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 브라질 유탄에 신음하는 아이들…리우의 두 얼굴

입력 2017.07.29 (22:00) 수정 2017.07.2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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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이지만, 시도때도없이 총격전이 벌어지는 폭력과 범죄의 도시이기도 한데요,

올 상반기에만 약 3천 명이 희생됐습니다.

지난해 올림픽을 치른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돼 어린이들이 유탄에 목숨을 잃는 경우도 다반사인데요,

범죄의 온상이라는 브라질의 빈민가 파벨라에서 이재환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마을에서 벌어지는 경찰과 범죄조직간의 총격전,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총격에 급히 몸을 피합니다.

이 갓난아이 아툴은 이 같은 총격전에서 살아남은 기적의 아이로 불립니다.

출산 예정 사흘을 앞두고 엄마 뱃속에서 유탄에 맞았기 때문입니다.

유탄은 엄마의 엉덩이를 뚫고 아툴의 머리 옆을 스쳤습니다.

이어 웅크린 아툴의 쇄골과 양쪽 폐를 뚫은 뒤 왼쪽 겨드랑이 밑을 관통했습니다.

의료진은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아툴의 총상을 치료하는 대수술 끝에 생명을 구했습니다.

<인터뷰> 비니시우스 조그비(아툴 집도 의사/아덩 메레이라 주립병원) : "임신부가 배에 총알을 맞아 태아의 두 폐가 뚫렸는데도 살아났다는 게 (기적입니다)."

아툴이 엄마 뱃속에서 유탄에 맞은 현장을 찾았습니다.

빈민가, 파벨라 어귀의 경찰 장갑차, 곳곳에 총탄 자국입니다.

5백 60여 가구가 사는 이 파벨라의 이름은 리셩, 우리말로 쓰레기라는 마을입니다.

아이들이 노는 체육시설 지붕에 구멍이 숭숭 뚫렸습니다.

유탄 자국입니다.

아이들은 일상이 돼 버린 총격전을 전쟁이라고 부릅니다.

<녹취> 파벨라 어린이 : "(총격전 무섭지 않아요?) 네, 무섭지 않아요. 익숙한 일이에요."

<녹취> "(아저씨 마이크가) 총처럼 보여요"

아툴의 엄마 클라우디네이아 씨도 이곳에서 총격전 유탄에 맞았습니다.

<인터뷰> 볼레이(파벨라 리셩 지도자) : "아툴의 엄마가 이 길을 걷다가 여기서 유탄을 맞았습니다."

파벨라 중심에 있는 이 학교는 매일 유탄 피해를 걱정해야 합니다.

학교 옆 벽면입니다.

이 파벨라 지역의 마을 공동체가 자체 운영하는 학교라고 적혀 있습니다.

벽면 곳곳에는 이처럼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3살에서 14살까지 3백여 명의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이 학교 교사들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이 있습니다.

<인터뷰> 루시아나(파벨라 학교 교사) : "총격이 일어나면 수업이 없을 때라도 아이들을 내보내지 않습니다. 총격이 끝날 때까지 아이들을 못 가게 합니다."

지난 11일, 리우 데 자네이루의 고속도로가 통제됐습니다.

파벨라에 은신했던 마약 범죄자들이 경찰에 쫓기다 파벨라 옆 고속도로 인근 숲으로 숨은 겁니다.

파벨라에서 시작된 총격전은 이처럼 인근 도로와 주변 마을의 안전까지 위협합니다.

밤이 되도 쉽게 잠 못드는 이 지역, 파벨라가 주변을 감싸고 있어 언제 일어날지 모를 총격전 때문입니다.

8살 카요라는 아이는 4년 전 이 마을의 축구 연습장에 들어가려 줄을 섰다가 유탄에 맞아 숨졌습니다.

파벨라의 범죄 조직원들이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인접한 이곳으로 달아나 양측의 총격전이 확산된 겁니다.

6만 가구가 사는 이 마을에 어린이들은 5만여 명,

늘 불안 속에 살아야 합니다.

<인터뷰> 마리아(10살) : "무서워요. 요즘에는 아무 죄 없는 어린이들도 폭력의 대상이 되니까요. 저희도 전부 당해요."

8살의 카요가 사망한 이후 마을 주민 56살 루이스 카를로스 씨는 시민단체를 조직했습니다.

"방구는 평화를 원한다"라는 시민단체는 비상약과 옷을 준비해 유탄 피해자를 돕고 있습니다.

<인터뷰> 루이스 카를로스(시민단체 대표) : "카요가 유탄에 맞았을 때 저는 베란다에 있었습니다. 그때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날이 저물자 국도에는 무장한 경찰이 삼엄한 경계에 들어갑니다.

'신의 도시'라 불리는 리우 파벨라 길목에서 총기와 마약 소지 여부를 검색하는 겁니다.

마을로 들어서자 골목 입구마다 경찰과 군부대가 경계에 나섭니다.

파벨라 입구에는 이처럼 매일 긴장감이 흐릅니다.

밤이고 낮이고 양측의 총격전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평화유지대 사무실과 초소마다 총탄 자국이 곳곳에 나 있습니다.

범죄조직원들의 습격과 맞대응하는 경찰 간에 총격전 때문입니다.

<녹취> 무장 경찰 : "매일 범죄조 직으로부터 공격을 당해요."

올 상반기 일어난 리우의 폭력 사건으로 약 3천 명이 숨졌습니다.

지난해보다 16% 늘어났습니다.

특히, 상반기까지 5명의 어린이가 유탄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터뷰> 마르께스(종군 기자) : "(올림픽 이후)마약범들이 강력하게 무장해서 돌아왔습니다.항상 주민들 바로 앞에서 경찰과 총격전을 벌입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리오는 올림픽을 치르기 전 대규모로 범죄 소탕작전이 펼쳐진 곳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지방정부의 재정난에 효율적 치안 행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인터뷰> 발레치아노(제툴리우 바르가스 연구소 연구원) : "리우는 재정적인 문제로 안보 문제가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국가가 돈이 없어서 안보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인터뷰> 클로비스('길을 잃은 총탄' NGO 대표) : "파벨라는 범죄조직이 함께하는 곳입니다. 정부는 그 사실을 인식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맞는 해결법을 찾아야 합니다."

거대 예수상이 두 팔을 벌리며 도시를 감싸고 있는 관광 메카, 리우

하지만, 아이들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치안불안은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이재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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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현장] 브라질 유탄에 신음하는 아이들…리우의 두 얼굴
    • 입력 2017-07-29 22:28:31
    • 수정2017-07-29 22:36:18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멘트>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이지만, 시도때도없이 총격전이 벌어지는 폭력과 범죄의 도시이기도 한데요,

올 상반기에만 약 3천 명이 희생됐습니다.

지난해 올림픽을 치른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돼 어린이들이 유탄에 목숨을 잃는 경우도 다반사인데요,

범죄의 온상이라는 브라질의 빈민가 파벨라에서 이재환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마을에서 벌어지는 경찰과 범죄조직간의 총격전,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총격에 급히 몸을 피합니다.

이 갓난아이 아툴은 이 같은 총격전에서 살아남은 기적의 아이로 불립니다.

출산 예정 사흘을 앞두고 엄마 뱃속에서 유탄에 맞았기 때문입니다.

유탄은 엄마의 엉덩이를 뚫고 아툴의 머리 옆을 스쳤습니다.

이어 웅크린 아툴의 쇄골과 양쪽 폐를 뚫은 뒤 왼쪽 겨드랑이 밑을 관통했습니다.

의료진은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아툴의 총상을 치료하는 대수술 끝에 생명을 구했습니다.

<인터뷰> 비니시우스 조그비(아툴 집도 의사/아덩 메레이라 주립병원) : "임신부가 배에 총알을 맞아 태아의 두 폐가 뚫렸는데도 살아났다는 게 (기적입니다)."

아툴이 엄마 뱃속에서 유탄에 맞은 현장을 찾았습니다.

빈민가, 파벨라 어귀의 경찰 장갑차, 곳곳에 총탄 자국입니다.

5백 60여 가구가 사는 이 파벨라의 이름은 리셩, 우리말로 쓰레기라는 마을입니다.

아이들이 노는 체육시설 지붕에 구멍이 숭숭 뚫렸습니다.

유탄 자국입니다.

아이들은 일상이 돼 버린 총격전을 전쟁이라고 부릅니다.

<녹취> 파벨라 어린이 : "(총격전 무섭지 않아요?) 네, 무섭지 않아요. 익숙한 일이에요."

<녹취> "(아저씨 마이크가) 총처럼 보여요"

아툴의 엄마 클라우디네이아 씨도 이곳에서 총격전 유탄에 맞았습니다.

<인터뷰> 볼레이(파벨라 리셩 지도자) : "아툴의 엄마가 이 길을 걷다가 여기서 유탄을 맞았습니다."

파벨라 중심에 있는 이 학교는 매일 유탄 피해를 걱정해야 합니다.

학교 옆 벽면입니다.

이 파벨라 지역의 마을 공동체가 자체 운영하는 학교라고 적혀 있습니다.

벽면 곳곳에는 이처럼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3살에서 14살까지 3백여 명의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이 학교 교사들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이 있습니다.

<인터뷰> 루시아나(파벨라 학교 교사) : "총격이 일어나면 수업이 없을 때라도 아이들을 내보내지 않습니다. 총격이 끝날 때까지 아이들을 못 가게 합니다."

지난 11일, 리우 데 자네이루의 고속도로가 통제됐습니다.

파벨라에 은신했던 마약 범죄자들이 경찰에 쫓기다 파벨라 옆 고속도로 인근 숲으로 숨은 겁니다.

파벨라에서 시작된 총격전은 이처럼 인근 도로와 주변 마을의 안전까지 위협합니다.

밤이 되도 쉽게 잠 못드는 이 지역, 파벨라가 주변을 감싸고 있어 언제 일어날지 모를 총격전 때문입니다.

8살 카요라는 아이는 4년 전 이 마을의 축구 연습장에 들어가려 줄을 섰다가 유탄에 맞아 숨졌습니다.

파벨라의 범죄 조직원들이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인접한 이곳으로 달아나 양측의 총격전이 확산된 겁니다.

6만 가구가 사는 이 마을에 어린이들은 5만여 명,

늘 불안 속에 살아야 합니다.

<인터뷰> 마리아(10살) : "무서워요. 요즘에는 아무 죄 없는 어린이들도 폭력의 대상이 되니까요. 저희도 전부 당해요."

8살의 카요가 사망한 이후 마을 주민 56살 루이스 카를로스 씨는 시민단체를 조직했습니다.

"방구는 평화를 원한다"라는 시민단체는 비상약과 옷을 준비해 유탄 피해자를 돕고 있습니다.

<인터뷰> 루이스 카를로스(시민단체 대표) : "카요가 유탄에 맞았을 때 저는 베란다에 있었습니다. 그때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날이 저물자 국도에는 무장한 경찰이 삼엄한 경계에 들어갑니다.

'신의 도시'라 불리는 리우 파벨라 길목에서 총기와 마약 소지 여부를 검색하는 겁니다.

마을로 들어서자 골목 입구마다 경찰과 군부대가 경계에 나섭니다.

파벨라 입구에는 이처럼 매일 긴장감이 흐릅니다.

밤이고 낮이고 양측의 총격전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평화유지대 사무실과 초소마다 총탄 자국이 곳곳에 나 있습니다.

범죄조직원들의 습격과 맞대응하는 경찰 간에 총격전 때문입니다.

<녹취> 무장 경찰 : "매일 범죄조 직으로부터 공격을 당해요."

올 상반기 일어난 리우의 폭력 사건으로 약 3천 명이 숨졌습니다.

지난해보다 16% 늘어났습니다.

특히, 상반기까지 5명의 어린이가 유탄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터뷰> 마르께스(종군 기자) : "(올림픽 이후)마약범들이 강력하게 무장해서 돌아왔습니다.항상 주민들 바로 앞에서 경찰과 총격전을 벌입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리오는 올림픽을 치르기 전 대규모로 범죄 소탕작전이 펼쳐진 곳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지방정부의 재정난에 효율적 치안 행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인터뷰> 발레치아노(제툴리우 바르가스 연구소 연구원) : "리우는 재정적인 문제로 안보 문제가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국가가 돈이 없어서 안보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인터뷰> 클로비스('길을 잃은 총탄' NGO 대표) : "파벨라는 범죄조직이 함께하는 곳입니다. 정부는 그 사실을 인식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맞는 해결법을 찾아야 합니다."

거대 예수상이 두 팔을 벌리며 도시를 감싸고 있는 관광 메카, 리우

하지만, 아이들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치안불안은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이재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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