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논란’으로 주목받는 ‘영비법’ 개정안

입력 2017.08.0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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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가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개봉 6일만에 관객 450만 명을 돌파하며 천 만 영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순항은 앞서 엄청난 상영관을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함도'가 지난 7월 26일 개봉 첫 날 확보한 스크린은 무려 2,027개나 된다. 역대 개봉 영화 사상 최대일 뿐만 아니라 최초로 2천 곳을 넘었다.


2016년 기준으로 전국의 영화 상영관은 총 2,575개. 이 수치를 적용하면 '군함도'는 첫 날에 무려 78%나 되는 스크린을 싹쓸이해서 기세를 올린 셈이다. 현재 상영관이 1,840개로 다소 줄긴 했지만 여전히 70%를 넘어 독과점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덩케르크'나 '슈퍼배드3' 등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은 볼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영화 감독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제대로 미쳤다. 독과점을 넘어 이건 광기다"라며 강도높은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3대 업체가 스크린 90% 차지

이 같은 논란은 영화 '어벤져스'나 '검사외전', '명량' 등 각종 영화들이 개봉할 때마다 반복됐다. 네티즌들은 "내가 보고 싶어하는 영화가 주로 아침 이른 시간, 밤 늦게 배치돼 있고, 그 마저도 일찍 종영해 볼 수 없었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주요 업체들이 영화 선택권을 마음대로 가져갔다는 비난도 속출했다. 실제로 CJ, 롯데, 메가박스 이들의 영화 시장에서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먼저 상영관 수를 따져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CJ CGV가 전체 스크린의 38.6%를 점유해 1위고 롯데시네마가 30.8%, 메가박스가 20.9%로 뒤를 잇고 있다. 세 업체를 합치면 점유율이 무려 90%가 넘는다.


그리고 이들 3대 업체는 각자 배급사도 갖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 매출을 보면 CJ E&M이 1,521억 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유니버설픽쳐스와 디즈니가 뒤를 이었고 롯데엔터테인먼트가 641억 원으로 4위, 메가박스 플러스엠이 397억 원으로 7위다. 배급과 상영 두 분야에서 모두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다.


‘영비법’ 개정안 주목…“美·佛처럼 규제”

때문에 네티즌들 사이에선 지난해 10월 도종환 문체부 장관과 안철수 전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이 주목받고 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이른바 '영비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핵심은 크게 3가지 이다. 먼저 대기업이 배급과 상영을 겸할 수 없게 하고, 특정 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며, 예술·독립영화 전용상영관을 확대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핵심 내용은 미국과 프랑스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1948년 미 연방 대법원이 파라마운트 등 당시 주요 배급사들이 극장을 소유하면 독과점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극장을 모두 매각하도록 판결했다. 이른바 '파라마운트 판결'이라 불리는데 지금까지도 배급-상영 분리 원칙이 유지되고 있다. 프랑스에선 지난해 복합상영관에서 영화 한 편의 비율이 전체 스크린의 30%를 넘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서은정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사무국장은 "영화 시장이 너무 큰 영화 위주로 가게 되면 소규모 독립·예술영화가 사라져 다양성도 떨어지고 장기적으론 영화 발전에도 해가 된다"라고 지적하며 "무엇보다 관객이 보고 싶은 영화를 못 보는 것은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자사 영화 밀어주기 없다”

이에 대해 대기업 영화 업체에선 무조건적인 시장 규제가 답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우선 배급-상영 분리에 대해선 최근 판결을 예로 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CJ CGV와 롯데시네마를 상대로 자사 배급 계열사에게 특혜를 줬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항소심에서 승소해 지난 7월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배급과 상영 수직계열화를 둘러싼 이른바 '몰아주기' 의혹은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자 시장 논리에 맞게 배급사는 최대한 영화관을 확보하려고 하고 상영업체는 영화의 상품성 등을 고려해 스크린 수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영화의 상영 비율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선 그럴 경우 한창 흥행하는 영화를 관객들이 충분히 보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 예술·독립영화 상영관 확대는 CGV는 아트하우스, 메가박스는 아트나인 등 개별적으로 독립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법을 통해 강제하기 보단 영화 제작자들에게 지원금을 더 준다든지 하는 방식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답을 찾기 위해선 무조건적인 법 개정보다는 정부와 기업, 영화인 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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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함도 논란’으로 주목받는 ‘영비법’ 개정안
    • 입력 2017-08-01 17:23:00
    취재K
영화 '군함도'가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개봉 6일만에 관객 450만 명을 돌파하며 천 만 영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순항은 앞서 엄청난 상영관을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함도'가 지난 7월 26일 개봉 첫 날 확보한 스크린은 무려 2,027개나 된다. 역대 개봉 영화 사상 최대일 뿐만 아니라 최초로 2천 곳을 넘었다.


2016년 기준으로 전국의 영화 상영관은 총 2,575개. 이 수치를 적용하면 '군함도'는 첫 날에 무려 78%나 되는 스크린을 싹쓸이해서 기세를 올린 셈이다. 현재 상영관이 1,840개로 다소 줄긴 했지만 여전히 70%를 넘어 독과점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덩케르크'나 '슈퍼배드3' 등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은 볼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영화 감독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제대로 미쳤다. 독과점을 넘어 이건 광기다"라며 강도높은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3대 업체가 스크린 90% 차지

이 같은 논란은 영화 '어벤져스'나 '검사외전', '명량' 등 각종 영화들이 개봉할 때마다 반복됐다. 네티즌들은 "내가 보고 싶어하는 영화가 주로 아침 이른 시간, 밤 늦게 배치돼 있고, 그 마저도 일찍 종영해 볼 수 없었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주요 업체들이 영화 선택권을 마음대로 가져갔다는 비난도 속출했다. 실제로 CJ, 롯데, 메가박스 이들의 영화 시장에서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먼저 상영관 수를 따져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CJ CGV가 전체 스크린의 38.6%를 점유해 1위고 롯데시네마가 30.8%, 메가박스가 20.9%로 뒤를 잇고 있다. 세 업체를 합치면 점유율이 무려 90%가 넘는다.


그리고 이들 3대 업체는 각자 배급사도 갖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 매출을 보면 CJ E&M이 1,521억 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유니버설픽쳐스와 디즈니가 뒤를 이었고 롯데엔터테인먼트가 641억 원으로 4위, 메가박스 플러스엠이 397억 원으로 7위다. 배급과 상영 두 분야에서 모두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다.


‘영비법’ 개정안 주목…“美·佛처럼 규제”

때문에 네티즌들 사이에선 지난해 10월 도종환 문체부 장관과 안철수 전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이 주목받고 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이른바 '영비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핵심은 크게 3가지 이다. 먼저 대기업이 배급과 상영을 겸할 수 없게 하고, 특정 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며, 예술·독립영화 전용상영관을 확대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핵심 내용은 미국과 프랑스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1948년 미 연방 대법원이 파라마운트 등 당시 주요 배급사들이 극장을 소유하면 독과점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극장을 모두 매각하도록 판결했다. 이른바 '파라마운트 판결'이라 불리는데 지금까지도 배급-상영 분리 원칙이 유지되고 있다. 프랑스에선 지난해 복합상영관에서 영화 한 편의 비율이 전체 스크린의 30%를 넘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서은정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사무국장은 "영화 시장이 너무 큰 영화 위주로 가게 되면 소규모 독립·예술영화가 사라져 다양성도 떨어지고 장기적으론 영화 발전에도 해가 된다"라고 지적하며 "무엇보다 관객이 보고 싶은 영화를 못 보는 것은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자사 영화 밀어주기 없다”

이에 대해 대기업 영화 업체에선 무조건적인 시장 규제가 답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우선 배급-상영 분리에 대해선 최근 판결을 예로 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CJ CGV와 롯데시네마를 상대로 자사 배급 계열사에게 특혜를 줬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항소심에서 승소해 지난 7월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배급과 상영 수직계열화를 둘러싼 이른바 '몰아주기' 의혹은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자 시장 논리에 맞게 배급사는 최대한 영화관을 확보하려고 하고 상영업체는 영화의 상품성 등을 고려해 스크린 수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영화의 상영 비율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선 그럴 경우 한창 흥행하는 영화를 관객들이 충분히 보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 예술·독립영화 상영관 확대는 CGV는 아트하우스, 메가박스는 아트나인 등 개별적으로 독립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법을 통해 강제하기 보단 영화 제작자들에게 지원금을 더 준다든지 하는 방식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답을 찾기 위해선 무조건적인 법 개정보다는 정부와 기업, 영화인 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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