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밥 먹으러 왔어요!”…입맛 살리는 여름 밥상

입력 2017.08.10 (08:00) 수정 2017.08.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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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flickr사진 : flickr

무더위에 입맛을 잃은 여름, 때때로 시골 할머니가 차려 주신 밥상이 생각난다.

모처럼 찾은 시골 고향 집에선 음식 냄새만으로도 어린 시절 추억에 잠긴다.

‘하지감자’와 여름을 알리는 ‘싱건지’


전남 보성 객산마을에는 1남 6녀를 둔 딸 부잣집 최효봉·이영순 부부가 산다. 자식들은 모두 어려서 서울로 유학을 떠났다. 그래서일까. 딸들은 어릴 적 엄마의 손맛이 늘 그립다.

이영순 씨는 오랜만에 고향 집에 내려온 자식들을 위해 부지런히 점심을 준비한다. 오늘 점심 재료는 얼마 전 수확한 '하지감자'(음력 5월경 캐어 먹는 감자). 감자를 잘게 채 썰고 갖은 채소와 버무려 만든 '감자채전', 바지락으로 맑은 국물을 낸 바지락 감자 수제비를 만든다.

사진: flickr사진: flickr

수제비에 어울리는 반찬으로 김치를 빠뜨릴 수 없다. 영순 씨는 보랏빛 적양배추로 수제비와 곁들여 먹을 새콤달콤한 국물의 적양배추 '싱건지'도 정성스럽게 내놓는다.

싱건지는 직사각형으로 썰어 살짝 절인 무에 소금 간 한 찹쌀풀과 어슷하게 썬 대파, 다진 마늘과 생강을 넣고 버무려 항아리에 물을 부어 익힌 김치로 남도의 향토음식이다. 오늘도 영순 씨의 사랑이 듬뿍 담긴 밥상이 차려졌다.

그리운 엄마의 맛


할아버지는 손자 손녀들 내려온다는 소식에 아침 일찍부터 물총과 잠자리채를 만들 재료를 준비해 놨다. 할아버지 손만 닿으면 순식간에 훌륭한 장난감이 만들어진다.

어느덧 신나게 뛰어논 아이들이 허기질 시간. 할머니는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시루떡'을 준비한다. 쫀득쫀득한 맛을 좋아하는 딸과 손주들을 위해 찹쌀가루만으로 쪄낸 시루떡이다.

사진: flickr사진: flickr

이영순 씨는 쉴 틈이 없다. 뜨거운 해가 한풀 꺾일 때쯤, 자식들 먹일 보양식을 준비한다. 보성에서는 여름 보양식으로 '흑염소탕'을 최고로 꼽는다.

토란대와 고사리, 콩나물을 삶아 들깨 간 물을 붓고 끝으로 고춧가루를 넣어 끓이면 흑염소탕이 완성된다. 고기는 건져서 수육으로 먹는다. 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씻어주는 영순 씨네 저녁 밥상이다.

득량만이 선물한 여름 밥상


이튿날 아침, 최효봉·이영순 부부는 손주들과 함께 전남 보성군 득량만 갯벌로 떠난다. 가족들은 물이 빠질 때를 기다렸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지휘 아래 바지락과 쏙(갯가재의 일종)을 캔다.

이름도 생소한 쏙, 갯벌 깊은 곳에 살면서 잡아당기면 '쏙'하고 빠져나온다고 해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더운 날씨지만 가족들은 '쏙' 잡는 재미에 '푹' 빠졌다.


사람이 많으니 바지락, 쏙, 돌게까지 금세 한 통 가득 잡는다. 갯벌 한쪽에서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을 곧바로 구워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할아버지는 큰 손주들과 바다로 나가 병어와 양태를 잡아온다. 한여름이 산란기인 병어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더욱 부드럽고 고소하다. 할아버지는 손주들 먹이기 위해 직접 잡은 병어를 정성스럽게 손질한다.

“비행기 타고 엄마 밥 먹으러 왔어요”


셋째 딸은 일본에서 비행기를 타고, 여섯째 딸은 서울에서 도착했다. 멀리 타지로 시집간 딸들이 늘 마음에 걸리던 어머니는 반가운 마음 가득 담아 바지락 음식을 한 상 준비한다.
양배추, 당근 등 여러 가지 채소를 썰어서 삶은 바지락과 함께 새콤달콤 무쳐낸 '바지락회 무침'부터 바지락과 부추, 당근을 넣어 부친 '바지락 전', 딸들에게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말미잘국이 밥상에 오른다.

구수한 엄마의 손맛과 아버지의 사랑에 가족들은 몸과 마음마저 든든해진다.


객산리 여름 밥상의 푸근한 맛은 8월 10일(목) 오후 7시 35분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문경림 kbs.petit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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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머니, 밥 먹으러 왔어요!”…입맛 살리는 여름 밥상
    • 입력 2017-08-10 08:00:09
    • 수정2017-08-10 08: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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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flickr 무더위에 입맛을 잃은 여름, 때때로 시골 할머니가 차려 주신 밥상이 생각난다. 모처럼 찾은 시골 고향 집에선 음식 냄새만으로도 어린 시절 추억에 잠긴다. ‘하지감자’와 여름을 알리는 ‘싱건지’ 전남 보성 객산마을에는 1남 6녀를 둔 딸 부잣집 최효봉·이영순 부부가 산다. 자식들은 모두 어려서 서울로 유학을 떠났다. 그래서일까. 딸들은 어릴 적 엄마의 손맛이 늘 그립다. 이영순 씨는 오랜만에 고향 집에 내려온 자식들을 위해 부지런히 점심을 준비한다. 오늘 점심 재료는 얼마 전 수확한 '하지감자'(음력 5월경 캐어 먹는 감자). 감자를 잘게 채 썰고 갖은 채소와 버무려 만든 '감자채전', 바지락으로 맑은 국물을 낸 바지락 감자 수제비를 만든다. 사진: flickr 수제비에 어울리는 반찬으로 김치를 빠뜨릴 수 없다. 영순 씨는 보랏빛 적양배추로 수제비와 곁들여 먹을 새콤달콤한 국물의 적양배추 '싱건지'도 정성스럽게 내놓는다. 싱건지는 직사각형으로 썰어 살짝 절인 무에 소금 간 한 찹쌀풀과 어슷하게 썬 대파, 다진 마늘과 생강을 넣고 버무려 항아리에 물을 부어 익힌 김치로 남도의 향토음식이다. 오늘도 영순 씨의 사랑이 듬뿍 담긴 밥상이 차려졌다. 그리운 엄마의 맛 할아버지는 손자 손녀들 내려온다는 소식에 아침 일찍부터 물총과 잠자리채를 만들 재료를 준비해 놨다. 할아버지 손만 닿으면 순식간에 훌륭한 장난감이 만들어진다. 어느덧 신나게 뛰어논 아이들이 허기질 시간. 할머니는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시루떡'을 준비한다. 쫀득쫀득한 맛을 좋아하는 딸과 손주들을 위해 찹쌀가루만으로 쪄낸 시루떡이다. 사진: flickr 이영순 씨는 쉴 틈이 없다. 뜨거운 해가 한풀 꺾일 때쯤, 자식들 먹일 보양식을 준비한다. 보성에서는 여름 보양식으로 '흑염소탕'을 최고로 꼽는다. 토란대와 고사리, 콩나물을 삶아 들깨 간 물을 붓고 끝으로 고춧가루를 넣어 끓이면 흑염소탕이 완성된다. 고기는 건져서 수육으로 먹는다. 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씻어주는 영순 씨네 저녁 밥상이다. 득량만이 선물한 여름 밥상 이튿날 아침, 최효봉·이영순 부부는 손주들과 함께 전남 보성군 득량만 갯벌로 떠난다. 가족들은 물이 빠질 때를 기다렸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지휘 아래 바지락과 쏙(갯가재의 일종)을 캔다. 이름도 생소한 쏙, 갯벌 깊은 곳에 살면서 잡아당기면 '쏙'하고 빠져나온다고 해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더운 날씨지만 가족들은 '쏙' 잡는 재미에 '푹' 빠졌다. 사람이 많으니 바지락, 쏙, 돌게까지 금세 한 통 가득 잡는다. 갯벌 한쪽에서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을 곧바로 구워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할아버지는 큰 손주들과 바다로 나가 병어와 양태를 잡아온다. 한여름이 산란기인 병어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더욱 부드럽고 고소하다. 할아버지는 손주들 먹이기 위해 직접 잡은 병어를 정성스럽게 손질한다. “비행기 타고 엄마 밥 먹으러 왔어요” 셋째 딸은 일본에서 비행기를 타고, 여섯째 딸은 서울에서 도착했다. 멀리 타지로 시집간 딸들이 늘 마음에 걸리던 어머니는 반가운 마음 가득 담아 바지락 음식을 한 상 준비한다. 양배추, 당근 등 여러 가지 채소를 썰어서 삶은 바지락과 함께 새콤달콤 무쳐낸 '바지락회 무침'부터 바지락과 부추, 당근을 넣어 부친 '바지락 전', 딸들에게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말미잘국이 밥상에 오른다. 구수한 엄마의 손맛과 아버지의 사랑에 가족들은 몸과 마음마저 든든해진다. 객산리 여름 밥상의 푸근한 맛은 8월 10일(목) 오후 7시 35분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문경림 kbs.petit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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