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경영진, ‘블랙리스트’ 작성해 사원 관리”

입력 2017.08.0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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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화방송 MBC가 노동조합 활동과 회사에 대한 충성도 등을 기준으로 사원 개개인의 등급을 매긴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지부는 오늘 오전 상암MBC 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작성한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인물 성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이들 문건에는 보도 부문 카메라기자들의 개인별 성향과 출신, 170일 파업 가담 여부, 노동조합과의 친소 관계 등이 담겨 있다. 문건의 파일 정보에 따르면 이 문서들은 김장겸 현 사장이 보도국장으로 취임한 직후인 2013년 7월6일에 작성됐고, 이듬해인 2014년 2월16일까지 수정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카메라기자 65명 4개 등급으로 분류...회사 충성도, 노조 활동 기준

언론노조 MBC본부가 공개한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 문건 중 일부언론노조 MBC본부가 공개한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 문건 중 일부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는 문서 작성 당시 재직 중이던 MBC의 카메라기자 65명을 입사연도에 따른 기수별로 나눈 뒤, 각각 4개 등급으로 분류해 도표 형식으로 기록했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공개한 ‘요주의인물 성향’ 문건 중 일부언론노조 MBC본부가 공개한 ‘요주의인물 성향’ 문건 중 일부
 

<요주의인물 성향>이라는 제목의 다른 문서에서는 ✕, △, ○의 각 등급별 일부 기자들에 대한 개인별 평가를 상세히 적고 있다. 정치적 성향과 회사 정책에 대한 충성도, 노조와의 관계 등에 대한 언급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게으른 인물', '영향력 제로', '무능과 태만', '존재감 없음' 등의 인신공격성 표현도 사용됐다.

"인사 평가와 인력 배치 등에 활용됐을 것"

MBC본부는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인사와 평가, 승진 등의 핵심 자료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고 등급인 ‘☆☆부류’의 당사자들은 현재 보직을 맡고 있거나, 정치부·사회부 등의 주요 영상취재 포스트를 장악했다는 것이다.

반면 최하위인 ✕등급으로 분류된 기자들은 대부분 보도국 외부로 쫓겨났거나, 보도국 내에서도 중요도가 낮은 부서 위주로 배치돼 있고, 이들은 거의 2012년 파업 이후 승진 심사에서도 매번 탈락했다는 게 MBC본부의 설명이다.

MBC본부는 문건의 입수 경위와 관련해 "파일로 된 문건의 작성자는 어용노조로 알려진 제3노조 소속 조합원"이라며 "작성자의 여러 측면과 문건의 성격상 문건을 단독으로 작성했을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고 여러 사람이 개입해 공동 관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8일 오전 ‘블랙리스트’ 폭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언론노조 MBC본부가 8일 오전 ‘블랙리스트’ 폭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MBC본부는 카메라기자가 사측의 타깃이 된 이유를 지난 2016년 1월 언론에 공개됐던 이른바 '백종문 녹취록'에서 찾았다.

당시 MBC 미래전략본부장이었던 백종문 부사장은 한 극우매체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회사를 망가뜨린 사람들이 한 50명 정도 된다고 보는데, 걔네들이 전부 다 일을 안 하고 노동조합에 이렇게 같이 노동조합에 몸을 담아가지고 자기네 기득권 지키겠다는 사람들이에요. 카메라기자, 아나운서, 영상카메라, 보도국의 일부, 요런 친구들, 교양국에 일부…"라고 말했다.

MBC 경영진은 지난 2012년 MBC 170일 파업의 선봉 역할을 했던 카메라기자들을 일을 안 하고 노동조합에 몸 담아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사람들로 보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MBC 경영진은 2012년 8월 17일 카메라기자들이 소속돼있던 영상취재1부 및 2부, 시사영상부, 스포츠영상부 등 부서 자체를 폐지하고, 이후 카메라기자들을 20여 개 부서로 분산 배치했다.

MBC본부는 문건으로 발견되지 않았을 뿐, 블랙리스트는 아나운서, PD, 경영, 취재기자, 엔지니어, 촬영감독, 그래픽 디자이너 등 MBC 내 모든 부문에 걸쳐 철저하게 실행됐다고 밝혔다.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예는 아나운서국으로 아나운서 국장인 신동호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와 있던 아나운서들은 밖으로 축출(11명)되거나 회사를 그만둬야(12명) 했다고 MBC본부는 주장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소속 카메라기자 조합원들이 사옥 앞에서 블랙리스트에 항의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소속 카메라기자 조합원들이 사옥 앞에서 블랙리스트에 항의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블랙리스트 관련 경영진·간부 고발할 것"

MBC본부는 부당징계, 부당전보 등 부당노동행위에 이어 블랙리스트 범죄 행위까지 발각된 상황에서 조합은 진상조사단을 가동해 모든 직종의 블랙리스트 관련 증거를 수집할 계획이라며, 위법 행위가 드러난 경영진과 간부들에 대해서는 모두 추적·고발해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MBC본부는 우선적으로 내일 사측과 김장겸 사장, 문건의 작성자 등을 부당노동행위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MBC 보도본부 측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노조가 내세운 '카메라기자 성향 분석표'는 회사의 경영진은 물론 보도본부 간부 그 누구도 본 적도 없는 문건"이라며 "알지도 못하는 정체불명의 '유령문건'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해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경영진과 보도본부 간부들의 명예를 훼손한 인사들에 대해서는 형사와 민사 등 모든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14일까지 감독관 9명을 투입해 MBC 사측의 부당노동 행위 등에 대한 특별 근로 감독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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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경영진, ‘블랙리스트’ 작성해 사원 관리”
    • 입력 2017-08-08 15:32:26
    취재K
(주)문화방송 MBC가 노동조합 활동과 회사에 대한 충성도 등을 기준으로 사원 개개인의 등급을 매긴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지부는 오늘 오전 상암MBC 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작성한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인물 성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이들 문건에는 보도 부문 카메라기자들의 개인별 성향과 출신, 170일 파업 가담 여부, 노동조합과의 친소 관계 등이 담겨 있다. 문건의 파일 정보에 따르면 이 문서들은 김장겸 현 사장이 보도국장으로 취임한 직후인 2013년 7월6일에 작성됐고, 이듬해인 2014년 2월16일까지 수정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카메라기자 65명 4개 등급으로 분류...회사 충성도, 노조 활동 기준

언론노조 MBC본부가 공개한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 문건 중 일부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는 문서 작성 당시 재직 중이던 MBC의 카메라기자 65명을 입사연도에 따른 기수별로 나눈 뒤, 각각 4개 등급으로 분류해 도표 형식으로 기록했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공개한 ‘요주의인물 성향’ 문건 중 일부 

<요주의인물 성향>이라는 제목의 다른 문서에서는 ✕, △, ○의 각 등급별 일부 기자들에 대한 개인별 평가를 상세히 적고 있다. 정치적 성향과 회사 정책에 대한 충성도, 노조와의 관계 등에 대한 언급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게으른 인물', '영향력 제로', '무능과 태만', '존재감 없음' 등의 인신공격성 표현도 사용됐다.

"인사 평가와 인력 배치 등에 활용됐을 것"

MBC본부는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인사와 평가, 승진 등의 핵심 자료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고 등급인 ‘☆☆부류’의 당사자들은 현재 보직을 맡고 있거나, 정치부·사회부 등의 주요 영상취재 포스트를 장악했다는 것이다.

반면 최하위인 ✕등급으로 분류된 기자들은 대부분 보도국 외부로 쫓겨났거나, 보도국 내에서도 중요도가 낮은 부서 위주로 배치돼 있고, 이들은 거의 2012년 파업 이후 승진 심사에서도 매번 탈락했다는 게 MBC본부의 설명이다.

MBC본부는 문건의 입수 경위와 관련해 "파일로 된 문건의 작성자는 어용노조로 알려진 제3노조 소속 조합원"이라며 "작성자의 여러 측면과 문건의 성격상 문건을 단독으로 작성했을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고 여러 사람이 개입해 공동 관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8일 오전 ‘블랙리스트’ 폭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MBC본부는 카메라기자가 사측의 타깃이 된 이유를 지난 2016년 1월 언론에 공개됐던 이른바 '백종문 녹취록'에서 찾았다.

당시 MBC 미래전략본부장이었던 백종문 부사장은 한 극우매체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회사를 망가뜨린 사람들이 한 50명 정도 된다고 보는데, 걔네들이 전부 다 일을 안 하고 노동조합에 이렇게 같이 노동조합에 몸을 담아가지고 자기네 기득권 지키겠다는 사람들이에요. 카메라기자, 아나운서, 영상카메라, 보도국의 일부, 요런 친구들, 교양국에 일부…"라고 말했다.

MBC 경영진은 지난 2012년 MBC 170일 파업의 선봉 역할을 했던 카메라기자들을 일을 안 하고 노동조합에 몸 담아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사람들로 보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MBC 경영진은 2012년 8월 17일 카메라기자들이 소속돼있던 영상취재1부 및 2부, 시사영상부, 스포츠영상부 등 부서 자체를 폐지하고, 이후 카메라기자들을 20여 개 부서로 분산 배치했다.

MBC본부는 문건으로 발견되지 않았을 뿐, 블랙리스트는 아나운서, PD, 경영, 취재기자, 엔지니어, 촬영감독, 그래픽 디자이너 등 MBC 내 모든 부문에 걸쳐 철저하게 실행됐다고 밝혔다.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예는 아나운서국으로 아나운서 국장인 신동호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와 있던 아나운서들은 밖으로 축출(11명)되거나 회사를 그만둬야(12명) 했다고 MBC본부는 주장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소속 카메라기자 조합원들이 사옥 앞에서 블랙리스트에 항의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블랙리스트 관련 경영진·간부 고발할 것"

MBC본부는 부당징계, 부당전보 등 부당노동행위에 이어 블랙리스트 범죄 행위까지 발각된 상황에서 조합은 진상조사단을 가동해 모든 직종의 블랙리스트 관련 증거를 수집할 계획이라며, 위법 행위가 드러난 경영진과 간부들에 대해서는 모두 추적·고발해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MBC본부는 우선적으로 내일 사측과 김장겸 사장, 문건의 작성자 등을 부당노동행위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MBC 보도본부 측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노조가 내세운 '카메라기자 성향 분석표'는 회사의 경영진은 물론 보도본부 간부 그 누구도 본 적도 없는 문건"이라며 "알지도 못하는 정체불명의 '유령문건'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해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경영진과 보도본부 간부들의 명예를 훼손한 인사들에 대해서는 형사와 민사 등 모든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14일까지 감독관 9명을 투입해 MBC 사측의 부당노동 행위 등에 대한 특별 근로 감독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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