁이 사실은 가장 최우선에 있다"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이날 박 장관의 예방을 받고 "국민들이 원하는 검찰 개혁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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