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불나면 소용없는 ‘안전 시험’ 외장재

입력 2017.08.07 (21:33) 수정 2017.08.0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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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6월 80명이 숨진 영국 런던 그렌펠 타워 참사 당시 모습입니다.

4층에서 시작된 불이 가연성 외장재를 타고 순식간에 옥상까지 올라갔습니다.

지난 4일 일어난 두바이 토치타워 화재도 외장재를 타고 불이 번졌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 부산에 이어 2015년 의정부 오피스텔 화재 이후 정부가 불에 잘 타지 않는 재료로 건물 외벽을 시공하도록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 기준을 충족하는 외장재도 실제로 불이 났을 때 화재에 취약하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박영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3월 서울 상암동 오피스텔 화재.

용접 작업을 하다 외벽에 튄 불티에서 불이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김성준(서울 마포소방서 소방행정과장/지난 3월) : "(외부는) 경질 우레탄이고 안에는 방한재가 있기 때문에 가연물이 돼서 타 올라간 것으로..."

외장재에 옮겨 붙은 불길은 순식간에 건물 한쪽면을 태웠습니다.

당시 불이 빠르게 번진 원인으로 지목된 외장재는 공인기관의 시험을 통과한 준불연 제품이었습니다.

<녹취> 해당 인증기관 관계자(음성변조) "지금 준불연 성적서 있으니까 시험에 통과한 제품이겠죠. 이 시험 자체가 ISO(국제표준)규격으로 돼 있고요."

현재 기준으로는 불이 잘 붙지 않는다는 난연 인증을 통과한 외장재라 해도 실제 화재 때 취약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현재 외장재 인증은 일정 크기 샘플에 열을 가하고 방출되는 열과 가스의 유해성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방재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으로는 제품이 불에 얼마나 견디는지를 제대로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외장재 인증기관 관계자(음성변조) : "화재가 나면 화원 자체가 열량 자체가 상당히 크거든요. 실제 국내에 갖고 있는 시험 방법 가지고는 그거를 좀 평가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난연 성능시험이 외장재의 한쪽 면에 대해만 이뤄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녹취> 외장재 인증기관 관계자(음성변조) : "양면이 성적이 달라요. 한 쪽은 합격, 한 쪽은 불합격이 나와요. 실제 현장에서는 그거를 (불합격면으로) 뒤집어서 시공을 하게 되니까."

그래서 일부 유럽 국가들은 실제 시공 상태 그대로 불을 붙여보는 '실물 화재 시험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인터뷰> 채승언(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원) : "화재에 노출되었을 때 수직 화재 확산이 되는지를 확인할 수가 있는 거고요. 어느 정도까지 화재의 영향을 받았는지까지 확인을 할 수가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현행 인증 방식이 화재를 막는 데 한계가 있어 보다 실효성 있는 인증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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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리포트] 불나면 소용없는 ‘안전 시험’ 외장재
    • 입력 2017-08-07 21:37:15
    • 수정2017-08-09 10: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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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6월 80명이 숨진 영국 런던 그렌펠 타워 참사 당시 모습입니다. 4층에서 시작된 불이 가연성 외장재를 타고 순식간에 옥상까지 올라갔습니다. 지난 4일 일어난 두바이 토치타워 화재도 외장재를 타고 불이 번졌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 부산에 이어 2015년 의정부 오피스텔 화재 이후 정부가 불에 잘 타지 않는 재료로 건물 외벽을 시공하도록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 기준을 충족하는 외장재도 실제로 불이 났을 때 화재에 취약하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박영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3월 서울 상암동 오피스텔 화재. 용접 작업을 하다 외벽에 튄 불티에서 불이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김성준(서울 마포소방서 소방행정과장/지난 3월) : "(외부는) 경질 우레탄이고 안에는 방한재가 있기 때문에 가연물이 돼서 타 올라간 것으로..." 외장재에 옮겨 붙은 불길은 순식간에 건물 한쪽면을 태웠습니다. 당시 불이 빠르게 번진 원인으로 지목된 외장재는 공인기관의 시험을 통과한 준불연 제품이었습니다. <녹취> 해당 인증기관 관계자(음성변조) "지금 준불연 성적서 있으니까 시험에 통과한 제품이겠죠. 이 시험 자체가 ISO(국제표준)규격으로 돼 있고요." 현재 기준으로는 불이 잘 붙지 않는다는 난연 인증을 통과한 외장재라 해도 실제 화재 때 취약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현재 외장재 인증은 일정 크기 샘플에 열을 가하고 방출되는 열과 가스의 유해성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방재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으로는 제품이 불에 얼마나 견디는지를 제대로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외장재 인증기관 관계자(음성변조) : "화재가 나면 화원 자체가 열량 자체가 상당히 크거든요. 실제 국내에 갖고 있는 시험 방법 가지고는 그거를 좀 평가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난연 성능시험이 외장재의 한쪽 면에 대해만 이뤄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녹취> 외장재 인증기관 관계자(음성변조) : "양면이 성적이 달라요. 한 쪽은 합격, 한 쪽은 불합격이 나와요. 실제 현장에서는 그거를 (불합격면으로) 뒤집어서 시공을 하게 되니까." 그래서 일부 유럽 국가들은 실제 시공 상태 그대로 불을 붙여보는 '실물 화재 시험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인터뷰> 채승언(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원) : "화재에 노출되었을 때 수직 화재 확산이 되는지를 확인할 수가 있는 거고요. 어느 정도까지 화재의 영향을 받았는지까지 확인을 할 수가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현행 인증 방식이 화재를 막는 데 한계가 있어 보다 실효성 있는 인증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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