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무더위에 쓰러진 60대 구한 시민들

입력 2017.08.04 (08:34) 수정 2017.08.0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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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요즘 날씨 참 덥습니다.

한낮에는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그야말로 푹푹 찌는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죠.

덩달아 온열 질환자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약자들이 이런 폭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요.

며칠 전 서울에서 길을 가던 60대 남성이 길바닥에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실신한 거였는데,

길을 가던 시민들의 신속한 대처가 빛을 발했습니다.

마치 하나의 팀이 움직이듯이 역할을 나눠 응급조치를 하면서 귀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27일 서울시 강남구.

건물로 들어가던 남성이 계단을 오르다가 갑자기 비틀거리더니 의식을 잃고 그대로 쓰러지고 맙니다.

<녹취> 김성호(목격자) : “천천히 걸어와서 이쪽으로 와서 여기로 떨어졌어요.”

그때 길을 가던 세 명의 여성들이 재빨리 이 남성의 옆으로 가 상태를 살핍니다.

인근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점순(최초 신고자) : “보는 순간 빨리 저 어르신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빨리 심폐소생술하고 119 신고해야 되겠다. 그 생각이 먼저 들었던 거죠.”

세 사람은 미리 연습이라도 한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한 명은 119에 신고를 하고, 한 명은 쓰러진 남성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인터뷰> 이점순(최초 신고자) : “저는 119 신고를 하고 다른 선생님은 심폐소생술 하러 할아버지 곁으로 가셨고, 또 다른 선생님은 파출소에 신고하러 가셨죠.”

어느새 주변에는 길을 가던 시민들이 모여 저마다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인터뷰> 이점순(최초 신고자) : “지나가던 행인들이 모여들었죠. 모여들어서 제 기억에는 유치원 버스 기사님 같았는데 제세동기(자동 심장충격기)도 가져오고 또 다른 시민들이 119에 신고를 하시더라고요.”

그 사이 선생님 중 한 명은 인근에 있던 파출소로 달려가 경찰의 도움을 청했습니다.

<인터뷰> 유도암(경장/수서파출소) : “빌딩에 할아버지가 쓰러지셨으니까 도움을 달라고 들어오셨어요. 그 얘기를 듣고 저도 위치가 다행히 가까운 위치라서 뛰어갔습니다.”

경찰이 달려가 쓰러진 할아버지의 상태를 살폈는데, 다행히 호흡은 정상이었습니다.

<인터뷰> 유도암(경장/수서경찰서 수서파출소) : “단추도 풀고 벨트도 풀고 얼굴 기도를 확보한 상태였고요. AED(자동 심장충격기) 가방을 갖고 와서 여기 베개로 받쳐준 상태였어요. 어떤 분은 119에 전화해서 제 귀에다 전화기를 대고 어떻게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셨고요.”

시민들의 발 빠른 대처로 쓰러진 노인은 출동한 119 구급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녹취> 이송남(소방장/수서 119안전센터) : “저희가 도착하기 전까지 그 머리 쪽 안 움직이게 목도 고정해 주셨고 뭐 신발이나 허리띠 같은 거 벗겨 놓으셨던 것 같고요. 들것으로 옮길 때도 도와줘서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이점순(최초 신고자) : “누구나 그런 상황이 되면 저처럼 행동하셨을 거 같고요. 다만 우리가 학교에서 이런 응급 교육을 해마다 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그런 위기상황에 좀 더 체계적으로 잘 대처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당시 쓰러졌던 노인은 65살 이 모 씨. 무더위에 잠시 정신을 잃고 쓰러졌는데, 건강을 회복하고 무사히 퇴원했습니다.

<녹취> 유도암(경장/수서파출소) : “폭염 때문에 그러신 것 같아요. 병원에서 퇴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그 날 오후에 제가 방문을 했었는데 다행히 그때는 밝게 웃으면서 저를 맞아주셨어요. 그러고 그냥 고맙다고 말씀하셨어요.”

같은 날 오전, 울산에서는 119 구급 대원이 폐지가 잔뜩 실린 손수레를 밀고 가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폐지를 줍던 할아버지가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는데, 손수레를 그냥 두고 병원에 갈 수 없다는 말에 119 구급 대원이 대신 손수레를 끌어준 겁니다.

<녹취> 권순재(구급대원/울산 중부소방서 유곡 119안전센터) : “어르신께서는 온종일 주운 폐지로 하루, 하루를 끼니를 때우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한 몸과 같은 손수레를 놔두고 갈 수 없다고 말씀하셔서 제가 가져다 드린다고…….”

연일 계속되는 폭염을 이기지 못하고 이런 온열 환자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더위가 시작된 올해 5월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신고된 온열 질환 환자는 모두 9백19명.

이 가운데 5명은 숨졌습니다.

특히, 고령의 온열 질환 환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고령일수록 폭염의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되는 겁니다.

<인터뷰> 박희민(교수/신촌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 “특별한 질환이 없다고 하더라도 노인분에게는 열 순응(온도에 적응)이 있을 때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반응들이 연세 드신 분들은 좀 늦게 나타나거나 혹은 그 적응 과정이 굉장히 어렵게 진행이 잘 안 되는 경우가 꽤 많거든요.”

냉방비 걱정에 노인들은 집 밖으로 나와 더위를 피해 보려 하지만, 마땅히 쉴 곳은 없습니다.

대형마트나 은행 등 에어컨 바람이 부는 곳이 한여름 노인들에겐 오아시스와 같습니다.

<녹취> “답답하니까 나온단 말이에요. 마트 지하에 한 바퀴 빙 돌고 오고 그러지. 그런 곳 들어가는 건 말을 안 하니까.”

전문가들은 온열 질환자가 발생할 경우 체온이 내려오도록 응급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박희민(교수/신촌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 “큰 문제가 없는데 단순히 의식이 좀 떨어져 있다고 한다면 온열 질환을 먼저 의심을 하고요. 그때는 그늘로 일단 옮기는 것. 시원한 물을 드시도록 하는 것, 다음은 옷을 벗기는 것. 그래서 가능한 체온이 빨리 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조치들이 필요합니다.”

최근 5년간 통계를 분석하니 온열 질환자의 10명 중 4명은 폭염이 절정에 달하는 8월 첫째 주와 둘째 주 사이에 발생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특히 고령자의 경우 폭염 특보가 발효되면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물을 많이 마시면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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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무더위에 쓰러진 60대 구한 시민들
    • 입력 2017-08-04 08:35:38
    • 수정2017-08-04 10: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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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요즘 날씨 참 덥습니다.

한낮에는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그야말로 푹푹 찌는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죠.

덩달아 온열 질환자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약자들이 이런 폭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요.

며칠 전 서울에서 길을 가던 60대 남성이 길바닥에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실신한 거였는데,

길을 가던 시민들의 신속한 대처가 빛을 발했습니다.

마치 하나의 팀이 움직이듯이 역할을 나눠 응급조치를 하면서 귀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27일 서울시 강남구.

건물로 들어가던 남성이 계단을 오르다가 갑자기 비틀거리더니 의식을 잃고 그대로 쓰러지고 맙니다.

<녹취> 김성호(목격자) : “천천히 걸어와서 이쪽으로 와서 여기로 떨어졌어요.”

그때 길을 가던 세 명의 여성들이 재빨리 이 남성의 옆으로 가 상태를 살핍니다.

인근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점순(최초 신고자) : “보는 순간 빨리 저 어르신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빨리 심폐소생술하고 119 신고해야 되겠다. 그 생각이 먼저 들었던 거죠.”

세 사람은 미리 연습이라도 한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한 명은 119에 신고를 하고, 한 명은 쓰러진 남성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인터뷰> 이점순(최초 신고자) : “저는 119 신고를 하고 다른 선생님은 심폐소생술 하러 할아버지 곁으로 가셨고, 또 다른 선생님은 파출소에 신고하러 가셨죠.”

어느새 주변에는 길을 가던 시민들이 모여 저마다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인터뷰> 이점순(최초 신고자) : “지나가던 행인들이 모여들었죠. 모여들어서 제 기억에는 유치원 버스 기사님 같았는데 제세동기(자동 심장충격기)도 가져오고 또 다른 시민들이 119에 신고를 하시더라고요.”

그 사이 선생님 중 한 명은 인근에 있던 파출소로 달려가 경찰의 도움을 청했습니다.

<인터뷰> 유도암(경장/수서파출소) : “빌딩에 할아버지가 쓰러지셨으니까 도움을 달라고 들어오셨어요. 그 얘기를 듣고 저도 위치가 다행히 가까운 위치라서 뛰어갔습니다.”

경찰이 달려가 쓰러진 할아버지의 상태를 살폈는데, 다행히 호흡은 정상이었습니다.

<인터뷰> 유도암(경장/수서경찰서 수서파출소) : “단추도 풀고 벨트도 풀고 얼굴 기도를 확보한 상태였고요. AED(자동 심장충격기) 가방을 갖고 와서 여기 베개로 받쳐준 상태였어요. 어떤 분은 119에 전화해서 제 귀에다 전화기를 대고 어떻게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셨고요.”

시민들의 발 빠른 대처로 쓰러진 노인은 출동한 119 구급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녹취> 이송남(소방장/수서 119안전센터) : “저희가 도착하기 전까지 그 머리 쪽 안 움직이게 목도 고정해 주셨고 뭐 신발이나 허리띠 같은 거 벗겨 놓으셨던 것 같고요. 들것으로 옮길 때도 도와줘서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이점순(최초 신고자) : “누구나 그런 상황이 되면 저처럼 행동하셨을 거 같고요. 다만 우리가 학교에서 이런 응급 교육을 해마다 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그런 위기상황에 좀 더 체계적으로 잘 대처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당시 쓰러졌던 노인은 65살 이 모 씨. 무더위에 잠시 정신을 잃고 쓰러졌는데, 건강을 회복하고 무사히 퇴원했습니다.

<녹취> 유도암(경장/수서파출소) : “폭염 때문에 그러신 것 같아요. 병원에서 퇴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그 날 오후에 제가 방문을 했었는데 다행히 그때는 밝게 웃으면서 저를 맞아주셨어요. 그러고 그냥 고맙다고 말씀하셨어요.”

같은 날 오전, 울산에서는 119 구급 대원이 폐지가 잔뜩 실린 손수레를 밀고 가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폐지를 줍던 할아버지가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는데, 손수레를 그냥 두고 병원에 갈 수 없다는 말에 119 구급 대원이 대신 손수레를 끌어준 겁니다.

<녹취> 권순재(구급대원/울산 중부소방서 유곡 119안전센터) : “어르신께서는 온종일 주운 폐지로 하루, 하루를 끼니를 때우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한 몸과 같은 손수레를 놔두고 갈 수 없다고 말씀하셔서 제가 가져다 드린다고…….”

연일 계속되는 폭염을 이기지 못하고 이런 온열 환자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더위가 시작된 올해 5월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신고된 온열 질환 환자는 모두 9백19명.

이 가운데 5명은 숨졌습니다.

특히, 고령의 온열 질환 환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고령일수록 폭염의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되는 겁니다.

<인터뷰> 박희민(교수/신촌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 “특별한 질환이 없다고 하더라도 노인분에게는 열 순응(온도에 적응)이 있을 때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반응들이 연세 드신 분들은 좀 늦게 나타나거나 혹은 그 적응 과정이 굉장히 어렵게 진행이 잘 안 되는 경우가 꽤 많거든요.”

냉방비 걱정에 노인들은 집 밖으로 나와 더위를 피해 보려 하지만, 마땅히 쉴 곳은 없습니다.

대형마트나 은행 등 에어컨 바람이 부는 곳이 한여름 노인들에겐 오아시스와 같습니다.

<녹취> “답답하니까 나온단 말이에요. 마트 지하에 한 바퀴 빙 돌고 오고 그러지. 그런 곳 들어가는 건 말을 안 하니까.”

전문가들은 온열 질환자가 발생할 경우 체온이 내려오도록 응급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박희민(교수/신촌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 “큰 문제가 없는데 단순히 의식이 좀 떨어져 있다고 한다면 온열 질환을 먼저 의심을 하고요. 그때는 그늘로 일단 옮기는 것. 시원한 물을 드시도록 하는 것, 다음은 옷을 벗기는 것. 그래서 가능한 체온이 빨리 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조치들이 필요합니다.”

최근 5년간 통계를 분석하니 온열 질환자의 10명 중 4명은 폭염이 절정에 달하는 8월 첫째 주와 둘째 주 사이에 발생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특히 고령자의 경우 폭염 특보가 발효되면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물을 많이 마시면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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