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진무 교수(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韓, 미중 균형자 역할 불가능…사드 배치로 입지 강화해야” ①

입력 2017.08.0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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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17년 8월 2일(수요일)
□ 출연자 : 김진무 교수(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韓, 미중 균형자 역할 불가능…사드 배치로 입지 강화해야”

[윤준호]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 14형’ 2차 시험 발사에 성공한 이후 우리 정부가 사드 4기를 추가로 임시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사드 배치에 신중했던 정부가 입장을 바꾼 것을 두고 그 배경과 과정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고 한중 관계 악화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죠.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김진무 교수 연결해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김진무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김진무] 네, 안녕하세요?

[윤준호] 북한의 미사일 추가 도발 이후 정부가 사드 임시 배치를 결정했습니다. ‘임시’라는 뜻은 뭡니까?

[김진무] 환경영향평가라는 것을 먼저 시행하고 난 다음에 배치하겠다고 결정했는데요. 어쨌든 지금 상황이 엄중하니까 일단 환경영향평가를 받으면서도 배치를 해 놓고 만약에 안 되면 철수하겠다는 그런 의미를 담고 있지 않나, 그렇게 봅니다.

[윤준호]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임시 배치된 부분에 대해서 나중에 철수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본다는 거죠?

[김진무] 그렇죠. 환경영향평가에서 부적절하다면 빼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죠.

[윤준호] 그런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 나와서 임시 배치는 전면 배치의 전 단계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김진무] 네. 중요한 게 환경영향평가인데요. 환경영향평가는 최근에 발표됐습니다마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국방부에서 시행했지 않습니까? 거기에서 무해하다는 결론을 국방부 자체적으로 내린 것 같아요. 사실상 괌에도 똑같은 게 배치돼 있는데 전자파는 사실상 거의 무해한 수준이거든요. 그러니까 아마 송 장관님이 그런 것을 전제로 해서 임시 배치를 지금 상황이 엄중하니까 일단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무해하기 때문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냐, 아마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윤준호] 지금 정확하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 뭔지를 먼저 짚어보고 싶은데요. 미국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것이 꼭 이걸 철수한다는 걸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고요. 중국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 후에 마치 철수도 가능할 것처럼 뉘앙스도 주고 있는 것 아닌가요?

[김진무] 사실 그렇죠. 그동안에는 사드 배치를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 양쪽을 놓고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것이 사실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화성-14형 발사가 결론적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사드 배치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이렇게 봅니다. 중요한 거는 우리 정부가 남북 관계에서 적대 행위를 중단하자는 군사회담을 제의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은 아무 대답 없이 결국은 화성-14형 도발을 했습니다. 우리가 핵위협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거죠. 그래서 대통령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동북아 안보 구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독자적 제재를 강화해야 된다.’ 저는 이 말씀이 이번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사드 배치를 중국보다는 미국의 결정에 따르면서 우리 안보를 지키는 데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저는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거는, 사실 그동안 중국의 요구를 고려하고 한중 관계를 고려해서 사드 배치를 가능한 한 지연시키고 중국이 만약에 북한 문제에 적극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을 보인다면 사드 배치 문제를 한미 간에 다시 협의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북한이 화성-14형을 쏠 때까지 중국은 뒷짐만 지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중국을 믿을 수 있겠는가 하는 인식도 크게 작용하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윤준호] 그러니까 지금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을 정리하자면, 그동안에 환경영향평가 이후 결정하겠다고 하면서 또한 이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앞세우고 소통을 이야기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화성-14형 발사 직후 곧바로 임시이기는 하지만 추가 배치로 돌아선 이유는 이제 더 이상 중국을 의지해서 어떤 상황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미국과 함께 압박 쪽에 더 큰 무게를 싣겠다고 결정했다는 거죠?

[김진무] 네.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윤준호] 그렇다면 한미 간에 북한에 대해서 가지는 방향의 일관성 부분을 놓고 볼 때 한미가 훨씬 더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겠네요?

[김진무] 사드 문제가 사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 입장이 좀 곤란한 상황이었죠. 그런데 결론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우리가 중간자 역할을 하기에는 사실 불가능한 위치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물론 거기에는 우리 국가 이익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되겠죠.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대로 지금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 핵위협이 가장 심각한 안보 위협이고 우리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고 거기에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해법이 나오는 쪽에 손을 들어주고 그곳과 손을 잡아야 되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물론 한중 간에도 경제 관계나 이런 게 중요하기는 하지만 당면한 안보 위협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한미 동맹을 더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문재인 정부가 방향을 잡지 않았겠는가, 이렇게 보는 거죠.

[윤준호] 이번 달이 한중 수교 25주년 아닙니까?

[김진무] 네.

[윤준호] 결국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려고 했던 우리의 외교적 카드는 일단 이제 무산되는 거네요?

[김진무] 무산이라기보다는 저는 사실 이게 우리의 아주 어려운 입장에서 벗어나서 보다 더 유리한 입장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저는 이렇게 보고 싶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미중 관계에서 한국이 균형자 역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드 문제에도 미중 간 전략적 이익이 서로 대립하고 있거든요.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수가 없어요.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가 중국의 입장을 사드 문제에 대해서, 북핵 문제에 대해서 전향적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어중간하게 중간에 서서 안보를 구걸하기보다는 우리 안보 문제를 보다 강하게 어필함으로써 ‘너희가 내 안보 문제를 해결해 줘야만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너희하고 협상할 수 있지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안보 문제를 미국과 같이 손잡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 이런 문제를 중국에게 보다 더 강하게 어필하는 것이 우리 입지를 더 강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저는 판단합니다.

[윤준호] 우리의 입장을 명확하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게 되면 당초 환경영향평가 이후 내년쯤이나 사드의 추가 배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됐는데 좀 빨라지겠네요?

[김진무] 그렇죠. 문재인 정부가 선 환경영향평가, 후 배치를 강조했었죠. 사실 지금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최대 1년 반 정도 걸린다고 보거든요. 그렇다면 내년 하반기나 돼야 배치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북한의 핵개발을 보면 최근 화성-14형을 2번 발사하면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 측면에서 그걸 보여줬고, 저도 그렇습니다마는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이 금년 내에 ICBM급 미사일 개발을 완료하고 핵실험까지도 강행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지금 북한의 현실적인 핵위협이 금년 안에 실전 배치에 가까운 단계로 갈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사드라는 것이 결국 북한의 핵 공격을 막는 하나의 수단인데, 그 수단이 북한이 이미 완전히 실전 배치를 선언하고 난 한참 뒤에 배치한다는 건 문제가 있죠. 안 한다면 모르지만요. 그런 상황이라서 아마 문재인 정부가 임시 배치라도 빨리 결정해서 환경영향평가와 병행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봅니다.

[윤준호] 임시 배치를 결정했으니까 이 이후 과정이라든가 시기, 일정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김진무] 사실 임시 배치라는 건, 골프장의 사진을 보니까 평평한 곳에 임시 패드를 깔고 포대를 설치했습니다. 만약에 영구 배치라면 콘크리트 기반이 갖춰져야 되겠죠. 그리고 각종 고정 시설물들이 들어섰을 것이고요. 그런데 지금 임시 배치인데, 사실상 지금 X밴드 레이더와 사드 2기가 설치돼 있습니다. 그리고 4기는 지금 한국에 들어와 있다는 말이죠. 그래서 지금 임시 배치를 결정하자마자 미국과 배치를 위한 정식 협의를 하겠다고 국방부에서 발표를 했습니다. 그 협의 속에서 아마 일정과 방식이 결정되겠죠. 그런데 문제가 되는 거는, 임시 배치를 결정하자마자 성주 국민들을 비롯해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격렬한 시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마 그 현장에서도 사드가 들어오지 못하게 봉쇄할 가능성도 있고요. 이런 것들이 좀 변수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일단 결정을 했으니까 아마 배치되는 거는 조만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배치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윤준호] 아무래도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에서 복귀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하고 통화를 하게 되면 그 이후에 아마 일정이 나올 것 같군요.

[김진무] 그렇죠.

[윤준호] 또 하나의 문제는, 이렇게 우리 정부가 북한의 ICBM 2차 발사 이후 입장을 어느 정도 명확히 정리함으로써 결국 동북아의 세력 구도가 북중러 대 한미일 이렇게 완전히 짜여져 가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김진무] 사실 지금 현재 구도는 그렇습니다. UN에서 북한에 대한 안보리 결의안을 논의하자고 했는데 니키 헤일리 UN 주재 미국 대사가 중국하고 거기에서 논의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반대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이런 얘기까지 나오는 걸로 봐서는 현재 우리가 소위 얘기하는 냉전 시대의 북방 삼각 북중러 그다음에 남방 삼각 한미일 이런 구도를 얘기할 수 있겠죠. 그런데 그 당시 냉전 시대의 구도와 지금 구도와는 조금 다릅니다. 그 당시에는 서로 양쪽이 군사적 대치 상태의 구도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문제를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라고 얘기하는 거고요. 미국과 일본, 한국은 북한의 핵문제는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제재와 강한 압박을 통해서 핵을 포기시켜야 되는 입장의 차이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어쨌든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대화나 협상을 통해서 해결되는 거죠. 지금은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어느 시점엔가 북한이 내가 언젠가는 핵을 포기하겠다고 언급만 하면 협상은 바로 재개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그걸 대립 관계라고 보기보다는 해법을 찾기 위한 서로 간 의견 차이를 조정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윤준호] 물론 그렇게 봐야만 되는 상황이지만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계속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기싸움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미중 간도 만만치 않아서 앞으로 상황은 계속 조금 더 지켜봐야 될 상황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거기에 마땅하게 끼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는 점이 좀 안타까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김진무] 우리가 동북아 국제 정세를 볼 때 남북 관계나 북핵 문제는, 사실 북핵 문제는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이고 미국을 위협하고 있지만 그 문제는 어떻게 보면 동북아 큰 국제 정세 틀 속에서 보면 하위 체계입니다. 상위 체계라는 거는 결국 미중 관계거든요. 미중 관계라는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패권 경쟁부터 시작해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 국가 이익 차원에서 대립하고 있는 관계 속에서 남북 관계와 북핵 문제가 있는 거거든요. 그런 관계 속에서 우리가 미중 관계 사이에 껴서 중간자 역할을 한다든가 미중 관계를 조정한다든가 하는 건 사실 가능하지 않습니다. 사실 중국이, 미국이 중국에게 제재하라, 압박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앞으로 다가올 미중 관계의 어떤 위상 정립과 관계되는 부분도 있거든요. 그런 부분 때문에 그렇고요. 그리고 북한을 비롯해서 동북아의 여러 가지 안보 구도에 대한 중국 나름대로의 계산법이 있습니다.

[윤준호] 네, 해법이 굉장히 복잡합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진무] 네, 감사합니다.

[윤준호] 지금까지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김진무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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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김진무 교수(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韓, 미중 균형자 역할 불가능…사드 배치로 입지 강화해야” ①
    • 입력 2017-08-02 10:29:05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
□ 방송일시 : 2017년 8월 2일(수요일)
□ 출연자 : 김진무 교수(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韓, 미중 균형자 역할 불가능…사드 배치로 입지 강화해야”

[윤준호]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 14형’ 2차 시험 발사에 성공한 이후 우리 정부가 사드 4기를 추가로 임시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사드 배치에 신중했던 정부가 입장을 바꾼 것을 두고 그 배경과 과정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고 한중 관계 악화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죠.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김진무 교수 연결해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김진무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김진무] 네, 안녕하세요?

[윤준호] 북한의 미사일 추가 도발 이후 정부가 사드 임시 배치를 결정했습니다. ‘임시’라는 뜻은 뭡니까?

[김진무] 환경영향평가라는 것을 먼저 시행하고 난 다음에 배치하겠다고 결정했는데요. 어쨌든 지금 상황이 엄중하니까 일단 환경영향평가를 받으면서도 배치를 해 놓고 만약에 안 되면 철수하겠다는 그런 의미를 담고 있지 않나, 그렇게 봅니다.

[윤준호]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임시 배치된 부분에 대해서 나중에 철수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본다는 거죠?

[김진무] 그렇죠. 환경영향평가에서 부적절하다면 빼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죠.

[윤준호] 그런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 나와서 임시 배치는 전면 배치의 전 단계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김진무] 네. 중요한 게 환경영향평가인데요. 환경영향평가는 최근에 발표됐습니다마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국방부에서 시행했지 않습니까? 거기에서 무해하다는 결론을 국방부 자체적으로 내린 것 같아요. 사실상 괌에도 똑같은 게 배치돼 있는데 전자파는 사실상 거의 무해한 수준이거든요. 그러니까 아마 송 장관님이 그런 것을 전제로 해서 임시 배치를 지금 상황이 엄중하니까 일단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무해하기 때문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냐, 아마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윤준호] 지금 정확하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 뭔지를 먼저 짚어보고 싶은데요. 미국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것이 꼭 이걸 철수한다는 걸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고요. 중국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 후에 마치 철수도 가능할 것처럼 뉘앙스도 주고 있는 것 아닌가요?

[김진무] 사실 그렇죠. 그동안에는 사드 배치를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 양쪽을 놓고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것이 사실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화성-14형 발사가 결론적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사드 배치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이렇게 봅니다. 중요한 거는 우리 정부가 남북 관계에서 적대 행위를 중단하자는 군사회담을 제의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은 아무 대답 없이 결국은 화성-14형 도발을 했습니다. 우리가 핵위협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거죠. 그래서 대통령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동북아 안보 구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독자적 제재를 강화해야 된다.’ 저는 이 말씀이 이번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사드 배치를 중국보다는 미국의 결정에 따르면서 우리 안보를 지키는 데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저는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거는, 사실 그동안 중국의 요구를 고려하고 한중 관계를 고려해서 사드 배치를 가능한 한 지연시키고 중국이 만약에 북한 문제에 적극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을 보인다면 사드 배치 문제를 한미 간에 다시 협의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북한이 화성-14형을 쏠 때까지 중국은 뒷짐만 지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중국을 믿을 수 있겠는가 하는 인식도 크게 작용하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윤준호] 그러니까 지금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을 정리하자면, 그동안에 환경영향평가 이후 결정하겠다고 하면서 또한 이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앞세우고 소통을 이야기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화성-14형 발사 직후 곧바로 임시이기는 하지만 추가 배치로 돌아선 이유는 이제 더 이상 중국을 의지해서 어떤 상황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미국과 함께 압박 쪽에 더 큰 무게를 싣겠다고 결정했다는 거죠?

[김진무] 네.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윤준호] 그렇다면 한미 간에 북한에 대해서 가지는 방향의 일관성 부분을 놓고 볼 때 한미가 훨씬 더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겠네요?

[김진무] 사드 문제가 사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 입장이 좀 곤란한 상황이었죠. 그런데 결론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우리가 중간자 역할을 하기에는 사실 불가능한 위치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물론 거기에는 우리 국가 이익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되겠죠.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대로 지금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 핵위협이 가장 심각한 안보 위협이고 우리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고 거기에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해법이 나오는 쪽에 손을 들어주고 그곳과 손을 잡아야 되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물론 한중 간에도 경제 관계나 이런 게 중요하기는 하지만 당면한 안보 위협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한미 동맹을 더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문재인 정부가 방향을 잡지 않았겠는가, 이렇게 보는 거죠.

[윤준호] 이번 달이 한중 수교 25주년 아닙니까?

[김진무] 네.

[윤준호] 결국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려고 했던 우리의 외교적 카드는 일단 이제 무산되는 거네요?

[김진무] 무산이라기보다는 저는 사실 이게 우리의 아주 어려운 입장에서 벗어나서 보다 더 유리한 입장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저는 이렇게 보고 싶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미중 관계에서 한국이 균형자 역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드 문제에도 미중 간 전략적 이익이 서로 대립하고 있거든요.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수가 없어요.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가 중국의 입장을 사드 문제에 대해서, 북핵 문제에 대해서 전향적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어중간하게 중간에 서서 안보를 구걸하기보다는 우리 안보 문제를 보다 강하게 어필함으로써 ‘너희가 내 안보 문제를 해결해 줘야만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너희하고 협상할 수 있지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안보 문제를 미국과 같이 손잡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 이런 문제를 중국에게 보다 더 강하게 어필하는 것이 우리 입지를 더 강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저는 판단합니다.

[윤준호] 우리의 입장을 명확하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게 되면 당초 환경영향평가 이후 내년쯤이나 사드의 추가 배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됐는데 좀 빨라지겠네요?

[김진무] 그렇죠. 문재인 정부가 선 환경영향평가, 후 배치를 강조했었죠. 사실 지금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최대 1년 반 정도 걸린다고 보거든요. 그렇다면 내년 하반기나 돼야 배치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북한의 핵개발을 보면 최근 화성-14형을 2번 발사하면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 측면에서 그걸 보여줬고, 저도 그렇습니다마는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이 금년 내에 ICBM급 미사일 개발을 완료하고 핵실험까지도 강행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지금 북한의 현실적인 핵위협이 금년 안에 실전 배치에 가까운 단계로 갈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사드라는 것이 결국 북한의 핵 공격을 막는 하나의 수단인데, 그 수단이 북한이 이미 완전히 실전 배치를 선언하고 난 한참 뒤에 배치한다는 건 문제가 있죠. 안 한다면 모르지만요. 그런 상황이라서 아마 문재인 정부가 임시 배치라도 빨리 결정해서 환경영향평가와 병행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봅니다.

[윤준호] 임시 배치를 결정했으니까 이 이후 과정이라든가 시기, 일정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김진무] 사실 임시 배치라는 건, 골프장의 사진을 보니까 평평한 곳에 임시 패드를 깔고 포대를 설치했습니다. 만약에 영구 배치라면 콘크리트 기반이 갖춰져야 되겠죠. 그리고 각종 고정 시설물들이 들어섰을 것이고요. 그런데 지금 임시 배치인데, 사실상 지금 X밴드 레이더와 사드 2기가 설치돼 있습니다. 그리고 4기는 지금 한국에 들어와 있다는 말이죠. 그래서 지금 임시 배치를 결정하자마자 미국과 배치를 위한 정식 협의를 하겠다고 국방부에서 발표를 했습니다. 그 협의 속에서 아마 일정과 방식이 결정되겠죠. 그런데 문제가 되는 거는, 임시 배치를 결정하자마자 성주 국민들을 비롯해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격렬한 시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마 그 현장에서도 사드가 들어오지 못하게 봉쇄할 가능성도 있고요. 이런 것들이 좀 변수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일단 결정을 했으니까 아마 배치되는 거는 조만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배치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윤준호] 아무래도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에서 복귀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하고 통화를 하게 되면 그 이후에 아마 일정이 나올 것 같군요.

[김진무] 그렇죠.

[윤준호] 또 하나의 문제는, 이렇게 우리 정부가 북한의 ICBM 2차 발사 이후 입장을 어느 정도 명확히 정리함으로써 결국 동북아의 세력 구도가 북중러 대 한미일 이렇게 완전히 짜여져 가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김진무] 사실 지금 현재 구도는 그렇습니다. UN에서 북한에 대한 안보리 결의안을 논의하자고 했는데 니키 헤일리 UN 주재 미국 대사가 중국하고 거기에서 논의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반대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이런 얘기까지 나오는 걸로 봐서는 현재 우리가 소위 얘기하는 냉전 시대의 북방 삼각 북중러 그다음에 남방 삼각 한미일 이런 구도를 얘기할 수 있겠죠. 그런데 그 당시 냉전 시대의 구도와 지금 구도와는 조금 다릅니다. 그 당시에는 서로 양쪽이 군사적 대치 상태의 구도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문제를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라고 얘기하는 거고요. 미국과 일본, 한국은 북한의 핵문제는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제재와 강한 압박을 통해서 핵을 포기시켜야 되는 입장의 차이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어쨌든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대화나 협상을 통해서 해결되는 거죠. 지금은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어느 시점엔가 북한이 내가 언젠가는 핵을 포기하겠다고 언급만 하면 협상은 바로 재개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그걸 대립 관계라고 보기보다는 해법을 찾기 위한 서로 간 의견 차이를 조정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윤준호] 물론 그렇게 봐야만 되는 상황이지만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계속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기싸움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미중 간도 만만치 않아서 앞으로 상황은 계속 조금 더 지켜봐야 될 상황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거기에 마땅하게 끼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는 점이 좀 안타까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김진무] 우리가 동북아 국제 정세를 볼 때 남북 관계나 북핵 문제는, 사실 북핵 문제는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이고 미국을 위협하고 있지만 그 문제는 어떻게 보면 동북아 큰 국제 정세 틀 속에서 보면 하위 체계입니다. 상위 체계라는 거는 결국 미중 관계거든요. 미중 관계라는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패권 경쟁부터 시작해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 국가 이익 차원에서 대립하고 있는 관계 속에서 남북 관계와 북핵 문제가 있는 거거든요. 그런 관계 속에서 우리가 미중 관계 사이에 껴서 중간자 역할을 한다든가 미중 관계를 조정한다든가 하는 건 사실 가능하지 않습니다. 사실 중국이, 미국이 중국에게 제재하라, 압박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앞으로 다가올 미중 관계의 어떤 위상 정립과 관계되는 부분도 있거든요. 그런 부분 때문에 그렇고요. 그리고 북한을 비롯해서 동북아의 여러 가지 안보 구도에 대한 중국 나름대로의 계산법이 있습니다.

[윤준호] 네, 해법이 굉장히 복잡합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진무] 네, 감사합니다.

[윤준호] 지금까지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김진무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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