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있고 한국에는 없다…‘FTA 이행 보고서’

입력 2017.07.27 (11:24) 수정 2017.07.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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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는 있고 한국에는 없다…‘FTA 이행 보고서’

미국는 있고 한국에는 없다…‘FTA 이행 보고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각국이 우려하던 보호무역 강조 기조가 현실화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지난해 말 '국가무역위원회'를 새로 만들었고 위원장에 대중국 강경파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를 앉혔다.

지난 4월에는 세계무역기구(WTO)와 맺은 무역 협정에 문제가 없는지 전면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아래 백악관 자료에 나타나듯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앞으로 90일 안에 '대규모 무역 적자 심층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명령'했다.

‘대규모 무역 적자 심층 보고서’ 작성 명령(미 백악관 홈페이지 갈무리)‘대규모 무역 적자 심층 보고서’ 작성 명령(미 백악관 홈페이지 갈무리)

한미 FTA도 재협상 대상

한-미 FTA 역시 미국의 '재협상' 대상이다.

미국은 지난 12일 우리 정부에 보낸 외교 서한에서 한-미 FTA 재협상을 논의하기 위한 '공동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두 나라는 공동위원회를 언제, 어디서 개최할지 논의 중이다.

회의 장소로 미국은 워싱턴을 요구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서울에서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미 FTA 재협상 과정에서 양국은 각국 정부에 유리하게 작성된 각종 보고서를 근거로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미국이 내놓을 근거는 미국 무역위원회 등이 작성한 FTA 이행 보고서다.

미국 무역위원회(US ITC)가 작성한 2016년 연례보고서미국 무역위원회(US ITC)가 작성한 2016년 연례보고서

미국의 FTA 이행 보고서...매년 최소 600페이지

지난 21일까지 정부가 비공개했던 'FTA 이행 연례보고서 기초연구'라는 연구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이와 같은 이행 보고서를 '매년' 작성하고 있다.

‘FTA 이행 연례보고서 기초연구’…미국과 EU의 이행 보고서 작성 주기가 1년으로 나와있다.‘FTA 이행 연례보고서 기초연구’…미국과 EU의 이행 보고서 작성 주기가 1년으로 나와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각 국가별 통상 조약이 미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종합적으로 분석되고 소비자 편의에 미치는 효과는 물론 각 자유무역협정들 간 주고 받는 효과 등에 대한 비교도 이 이행 보고서를 통해 이뤄진다.

가장 최근에 나온 미국 무역위원회 2016년 연례 보고서를 보면, '산업별 FTA 효과 분석'은 '돈육', '아보카도', '블루베리', '자동차', '구리' 등으로 매우 구체적인 항목별로 정밀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단 사실을 알 수 있다.

'국가별 분석' 내용에는 국가별 경제상황도 자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2016년 연례 보고서에서 미국은 한국 시장을 "규제 시스템의 투명성이 크게 개선됐고 주주들이 규제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시장"으로 보고 있고 우리나라 저성장의 원인을 "부분적으로 중국의 저성장에 기인한 것"으로 결론 내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 무역위원회가 작성한 'FTA 연례 이행 보고서'는 298페이지에 이른다.

그런데 미국 무역대표부(USTR) 역시 비슷한 내용과 분량의 이행 보고서를 내고 있다.

이 자료들은 오는 한-미 FTA 재협상에서 미국에 유리한 협상 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요 논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도 이런 이행 보고서를 만든다.

'통상 조약의 체결 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 제15조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 FTA 이행 보고서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민의당 박주선 의원의 최근 '한-미 FTA 이행상황평가보고서' 제출 요구에 대해 "현재 한-미 FTA 이행상황평가를 위한 연구기관 선정 및 계약 과정에 있으며 완료 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에 제출 예정"이라고 답했다.

첫 이행 보고서는 빨라도 오는 11월 말 정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국과 EU가 매년 작성하는 보고서가 왜 우린 없을까.

같은 법 시행령 제2조에 따라 통상 조약의 이행 상황 평가 주기가 5년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매년 600페이지 정도씩 생산하고 있는 이행 보고서가 우린 없다.

코 앞으로 다가온 한-미 FTA 재협상에서 우리는 어떤 자료를 갖고 협상 테이블에 앉을까.

국회 대표적 통상 전문가로 꼽히는 박주선 국회 부의장은 "동시다발적 FTA 체결에만 몰두해 온 통상 관료들이 이행 평가에는 소홀했다"면서, "초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제대로 된 이행평가 없이 협상에 나선다면 무기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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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7 11:24:21
    • 수정2017-07-27 11:50:08
    취재K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각국이 우려하던 보호무역 강조 기조가 현실화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지난해 말 '국가무역위원회'를 새로 만들었고 위원장에 대중국 강경파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를 앉혔다.

지난 4월에는 세계무역기구(WTO)와 맺은 무역 협정에 문제가 없는지 전면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아래 백악관 자료에 나타나듯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앞으로 90일 안에 '대규모 무역 적자 심층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명령'했다.

‘대규모 무역 적자 심층 보고서’ 작성 명령(미 백악관 홈페이지 갈무리)
한미 FTA도 재협상 대상

한-미 FTA 역시 미국의 '재협상' 대상이다.

미국은 지난 12일 우리 정부에 보낸 외교 서한에서 한-미 FTA 재협상을 논의하기 위한 '공동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두 나라는 공동위원회를 언제, 어디서 개최할지 논의 중이다.

회의 장소로 미국은 워싱턴을 요구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서울에서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미 FTA 재협상 과정에서 양국은 각국 정부에 유리하게 작성된 각종 보고서를 근거로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미국이 내놓을 근거는 미국 무역위원회 등이 작성한 FTA 이행 보고서다.

미국 무역위원회(US ITC)가 작성한 2016년 연례보고서
미국의 FTA 이행 보고서...매년 최소 600페이지

지난 21일까지 정부가 비공개했던 'FTA 이행 연례보고서 기초연구'라는 연구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이와 같은 이행 보고서를 '매년' 작성하고 있다.

‘FTA 이행 연례보고서 기초연구’…미국과 EU의 이행 보고서 작성 주기가 1년으로 나와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각 국가별 통상 조약이 미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종합적으로 분석되고 소비자 편의에 미치는 효과는 물론 각 자유무역협정들 간 주고 받는 효과 등에 대한 비교도 이 이행 보고서를 통해 이뤄진다.

가장 최근에 나온 미국 무역위원회 2016년 연례 보고서를 보면, '산업별 FTA 효과 분석'은 '돈육', '아보카도', '블루베리', '자동차', '구리' 등으로 매우 구체적인 항목별로 정밀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단 사실을 알 수 있다.

'국가별 분석' 내용에는 국가별 경제상황도 자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2016년 연례 보고서에서 미국은 한국 시장을 "규제 시스템의 투명성이 크게 개선됐고 주주들이 규제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시장"으로 보고 있고 우리나라 저성장의 원인을 "부분적으로 중국의 저성장에 기인한 것"으로 결론 내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 무역위원회가 작성한 'FTA 연례 이행 보고서'는 298페이지에 이른다.

그런데 미국 무역대표부(USTR) 역시 비슷한 내용과 분량의 이행 보고서를 내고 있다.

이 자료들은 오는 한-미 FTA 재협상에서 미국에 유리한 협상 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요 논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도 이런 이행 보고서를 만든다.

'통상 조약의 체결 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 제15조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 FTA 이행 보고서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민의당 박주선 의원의 최근 '한-미 FTA 이행상황평가보고서' 제출 요구에 대해 "현재 한-미 FTA 이행상황평가를 위한 연구기관 선정 및 계약 과정에 있으며 완료 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에 제출 예정"이라고 답했다.

첫 이행 보고서는 빨라도 오는 11월 말 정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국과 EU가 매년 작성하는 보고서가 왜 우린 없을까.

같은 법 시행령 제2조에 따라 통상 조약의 이행 상황 평가 주기가 5년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매년 600페이지 정도씩 생산하고 있는 이행 보고서가 우린 없다.

코 앞으로 다가온 한-미 FTA 재협상에서 우리는 어떤 자료를 갖고 협상 테이블에 앉을까.

국회 대표적 통상 전문가로 꼽히는 박주선 국회 부의장은 "동시다발적 FTA 체결에만 몰두해 온 통상 관료들이 이행 평가에는 소홀했다"면서, "초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제대로 된 이행평가 없이 협상에 나선다면 무기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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