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맑은 하늘’ 베이징의 타이밍…무슨 일이 있었을까?

입력 2017.07.28 (10:32) 수정 2017.07.28 (10:3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특파원리포트] ‘맑은 하늘’ 베이징의 타이밍…무슨 일이 있었을까?

[특파원리포트] ‘맑은 하늘’ 베이징의 타이밍…무슨 일이 있었을까?

에어 비주얼 베이징 미세먼지 지수 갈무리에어 비주얼 베이징 미세먼지 지수 갈무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요즘만 같아라!"

요 며칠 사이 날씨를 즐기는 베이징 사람들의 공통적인 말이다. 미세먼지 섞인 푹푹찌던 습한 공기가 사라지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원하고 공기가 깨끗하다. 모처럼 밤에 창문 열어놓고 푹 잤다고 여기저기서 목소리 높이는데 다들 표정이 행복해 보인다.

2017년 7월 27일 자 신경보 1면2017년 7월 27일 자 신경보 1면

미세먼지 원인과 대책 다 알면서도 서두르지 않는 중국

타이밍 참 기가 막히다. 때마침 베이징 사람들이 많이 보는 신문 <신경보> 1면 톱기사가 'PM2.5 4달 연속 동기대비 최저치 기록!'이다. 상반기 미세먼지 농도가 전년 동기대비 35.9%나 떨어졌단다.

이게 다 베이징과 주변 성들의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노력 때문이라며 오염물질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고, 자동차 기름을 업그레이드 시킨 성과라고 자화자찬 한다. 이들이 언급하는 淸空計劃(맑은 공기 계획)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원인과 대책은 이미 다 나와 있다.

 
일대일로 회의하던 5월 14일 KBS 지국 앞에서 찍은 베이징 하늘일대일로 회의하던 5월 14일 KBS 지국 앞에서 찍은 베이징 하늘

묘하게 행사 때만 좋아지는 공기

그러고 보니, 중국 당국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공기를 좋게 하는 재주가 있다. 베이징 사람들은 국제 행사가 있을 때면 갑자기 공기가 좋아진다고 말하는데, 정말 그렇다.

특파원 부임 전 5월 중순 사전 연수차 들렀던 베이징 하늘은 서울, 아니 강원도 보다도 맑았다. 5월 14일 베이징 자금성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KBS 베이징 지국 앞에서 찍은 하늘 사진을 한번 보시라. 이게 다 일대일로 회의 덕이란다. 아닌게 아니라 회의가 폐막한 다음날 아침은 또 다시 잿빛이다.


공기질을 예측하고 싶거든 시진핑 동선부터 파악하라

베이징에 부임한 직후 7월 초에 공기가 너무 안좋아 투덜댔더니 한 중국사람이 이런 얘길 한다. "시진핑이 없어서 그래." "시진핑이 베이징에 없을 땐 공기가 굉장히 나빠져." 시진핑 주석은 실제로 G-20 회의 참석차 외유 중이었다.

그렇다면 요즘은 왜 공기가 좋은걸까? 혹시 베이다이허 회의? 중국을 움직이는 전현직 정치 원로들은 매년 이맘때 베이징에서 가까운 해변 베이다이허에 총 집결한다.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비밀 회의가 열리는데 이번엔 특히 시진핑 주석의 집권 2기를 공고하게 하기 위해 여러 성과들을 과시해야 하는 시점이다. 파란 하늘의 구름을 볼 수 있게된 것도 혹시 이 때문이 아닐까?


맑은 공기는 인민에게 사치? 특별할 때만 받는 선물?

중국의 한 기자가 리커창 총리에게 "'맑은 하늘'은 인민들에게 사치품이냐?"고 물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치품? 사치품은 돈을 많이 주면 살 수 있어야 하잖아?" 내 생각엔 중국에서 맑은 공기는 사치품이 아니라 권력자가 인민에게 특별할 때 주는 '선물'이다. 내가 받고 싶다고 항상 받을 수 없는... 줄 수 있는 사람의 눈치를 보다보면 어쩌다 하나 건질 수 있는...

모든 사람이 당연하게 또 공평하게 누려야할 것까지 국가가 쥐고 흔드는 중국의 모습이 탁한 공기보다 기자를 더 숨 막히게 한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리포트] ‘맑은 하늘’ 베이징의 타이밍…무슨 일이 있었을까?
    • 입력 2017-07-28 10:32:44
    • 수정2017-07-28 10:33:20
    특파원 리포트
에어 비주얼 베이징 미세먼지 지수 갈무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요즘만 같아라!"

요 며칠 사이 날씨를 즐기는 베이징 사람들의 공통적인 말이다. 미세먼지 섞인 푹푹찌던 습한 공기가 사라지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원하고 공기가 깨끗하다. 모처럼 밤에 창문 열어놓고 푹 잤다고 여기저기서 목소리 높이는데 다들 표정이 행복해 보인다.

2017년 7월 27일 자 신경보 1면
미세먼지 원인과 대책 다 알면서도 서두르지 않는 중국

타이밍 참 기가 막히다. 때마침 베이징 사람들이 많이 보는 신문 <신경보> 1면 톱기사가 'PM2.5 4달 연속 동기대비 최저치 기록!'이다. 상반기 미세먼지 농도가 전년 동기대비 35.9%나 떨어졌단다.

이게 다 베이징과 주변 성들의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노력 때문이라며 오염물질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고, 자동차 기름을 업그레이드 시킨 성과라고 자화자찬 한다. 이들이 언급하는 淸空計劃(맑은 공기 계획)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원인과 대책은 이미 다 나와 있다.

 일대일로 회의하던 5월 14일 KBS 지국 앞에서 찍은 베이징 하늘
묘하게 행사 때만 좋아지는 공기

그러고 보니, 중국 당국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공기를 좋게 하는 재주가 있다. 베이징 사람들은 국제 행사가 있을 때면 갑자기 공기가 좋아진다고 말하는데, 정말 그렇다.

특파원 부임 전 5월 중순 사전 연수차 들렀던 베이징 하늘은 서울, 아니 강원도 보다도 맑았다. 5월 14일 베이징 자금성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KBS 베이징 지국 앞에서 찍은 하늘 사진을 한번 보시라. 이게 다 일대일로 회의 덕이란다. 아닌게 아니라 회의가 폐막한 다음날 아침은 또 다시 잿빛이다.


공기질을 예측하고 싶거든 시진핑 동선부터 파악하라

베이징에 부임한 직후 7월 초에 공기가 너무 안좋아 투덜댔더니 한 중국사람이 이런 얘길 한다. "시진핑이 없어서 그래." "시진핑이 베이징에 없을 땐 공기가 굉장히 나빠져." 시진핑 주석은 실제로 G-20 회의 참석차 외유 중이었다.

그렇다면 요즘은 왜 공기가 좋은걸까? 혹시 베이다이허 회의? 중국을 움직이는 전현직 정치 원로들은 매년 이맘때 베이징에서 가까운 해변 베이다이허에 총 집결한다.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비밀 회의가 열리는데 이번엔 특히 시진핑 주석의 집권 2기를 공고하게 하기 위해 여러 성과들을 과시해야 하는 시점이다. 파란 하늘의 구름을 볼 수 있게된 것도 혹시 이 때문이 아닐까?


맑은 공기는 인민에게 사치? 특별할 때만 받는 선물?

중국의 한 기자가 리커창 총리에게 "'맑은 하늘'은 인민들에게 사치품이냐?"고 물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치품? 사치품은 돈을 많이 주면 살 수 있어야 하잖아?" 내 생각엔 중국에서 맑은 공기는 사치품이 아니라 권력자가 인민에게 특별할 때 주는 '선물'이다. 내가 받고 싶다고 항상 받을 수 없는... 줄 수 있는 사람의 눈치를 보다보면 어쩌다 하나 건질 수 있는...

모든 사람이 당연하게 또 공평하게 누려야할 것까지 국가가 쥐고 흔드는 중국의 모습이 탁한 공기보다 기자를 더 숨 막히게 한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