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중앙차로 버스 승차대가 보행자 안전 위협

입력 2017.08.1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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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중앙차로 버스 승차대가 보행자 안전 위협

[취재후] 중앙차로 버스 승차대가 보행자 안전 위협


지난해 7월 홍대입구역 버스 중앙 정류소의 횡단보도에서 한 여성이 차에 치여 크게 다쳤다. 당시 블랙화면을 보면 승용차는 시속 50km 안팎으로 달리고 있었다. 차량은 서서히 중앙정류소 옆 도로로 진입하지만 해당 여성은 운전자 시야에 잡히지 않는다. 횡단보도 정지선에 다다라서야 뛰어드는 여성이 포착된다. 하지만 급정거를 하기엔 너무 늦은 순간이었다. 정류소에 설치된 승차대가 이 여성을 가려 운전자에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지하철 2호선과 아현역과 이대역 사이의 한 중앙 정류소. 이곳에 설치된 횡단보도에서는 지난해만 2건의 보행자 사망 사고가 났다. 취재진이 직접 차를 타고 이 중앙 정류소 옆 도로를 지나가봤다. 운전자 시각에서 전방 11시 방향을 살폈지만 정지선에 근접할 때까지 승차대에 가려 대기 중인 보행자가 보이지 않았다.


중앙 정류소에 승객 편의를 위해 설치된 승차대가 되레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사람 키보다 높은 승차대가 횡단보도에 너무 가까이 설치돼 있다보니 대기 중인 보행자를 가리게 되는 것이다.

특히 횡단보도 쪽의 승차대에는 광고판이 붙어 있어서 시야 가림 현상이 더 심해진다. 택시 기사들은 아찔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한 택시기사는 "횡단보도에서 젊은 사람들 툭툭 튀어날 때도 있다"며 "미리 시야가 확보가 돼 있어야 우리가 안전운행을 할 수가 있는데 그게 안 된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이런 시야 가림 현상을 막기 위해 지난 2012년 버스 승차대 설계 기준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승차대는 횡단보도 정지선에서 5m 떨어진 곳에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취재진이 서울 양화대로와 마포대로 일대 승차대 8곳을 점검해보니 설계 기준에 맞는 곳은 1곳에 불과했다. 5호선 마포역 인근 중앙 정류소 승차대는 정지선에 불과 60cm 떨어져 있었고, 2개 승차대는 아예 정지선에 붙어 있었다. 서울시 교통운영과 관계자는 "기준에 안 맞는 승차대는 대부분 설계 기준을 마련하기 전에 시공된 것"이라며 "승차대를 점검해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현행 5m 기준도 안전을 담보하지는 못 한다는 입장이다. 김용욱 마포경찰서 교통과장은 "차량이 시속 60km로 달릴 때 정지거리(운전자가 보행자를 보고 브레이크를 밟아 차량이 멈추는 데 필요한 거리)가 30m인 것을 감안하면 승차대와 횡단보도 정지선 간의 이격거리를 5m이상으로 충분히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승차대 1개를 옮기는 데 드는 돈은 2천여만 원이다.

경찰은 당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임시 조치로 승차대에 '무단 횡단'을 경고하는 야광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경찰은 이 스티커가 사고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월 스티커 부착 이후 3개월 동안 관내 승차대 횡단보도에서 난 사고는 4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건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줄었다. 경찰은 해당 스티커 부착을 다른 지역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연관 기사] [뉴스9] 주먹구구 버스 승차대…보행 안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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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중앙차로 버스 승차대가 보행자 안전 위협
    • 입력 2017-08-10 07:38:42
    취재후·사건후

지난해 7월 홍대입구역 버스 중앙 정류소의 횡단보도에서 한 여성이 차에 치여 크게 다쳤다. 당시 블랙화면을 보면 승용차는 시속 50km 안팎으로 달리고 있었다. 차량은 서서히 중앙정류소 옆 도로로 진입하지만 해당 여성은 운전자 시야에 잡히지 않는다. 횡단보도 정지선에 다다라서야 뛰어드는 여성이 포착된다. 하지만 급정거를 하기엔 너무 늦은 순간이었다. 정류소에 설치된 승차대가 이 여성을 가려 운전자에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지하철 2호선과 아현역과 이대역 사이의 한 중앙 정류소. 이곳에 설치된 횡단보도에서는 지난해만 2건의 보행자 사망 사고가 났다. 취재진이 직접 차를 타고 이 중앙 정류소 옆 도로를 지나가봤다. 운전자 시각에서 전방 11시 방향을 살폈지만 정지선에 근접할 때까지 승차대에 가려 대기 중인 보행자가 보이지 않았다.


중앙 정류소에 승객 편의를 위해 설치된 승차대가 되레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사람 키보다 높은 승차대가 횡단보도에 너무 가까이 설치돼 있다보니 대기 중인 보행자를 가리게 되는 것이다.

특히 횡단보도 쪽의 승차대에는 광고판이 붙어 있어서 시야 가림 현상이 더 심해진다. 택시 기사들은 아찔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한 택시기사는 "횡단보도에서 젊은 사람들 툭툭 튀어날 때도 있다"며 "미리 시야가 확보가 돼 있어야 우리가 안전운행을 할 수가 있는데 그게 안 된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이런 시야 가림 현상을 막기 위해 지난 2012년 버스 승차대 설계 기준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승차대는 횡단보도 정지선에서 5m 떨어진 곳에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취재진이 서울 양화대로와 마포대로 일대 승차대 8곳을 점검해보니 설계 기준에 맞는 곳은 1곳에 불과했다. 5호선 마포역 인근 중앙 정류소 승차대는 정지선에 불과 60cm 떨어져 있었고, 2개 승차대는 아예 정지선에 붙어 있었다. 서울시 교통운영과 관계자는 "기준에 안 맞는 승차대는 대부분 설계 기준을 마련하기 전에 시공된 것"이라며 "승차대를 점검해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현행 5m 기준도 안전을 담보하지는 못 한다는 입장이다. 김용욱 마포경찰서 교통과장은 "차량이 시속 60km로 달릴 때 정지거리(운전자가 보행자를 보고 브레이크를 밟아 차량이 멈추는 데 필요한 거리)가 30m인 것을 감안하면 승차대와 횡단보도 정지선 간의 이격거리를 5m이상으로 충분히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승차대 1개를 옮기는 데 드는 돈은 2천여만 원이다.

경찰은 당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임시 조치로 승차대에 '무단 횡단'을 경고하는 야광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경찰은 이 스티커가 사고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월 스티커 부착 이후 3개월 동안 관내 승차대 횡단보도에서 난 사고는 4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건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줄었다. 경찰은 해당 스티커 부착을 다른 지역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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