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고양이를 처음 만져본 기자의 ‘힐링취재’

입력 2017.07.29 (10:01) 수정 2017.07.2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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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방송계의 떠오르는 샛별  요지  (유튜브 : 김메주와 고양이들)고양이 방송계의 떠오르는 샛별 요지 (유튜브 : 김메주와 고양이들)

귀여움보다 먼저 다가온 불길함

어린 시절, 할아버지 가게에서 키우던 얼룩 고양이는 저를 할퀸 죄로 고물상에 팔려갔습니다. 차에 치여 죽은 새끼 고양이를 보고 마음 아팠던 것도 잠시. 에드가 알렌 포의 '검은 고양이'를 읽고 난 뒤부턴 새벽 고양이 울음소리가 무서웠습니다. 터보가 리메이크하기 전까진 '검은 고양이 네로'마저도 불편했습니다.

반갑다고 꼬리 치며 따라오는 바둑이만 사랑하던 세상. 음식물 쓰레기통 뒤지는 고양이를 때려잡자던 세상. 검은 고양이를 보면 불길하다던 시절이었습니다. 좀 귀엽긴 했지만, 언감생심 쓰다듬어볼 생각은 못 했습니다.

캠코더 하나면 끝! 의외로 소박한 고양이 방송 촬영.캠코더 하나면 끝! 의외로 소박한 고양이 방송 촬영.

컴퓨터로 뚝딱둑딱 편집해 줍니다.컴퓨터로 뚝딱둑딱 편집해 줍니다.

고양이 : 귀여움의 역습

모두가 강아지의 천하 통일을 의심하지 않는 사이, 고양이는 조금씩 세력을 키웠습니다. 동그란 눈과 핑크빛 발바닥, 무심한 듯 시크한 성격을 앞세우고 말이죠. 2015년 농림축산검역본부 조사결과,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는 3년사이 63.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은 더 늘어난 걸로 추산되네요.

이런 인기가 반영된 걸까요? 유튜브에서 '고양이'를 검색해보면 고양이 전문 채널이 10개 정도 검색됩니다. 올해 들어 새로 개설된 채널이 많네요. 집고양이의 일상을 담는 곳도 있고 길고양이를 관찰하는 곳도 있습니다. 수만에서 수십만 회 클릭은 기본입니다.

채널 중 하나인 '김메주와 고양이들'을 찾았습니다. "고양이 4마리 다 찍으면 안 된다. 아버지는 3마리만 키우는 걸로 아신다. 4마리인 거 들키면 혼난다"며 아파트 문을 열어주던 운영자 김혜주 씨. 고양이의 일상을 캠코더로 촬영해 매일 방송하고 있습니다.

고양이 먹방을 보면서 지친 하루를 힐링~고양이 먹방을 보면서 지친 하루를 힐링~

밥 주고 놀고 씻기고 병원 데려가는 지극히 평범한 내용. 무엇이 사람들을 이렇게 열광하게 하는 걸까요?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싫어했던 과거가 미안해서 방송을 시작했다는 김혜주 씨는 "고양이의 귀여움에 빠져 고양이 방송을 보고, 예능프로처럼 고양이마다 캐릭터를 부여해주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합니다.

"언제나 발랄한 강아지와는 달리 고양이는 조용히 와서 같이 기뻐해 주거나 같이 슬퍼해 주는 매력이 있다"며 귀여운 고양이를 보며 힐링하려는 사람, 고양이를 직접 키우기는 겁나지만 귀여움을 즐기고 싶은 사람, 고양이 입양을 앞두고 미리 양육법을 배우려는 사람이 많다고 전합니다. 고양이를 요물이 아니라 귀여움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거죠.

잡지를 구매할 시장층이 형성됐다는 것, 애묘인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방증.잡지를 구매할 시장층이 형성됐다는 것, 애묘인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방증.

종이 위로 적은 "캐밍아웃"

고양이 인구가 늘면서 생겨난 건 인터넷 방송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달엔 고양이 전문 잡지 'DEAR CATS'가 창간했습니다. 고양이 전문잡지로는 두 번째입니다. 고양이에 대한 사랑, 고양이에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세상에 대한 걱정 등이 오롯이 담겼습니다.

필자 중의 한 명인 강인규 씨.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강화도 이층집에서 고양이 19마리와 생활하고 있는 강 씨는 "고양이와 10살 난 아들이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잡지에 힘을 보탰다고 말합니다. '털 많이 빠지는 고양이 키우면 애들 병난다'는 속설에 맞서고 싶은 거죠.

이미 고양이 관련 책도 펴낸 적 있는 강 씨는 "고양이에 대한 사랑은 결국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며 '사랑의 본질은 같다'라는 걸 글을 통해 느꼈으면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강화도. 드라이브 코스라 그런지 유독 차에 고양이를 싣고 와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며, 고양이도 한 생명으로 사랑해주고 아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나도 외로움을 탄다, 다만…….

10년 전만 해도 고양이용 모래, 백신은 커녕 수의사도 변변치 않았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 고양이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늘어난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고양이 외모가 갑자기 달라진 것도 아닌데 말이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나라 가구구조에서 단서 하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1인 가구의 증가'입니다. 2000년 15.6%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1인 가구는 2010년 23.9%를 지나 2016년 27.6%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2025년엔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노진희 수의사. 개가 좋아 수의대에 갔지만 현실은....노진희 수의사. 개가 좋아 수의대에 갔지만 현실은....

이러한 1인 가구 또는 1~2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에 가장 잘 맞는 반려동물이 고양이라는 거죠. 고양이 전문 수의사인 노진희 씨는 "강아지의 경우에는 누군가 집에 없으면 짖는다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아주 많다. 고양이도 물론 외로움을 안 탄다는 건 아니지만, 사람이 계속 있어줄 필요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또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산책을 시킬 필요도 없고 목욕을 시킬 필요도 없고 대소변도 본능적으로 가리기 때문에 1인 가구에서 키우기 훨씬 적합하다"고 말합니다. 강아지보다는 손이 덜 가고 독립적인 고양이의 매력이 크다는 거죠.

아기와 고양이를 함께 키워도 아기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합니다.(강인규 씨 아이와 고양이)아기와 고양이를 함께 키워도 아기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합니다.(강인규 씨 아이와 고양이)

우리 이대로 사랑하게 해주세요

지금껏 살면서 만난 고양이 보다 이번 취재를 하며 만난 고양이가 훨씬 많았습니다. '냥홀릭'들에게 세뇌당한 걸까요? 무서워만 보이던 고양이가 친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고양이를 처음 쓰다듬어 볼 수 있었습니다.

목에서 시작해 등을 지나 엉덩이까지. 탄탄한 어깻죽지 뼈가 부드러운 털 아래 느껴졌고, 야수의 굳건한 근육이 손끝에 고요히 숨죽이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냥 귀여웠습니다. 털이 좀 많이 빠지면 어떤가요 귀여우면 그만이지.

강인규 씨의 감독 아래 고양이를 처음 만져보는 기자.강인규 씨의 감독 아래 고양이를 처음 만져보는 기자.

이로써 친묘파가 또 하나 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양이들은 '을중의 을'입니다. 최근엔 또다시 고양이 학대 사진이 공개돼 인터넷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바람직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 가운데 길고양이는 여전히 증오와 박해의 대상에 머물러 있습니다.

강인규 씨의 글 한 구절로 마무리를 대신합니다. "아기는 달님의 마음과 별님의 호기심을 가졌다. 그래서 금세 세상과 사랑에 빠졌고 빠르게 어른이 되어갔다. 하늘님은 다시 고민했다. 그리고 영원히 아기로 사는 생명체를 땅에 내려보내기로 했다. 사람들은 그 생명체를 고양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연관기사] [뉴스7] 반려동물 대세 등극 ‘고양이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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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고양이를 처음 만져본 기자의 ‘힐링취재’
    • 입력 2017-07-29 10:01:08
    • 수정2017-07-29 10:04:41
    취재후·사건후
고양이 방송계의 떠오르는 샛별  요지  (유튜브 : 김메주와 고양이들)
귀여움보다 먼저 다가온 불길함

어린 시절, 할아버지 가게에서 키우던 얼룩 고양이는 저를 할퀸 죄로 고물상에 팔려갔습니다. 차에 치여 죽은 새끼 고양이를 보고 마음 아팠던 것도 잠시. 에드가 알렌 포의 '검은 고양이'를 읽고 난 뒤부턴 새벽 고양이 울음소리가 무서웠습니다. 터보가 리메이크하기 전까진 '검은 고양이 네로'마저도 불편했습니다.

반갑다고 꼬리 치며 따라오는 바둑이만 사랑하던 세상. 음식물 쓰레기통 뒤지는 고양이를 때려잡자던 세상. 검은 고양이를 보면 불길하다던 시절이었습니다. 좀 귀엽긴 했지만, 언감생심 쓰다듬어볼 생각은 못 했습니다.

캠코더 하나면 끝! 의외로 소박한 고양이 방송 촬영.
컴퓨터로 뚝딱둑딱 편집해 줍니다.
고양이 : 귀여움의 역습

모두가 강아지의 천하 통일을 의심하지 않는 사이, 고양이는 조금씩 세력을 키웠습니다. 동그란 눈과 핑크빛 발바닥, 무심한 듯 시크한 성격을 앞세우고 말이죠. 2015년 농림축산검역본부 조사결과,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는 3년사이 63.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은 더 늘어난 걸로 추산되네요.

이런 인기가 반영된 걸까요? 유튜브에서 '고양이'를 검색해보면 고양이 전문 채널이 10개 정도 검색됩니다. 올해 들어 새로 개설된 채널이 많네요. 집고양이의 일상을 담는 곳도 있고 길고양이를 관찰하는 곳도 있습니다. 수만에서 수십만 회 클릭은 기본입니다.

채널 중 하나인 '김메주와 고양이들'을 찾았습니다. "고양이 4마리 다 찍으면 안 된다. 아버지는 3마리만 키우는 걸로 아신다. 4마리인 거 들키면 혼난다"며 아파트 문을 열어주던 운영자 김혜주 씨. 고양이의 일상을 캠코더로 촬영해 매일 방송하고 있습니다.

고양이 먹방을 보면서 지친 하루를 힐링~
밥 주고 놀고 씻기고 병원 데려가는 지극히 평범한 내용. 무엇이 사람들을 이렇게 열광하게 하는 걸까요?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싫어했던 과거가 미안해서 방송을 시작했다는 김혜주 씨는 "고양이의 귀여움에 빠져 고양이 방송을 보고, 예능프로처럼 고양이마다 캐릭터를 부여해주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합니다.

"언제나 발랄한 강아지와는 달리 고양이는 조용히 와서 같이 기뻐해 주거나 같이 슬퍼해 주는 매력이 있다"며 귀여운 고양이를 보며 힐링하려는 사람, 고양이를 직접 키우기는 겁나지만 귀여움을 즐기고 싶은 사람, 고양이 입양을 앞두고 미리 양육법을 배우려는 사람이 많다고 전합니다. 고양이를 요물이 아니라 귀여움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거죠.

잡지를 구매할 시장층이 형성됐다는 것, 애묘인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방증.
종이 위로 적은 "캐밍아웃"

고양이 인구가 늘면서 생겨난 건 인터넷 방송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달엔 고양이 전문 잡지 'DEAR CATS'가 창간했습니다. 고양이 전문잡지로는 두 번째입니다. 고양이에 대한 사랑, 고양이에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세상에 대한 걱정 등이 오롯이 담겼습니다.

필자 중의 한 명인 강인규 씨.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강화도 이층집에서 고양이 19마리와 생활하고 있는 강 씨는 "고양이와 10살 난 아들이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잡지에 힘을 보탰다고 말합니다. '털 많이 빠지는 고양이 키우면 애들 병난다'는 속설에 맞서고 싶은 거죠.

이미 고양이 관련 책도 펴낸 적 있는 강 씨는 "고양이에 대한 사랑은 결국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며 '사랑의 본질은 같다'라는 걸 글을 통해 느꼈으면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강화도. 드라이브 코스라 그런지 유독 차에 고양이를 싣고 와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며, 고양이도 한 생명으로 사랑해주고 아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나도 외로움을 탄다, 다만…….

10년 전만 해도 고양이용 모래, 백신은 커녕 수의사도 변변치 않았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 고양이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늘어난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고양이 외모가 갑자기 달라진 것도 아닌데 말이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나라 가구구조에서 단서 하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1인 가구의 증가'입니다. 2000년 15.6%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1인 가구는 2010년 23.9%를 지나 2016년 27.6%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2025년엔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노진희 수의사. 개가 좋아 수의대에 갔지만 현실은....
이러한 1인 가구 또는 1~2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에 가장 잘 맞는 반려동물이 고양이라는 거죠. 고양이 전문 수의사인 노진희 씨는 "강아지의 경우에는 누군가 집에 없으면 짖는다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아주 많다. 고양이도 물론 외로움을 안 탄다는 건 아니지만, 사람이 계속 있어줄 필요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또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산책을 시킬 필요도 없고 목욕을 시킬 필요도 없고 대소변도 본능적으로 가리기 때문에 1인 가구에서 키우기 훨씬 적합하다"고 말합니다. 강아지보다는 손이 덜 가고 독립적인 고양이의 매력이 크다는 거죠.

아기와 고양이를 함께 키워도 아기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합니다.(강인규 씨 아이와 고양이)
우리 이대로 사랑하게 해주세요

지금껏 살면서 만난 고양이 보다 이번 취재를 하며 만난 고양이가 훨씬 많았습니다. '냥홀릭'들에게 세뇌당한 걸까요? 무서워만 보이던 고양이가 친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고양이를 처음 쓰다듬어 볼 수 있었습니다.

목에서 시작해 등을 지나 엉덩이까지. 탄탄한 어깻죽지 뼈가 부드러운 털 아래 느껴졌고, 야수의 굳건한 근육이 손끝에 고요히 숨죽이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냥 귀여웠습니다. 털이 좀 많이 빠지면 어떤가요 귀여우면 그만이지.

강인규 씨의 감독 아래 고양이를 처음 만져보는 기자.
이로써 친묘파가 또 하나 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양이들은 '을중의 을'입니다. 최근엔 또다시 고양이 학대 사진이 공개돼 인터넷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바람직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 가운데 길고양이는 여전히 증오와 박해의 대상에 머물러 있습니다.

강인규 씨의 글 한 구절로 마무리를 대신합니다. "아기는 달님의 마음과 별님의 호기심을 가졌다. 그래서 금세 세상과 사랑에 빠졌고 빠르게 어른이 되어갔다. 하늘님은 다시 고민했다. 그리고 영원히 아기로 사는 생명체를 땅에 내려보내기로 했다. 사람들은 그 생명체를 고양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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