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깡패들…싸이월드는 ‘플랫폼’이었나?

입력 2017.07.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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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깡패들…싸이월드는 ‘플랫폼’이었나?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깡패들…싸이월드는 ‘플랫폼’이었나?

현 시대를 장악하는 기업들이 있다.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미국 NYU 스턴 경영대학원의 스캇 갤로웨이 교수는 얼마전 이들을 일컬어 ‘디지털 4대 깡패’라고 말했다. 플랫폼을 만들어 기업이나 소비자가 자유롭게 뛰어놀게 하면서 자신들은 이익을 챙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핵심 키워드는 ‘플랫폼’이다. 플랫폼의 의미는 열차를 타기 위한 물리적 공간. 다시 말해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기 위해서 무조건 가야만 하는 곳이다. 따라서 플랫폼에는 사람들도 모이고 물건들도 모인다.


이런 플랫폼이 디지털 시대에서 핵심 가치로 등장하고 있다.

구글은 검색 플랫폼이다.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들 가운데 내가 궁금한 것을 찾아보기 위해 접속해야 하는 정보의 통로다.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만들었다. 구글이 가진 플랫폼의 이용자는 월 평균 10억 명에 달한다.

애플은 아이폰을 만들어 팔지만 자신들이 개발한 운영체제 iOS에서만 동작하도록 했다. 심지어 온라인 음원 시장인 ‘아이튠즈’에서 음악을 듣게 한다. 이용자들을 애플의 플랫폼 생태계에 빠지게 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스마트폰의 핵심 콘텐츠인 ‘앱’을 내려받는 플랫폼인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도 가지고 있다. 전 세계 수많은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는 이 곳에 앱을 올려야만 팔 수 있고 이용자들을 이 곳을 접속해야만 다운받을 수 있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장악했고 페이스북은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을 장악했다.

정보를 찾고 모바일에서 게임을 즐기고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고 팔고,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디지털 시대의 일상을 4개의 플랫폼 회사가 장악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자연스럽게 플랫폼을 중심으로 탄생한다. 교육, 금융, 법률자문, 의료, 물류 뿐 아니라 심지어 농업 분야에도 새로운 플랫폼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말그대로 플랫폼 전성시대이자 플랫폼 전쟁의 시대가 온 것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 키워드 ‘플랫폼’

1차 산업혁명은 ‘대량생산’으로 정의된다. 증기기관의 발명이 있었기 때문이고 2차 산업혁명은 ‘전기’가 핵심 요소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가 상징이다. 그리고 지금 4차 산업혁명을 말하는데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이 주요 키워드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아직 3차 혁명이 끝났는지 알 수 없지만 명칭보다 중요한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기업의 성장은 산업 체계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제조업에 기반 한 대기업들보다 온라인 플랫폼에 기반한 신생 기업들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대표적인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는 종업원이 30만 명이 넘고, 전 세계 79개 국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25조 원.

이에 비해 플랫폼 기업인 페이스북은 종업원이 2만 명이고 직접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사실상 없다. 그런데도 시장 가치가 약 530조 원으로 삼성전자의 1.6배에 달한다.

페이스북의 자산은 네트워크에 있다. '친구맺기'로 가상공간의 플랫폼을 제공한 후 20억 명의 사용자에게서 광고 수익을 올린다.

네트워크는 비즈니스의 판도 바꾸고 있다.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는 집을 가진 사람과 숙소가 필요한 사람을 이어주고 수수료를 받아 돈을 버는데, 재미있는 점은 에어비앤비는 부동산을 전혀 소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우버는 차량 소유자와 차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을 연결해줄 뿐 자동차를 갖고 있지 않다. 택시 한 대 없으면서 택시 서비스를 한다는 말이다. 승객은 교통비를 아끼고 운전자는 가욋돈을 챙기는 사업 모델인데 세계 630여 도시로 확산됐고 기업 가치는 4년 만에 19조 원으로 급등했다.

대규모 인력이나 공장, 설비가 필요없기 때문에 플랫폼 기업은 성장도 빠르다.

과거 기업들은 시장가치 10억 달러가 될 때까지 성장하는데 평균 20년이 걸렸지만 페이스북은 6년, 에어비앤비는 채 3년도 걸리지 않았다.

이는 제조업에 기반한 산업혁명의 흐름과 맥락이 다르다. 플랫폼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사람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만들어 내는 아이디어가 곧 자산이다.

플랫폼 전문가들은 이를 ‘큐레이션’이라 부른다. 플랫폼을 만들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참여하게 만든 다음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분석하면서 의미 있는 가치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검색 플랫폼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면 소비자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제시할 수 있다. 원하는 정보나 물건을 검색할 때 들어가는 시간을 줄여주는 서비스다. 사람들은 편리함을 느끼게 되고 플랫폼 기업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수평적 플랫폼은 불가능...우리에게 맞는 건 ‘수직 플랫폼’

전 세계 시가총액 순위를 보면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 텐센트 등 절반 정도가 플랫폼 기업이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 현황을 보면 네이버를 제외하곤 상위권에 플랫폼 기업이 사실상 없다. 플랫폼 시대에 우리만 과거를 쫓는 것은 아닐테지만 항상 나오는 말은 비슷하다. 내수 시장이 작고 자본력이 떨어지고 언어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의 영향력을 키우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우리에겐 페이스북보다 먼저 시작한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이 있었다. 싸이월드다.


싸이월드는 1999년 시작해 2008년에는 가입자 3,500만 명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심지어 2005년부터는 중국, 일본, 미국 등으로 글로벌 진출도 선언했다. 당시 SK컴즈 사장은 구글을 뛰어넘겠다고도 말했다.

그런데 지금 싸이월드를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2004년 등장한 페이스북을 견제하지도 못했고 2012년엔 안방인 국내에서 페이스북에 점유율을 추월당했다. 싸이월드는 SNS의 원조격으로 불렸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덕진 부소장은 “사업의 모든 주체에 대기업이 있었고 자연스러운 IT 벤처문화 마인드들은 없어지게 됐다”면서 “플랫폼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방해했다"고 말한다.

앞서 말했듯이 플랫폼의 핵심 전략은 ‘양면전략’이다. 장(場)만 만들어놓고 그게 누구가 됐건 마음껏 놀게 해줘야 한다. 기업이 장을 만들었다고 자신들이 주인공이 되면 안 되는데 싸이월드는 혼자서 다 하려고 했다.

페이스북 플랫폼을 보면 그 곳에는 수많은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하고 있고 수많은 소비자들도 자유롭게 참여하고 있다. 싸이월드의 실패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양면이 아닌 단면 전략을 썼기 때문이라는 분석들이 많다.

국내의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은 네이버와 카카오다. 물론 통신사도 플랫폼이지만 영역의 확장성을 보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더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 뉴스 서비스를 하고 검색 광고를 하면서 이익을 많이 냈지만 세계 시장에 나갈 만한 상징적인 플랫폼을 만들지는 못했다.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를 갖고 있는 카카오는 다음과 합병하면서 이른바 ‘O2O’,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어주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해외에 있는 유사 모델로 세계 시장으로 나가기엔 역부족이다.

네이버는 일본 법인을 통해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서비스하고 있다. 태국, 대만 등 동남아시아에 집중하고 있지만 페이스북 메신저, 왓츠앱, 위챗 등이 버티고 있는 세계 시장 공략이 쉬운 상황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플랫폼 기업들은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21세기는 정보의 시대라고 외치는 마윈의 알리바바. 알리바바는 기업과 기업의 온라인 거래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시작한 회사다. 중국 내수 시장 규모를 등에 업으면서 타오바오, 알리익스프레스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했고 이제는 ‘알리페이’를 통해 모바일 결제 플랫폼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또 다른 중국 기업 텐센트도 마찬가지다. PC 메신저 QQ로 시작해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서비스하면서 약 9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쇼핑, 게임 시장은 물론이고 역시 모바일 결제 플랫폼 시장에도 뛰어 들었다.

이 두 회사는 시가총액이 3,000억 달러를 넘어 아시아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도 IT 분야 시가총액 10위권안에 들어가 있다.

일본의 전자상거래 기업 라쿠텐, 인도의 전자결제업체 페이티엠 등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도 영역을 확장 중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플랫폼 기업의 글로벌 시장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시장이 작다고는 하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 극복할 수 있다.

홍콩에서 시작한 동영상 미디어 플랫폼 ‘뷰’(viu)는 현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 중동 국가 등 13개국에서 가입자 천만 명 이상을 확보했다.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넷플릭스가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다고 봤지만 이들의 전략은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이른바 ‘수직적 플랫폼’인 ‘버티컬(vertical) 플랫폼’ 전략을 썼다.

뷰가 내세우는 핵심 키워드는 아이러니하게도 ‘한류’다. 한국 드라마를 24시간 이내 빠르게 서비스하면서 사용자를 끌어 모았다. 국내 기업들이 내부에서 수익 내기에 열중하고 있을 때 외부에서는 플랫폼 전략으로 손님을 모으고 있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직적 플랫폼 전략이 우리의 현실과 맞다는 조언을 한다. 이미 진입장벽이 높게 형성된 수평적 플랫폼과 경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로봇 플랫폼이나 사물인터넷 플램폼 시장도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다.

이와 관련해 로아인벤션랩의 김진영 대표는 “에어비엔비(숙박)와 우버(운송)처럼 특정 영역에 파고드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우리 현실에 맞다”면서 “플랫폼 전쟁은 이제 시작인만큼 해외의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혁명이 세계 비즈니스의 판을 바꾸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기업 전략에도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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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8 15: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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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대를 장악하는 기업들이 있다.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미국 NYU 스턴 경영대학원의 스캇 갤로웨이 교수는 얼마전 이들을 일컬어 ‘디지털 4대 깡패’라고 말했다. 플랫폼을 만들어 기업이나 소비자가 자유롭게 뛰어놀게 하면서 자신들은 이익을 챙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핵심 키워드는 ‘플랫폼’이다. 플랫폼의 의미는 열차를 타기 위한 물리적 공간. 다시 말해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기 위해서 무조건 가야만 하는 곳이다. 따라서 플랫폼에는 사람들도 모이고 물건들도 모인다.


이런 플랫폼이 디지털 시대에서 핵심 가치로 등장하고 있다.

구글은 검색 플랫폼이다.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들 가운데 내가 궁금한 것을 찾아보기 위해 접속해야 하는 정보의 통로다.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만들었다. 구글이 가진 플랫폼의 이용자는 월 평균 10억 명에 달한다.

애플은 아이폰을 만들어 팔지만 자신들이 개발한 운영체제 iOS에서만 동작하도록 했다. 심지어 온라인 음원 시장인 ‘아이튠즈’에서 음악을 듣게 한다. 이용자들을 애플의 플랫폼 생태계에 빠지게 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스마트폰의 핵심 콘텐츠인 ‘앱’을 내려받는 플랫폼인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도 가지고 있다. 전 세계 수많은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는 이 곳에 앱을 올려야만 팔 수 있고 이용자들을 이 곳을 접속해야만 다운받을 수 있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장악했고 페이스북은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을 장악했다.

정보를 찾고 모바일에서 게임을 즐기고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고 팔고,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디지털 시대의 일상을 4개의 플랫폼 회사가 장악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자연스럽게 플랫폼을 중심으로 탄생한다. 교육, 금융, 법률자문, 의료, 물류 뿐 아니라 심지어 농업 분야에도 새로운 플랫폼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말그대로 플랫폼 전성시대이자 플랫폼 전쟁의 시대가 온 것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 키워드 ‘플랫폼’

1차 산업혁명은 ‘대량생산’으로 정의된다. 증기기관의 발명이 있었기 때문이고 2차 산업혁명은 ‘전기’가 핵심 요소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가 상징이다. 그리고 지금 4차 산업혁명을 말하는데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이 주요 키워드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아직 3차 혁명이 끝났는지 알 수 없지만 명칭보다 중요한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기업의 성장은 산업 체계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제조업에 기반 한 대기업들보다 온라인 플랫폼에 기반한 신생 기업들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대표적인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는 종업원이 30만 명이 넘고, 전 세계 79개 국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25조 원.

이에 비해 플랫폼 기업인 페이스북은 종업원이 2만 명이고 직접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사실상 없다. 그런데도 시장 가치가 약 530조 원으로 삼성전자의 1.6배에 달한다.

페이스북의 자산은 네트워크에 있다. '친구맺기'로 가상공간의 플랫폼을 제공한 후 20억 명의 사용자에게서 광고 수익을 올린다.

네트워크는 비즈니스의 판도 바꾸고 있다.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는 집을 가진 사람과 숙소가 필요한 사람을 이어주고 수수료를 받아 돈을 버는데, 재미있는 점은 에어비앤비는 부동산을 전혀 소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우버는 차량 소유자와 차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을 연결해줄 뿐 자동차를 갖고 있지 않다. 택시 한 대 없으면서 택시 서비스를 한다는 말이다. 승객은 교통비를 아끼고 운전자는 가욋돈을 챙기는 사업 모델인데 세계 630여 도시로 확산됐고 기업 가치는 4년 만에 19조 원으로 급등했다.

대규모 인력이나 공장, 설비가 필요없기 때문에 플랫폼 기업은 성장도 빠르다.

과거 기업들은 시장가치 10억 달러가 될 때까지 성장하는데 평균 20년이 걸렸지만 페이스북은 6년, 에어비앤비는 채 3년도 걸리지 않았다.

이는 제조업에 기반한 산업혁명의 흐름과 맥락이 다르다. 플랫폼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사람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만들어 내는 아이디어가 곧 자산이다.

플랫폼 전문가들은 이를 ‘큐레이션’이라 부른다. 플랫폼을 만들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참여하게 만든 다음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분석하면서 의미 있는 가치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검색 플랫폼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면 소비자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제시할 수 있다. 원하는 정보나 물건을 검색할 때 들어가는 시간을 줄여주는 서비스다. 사람들은 편리함을 느끼게 되고 플랫폼 기업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수평적 플랫폼은 불가능...우리에게 맞는 건 ‘수직 플랫폼’

전 세계 시가총액 순위를 보면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 텐센트 등 절반 정도가 플랫폼 기업이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 현황을 보면 네이버를 제외하곤 상위권에 플랫폼 기업이 사실상 없다. 플랫폼 시대에 우리만 과거를 쫓는 것은 아닐테지만 항상 나오는 말은 비슷하다. 내수 시장이 작고 자본력이 떨어지고 언어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의 영향력을 키우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우리에겐 페이스북보다 먼저 시작한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이 있었다. 싸이월드다.


싸이월드는 1999년 시작해 2008년에는 가입자 3,500만 명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심지어 2005년부터는 중국, 일본, 미국 등으로 글로벌 진출도 선언했다. 당시 SK컴즈 사장은 구글을 뛰어넘겠다고도 말했다.

그런데 지금 싸이월드를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2004년 등장한 페이스북을 견제하지도 못했고 2012년엔 안방인 국내에서 페이스북에 점유율을 추월당했다. 싸이월드는 SNS의 원조격으로 불렸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덕진 부소장은 “사업의 모든 주체에 대기업이 있었고 자연스러운 IT 벤처문화 마인드들은 없어지게 됐다”면서 “플랫폼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방해했다"고 말한다.

앞서 말했듯이 플랫폼의 핵심 전략은 ‘양면전략’이다. 장(場)만 만들어놓고 그게 누구가 됐건 마음껏 놀게 해줘야 한다. 기업이 장을 만들었다고 자신들이 주인공이 되면 안 되는데 싸이월드는 혼자서 다 하려고 했다.

페이스북 플랫폼을 보면 그 곳에는 수많은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하고 있고 수많은 소비자들도 자유롭게 참여하고 있다. 싸이월드의 실패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양면이 아닌 단면 전략을 썼기 때문이라는 분석들이 많다.

국내의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은 네이버와 카카오다. 물론 통신사도 플랫폼이지만 영역의 확장성을 보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더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 뉴스 서비스를 하고 검색 광고를 하면서 이익을 많이 냈지만 세계 시장에 나갈 만한 상징적인 플랫폼을 만들지는 못했다.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를 갖고 있는 카카오는 다음과 합병하면서 이른바 ‘O2O’,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어주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해외에 있는 유사 모델로 세계 시장으로 나가기엔 역부족이다.

네이버는 일본 법인을 통해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서비스하고 있다. 태국, 대만 등 동남아시아에 집중하고 있지만 페이스북 메신저, 왓츠앱, 위챗 등이 버티고 있는 세계 시장 공략이 쉬운 상황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플랫폼 기업들은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21세기는 정보의 시대라고 외치는 마윈의 알리바바. 알리바바는 기업과 기업의 온라인 거래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시작한 회사다. 중국 내수 시장 규모를 등에 업으면서 타오바오, 알리익스프레스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했고 이제는 ‘알리페이’를 통해 모바일 결제 플랫폼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또 다른 중국 기업 텐센트도 마찬가지다. PC 메신저 QQ로 시작해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서비스하면서 약 9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쇼핑, 게임 시장은 물론이고 역시 모바일 결제 플랫폼 시장에도 뛰어 들었다.

이 두 회사는 시가총액이 3,000억 달러를 넘어 아시아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도 IT 분야 시가총액 10위권안에 들어가 있다.

일본의 전자상거래 기업 라쿠텐, 인도의 전자결제업체 페이티엠 등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도 영역을 확장 중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플랫폼 기업의 글로벌 시장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시장이 작다고는 하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 극복할 수 있다.

홍콩에서 시작한 동영상 미디어 플랫폼 ‘뷰’(viu)는 현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 중동 국가 등 13개국에서 가입자 천만 명 이상을 확보했다.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넷플릭스가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다고 봤지만 이들의 전략은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이른바 ‘수직적 플랫폼’인 ‘버티컬(vertical) 플랫폼’ 전략을 썼다.

뷰가 내세우는 핵심 키워드는 아이러니하게도 ‘한류’다. 한국 드라마를 24시간 이내 빠르게 서비스하면서 사용자를 끌어 모았다. 국내 기업들이 내부에서 수익 내기에 열중하고 있을 때 외부에서는 플랫폼 전략으로 손님을 모으고 있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직적 플랫폼 전략이 우리의 현실과 맞다는 조언을 한다. 이미 진입장벽이 높게 형성된 수평적 플랫폼과 경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로봇 플랫폼이나 사물인터넷 플램폼 시장도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다.

이와 관련해 로아인벤션랩의 김진영 대표는 “에어비엔비(숙박)와 우버(운송)처럼 특정 영역에 파고드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우리 현실에 맞다”면서 “플랫폼 전쟁은 이제 시작인만큼 해외의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혁명이 세계 비즈니스의 판을 바꾸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기업 전략에도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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