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살인 부르는 ‘층간소음’, 특단 대책 있을까?

입력 2017.07.2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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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아랫집과 윗집이 다퉜다. 아랫집 사람이 격분해 흉기를 휘둘렀고, 윗집 사람은 그 흉기에 찔려 숨졌다. 피의자, 피해자 모두 혼자 사는 60대 남성들로 1살 차이였다. 사건 발생 두 달 전부터 '층간소음' 갈등이 심해졌다.

윗집에서 들려오던 의문의 '쿵쿵' 소리. 아파트 인터폰으로 다투기도 하고, 종종 아랫집 남성이 쫓아 올라가기도 했다. 사건이 벌어진 지난 25일엔 인터폰으로 "매번 내가 올라갔으니 이번엔 당신이 내려와라." 얘기에 윗집 남성이 내려왔다. 그리고 사달이 났다.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 노원경찰서는 계획 범죄가 아니라 홧김에 저지른 우발 범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이 벌어진 현장사건이 벌어진 현장

의문의 '쿵쿵' 소리. 연령불문

아랫집 남성은 윗집에서 몇 달 동안 '쿵쿵' 소리에 시달렸다고 진술했다. '쿵쿵' 소리가 어떤 것인지, 왜 나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당사자인 윗집 남성은 숨졌다. 살인까지 치닫게 된 '층간소음'의 원인은 쉽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대개 '층간소음'은 세탁기, 청소기 등 집안 일부터 고성방가나 아이들 뛰어다닐 때의 소음까지 다양한 사례가 있다. 60대 남성이 혼자 사는 집에서 계속해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의 중복접수 제외한 층간소음 관련 민원 수국가소음정보시스템의 중복접수 제외한 층간소음 관련 민원 수

반복되는 갈등...어떻게 대응하나?

'층간소음'은 법에도 나오는 용어다. 주택법 제44조와 주택법 시행령 제57조에 아이들 뛰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늦은 시간 생활 소음 등을 '층감소음'으로 규정했다. 주거 문화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공동주거시설로 바뀌면서 주택법에서도 층간소음을 정의한 것이다.

아직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 민원, 신고 건수가 통합 통계로 나오진 않는다. 다만 환경부의 국가소음정보시스템 통계를 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2만 건에 가까운 민원이 접수됐다. 시군구청이나 경찰에만 민원 접수, 신고하거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얘기한 사례까지 합치면 실제 '층간소음' 민원은 더 많을 것이다.

환경부의 국가소음정보시스템. www.noiseinfo.or.kr환경부의 국가소음정보시스템. www.noiseinfo.or.kr

현재로선 '한 방'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 경찰에 신고하면 '소음'이니 경범죄 처벌로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나올 수 있지만, 고의성 여부 등 따져볼 게 많아 똑 부러진 처벌은 어렵다.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달라'는 가처분 소송이나,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있다. 다만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소송 실익이 크지 않다는 평도 있다.

환경부의 국가소음정보스시템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운영해오고 있다. 사안에 따라 현장에 직접 나가 소음을 측정하고 상담을 진행해 분쟁 조정을 하고 있다.

개인의 분쟁? 국가 개입?...'공동주택관리규약'

'층간소음'은 개인 간 분쟁이지만, 폭행부터 살인까지 강력 범죄로 비화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개별 사안마다 상황이 모두 달라 포괄적 규제도 어렵다. 2014년부터 주택을 지을 때 방음 소재를 보강하도록 했지만, 그 이전 주택은 해당이 안 된다.

성인 남성이 평범하게 뚜벅뚜벅 걸어도 그 소리가 그대로 아랫집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조심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소음이 발생하는 것이다. 반대로 아랫집 거주자가 상당히 예민한 귀를 갖고 있어 '사뿐히 걷는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갈등은 끊이지 않게 된다.

주거 형태별, 입주민의 특성과 개별 상황마다 판단해야 할 상황도 많다. 국가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제재하는 법안을 내놓기 어려운 이유다.

공동주택관리규약을 강화하는 방안도 있다. 개인도, 국가도 선뜻 나서거나 해결하기 어렵다면 주거 공동체 단위별로 생활 규칙을 만들어 지킨다는 발상이다. 관리규약은 시도지사가 준칙으로 정한 것이 표준관리규약이 된다.

이를 참조해 각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자치규약을 마련하고 있다. 이 관리규약에 생활 소음을 방지하자는 것, '무엇은 어느 정도까지 된다, 안 된다' 등의 규칙을 주택의 상황과 특색에 맞게 제정하고, 어기면 제재를 하는 것에 모두 합의를 하는 게 지금은 '층간소음' 분쟁을 막고,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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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사건건] 살인 부르는 ‘층간소음’, 특단 대책 있을까?
    • 입력 2017-07-28 18:25:02
    사사건건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아랫집과 윗집이 다퉜다. 아랫집 사람이 격분해 흉기를 휘둘렀고, 윗집 사람은 그 흉기에 찔려 숨졌다. 피의자, 피해자 모두 혼자 사는 60대 남성들로 1살 차이였다. 사건 발생 두 달 전부터 '층간소음' 갈등이 심해졌다.

윗집에서 들려오던 의문의 '쿵쿵' 소리. 아파트 인터폰으로 다투기도 하고, 종종 아랫집 남성이 쫓아 올라가기도 했다. 사건이 벌어진 지난 25일엔 인터폰으로 "매번 내가 올라갔으니 이번엔 당신이 내려와라." 얘기에 윗집 남성이 내려왔다. 그리고 사달이 났다.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 노원경찰서는 계획 범죄가 아니라 홧김에 저지른 우발 범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이 벌어진 현장
의문의 '쿵쿵' 소리. 연령불문

아랫집 남성은 윗집에서 몇 달 동안 '쿵쿵' 소리에 시달렸다고 진술했다. '쿵쿵' 소리가 어떤 것인지, 왜 나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당사자인 윗집 남성은 숨졌다. 살인까지 치닫게 된 '층간소음'의 원인은 쉽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대개 '층간소음'은 세탁기, 청소기 등 집안 일부터 고성방가나 아이들 뛰어다닐 때의 소음까지 다양한 사례가 있다. 60대 남성이 혼자 사는 집에서 계속해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의 중복접수 제외한 층간소음 관련 민원 수
반복되는 갈등...어떻게 대응하나?

'층간소음'은 법에도 나오는 용어다. 주택법 제44조와 주택법 시행령 제57조에 아이들 뛰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늦은 시간 생활 소음 등을 '층감소음'으로 규정했다. 주거 문화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공동주거시설로 바뀌면서 주택법에서도 층간소음을 정의한 것이다.

아직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 민원, 신고 건수가 통합 통계로 나오진 않는다. 다만 환경부의 국가소음정보시스템 통계를 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2만 건에 가까운 민원이 접수됐다. 시군구청이나 경찰에만 민원 접수, 신고하거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얘기한 사례까지 합치면 실제 '층간소음' 민원은 더 많을 것이다.

환경부의 국가소음정보시스템. www.noiseinfo.or.kr
현재로선 '한 방'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 경찰에 신고하면 '소음'이니 경범죄 처벌로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나올 수 있지만, 고의성 여부 등 따져볼 게 많아 똑 부러진 처벌은 어렵다.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달라'는 가처분 소송이나,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있다. 다만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소송 실익이 크지 않다는 평도 있다.

환경부의 국가소음정보스시템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운영해오고 있다. 사안에 따라 현장에 직접 나가 소음을 측정하고 상담을 진행해 분쟁 조정을 하고 있다.

개인의 분쟁? 국가 개입?...'공동주택관리규약'

'층간소음'은 개인 간 분쟁이지만, 폭행부터 살인까지 강력 범죄로 비화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개별 사안마다 상황이 모두 달라 포괄적 규제도 어렵다. 2014년부터 주택을 지을 때 방음 소재를 보강하도록 했지만, 그 이전 주택은 해당이 안 된다.

성인 남성이 평범하게 뚜벅뚜벅 걸어도 그 소리가 그대로 아랫집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조심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소음이 발생하는 것이다. 반대로 아랫집 거주자가 상당히 예민한 귀를 갖고 있어 '사뿐히 걷는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갈등은 끊이지 않게 된다.

주거 형태별, 입주민의 특성과 개별 상황마다 판단해야 할 상황도 많다. 국가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제재하는 법안을 내놓기 어려운 이유다.

공동주택관리규약을 강화하는 방안도 있다. 개인도, 국가도 선뜻 나서거나 해결하기 어렵다면 주거 공동체 단위별로 생활 규칙을 만들어 지킨다는 발상이다. 관리규약은 시도지사가 준칙으로 정한 것이 표준관리규약이 된다.

이를 참조해 각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자치규약을 마련하고 있다. 이 관리규약에 생활 소음을 방지하자는 것, '무엇은 어느 정도까지 된다, 안 된다' 등의 규칙을 주택의 상황과 특색에 맞게 제정하고, 어기면 제재를 하는 것에 모두 합의를 하는 게 지금은 '층간소음' 분쟁을 막고,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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