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 김홍신, ‘장총찬’ 대신 ‘리노’를 찜하다

입력 2017.08.09 (19:03) 수정 2017.08.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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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신은 19080년 대 초에 출간한 사회고발 장편 소설『인간 시장』이 국내 최초로 밀리언 셀러가 되면서 스타 소설가 반열에 올랐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장총찬'이다. 장총찬은 22살의 위악적인 법대생으로 부패한 개신교 목사들, 권력의 손에 좌우되는 법관들, 약자를 괴롭히는 폭력배 등을 처단하며 사회의 부조리와 불의에 맞서 싸우는 현대판 '홍길동' 같은 활약을 펼친다.

『인간 시장』으로 대박을 터뜨린 김홍신은 이후에도 『해방영장』, 『야망의 땅』, 『풍객』, 『대발해』등 사회적·역사적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들을 즐겨 써 왔다. 그런 김홍신에게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 2015년,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첫사랑을 다시 만나 인생의 모든 걸 바쳐 사랑을 완성시키는 연인들의 모습을 그린 『단 한 번의 사랑』을 출간하면서 부터다. 인생에서 오직 한 번만 만날 수 있는 존귀한 사랑에 대한 김홍신의 천착은 최근 출간된 『바람으로 그린 그림』에서 더욱 강하고, 집요하게 진화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람으로 그린 그림』에는 두 명의 남녀 주인공이 나온다. '리노'는 남자 주인공이다.
여 주인공은 '모니카'이다. 리노와 모니카는 1인칭 시점의 화자로 번갈아 등장해 서로가 각자 인생에서 오직 한 번 만날 수 있는 사랑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두 사람은 마음속에 비밀을 간직한 채 침묵의 사랑으로 서로를 지켜주는 성숙한 연인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김홍신은 8일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 클럽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바람으로 그린 그림』은 사랑 이야기이면서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충청남도 논산에서 손이 귀한 집안의 종손이자 외아들이면서도 카톨릭 사제가 되기를 꿈꾸었던 고등학생 리노는, 성당에서 성가대 반주를 하는 모니카를 보고 한눈에 반해 모니카를 연모하면서 신부되기를 포기한다. 집안 어른들의 성화에도 리노를 큰집 양자로 보내지 않은 어머니는, 리노가 의대에 진학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모범생이었던 모니카에게 공부 도움을 청한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7살의 나이차이에도 연인처럼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모니카는 리노가 친구들과 큰 싸움에 휘말리자 그를 공부에 전념시키기 위해 방학 동안 그녀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목장에서 공부할 것을 제안한다. 목장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 리노와 모니카의 사랑은 커져만 간다. 그런데 어느 날 모니카의 옛 약혼자가 목장에 나타나 모니카를 위협하자, 그녀는 자신의 아픈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을 보고 결혼까지 한다.


모니카의 갑작스러운 결혼 선언으로 리노는 긴 방황에 들어서지만 뒤에 모니카와의 사랑을 이해해주는 가연과 결혼함으로써 가정을 꾸린다. 이후 리노 가족과 모니카 가족은 친척인양 사이 좋게 보낸다. 하지만 리노의 아들과 모니카 딸이 연인 관계로 발전하면서 다시 비극은 시작된다. 모니카가 배우자의 문제로 애기를 낳지 못하자 인공수정을 했는데 바로 리노의 정자로 모니카의 딸이 태어났다는 비밀이 밝혀진다 ...」

김홍신 작가는 벼락같고 단번에 감전되는 사랑이 근사한 걸로 여겨져 이 소설에 천둥과 번개와 바람같은 사랑을 표현하려고 애를 썼으며, 실제로 작품 속에서 리노는 모니카가 보도록 일부러 펼쳐놓은 일기에 천둥과 번개와 바람의 의미를 적어 놓았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나중에 '사랑의 순간을 영혼의 창고에 쟁여두기 위해서는 사랑의 온도가 100도가 아니라 36.5도라야 한다는 걸 알았고, 남녀 간의 뜨거운 사랑도 휴머니즘으로 발전해야 아름다움이 지속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끝냈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작가는 '바람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다'라고 말하지만 이 소설을 쓰면서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린다'는 걸 깨달았다며 앞으로도 사랑이야기를 더 쓸 것이라고 귀뜸했다.


김홍신은 이날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경위도 설명했다. 이번 소설보다 2년 전에 출간된 『 단 한 번의 사랑』에 친일파가 독립운동가를 심사한 것을 비판한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문에 블랙리스트 작가가 됐다고 말하며, 이는 곧 우리 시대가 일제를 청산하지 못한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김 작가는 또 독자에 대한 고마움과 독자의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말도 했다. " 제가 한글로 동족의 이야기를 쓰면서 한 세상을 살 수 있게 해준 이 세상의 도움과 은혜를 깊이 받들기 위해 그냥 살지 않고 무엇인가 보람을 좀 남기고 가겠다"라고 다짐했다.


김 작가는 자신의 나이 70을 "귀신에게 시비를 걸어도 괜찮을 나이"라고 했다. 또, 스스로를 "평생 블랙리스트 작가"라고도 밝힌만큼 사회정의를 위해, 사랑을 위해 끝없이 시비를 걸고 더 멋진 블랙리스트 작품을 보여주길 독자로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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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와의 만남] 김홍신, ‘장총찬’ 대신 ‘리노’를 찜하다
    • 입력 2017-08-09 19:03:05
    • 수정2017-08-10 09:30:34
    취재K
김홍신은 19080년 대 초에 출간한 사회고발 장편 소설『인간 시장』이 국내 최초로 밀리언 셀러가 되면서 스타 소설가 반열에 올랐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장총찬'이다. 장총찬은 22살의 위악적인 법대생으로 부패한 개신교 목사들, 권력의 손에 좌우되는 법관들, 약자를 괴롭히는 폭력배 등을 처단하며 사회의 부조리와 불의에 맞서 싸우는 현대판 '홍길동' 같은 활약을 펼친다.

『인간 시장』으로 대박을 터뜨린 김홍신은 이후에도 『해방영장』, 『야망의 땅』, 『풍객』, 『대발해』등 사회적·역사적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들을 즐겨 써 왔다. 그런 김홍신에게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 2015년,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첫사랑을 다시 만나 인생의 모든 걸 바쳐 사랑을 완성시키는 연인들의 모습을 그린 『단 한 번의 사랑』을 출간하면서 부터다. 인생에서 오직 한 번만 만날 수 있는 존귀한 사랑에 대한 김홍신의 천착은 최근 출간된 『바람으로 그린 그림』에서 더욱 강하고, 집요하게 진화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람으로 그린 그림』에는 두 명의 남녀 주인공이 나온다. '리노'는 남자 주인공이다.
여 주인공은 '모니카'이다. 리노와 모니카는 1인칭 시점의 화자로 번갈아 등장해 서로가 각자 인생에서 오직 한 번 만날 수 있는 사랑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두 사람은 마음속에 비밀을 간직한 채 침묵의 사랑으로 서로를 지켜주는 성숙한 연인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김홍신은 8일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 클럽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바람으로 그린 그림』은 사랑 이야기이면서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충청남도 논산에서 손이 귀한 집안의 종손이자 외아들이면서도 카톨릭 사제가 되기를 꿈꾸었던 고등학생 리노는, 성당에서 성가대 반주를 하는 모니카를 보고 한눈에 반해 모니카를 연모하면서 신부되기를 포기한다. 집안 어른들의 성화에도 리노를 큰집 양자로 보내지 않은 어머니는, 리노가 의대에 진학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모범생이었던 모니카에게 공부 도움을 청한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7살의 나이차이에도 연인처럼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모니카는 리노가 친구들과 큰 싸움에 휘말리자 그를 공부에 전념시키기 위해 방학 동안 그녀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목장에서 공부할 것을 제안한다. 목장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 리노와 모니카의 사랑은 커져만 간다. 그런데 어느 날 모니카의 옛 약혼자가 목장에 나타나 모니카를 위협하자, 그녀는 자신의 아픈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을 보고 결혼까지 한다.


모니카의 갑작스러운 결혼 선언으로 리노는 긴 방황에 들어서지만 뒤에 모니카와의 사랑을 이해해주는 가연과 결혼함으로써 가정을 꾸린다. 이후 리노 가족과 모니카 가족은 친척인양 사이 좋게 보낸다. 하지만 리노의 아들과 모니카 딸이 연인 관계로 발전하면서 다시 비극은 시작된다. 모니카가 배우자의 문제로 애기를 낳지 못하자 인공수정을 했는데 바로 리노의 정자로 모니카의 딸이 태어났다는 비밀이 밝혀진다 ...」

김홍신 작가는 벼락같고 단번에 감전되는 사랑이 근사한 걸로 여겨져 이 소설에 천둥과 번개와 바람같은 사랑을 표현하려고 애를 썼으며, 실제로 작품 속에서 리노는 모니카가 보도록 일부러 펼쳐놓은 일기에 천둥과 번개와 바람의 의미를 적어 놓았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나중에 '사랑의 순간을 영혼의 창고에 쟁여두기 위해서는 사랑의 온도가 100도가 아니라 36.5도라야 한다는 걸 알았고, 남녀 간의 뜨거운 사랑도 휴머니즘으로 발전해야 아름다움이 지속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끝냈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작가는 '바람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다'라고 말하지만 이 소설을 쓰면서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린다'는 걸 깨달았다며 앞으로도 사랑이야기를 더 쓸 것이라고 귀뜸했다.


김홍신은 이날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경위도 설명했다. 이번 소설보다 2년 전에 출간된 『 단 한 번의 사랑』에 친일파가 독립운동가를 심사한 것을 비판한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문에 블랙리스트 작가가 됐다고 말하며, 이는 곧 우리 시대가 일제를 청산하지 못한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김 작가는 또 독자에 대한 고마움과 독자의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말도 했다. " 제가 한글로 동족의 이야기를 쓰면서 한 세상을 살 수 있게 해준 이 세상의 도움과 은혜를 깊이 받들기 위해 그냥 살지 않고 무엇인가 보람을 좀 남기고 가겠다"라고 다짐했다.


김 작가는 자신의 나이 70을 "귀신에게 시비를 걸어도 괜찮을 나이"라고 했다. 또, 스스로를 "평생 블랙리스트 작가"라고도 밝힌만큼 사회정의를 위해, 사랑을 위해 끝없이 시비를 걸고 더 멋진 블랙리스트 작품을 보여주길 독자로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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