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말기 암 완치”…환자 울린 가짜 의사

입력 2017.08.03 (08:33) 수정 2017.08.0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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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생사의 갈림 길에 선 말기 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절박한 심정.

완치만 된다면 어디든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겠죠.

이런 암 환자들의 절박한 처지를 악용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산삼 줄기세포로 만든 신약 주사를 석 달 정도 맞으면 암을 완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무런 의학적 근거가 없었고, 산삼 줄기세포라는 약은 진통제와 비타민 등을 섞은 가짜 약이었습니다.

단속을 피하려고 호텔에서 가짜 주사를 놓고, 심지어 환자를 해외까지 데리고 가 원정 진료를 했습니다.

암 환자들을 울린 가짜 약, 가짜 의사 실체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찰이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주택에 들이닥칩니다.

벽 한쪽에 약품이 든 상자가 가득하고, 사무실 안쪽에도 호르몬제와 진통제 등이 발견됩니다.

또 다른 방에서는 약품 제조 기계까지 눈에 띕니다.

50살 유 모 씨 등이 불법으로 의약품을 제조해온 현장입니다.

<인터뷰> 황선기(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팀장) : "피의자들은 전혀 어떤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거나 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는 자격이 전혀 없습니다. 절박한 심정의 말기 암 환자들에게 산삼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 재생 신약이라는 가짜 치료 약을 만들어 주사하는 방법으로……."

산삼 줄기세포로 신약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특히, 암 환자에게 좋다고 약을 팔아왔지만, 모두 가짜였습니다.

산삼 줄기세포가 아니라 비타민과 진통제, 국소 마취제 등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인터뷰> 황선기(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팀장) : "환자들의 증상에 따라서 전문 의약품, 진통제 내지는 스테로이드, 항생제. 이런 것들을 조금씩 섞어서 만든 약품들입니다."

환자들에게 이 약을 팔아 온 서울 서초구의 한 한의원입니다.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주사가 있다고 소개합니다.

<녹취> 한의사 박 모 씨(피의자/음성변조) : "줄기세포 주사는 4기 암 환자들 위주로 놓고요. 활성화 시켜서 좋은 세포로 만들어 주는 거예요."

하지만 치료는 한의원이 아니라 호텔에서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녹취> 한의사 박 모 씨(피의자/음성변조) : "지정 병원에 입원시킬 건지 병원 근처에서 호텔을 얻어 장기투숙을 하면서 (치료) 할 건지."

이렇게 말기 암도 치료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암 환자와 가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습니다.

산삼 줄기세포 주사와 식이요법을 병행하면 말기 암과 난치병을 완치할 수 있다고 홍보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그 사람들이 암 환자를 상대로 해서 선전을 해요. 말기 암 환자도 다 고칠 수 있다. 90세 이상 살 수 있다. 만약에 (치료가) 안 되면 환급시켜주겠다. 3번만 맞으면 완전히 완치 거의 된다."

<인터뷰> 김경훈(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수사관) : "암 환자 전문 요양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에 환자들 사이에 암과 관련된 진료를 잘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퍼져 나가기 시작했고요."

환자들을 상대로 문제의 약을 처방해 온 조직의 총책은 56살 김 모 씨.

의사 자격이 없는 김 씨가 오히려 한의사 3명을 고용해 환자들을 받아왔습니다.

김 씨에게 고용된 한의사들은 전문의약품을 주사하는 등 한의사의 영역을 벗어난 의료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런 불법 의료 행위가 적발될까 봐 병원이 아닌 호텔에서 주사를 맞도록 했습니다.

<인터뷰> 김경훈(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수사관) : "최초 진료를 국내 정식 병원이 아닌 서울 모처의 호텔에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집중 치료를 거기서 받고 상당한 호전이 있다고 스스로 판단을 하고 (어떤 피해자는) 계속 진료를 약 1년 정도 받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약을 처방받고 일시적인 호전 증세를 보이자 환자들이 더 몰렸습니다.

하지만 주사에 진통제와 국소마취제 성분이 있어. 통증이 줄어든 것일 뿐, 치료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선 관련 법규 때문에 치료할 수 없다며 암 환자를 베트남까지 데리고 가 원정 진료를 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경훈(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수사관) : "해외 원정 암 치료에 대한 상담을 받고 그것을 맹신했다고 합니다. 맹신하고 베트남으로 넘어가서 3개월가량 숙식을 하면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총책 김 씨는 의사 행세를 하며, 환자들에게 허위 이력을 내밀었고, 환자들은 이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황선기(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팀장) : "환자들에게 환심을 사고 믿게 하기 위해서 “국내 유명한 의대를 나왔다. 중국의 유명한 대학에서 중의학을 전공했다. 필리핀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렇게까지 거짓말을 하면서……."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가짜 약을 처방받은 암 환자는 모두 13명.

치료비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냈습니다.

<인터뷰> 황선기(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팀장) : "환자 개인의 증상에 따라서 적게는 400만 원에서 많게는 7,500여만 원씩 받아와서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총 약 3억 원가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이들에게 치료를 받던 암 환자 중 두 명은 이미 숨졌습니다.

<녹취> 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100% 자기는 자신 있다. OO 의료원 같은 데 가면 더 병만 악화 된다. 방사선 치료 같은 거 하면 2, 3년 안에 죽는다.” 이런 식으로 하니까……."

절박한 심정을 교묘하게 이용한 사기극에 암 환자와 가족들은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녹취> 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혹시나 해서 귀가 솔깃하게 말하니까 이 사람 말이 맞는지 저 사람 말이 맞는지 혼동돼요. 환자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터뷰> 황선기(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팀장) :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까지 이르게 된 그런 환자분들이죠. 절박한 심정에 2~3개월이면 다 낫게 해준다 하니까 그 말을 믿고 지푸라기라도 잡을 심정으로 진료를 받게 된 겁니다."

경찰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나 의약품에 속지 않도록 불법 의료 행위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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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말기 암 완치”…환자 울린 가짜 의사
    • 입력 2017-08-03 08:35:51
    • 수정2017-08-03 09: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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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생사의 갈림 길에 선 말기 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절박한 심정.

완치만 된다면 어디든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겠죠.

이런 암 환자들의 절박한 처지를 악용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산삼 줄기세포로 만든 신약 주사를 석 달 정도 맞으면 암을 완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무런 의학적 근거가 없었고, 산삼 줄기세포라는 약은 진통제와 비타민 등을 섞은 가짜 약이었습니다.

단속을 피하려고 호텔에서 가짜 주사를 놓고, 심지어 환자를 해외까지 데리고 가 원정 진료를 했습니다.

암 환자들을 울린 가짜 약, 가짜 의사 실체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찰이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주택에 들이닥칩니다.

벽 한쪽에 약품이 든 상자가 가득하고, 사무실 안쪽에도 호르몬제와 진통제 등이 발견됩니다.

또 다른 방에서는 약품 제조 기계까지 눈에 띕니다.

50살 유 모 씨 등이 불법으로 의약품을 제조해온 현장입니다.

<인터뷰> 황선기(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팀장) : "피의자들은 전혀 어떤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거나 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는 자격이 전혀 없습니다. 절박한 심정의 말기 암 환자들에게 산삼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 재생 신약이라는 가짜 치료 약을 만들어 주사하는 방법으로……."

산삼 줄기세포로 신약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특히, 암 환자에게 좋다고 약을 팔아왔지만, 모두 가짜였습니다.

산삼 줄기세포가 아니라 비타민과 진통제, 국소 마취제 등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인터뷰> 황선기(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팀장) : "환자들의 증상에 따라서 전문 의약품, 진통제 내지는 스테로이드, 항생제. 이런 것들을 조금씩 섞어서 만든 약품들입니다."

환자들에게 이 약을 팔아 온 서울 서초구의 한 한의원입니다.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주사가 있다고 소개합니다.

<녹취> 한의사 박 모 씨(피의자/음성변조) : "줄기세포 주사는 4기 암 환자들 위주로 놓고요. 활성화 시켜서 좋은 세포로 만들어 주는 거예요."

하지만 치료는 한의원이 아니라 호텔에서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녹취> 한의사 박 모 씨(피의자/음성변조) : "지정 병원에 입원시킬 건지 병원 근처에서 호텔을 얻어 장기투숙을 하면서 (치료) 할 건지."

이렇게 말기 암도 치료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암 환자와 가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습니다.

산삼 줄기세포 주사와 식이요법을 병행하면 말기 암과 난치병을 완치할 수 있다고 홍보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그 사람들이 암 환자를 상대로 해서 선전을 해요. 말기 암 환자도 다 고칠 수 있다. 90세 이상 살 수 있다. 만약에 (치료가) 안 되면 환급시켜주겠다. 3번만 맞으면 완전히 완치 거의 된다."

<인터뷰> 김경훈(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수사관) : "암 환자 전문 요양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에 환자들 사이에 암과 관련된 진료를 잘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퍼져 나가기 시작했고요."

환자들을 상대로 문제의 약을 처방해 온 조직의 총책은 56살 김 모 씨.

의사 자격이 없는 김 씨가 오히려 한의사 3명을 고용해 환자들을 받아왔습니다.

김 씨에게 고용된 한의사들은 전문의약품을 주사하는 등 한의사의 영역을 벗어난 의료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런 불법 의료 행위가 적발될까 봐 병원이 아닌 호텔에서 주사를 맞도록 했습니다.

<인터뷰> 김경훈(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수사관) : "최초 진료를 국내 정식 병원이 아닌 서울 모처의 호텔에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집중 치료를 거기서 받고 상당한 호전이 있다고 스스로 판단을 하고 (어떤 피해자는) 계속 진료를 약 1년 정도 받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약을 처방받고 일시적인 호전 증세를 보이자 환자들이 더 몰렸습니다.

하지만 주사에 진통제와 국소마취제 성분이 있어. 통증이 줄어든 것일 뿐, 치료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선 관련 법규 때문에 치료할 수 없다며 암 환자를 베트남까지 데리고 가 원정 진료를 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경훈(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수사관) : "해외 원정 암 치료에 대한 상담을 받고 그것을 맹신했다고 합니다. 맹신하고 베트남으로 넘어가서 3개월가량 숙식을 하면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총책 김 씨는 의사 행세를 하며, 환자들에게 허위 이력을 내밀었고, 환자들은 이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황선기(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팀장) : "환자들에게 환심을 사고 믿게 하기 위해서 “국내 유명한 의대를 나왔다. 중국의 유명한 대학에서 중의학을 전공했다. 필리핀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렇게까지 거짓말을 하면서……."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가짜 약을 처방받은 암 환자는 모두 13명.

치료비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냈습니다.

<인터뷰> 황선기(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팀장) : "환자 개인의 증상에 따라서 적게는 400만 원에서 많게는 7,500여만 원씩 받아와서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총 약 3억 원가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이들에게 치료를 받던 암 환자 중 두 명은 이미 숨졌습니다.

<녹취> 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100% 자기는 자신 있다. OO 의료원 같은 데 가면 더 병만 악화 된다. 방사선 치료 같은 거 하면 2, 3년 안에 죽는다.” 이런 식으로 하니까……."

절박한 심정을 교묘하게 이용한 사기극에 암 환자와 가족들은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녹취> 피해자 가족(음성변조) : "혹시나 해서 귀가 솔깃하게 말하니까 이 사람 말이 맞는지 저 사람 말이 맞는지 혼동돼요. 환자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터뷰> 황선기(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팀장) :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까지 이르게 된 그런 환자분들이죠. 절박한 심정에 2~3개월이면 다 낫게 해준다 하니까 그 말을 믿고 지푸라기라도 잡을 심정으로 진료를 받게 된 겁니다."

경찰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나 의약품에 속지 않도록 불법 의료 행위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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