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한국 스타벅스가 비싼 이유?…글로벌 기업의 ‘두 얼굴’

입력 2017.08.0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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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일을 한다. 회사로서는 자선 사업의 성격도 있다."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한 말이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단지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창업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혁신과 창조'.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강조하는 핵심이다. 한국 정부는 선진 기술과 경영 기법을 엿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글로벌 기업을 유치해왔다.

IMF 사태 이후 글로벌 자본이 한국으로 물밀듯 들어오면서 국내 외국계 기업은 만 개를 넘어섰다. 국내 기업 100개 중 한 개꼴이다. 이들이 한국에서 얼마나 돈을 벌어 어떻게 써 왔는지, 또 기대만큼 한국 사회에 기여한 바가 있는지 KBS '시사기획 창'이 추적했다.


국내 투자·기부는 '쥐꼬리', 본사 '주주' 주머니 채웠다

KBS '시사기획 창'은 기업경영평가조사업체인 CEO스코어와 함께 국내에 진출한 100대 외국계 기업의 경영 현황을 분석했다. 조사 대상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소비재 업종 가운데 연 매출 천억 원대 이상 기업으로 한정했다. 국세청 전자공시시스템과 해외 본사의 기업공시보고서를 토대로 매출과 순이익, 투자, 기부 명세를 살펴봤다.

분석 결과 외국계 기업 한국 법인은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본국으로 보내고 있었다. 해외 본사와 다른 나라 법인보다 15%가량 높은 수준이다. 반면 한국 내 재투자에는 매출의 2.7%만 지출하고 있다. 해외 본사와 다른 나라 법인의 자국 내 재투자 비중이 8.9%인 것과 비교하면 ⅓도 안되는 수준이다. 이처럼 새로운 설비나 서비스망 투자에 돈을 아끼는 외국계 기업에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매출에서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0.06%로 사회 환원에도 인색했다.

결과적으로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서 번 돈은 본사 주주들의 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가고 있었다.


아디다스와 스타벅스가 한국서 더 비싼 이유

글로벌 기업은 특유의 상표로 소비자들에게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우리가 사는 제품에는 상표 값도 포함돼있다.



그렇다면 세 개의 막대가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아디다스의 로고는 얼마일까. 아디다스코리아 감사보고서를 확인해보니 국내 매출의 10%를 독일 본사에 상표 사용료로 지급하고 있었다. 10만 원짜리 운동화를 사면 1만 원을 로고 비용으로 내는 셈이다. 국제 마케팅비 또한 한국 소비자들이 일부 부담해야 하다 보니 제품 가격의 4%인 4천 원 정도를 독일 본사에 지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디다스 본사가 있는 독일이나 다른 나라에선 상표 사용료를 매출의 3~5% 정도만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소비자들이 다른 나라 소비자보다 최대 3배 이상 많은 상표사용료를 내며 더 비싸게 제품을 사고 있다는 뜻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 커피 전문 상표 중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한국 스타벅스의 커피값(4,100원)은 미국(3,200원)이나 일본(3,400원), 중국(3,900원), 영국(2,700원) 등에 비해 더 비싸다. 스타벅스 측은 "인건비와 임차료가 가격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스타벅스는 전 직원이 정규직인 데다 대형 상권의 넓은 매장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교 대상 4개국 모두 전 세계 주요 도시 임대료 상위 10위권에 올랐지만, 한국은 27위에 불과한 데다 최저임금도 중국을 제외하고 한국보다 높았다.

결국, 이 또한 미국 본사에 내는 상표 사용료와 경영, 기술 자문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상표 사용료와 마케팅비 등을 본사에 많이 지급할수록 국내 법인의 수익이 줄어들어 우리나라에 내는 법인세가 적어진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외국계 생활용품과 식음료 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세금 회피도 '혁신적'?! 혁신과 창조 뒤에 숨은 '꼼수'

대학생들에게 '글로벌 기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어디인지 묻자 열에 아홉이 '구글'이라고 답했다. '진취적이고 창의성을 존중하는 기업 이미지'라는 이유에서였다. 전 세계를 장악한 검색 엔진과 인공지능 알파고, 무인 자동차까지, 구글은 명실상부한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구글이 전 세계에서 내야 할 세금을 줄이는 방법도 '혁신적'이라는 점이다. 구글은 한국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유튜브 광고 등을 통해 연간 2조 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관련 세금은 한 푼도 안 내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을 상대로 매출을 올렸지만 수익은 싱가포르에서 발생한 것처럼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전 세계에서 법인세율이 가장 낮고 조세 감면 혜택이 많은 아일랜드에서 세금을 낸다.


본사가 미국인 이베이와 유한킴벌리는 한국에서 번 돈을 각각 영국과 헝가리로 보낸다. 역시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불법도, 편법도 아니다. 교묘한 꼼수일 뿐이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던 글로벌 기업의 진실은 뭘까. 그 이면에 감춰진 두 얼굴을 들춰 본다.

KBS 1TV '시사기획 창-글로벌 기업의 두 얼굴'은 8일(화)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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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기획 창] 한국 스타벅스가 비싼 이유?…글로벌 기업의 ‘두 얼굴’
    • 입력 2017-08-07 10:51:18
    사회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일을 한다. 회사로서는 자선 사업의 성격도 있다."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한 말이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단지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창업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혁신과 창조'.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강조하는 핵심이다. 한국 정부는 선진 기술과 경영 기법을 엿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글로벌 기업을 유치해왔다.

IMF 사태 이후 글로벌 자본이 한국으로 물밀듯 들어오면서 국내 외국계 기업은 만 개를 넘어섰다. 국내 기업 100개 중 한 개꼴이다. 이들이 한국에서 얼마나 돈을 벌어 어떻게 써 왔는지, 또 기대만큼 한국 사회에 기여한 바가 있는지 KBS '시사기획 창'이 추적했다.


국내 투자·기부는 '쥐꼬리', 본사 '주주' 주머니 채웠다

KBS '시사기획 창'은 기업경영평가조사업체인 CEO스코어와 함께 국내에 진출한 100대 외국계 기업의 경영 현황을 분석했다. 조사 대상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소비재 업종 가운데 연 매출 천억 원대 이상 기업으로 한정했다. 국세청 전자공시시스템과 해외 본사의 기업공시보고서를 토대로 매출과 순이익, 투자, 기부 명세를 살펴봤다.

분석 결과 외국계 기업 한국 법인은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본국으로 보내고 있었다. 해외 본사와 다른 나라 법인보다 15%가량 높은 수준이다. 반면 한국 내 재투자에는 매출의 2.7%만 지출하고 있다. 해외 본사와 다른 나라 법인의 자국 내 재투자 비중이 8.9%인 것과 비교하면 ⅓도 안되는 수준이다. 이처럼 새로운 설비나 서비스망 투자에 돈을 아끼는 외국계 기업에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매출에서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0.06%로 사회 환원에도 인색했다.

결과적으로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서 번 돈은 본사 주주들의 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가고 있었다.


아디다스와 스타벅스가 한국서 더 비싼 이유

글로벌 기업은 특유의 상표로 소비자들에게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우리가 사는 제품에는 상표 값도 포함돼있다.



그렇다면 세 개의 막대가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아디다스의 로고는 얼마일까. 아디다스코리아 감사보고서를 확인해보니 국내 매출의 10%를 독일 본사에 상표 사용료로 지급하고 있었다. 10만 원짜리 운동화를 사면 1만 원을 로고 비용으로 내는 셈이다. 국제 마케팅비 또한 한국 소비자들이 일부 부담해야 하다 보니 제품 가격의 4%인 4천 원 정도를 독일 본사에 지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디다스 본사가 있는 독일이나 다른 나라에선 상표 사용료를 매출의 3~5% 정도만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소비자들이 다른 나라 소비자보다 최대 3배 이상 많은 상표사용료를 내며 더 비싸게 제품을 사고 있다는 뜻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 커피 전문 상표 중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한국 스타벅스의 커피값(4,100원)은 미국(3,200원)이나 일본(3,400원), 중국(3,900원), 영국(2,700원) 등에 비해 더 비싸다. 스타벅스 측은 "인건비와 임차료가 가격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스타벅스는 전 직원이 정규직인 데다 대형 상권의 넓은 매장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교 대상 4개국 모두 전 세계 주요 도시 임대료 상위 10위권에 올랐지만, 한국은 27위에 불과한 데다 최저임금도 중국을 제외하고 한국보다 높았다.

결국, 이 또한 미국 본사에 내는 상표 사용료와 경영, 기술 자문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상표 사용료와 마케팅비 등을 본사에 많이 지급할수록 국내 법인의 수익이 줄어들어 우리나라에 내는 법인세가 적어진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외국계 생활용품과 식음료 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세금 회피도 '혁신적'?! 혁신과 창조 뒤에 숨은 '꼼수'

대학생들에게 '글로벌 기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어디인지 묻자 열에 아홉이 '구글'이라고 답했다. '진취적이고 창의성을 존중하는 기업 이미지'라는 이유에서였다. 전 세계를 장악한 검색 엔진과 인공지능 알파고, 무인 자동차까지, 구글은 명실상부한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구글이 전 세계에서 내야 할 세금을 줄이는 방법도 '혁신적'이라는 점이다. 구글은 한국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유튜브 광고 등을 통해 연간 2조 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관련 세금은 한 푼도 안 내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을 상대로 매출을 올렸지만 수익은 싱가포르에서 발생한 것처럼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전 세계에서 법인세율이 가장 낮고 조세 감면 혜택이 많은 아일랜드에서 세금을 낸다.


본사가 미국인 이베이와 유한킴벌리는 한국에서 번 돈을 각각 영국과 헝가리로 보낸다. 역시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불법도, 편법도 아니다. 교묘한 꼼수일 뿐이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던 글로벌 기업의 진실은 뭘까. 그 이면에 감춰진 두 얼굴을 들춰 본다.

KBS 1TV '시사기획 창-글로벌 기업의 두 얼굴'은 8일(화)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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