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 장애 감독이 만드는 ‘소리 없는 영화’

입력 2017.08.0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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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있다. 이 감독이 만드는 영화엔 오직 손말과 표정, 몸짓만 있을 뿐이다.

비장애인이 만든 영화를 보고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던 경험이, 일터에서 청각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받았던 상처가 그를 카메라 뒤에 서게 했다. 청각 장애인으로서 정체성을 당당히 내세우며 12년째 영화를 만드는 박재현(36) 감독 이야기다.


박 감독은 3살 때 심한 중이염을 앓고 청력을 잃었다. 비장애인에게 한국어가 모국어이듯, 청각 장애인에게 한국 수어가 모국어라는 걸 인식하면서 카메라로 자신을 표현하게 됐다고 그는 말한다.

박 감독은 2006년 단편 영화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0편의 영화를 '소리 없이' 만들고 있다. 초창기 영화에서 분노와 상처가 동력이었다면, 2009년 인도의 청각 장애인을 만나러 떠난 여행 다큐멘터리 '데프 인디아'를 계기로 이웃과 공동체, 역사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조선농역사'를 만들면서 조선 시대 청각 장애인의 삶을 고찰했고, 현재 한국 청각장애 역사를 다룬 4부작 시리즈 '한국농역사'를 제작하고 있다.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같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그가 만든 모든 영화는 이 글귀가 떠오르면서 시작된다. 차별을 극복하고자 시작한 일이 어느새 사명감으로 바뀌었다는 박재현 감독은 청각 장애인이 당당한 삶을 누리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오늘도 고민한다.

향기로운 사람들의 행복한 일터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에는 언제나 향기 가득한 일터가 있다. 50여 명의 발달장애인이 천연비누를 만드는 '누야 하우스'다.

원래 이곳은 서울시 서부 장애인종합복지관이 장애인 직업재활훈련을 위해 운영한 보호 작업장이었다. 그러나 문구류 포장 등 단가가 낮은 임가공 업무가 대부분이라 장애인 한 사람이 한 달에 채 5만 원도 벌기 어려웠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이금복 대표는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으로 장애인 소득 수준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했고, 고민 끝에 천연비누 사업을 선택했다.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한 첫해인 2006년에는 연 매출 7,000만 원에 그쳤지만, 매년 조금씩 성장해 지난해에는 연 매출 8억 원을 달성했다. 2011년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도 받았다.


이곳에서 발달장애인들은 체계적인 직원 훈련 시스템을 받으며 어엿한 정규직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3일 KBS 1TV '사랑의 가족'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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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각 장애 감독이 만드는 ‘소리 없는 영화’
    • 입력 2017-08-03 08:01:45
    방송·연예
'소리 없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있다. 이 감독이 만드는 영화엔 오직 손말과 표정, 몸짓만 있을 뿐이다.

비장애인이 만든 영화를 보고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던 경험이, 일터에서 청각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받았던 상처가 그를 카메라 뒤에 서게 했다. 청각 장애인으로서 정체성을 당당히 내세우며 12년째 영화를 만드는 박재현(36) 감독 이야기다.


박 감독은 3살 때 심한 중이염을 앓고 청력을 잃었다. 비장애인에게 한국어가 모국어이듯, 청각 장애인에게 한국 수어가 모국어라는 걸 인식하면서 카메라로 자신을 표현하게 됐다고 그는 말한다.

박 감독은 2006년 단편 영화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0편의 영화를 '소리 없이' 만들고 있다. 초창기 영화에서 분노와 상처가 동력이었다면, 2009년 인도의 청각 장애인을 만나러 떠난 여행 다큐멘터리 '데프 인디아'를 계기로 이웃과 공동체, 역사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조선농역사'를 만들면서 조선 시대 청각 장애인의 삶을 고찰했고, 현재 한국 청각장애 역사를 다룬 4부작 시리즈 '한국농역사'를 제작하고 있다.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같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그가 만든 모든 영화는 이 글귀가 떠오르면서 시작된다. 차별을 극복하고자 시작한 일이 어느새 사명감으로 바뀌었다는 박재현 감독은 청각 장애인이 당당한 삶을 누리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오늘도 고민한다.

향기로운 사람들의 행복한 일터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에는 언제나 향기 가득한 일터가 있다. 50여 명의 발달장애인이 천연비누를 만드는 '누야 하우스'다.

원래 이곳은 서울시 서부 장애인종합복지관이 장애인 직업재활훈련을 위해 운영한 보호 작업장이었다. 그러나 문구류 포장 등 단가가 낮은 임가공 업무가 대부분이라 장애인 한 사람이 한 달에 채 5만 원도 벌기 어려웠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이금복 대표는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으로 장애인 소득 수준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했고, 고민 끝에 천연비누 사업을 선택했다.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한 첫해인 2006년에는 연 매출 7,000만 원에 그쳤지만, 매년 조금씩 성장해 지난해에는 연 매출 8억 원을 달성했다. 2011년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도 받았다.


이곳에서 발달장애인들은 체계적인 직원 훈련 시스템을 받으며 어엿한 정규직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3일 KBS 1TV '사랑의 가족'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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