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영무 연구위원(LG경제연구원) “가계 부채, 금융과 소득 증대 대책 병행돼야 해결” ②

입력 2017.08.01 (10:30) 수정 2017.08.0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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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17년 8월 1일(화요일)
□ 출연자 : 조영무 연구위원(LG경제연구원)


“가계 부채, 금융과 소득 증대 대책 병행돼야 해결”

[윤준호] 정부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약 21조 원의 채권을 다음 달 말까지 소각시키기로 했습니다. 이로써 123만 명의 채무자들이 빚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게 됐고요. 여기에 민간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는 4조원의 소멸시효 채권 완성, 연말까지 소각토록 할 방침입니다. 정부가 극빈 그리고 취약 재활을 돕겠다는 취지지만 도덕적 해이 논란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 전화 연결합니다. 조영무 연구위원님, 안녕하십니까?

[조영무] 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 어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간담회를 갖고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의 처리 방안을 발표했는데요. 어떤 내용들이죠?

[조영무] 오랫동안 연체된 채권 중에서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이 그 대상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73만 1000명의 5조 6천억 원 그리고 주택공사와 같은 금융 공공기관이 보유한 50만 명의 16조 1000억에 달하는 채권에 대해서 이달 말까지 소각하기로 한 것입니다. 은행, 보험, 카드 같은 민간 부문이 보유한 91만 2000명의 채권 4조 원은 올해 말까지 소각시키기로 결정 내렸습니다.

[윤준호] 장기 연체 채권 중에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채권들입니까?

[조영무] 채권에는 소멸시효라는 것이 있습니다. 만약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나서 일정한 기간 동안 아무런 행동, 즉 소송 제기 같은 것을 하지 않으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지도록 한 제도를 말합니다. 법적으로는 연체가 되고 나서 5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됩니다. 소멸시효 채권이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소멸시효가 모두 경과된 채권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윤준호] 소멸시효가 법상 5년이지만 사실상 추심을 한다거나 법원의 판결을 받아놓는가 하면 계속 늘어나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면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건 추심이라든가 소멸시효를 늘리기 위한 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겁니까, 아니면 다른 채권입니까?

[조영무] 사실 소멸시효는 5년 동안 계속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요. 어떠한 경우에는 중단되기도 하고 다시 시작되기도 합니다. 가령 가압류라든가 가처분 등의 방식으로 채권자가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소송 제기일로부터 소멸시효는 중단됩니다. 만약에 이러한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으면 판결 확정일로부터 다시 시작됩니다. 대부분의 금융사들은 빚 받기를 쉽게 포기할 경우 배임에 걸릴 것을 우려해서 일단 연체가 되게 되면 법원에 지급 명령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러한 식으로 관행적으로 10년씩 소멸시효를 연장해 온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실제로는 대략 연체 기간이 15년 정도는 넘어야 금융사들이 시효 연장을 포기했었고요. 그래서 이번 조치의 혜택을 보는 채권들은 대부분 15년 이상의 장기 연체 채권인 경우가 많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윤준호] 사실상 못 받을 돈이라는 뜻 아닌가요?

[조영무] 네, 그런 경우가 많죠.

[윤준호] 그렇다면 그동안에도 금융 기관들이 이러한 정도의 돈은 대손상각이라고 해서 항상 소멸시켜온 그런 돈 아닌가요?

[조영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이렇게 못 받는 돈을 굳이 정부가 정책을 발표해 가면서까지 소각하기로 결정한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소멸시효가 완성되게 되면 채무자는 돈을 갚을 의무가 법률적으로는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이렇게 시효가 완성된 채권들을 금융 기관들이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액면가의 1% 내지 2%에 해당되는 매우 낮은 금액만을 받고 추심 업체들에 매각하게 되죠. 그렇게 되면 대부업체라든가 채권 추심 업체들이 채무자들에게 가령 일부 원금을 갚게 되면 나머지 원금을 탕감해 준다는 식으로 채무 상환을 독촉하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채무자가 일부라도 원금을 다시 갚게 되면 시효가 다시 살아나면서 돈을 갚을 의무가 부활한다고 하는 문제점이 있었죠. 또 다른 문제점은, 현재로서는 연체가 되고 나면 12년 경과 후에 전금융권에 공유되는 신용정보원에 저장되는 연체 기록은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돈을 빌렸던 금융사에는 연체 기록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서 채무자인 가계가 금융 거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아예 소각시키면 채무자가 일부 변제를 하더라도 이러한 부채가 부활하는 그러한 부작용을 막을 수 있게 됩니다. 또 다른 측면으로서는, 금융 기관들에서 이러한 연체 기록이라든가 시효 완성과 같은 과거 기록이 완전히 삭제되면서 채무자가 바로 금융 거래를 할 수 있게 되는 그런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그런데 민간 금융 기관의 경우에는 연체 기록이 바로 사라지지 않죠?

[조영무] 그렇습니다. 그 부분에 주목하실 필요가 있는데요. 공공부문 채권 같은 경우에는 소각 시에 바로 기록이 사라지면서 채무자가 바로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반면에 은행과 같은 민간 금융회사 같은 경우에는 소멸시효 완성 채권이 소각돼도 신용정보보호법상 5년이 지나야만 연체 기록이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윤준호] 그리고 이번 조치에 대부업체가 빠져 있죠?

[조영무] 그렇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가장 강력하게 부채를 추심하는 대부업계가 빠져 있다 보니까 가장 소각이 필요한 쪽이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정부에서는 소멸시효 완성 채권을 추심 업체에 대입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번에 빠졌지만 향후에 대부업체들도 이러한 조치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윤준호]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밝혔던 내용,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10년 이상의 장기채무, 그중에서 1000만 원 이하의 채권 1조 9천억 원을 소각하겠다는 건 이번에 포함된 겁니까?

[조영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 말씀하신 채권 중에서 법률상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분은 분명히 이번 조치의 적용 대상이 되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채권들도 상당히 있을 텐데요. 그러다 보니까 정부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과는 별개로 말씀하신 10년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소액 장기 연체자에 대한 빚 탕감 방안을 이달 중으로 다시 발표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윤준호] 역대 정부도 빚 탕감 정책은 다 펴 왔죠? 개인 워크아웃 등 노무현 정부도 그랬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신용 탕감을 했는데요. 과거 정부에는 원금을 일부 깎아준다거나 이자를 낮춰주는 등 하는 부분이었지만 이번에는 전액을 다 탕감하는 거죠?

[조영무] 그렇습니다. 과거에 있었던 조치와 다른 부분이라고 볼 수 있고요. 대표적인 유사한 정책이,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있었던 국민행복기금입니다. 이때에는 1억 원 이하의 신용 대출을 6개월 이상 갚지 못한 연체자의 채무를 최고 50%, 하지만 기초수급자 같은 경우에는 70%까지 감면해 준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 최장 10년 동안 분할 상환해서 갚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즉 원금의 일부만을 탕감해 주는 조치였는데 오늘 저희가 이야기하고 있는 이번 조치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들의 원금 전부를 탕감해 준다는 차이점이 있는 셈이죠.

[윤준호] 이번 조치를 통해서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가 무엇이죠?

[조영무] 일단은 앞서 말씀드린 많은 사람들이 금융 기록상의 불이익이라든가 추심 업무 등으로 인해서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 또는 정상적으로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한 사회적인 문제가 있었는데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상적인 경제 활동에 복귀하도록 함으로써 경제 선순환 과정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요. 특히 소득주도 성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경제 활동으로 복귀하는 가계가 늘어나면서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에 대해서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앞서 우리 조 위원님께서도 이야기해 주신 대로 이번에 대상이 되는 채권들이 대부분 15년 이상 그리고 1000만 원 안팎의 부분인 만큼 오랫동안 신용불량자로 불이익을 받아온 사람들이 대상이 되는 만큼 필요한 조치라고도 보이지만, 혹시 이번 제도를 가지고 악용하는 사람은 없을까요? 모럴 헤저드 논란도 일부에서는 제기되는데요.

[조영무] 그렇습니다. 사실 정상적으로 돈을 갚아 오셨던 분들 같은 경우에는 연체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소멸시효 완성 요건 자체가 해당되지 않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나는 정상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돈을 갚아왔는데 정작 돈을 열심히 갚은 사람들은 혜택을 보지 못한다’라는 상대적인 박탈감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우려가 되는 것은, 이렇게 정부 주도로 대규모 부채 원금 탕감 조치들이 시행될 경우에, 특히 앞서 있었던 2013년 국민행복기금의 선례를 감안하면 이러한 조치가 반복적으로 시행된다면 정상적으로 돈을 갚으려고 하는 의욕 자체가 상당히 저하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면에서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들도 병행 실시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이번 조치를 통해서 신용불량자라든가 취약 계층이 경제 활동에 나서게 되면 채무자들의 자살이라든가 각종 범죄로 고통 받는 부분도 많이 완화되겠죠?

[조영무] 아무래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장기 연체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고 금융 거래뿐만 아니라 취업이라든가 창업에서까지도 어려움을 겪게 되면 그것이 말씀하신 자살이라든가 범죄와 같은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되는 측면도 있었죠. 그런 면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히 경제적, 금융적인 조치를 넘어서 사회적인 측면의 조치 성격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윤준호] 그리고 자신이 혜택을 받는 대상이 되는지 또는 어떤 빚이 어떻게 탕감되는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조영무] 일단 정부에서는 신용정보원의 통합조회 시스템을 통해서 오는 9월부터 본인이 가지고 있는 채권이 조금 전에 말씀드린 소각 대상 채권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윤준호] 실효성이 또 문제가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방금 말씀해 주신 대로,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기금을 이용한 빚 탕감의 경우에는 5명 중 1명꼴로 다시 또 빚을 지게 되는 악순환의 골로 다시 들어가게 되더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 실효성을 지적하는데요. 그런 만큼 빚을 왜, 누가, 얼마나 자주 지는지, 못 갚는 이유는 뭔지, 빚 탕감 정책이 얼마큼 효과를 거두었는지, 이런 거를 면밀히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조영무] 맞습니다. 정부 주도로 이렇게 대규모로 채무 재조정을 해 주는 방식, 원금의 일부이든 전부든 탕감해 주는 방식을 통해서 과연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대내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계 부채 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만약에 가계가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상황, 특히 구조적으로 적자 상태에 있는 가계가 너무 많다고 한다면 일시적으로 이렇게 부채를 탕감해 준다고 해도 다시 돈을 빌리고 그 부채가 다시 연체될 수밖에 없는 그러한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렇다면 결국은 이러한 가계 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낮춘다든가 부채 원금을 탕감해 주는 금융적 접근뿐만 아니라 돈을 빌려야 하는 사람들의 소득을 늘려주기 위한, 특히 취업과 창업을 돕기 위한 대책이 병행 실시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부채 원금이 탕감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이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부채 상환 능력이 있는가, 부채 상환 의지가 있는가와 같은 다른 부분을 보다 더 다각적인 정보를 통해서 확인하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현장에서의 뒷받침이겠죠.

[조영무] 네, 그렇습니다.

[윤준호]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영무] 네, 감사합니다.

[윤준호] 지금까지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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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조영무 연구위원(LG경제연구원) “가계 부채, 금융과 소득 증대 대책 병행돼야 해결” ②
    • 입력 2017-08-01 10:30:46
    • 수정2017-08-02 10:25:33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
□ 방송일시 : 2017년 8월 1일(화요일) □ 출연자 : 조영무 연구위원(LG경제연구원)
“가계 부채, 금융과 소득 증대 대책 병행돼야 해결” [윤준호] 정부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약 21조 원의 채권을 다음 달 말까지 소각시키기로 했습니다. 이로써 123만 명의 채무자들이 빚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게 됐고요. 여기에 민간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는 4조원의 소멸시효 채권 완성, 연말까지 소각토록 할 방침입니다. 정부가 극빈 그리고 취약 재활을 돕겠다는 취지지만 도덕적 해이 논란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 전화 연결합니다. 조영무 연구위원님, 안녕하십니까? [조영무] 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 어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간담회를 갖고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의 처리 방안을 발표했는데요. 어떤 내용들이죠? [조영무] 오랫동안 연체된 채권 중에서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이 그 대상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73만 1000명의 5조 6천억 원 그리고 주택공사와 같은 금융 공공기관이 보유한 50만 명의 16조 1000억에 달하는 채권에 대해서 이달 말까지 소각하기로 한 것입니다. 은행, 보험, 카드 같은 민간 부문이 보유한 91만 2000명의 채권 4조 원은 올해 말까지 소각시키기로 결정 내렸습니다. [윤준호] 장기 연체 채권 중에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채권들입니까? [조영무] 채권에는 소멸시효라는 것이 있습니다. 만약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나서 일정한 기간 동안 아무런 행동, 즉 소송 제기 같은 것을 하지 않으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지도록 한 제도를 말합니다. 법적으로는 연체가 되고 나서 5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됩니다. 소멸시효 채권이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소멸시효가 모두 경과된 채권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윤준호] 소멸시효가 법상 5년이지만 사실상 추심을 한다거나 법원의 판결을 받아놓는가 하면 계속 늘어나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면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건 추심이라든가 소멸시효를 늘리기 위한 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겁니까, 아니면 다른 채권입니까? [조영무] 사실 소멸시효는 5년 동안 계속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요. 어떠한 경우에는 중단되기도 하고 다시 시작되기도 합니다. 가령 가압류라든가 가처분 등의 방식으로 채권자가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소송 제기일로부터 소멸시효는 중단됩니다. 만약에 이러한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으면 판결 확정일로부터 다시 시작됩니다. 대부분의 금융사들은 빚 받기를 쉽게 포기할 경우 배임에 걸릴 것을 우려해서 일단 연체가 되게 되면 법원에 지급 명령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러한 식으로 관행적으로 10년씩 소멸시효를 연장해 온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실제로는 대략 연체 기간이 15년 정도는 넘어야 금융사들이 시효 연장을 포기했었고요. 그래서 이번 조치의 혜택을 보는 채권들은 대부분 15년 이상의 장기 연체 채권인 경우가 많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윤준호] 사실상 못 받을 돈이라는 뜻 아닌가요? [조영무] 네, 그런 경우가 많죠. [윤준호] 그렇다면 그동안에도 금융 기관들이 이러한 정도의 돈은 대손상각이라고 해서 항상 소멸시켜온 그런 돈 아닌가요? [조영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이렇게 못 받는 돈을 굳이 정부가 정책을 발표해 가면서까지 소각하기로 결정한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소멸시효가 완성되게 되면 채무자는 돈을 갚을 의무가 법률적으로는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이렇게 시효가 완성된 채권들을 금융 기관들이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액면가의 1% 내지 2%에 해당되는 매우 낮은 금액만을 받고 추심 업체들에 매각하게 되죠. 그렇게 되면 대부업체라든가 채권 추심 업체들이 채무자들에게 가령 일부 원금을 갚게 되면 나머지 원금을 탕감해 준다는 식으로 채무 상환을 독촉하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채무자가 일부라도 원금을 다시 갚게 되면 시효가 다시 살아나면서 돈을 갚을 의무가 부활한다고 하는 문제점이 있었죠. 또 다른 문제점은, 현재로서는 연체가 되고 나면 12년 경과 후에 전금융권에 공유되는 신용정보원에 저장되는 연체 기록은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돈을 빌렸던 금융사에는 연체 기록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서 채무자인 가계가 금융 거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아예 소각시키면 채무자가 일부 변제를 하더라도 이러한 부채가 부활하는 그러한 부작용을 막을 수 있게 됩니다. 또 다른 측면으로서는, 금융 기관들에서 이러한 연체 기록이라든가 시효 완성과 같은 과거 기록이 완전히 삭제되면서 채무자가 바로 금융 거래를 할 수 있게 되는 그런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그런데 민간 금융 기관의 경우에는 연체 기록이 바로 사라지지 않죠? [조영무] 그렇습니다. 그 부분에 주목하실 필요가 있는데요. 공공부문 채권 같은 경우에는 소각 시에 바로 기록이 사라지면서 채무자가 바로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반면에 은행과 같은 민간 금융회사 같은 경우에는 소멸시효 완성 채권이 소각돼도 신용정보보호법상 5년이 지나야만 연체 기록이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윤준호] 그리고 이번 조치에 대부업체가 빠져 있죠? [조영무] 그렇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가장 강력하게 부채를 추심하는 대부업계가 빠져 있다 보니까 가장 소각이 필요한 쪽이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정부에서는 소멸시효 완성 채권을 추심 업체에 대입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번에 빠졌지만 향후에 대부업체들도 이러한 조치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윤준호]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밝혔던 내용,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10년 이상의 장기채무, 그중에서 1000만 원 이하의 채권 1조 9천억 원을 소각하겠다는 건 이번에 포함된 겁니까? [조영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 말씀하신 채권 중에서 법률상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분은 분명히 이번 조치의 적용 대상이 되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채권들도 상당히 있을 텐데요. 그러다 보니까 정부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과는 별개로 말씀하신 10년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소액 장기 연체자에 대한 빚 탕감 방안을 이달 중으로 다시 발표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윤준호] 역대 정부도 빚 탕감 정책은 다 펴 왔죠? 개인 워크아웃 등 노무현 정부도 그랬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신용 탕감을 했는데요. 과거 정부에는 원금을 일부 깎아준다거나 이자를 낮춰주는 등 하는 부분이었지만 이번에는 전액을 다 탕감하는 거죠? [조영무] 그렇습니다. 과거에 있었던 조치와 다른 부분이라고 볼 수 있고요. 대표적인 유사한 정책이,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있었던 국민행복기금입니다. 이때에는 1억 원 이하의 신용 대출을 6개월 이상 갚지 못한 연체자의 채무를 최고 50%, 하지만 기초수급자 같은 경우에는 70%까지 감면해 준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 최장 10년 동안 분할 상환해서 갚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즉 원금의 일부만을 탕감해 주는 조치였는데 오늘 저희가 이야기하고 있는 이번 조치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들의 원금 전부를 탕감해 준다는 차이점이 있는 셈이죠. [윤준호] 이번 조치를 통해서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가 무엇이죠? [조영무] 일단은 앞서 말씀드린 많은 사람들이 금융 기록상의 불이익이라든가 추심 업무 등으로 인해서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 또는 정상적으로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한 사회적인 문제가 있었는데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상적인 경제 활동에 복귀하도록 함으로써 경제 선순환 과정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요. 특히 소득주도 성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경제 활동으로 복귀하는 가계가 늘어나면서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에 대해서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앞서 우리 조 위원님께서도 이야기해 주신 대로 이번에 대상이 되는 채권들이 대부분 15년 이상 그리고 1000만 원 안팎의 부분인 만큼 오랫동안 신용불량자로 불이익을 받아온 사람들이 대상이 되는 만큼 필요한 조치라고도 보이지만, 혹시 이번 제도를 가지고 악용하는 사람은 없을까요? 모럴 헤저드 논란도 일부에서는 제기되는데요. [조영무] 그렇습니다. 사실 정상적으로 돈을 갚아 오셨던 분들 같은 경우에는 연체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소멸시효 완성 요건 자체가 해당되지 않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나는 정상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돈을 갚아왔는데 정작 돈을 열심히 갚은 사람들은 혜택을 보지 못한다’라는 상대적인 박탈감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우려가 되는 것은, 이렇게 정부 주도로 대규모 부채 원금 탕감 조치들이 시행될 경우에, 특히 앞서 있었던 2013년 국민행복기금의 선례를 감안하면 이러한 조치가 반복적으로 시행된다면 정상적으로 돈을 갚으려고 하는 의욕 자체가 상당히 저하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면에서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들도 병행 실시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이번 조치를 통해서 신용불량자라든가 취약 계층이 경제 활동에 나서게 되면 채무자들의 자살이라든가 각종 범죄로 고통 받는 부분도 많이 완화되겠죠? [조영무] 아무래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장기 연체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고 금융 거래뿐만 아니라 취업이라든가 창업에서까지도 어려움을 겪게 되면 그것이 말씀하신 자살이라든가 범죄와 같은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되는 측면도 있었죠. 그런 면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히 경제적, 금융적인 조치를 넘어서 사회적인 측면의 조치 성격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윤준호] 그리고 자신이 혜택을 받는 대상이 되는지 또는 어떤 빚이 어떻게 탕감되는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조영무] 일단 정부에서는 신용정보원의 통합조회 시스템을 통해서 오는 9월부터 본인이 가지고 있는 채권이 조금 전에 말씀드린 소각 대상 채권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윤준호] 실효성이 또 문제가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방금 말씀해 주신 대로,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기금을 이용한 빚 탕감의 경우에는 5명 중 1명꼴로 다시 또 빚을 지게 되는 악순환의 골로 다시 들어가게 되더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 실효성을 지적하는데요. 그런 만큼 빚을 왜, 누가, 얼마나 자주 지는지, 못 갚는 이유는 뭔지, 빚 탕감 정책이 얼마큼 효과를 거두었는지, 이런 거를 면밀히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조영무] 맞습니다. 정부 주도로 이렇게 대규모로 채무 재조정을 해 주는 방식, 원금의 일부이든 전부든 탕감해 주는 방식을 통해서 과연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대내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계 부채 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만약에 가계가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상황, 특히 구조적으로 적자 상태에 있는 가계가 너무 많다고 한다면 일시적으로 이렇게 부채를 탕감해 준다고 해도 다시 돈을 빌리고 그 부채가 다시 연체될 수밖에 없는 그러한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렇다면 결국은 이러한 가계 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낮춘다든가 부채 원금을 탕감해 주는 금융적 접근뿐만 아니라 돈을 빌려야 하는 사람들의 소득을 늘려주기 위한, 특히 취업과 창업을 돕기 위한 대책이 병행 실시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부채 원금이 탕감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이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부채 상환 능력이 있는가, 부채 상환 의지가 있는가와 같은 다른 부분을 보다 더 다각적인 정보를 통해서 확인하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현장에서의 뒷받침이겠죠. [조영무] 네, 그렇습니다. [윤준호]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영무] 네, 감사합니다. [윤준호] 지금까지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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