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정전협정 64주년…최북단 마을 통일촌을 가다

입력 2017.07.2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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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정전협정 64주년…최북단 마을 통일촌을 가다

[취재후] 정전협정 64주년…최북단 마을 통일촌을 가다

'통일촌'은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1973년 8월 정부가 주도해 분단으로 인해 고향을 떠났던 이들을 다시 불러들였는데, 현재 120가구 4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4.5 km 떨어져 있는 통일촌은, 북한 개성과의 거리도 20km가 채 되지 않는다.

날씨가 맑은 날엔 북측 마을 철탑에 설치된 인공기와 북한 주민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다.


이처럼 북한과 가까운 위치로 인해 '통일촌' 사람들은 북한이 대남방송을 하는 날엔 밤잠을 설치는 일이 다반사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북한 음악이 계속 나오는 통에 일상에 지장을 받을 정도였다는 주민들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북한이 대남 방송을 하는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마을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통일촌 이장 조석환 씨는 "북한이 대남 방송을 틀면, 사방팔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리가 울렸다"며 "하지만 보름 전부터는 북한이 대남 방송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을 밝히면서, 남북관계가 완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든다"며 "북한의 도발에 이제는 아주 무뎌졌다고 하지만,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게 통일촌 주민들에게는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끼 만행 사건'부터 '연평도 포격', '목함 지뢰 도발' 등 남북의 우여곡절을 겪어온 주민들은 쉽게 긴장을 놓지 않았다.

통일촌에만 수 십 년 거주해온 이완배 씨는 "목함 지뢰 도발과 연평도 포격 당시 주민들이 수일 동안 대피소에 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북한이 포를 쏘면 여기만 얻어맞기 때문에 늘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차분한 마을 분위기와 달리, 대피소는 언제든 마을 사람들이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들어갈 수 있게 정비가 돼 있었다.


통일촌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도라산 통일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쪽에선 여전히 대남방송이 흘러나왔다.

"친애하는 국군장병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북한의 선전전은 냉전 시대로 돌아온 착각을 불러왔다.

전망대를 찾은 관광객들은 위협을 느끼는 대신 우스운 구경거리를 본 듯 흥미로워하는 표정이었다.

망원렌즈로 당겨 본 개성공단은 폐쇄된 지 1년 5개월이 넘으면서, 한 때 수만 명의 근로자로 북적였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채 공단 전체에 적막감만 감돌았다.

바로 옆 이웃 마을에서 북한 주민의 이동 모습이 포착되는 것과도 차이가 났다.

우리의 대화 제의해도 묵묵부답인 북한 정권의 모습을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 개성공단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64년.

우리의 최북단 마을과 북한의 최남단 마을엔 평화와 긴장이 공존하고 있었다.

[연관 기사] [뉴스광장] 긴장·평화 공존…최북단 ‘통일촌’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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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정전협정 64주년…최북단 마을 통일촌을 가다
    • 입력 2017-07-28 09:59:40
    취재후·사건후
'통일촌'은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1973년 8월 정부가 주도해 분단으로 인해 고향을 떠났던 이들을 다시 불러들였는데, 현재 120가구 4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4.5 km 떨어져 있는 통일촌은, 북한 개성과의 거리도 20km가 채 되지 않는다.

날씨가 맑은 날엔 북측 마을 철탑에 설치된 인공기와 북한 주민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다.


이처럼 북한과 가까운 위치로 인해 '통일촌' 사람들은 북한이 대남방송을 하는 날엔 밤잠을 설치는 일이 다반사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북한 음악이 계속 나오는 통에 일상에 지장을 받을 정도였다는 주민들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북한이 대남 방송을 하는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마을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통일촌 이장 조석환 씨는 "북한이 대남 방송을 틀면, 사방팔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리가 울렸다"며 "하지만 보름 전부터는 북한이 대남 방송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을 밝히면서, 남북관계가 완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든다"며 "북한의 도발에 이제는 아주 무뎌졌다고 하지만,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게 통일촌 주민들에게는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끼 만행 사건'부터 '연평도 포격', '목함 지뢰 도발' 등 남북의 우여곡절을 겪어온 주민들은 쉽게 긴장을 놓지 않았다.

통일촌에만 수 십 년 거주해온 이완배 씨는 "목함 지뢰 도발과 연평도 포격 당시 주민들이 수일 동안 대피소에 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북한이 포를 쏘면 여기만 얻어맞기 때문에 늘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차분한 마을 분위기와 달리, 대피소는 언제든 마을 사람들이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들어갈 수 있게 정비가 돼 있었다.


통일촌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도라산 통일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쪽에선 여전히 대남방송이 흘러나왔다.

"친애하는 국군장병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북한의 선전전은 냉전 시대로 돌아온 착각을 불러왔다.

전망대를 찾은 관광객들은 위협을 느끼는 대신 우스운 구경거리를 본 듯 흥미로워하는 표정이었다.

망원렌즈로 당겨 본 개성공단은 폐쇄된 지 1년 5개월이 넘으면서, 한 때 수만 명의 근로자로 북적였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채 공단 전체에 적막감만 감돌았다.

바로 옆 이웃 마을에서 북한 주민의 이동 모습이 포착되는 것과도 차이가 났다.

우리의 대화 제의해도 묵묵부답인 북한 정권의 모습을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 개성공단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64년.

우리의 최북단 마을과 북한의 최남단 마을엔 평화와 긴장이 공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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