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치료비에 건보 적용…병원비 ‘가계 파탄’ 막는다

입력 2017.08.09 (15:19) 수정 2017.08.0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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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치료비에 건보 적용…병원비 ‘가계 파탄’ 막는다

모든 치료비에 건보 적용…병원비 ‘가계 파탄’ 막는다

백혈병으로 투병하다 최근 조혈모세포이식술을 받은 53살 김모 씨. 수술 이후 75일 동안 입원생활을 했는데, 병원비 1천646만 원이 청구됐다. 수술재료가 건강보험을 받지 않는 비급여 항목인데다, 다인실 부족으로 2인실(상급병실)을 11일 동안 이용한 게 병원비 몸집을 이렇게 불려놨다. 김 씨의 연 평균 소득은 800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 연 소득의 2배나 되는 병원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복지부에 문의하니 소득 기준에 걸려 한 푼도 받지 못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 씨의 사례와 같은 경우, 앞으로는 의료비 부담이 1천만 원 넘게 줄어든다. 비급여 항목이었던 수술재료와 상급병실 이용료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도 넓어져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정부가 내놓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적용하면, 김 씨가 내야할 본인부담 의료비는 기존 1천646만 원에서 576만 원으로 65% 줄어든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발표…"의료비 부담, 국가가 분담한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빠져 의료비 부담을 키웠던 비급여 항목이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에 포함된다.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비, 간병비 등 '3대 비급여'도 내년부터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 또 치매 환자 병원비와 아동·청소년 입원비 부담이 크게 줄고, 4대 중증질환 등에만 한정됐던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도 모든 질환으로 확대된다.

정부가 이런 내용이 담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9일 발표했다. 국가가 지원하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여 국민들의 병원비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로, 올해부터 2022년까지 6년 동안 모두 30조가량의 예산이 투입된다.


비싼 '비급여' 폐지…"미용·성형 빼고 건강보험 OK!"

우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던 비급여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치료 목적의 의료비라면 앞으로 모두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된다. MRI와 초음파, 고가의 항암제, 로봇수술 등이 대표적이다. 단 개인 선호에 따른 미용·성형(주사제, 레이저 등)이나 라식수술 등 치료와 무관한 비급여 항목의 경우, 현행대로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바로가기] 환자 울리는 '눈덩이' 진료비

특히 내년부터는 비급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 병실료·간병비)도 건강보험에 포함돼 의료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흔히 특진비로도 불리는 선택진료비는 완전히 폐지돼, 대학병원 교수 등에게 진료를 받더라도 추가 비용을 내지 않게 된다. 전액 본인부담이었던 상급병실료도 본인 부담율이 20~50% 수준으로 낮아진다. 예를 들어 일반병실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열흘 간 160만 원을 내고 2인실에 입원했던 환자의 경우, 건강보험 적용 이후에는 기존의 절반 수준인 80만 원가량만 부담하면 된다. 또 현재 2만 3천 개가량인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적용 병상을 2022년까지 10만 개로 늘려, 하루에 7~8만 원씩 드는 간병비 부담을 없애기로 했다.


치매 노인·어린이 의료비↓…틀니·임플란트 지원 확대

치매 노인과 아동·청소년 등 특정 집단을 위한 별도의 의료비 경감책도 마련됐다.

먼저 중증 치매환자(지난해 기준 24만 명)의 의료비 본인부담률이 현행 20~60%에서 10%로 크게 낮아진다. 경도인지장애 등 치매 의심단계에 있는 노인도, 고가의 MRI 검사를 받을 때 건강보험을 적용받는다.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치매 국가 책임제'에 포함됐던 방안들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준 환자 1인당 평균 403만 원에 달했던 치매 진료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바로가기] 치료비 부담 10%로…"치매, 국가가 책임"

15세 이하 아동·청소년의 입원진료비 본인부담율도 현행 10~20%에서 5%로 낮아진다. 폐렴으로 종합병원에 열흘 정도 입원한 아동의 경우, 기존 20만 원 중반대이던 진료비가 7만원 대로 70% 이상 낮아진다. 어린이의 충치를 예방하기 위한 '치아 홈 메우기' 본인부담률도 현행 30~60%에서 10%로 완화돼, 기존에 2만 원 정도 들던 어금니 2개 홈메우기를 9천 원 정도에 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7월부터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된 노인의 틀니와 임플란트 치료도 환자 부담을 30% 정도로 더 낮추기로 했다. 개당 60만 원을 부담해야 했던 임플란트의 경우, 36만 원으로 저렴해진다.

이밖에도 ▲어린이 재활 치료 인프라 확대 ▲비급여 난임시술 건보 적용 ▲장애인 보조기 건보 적용 확대 등의 내용이 이번 발표에 포함됐다.


모든 질환에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메디컬 푸어 막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공약했던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 확대도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이다.

재난적 의료비란 의료비가 가처분 소득의 일정수준(10~4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로, 국내 전체 가구의 4.49%(2014년 기준)가 재난적 의료비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런 문제 해소를 위해 국가가 의료비의 50~60% 수준을 지원(연간 2천만 원까지)하는 제도가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이다. 지금은 4대 중증질환(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이나 중증화상을 앓는 입원 환자가 있는 저소득 가구(최저생계비 300% 이하)만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바로가기] 병원비 폭탄에 집팔고…'의료 파산' 위기 16만 명

하지만 앞으로는 소득 하위 50% 가구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모든 질환에 대해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 기준을 다소 초과하더라도, 심사를 거쳐 필요성이 인정되면 선별적으로 의료비를 지원한다. 복지부는 또 항암제 등 고가약제는 지원금액 상향선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6년 간 30조 6천 억 투입…"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 목표"

이번 건보 보장성 강화 대책 추진을 위해, 정부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모두 30조 6천억 원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기존 건강보험 적립금 20조 원에 더해 정부지원금과 건강보험료 인상과 부과기반 확대(피부양자 범위 축소, 건보료 부과 소득 범위 확대 등)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국민 부담 의료비는 18%, 비급여 의료비는 64%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연간 5백만 원 이상 의료비 부담 환자가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고, 특히 저소득층에서는 이런 고액 의료비 부담 환자가 95%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의료비에서 가계가 직접 부담하는 비율은 36.8%로, OECD 국가 중 멕시코(40.8%) 다음으로 높고 OECD 평균(19.6%)의 2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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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치료비에 건보 적용…병원비 ‘가계 파탄’ 막는다
    • 입력 2017-08-09 15:19:29
    • 수정2017-08-09 15:31:28
    취재K
백혈병으로 투병하다 최근 조혈모세포이식술을 받은 53살 김모 씨. 수술 이후 75일 동안 입원생활을 했는데, 병원비 1천646만 원이 청구됐다. 수술재료가 건강보험을 받지 않는 비급여 항목인데다, 다인실 부족으로 2인실(상급병실)을 11일 동안 이용한 게 병원비 몸집을 이렇게 불려놨다. 김 씨의 연 평균 소득은 800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 연 소득의 2배나 되는 병원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복지부에 문의하니 소득 기준에 걸려 한 푼도 받지 못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 씨의 사례와 같은 경우, 앞으로는 의료비 부담이 1천만 원 넘게 줄어든다. 비급여 항목이었던 수술재료와 상급병실 이용료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도 넓어져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정부가 내놓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적용하면, 김 씨가 내야할 본인부담 의료비는 기존 1천646만 원에서 576만 원으로 65% 줄어든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발표…"의료비 부담, 국가가 분담한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빠져 의료비 부담을 키웠던 비급여 항목이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에 포함된다.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비, 간병비 등 '3대 비급여'도 내년부터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 또 치매 환자 병원비와 아동·청소년 입원비 부담이 크게 줄고, 4대 중증질환 등에만 한정됐던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도 모든 질환으로 확대된다.

정부가 이런 내용이 담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9일 발표했다. 국가가 지원하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여 국민들의 병원비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로, 올해부터 2022년까지 6년 동안 모두 30조가량의 예산이 투입된다.


비싼 '비급여' 폐지…"미용·성형 빼고 건강보험 OK!"

우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던 비급여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치료 목적의 의료비라면 앞으로 모두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된다. MRI와 초음파, 고가의 항암제, 로봇수술 등이 대표적이다. 단 개인 선호에 따른 미용·성형(주사제, 레이저 등)이나 라식수술 등 치료와 무관한 비급여 항목의 경우, 현행대로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바로가기] 환자 울리는 '눈덩이' 진료비

특히 내년부터는 비급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 병실료·간병비)도 건강보험에 포함돼 의료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흔히 특진비로도 불리는 선택진료비는 완전히 폐지돼, 대학병원 교수 등에게 진료를 받더라도 추가 비용을 내지 않게 된다. 전액 본인부담이었던 상급병실료도 본인 부담율이 20~50% 수준으로 낮아진다. 예를 들어 일반병실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열흘 간 160만 원을 내고 2인실에 입원했던 환자의 경우, 건강보험 적용 이후에는 기존의 절반 수준인 80만 원가량만 부담하면 된다. 또 현재 2만 3천 개가량인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적용 병상을 2022년까지 10만 개로 늘려, 하루에 7~8만 원씩 드는 간병비 부담을 없애기로 했다.


치매 노인·어린이 의료비↓…틀니·임플란트 지원 확대

치매 노인과 아동·청소년 등 특정 집단을 위한 별도의 의료비 경감책도 마련됐다.

먼저 중증 치매환자(지난해 기준 24만 명)의 의료비 본인부담률이 현행 20~60%에서 10%로 크게 낮아진다. 경도인지장애 등 치매 의심단계에 있는 노인도, 고가의 MRI 검사를 받을 때 건강보험을 적용받는다.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치매 국가 책임제'에 포함됐던 방안들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준 환자 1인당 평균 403만 원에 달했던 치매 진료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바로가기] 치료비 부담 10%로…"치매, 국가가 책임"

15세 이하 아동·청소년의 입원진료비 본인부담율도 현행 10~20%에서 5%로 낮아진다. 폐렴으로 종합병원에 열흘 정도 입원한 아동의 경우, 기존 20만 원 중반대이던 진료비가 7만원 대로 70% 이상 낮아진다. 어린이의 충치를 예방하기 위한 '치아 홈 메우기' 본인부담률도 현행 30~60%에서 10%로 완화돼, 기존에 2만 원 정도 들던 어금니 2개 홈메우기를 9천 원 정도에 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7월부터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된 노인의 틀니와 임플란트 치료도 환자 부담을 30% 정도로 더 낮추기로 했다. 개당 60만 원을 부담해야 했던 임플란트의 경우, 36만 원으로 저렴해진다.

이밖에도 ▲어린이 재활 치료 인프라 확대 ▲비급여 난임시술 건보 적용 ▲장애인 보조기 건보 적용 확대 등의 내용이 이번 발표에 포함됐다.


모든 질환에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메디컬 푸어 막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공약했던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 확대도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이다.

재난적 의료비란 의료비가 가처분 소득의 일정수준(10~4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로, 국내 전체 가구의 4.49%(2014년 기준)가 재난적 의료비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런 문제 해소를 위해 국가가 의료비의 50~60% 수준을 지원(연간 2천만 원까지)하는 제도가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이다. 지금은 4대 중증질환(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이나 중증화상을 앓는 입원 환자가 있는 저소득 가구(최저생계비 300% 이하)만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바로가기] 병원비 폭탄에 집팔고…'의료 파산' 위기 16만 명

하지만 앞으로는 소득 하위 50% 가구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모든 질환에 대해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 기준을 다소 초과하더라도, 심사를 거쳐 필요성이 인정되면 선별적으로 의료비를 지원한다. 복지부는 또 항암제 등 고가약제는 지원금액 상향선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6년 간 30조 6천 억 투입…"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 목표"

이번 건보 보장성 강화 대책 추진을 위해, 정부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모두 30조 6천억 원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기존 건강보험 적립금 20조 원에 더해 정부지원금과 건강보험료 인상과 부과기반 확대(피부양자 범위 축소, 건보료 부과 소득 범위 확대 등)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국민 부담 의료비는 18%, 비급여 의료비는 64%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연간 5백만 원 이상 의료비 부담 환자가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고, 특히 저소득층에서는 이런 고액 의료비 부담 환자가 95%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의료비에서 가계가 직접 부담하는 비율은 36.8%로, OECD 국가 중 멕시코(40.8%) 다음으로 높고 OECD 평균(19.6%)의 2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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