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교육부의 ‘이상한’ 수능 개편

입력 2017.08.10 (14:18) 수정 2017.08.1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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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교육부의 ‘이상한’ 수능 개편

1+1=1? 교육부의 ‘이상한’ 수능 개편

정부는 10일 발표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에서 과목수를 현재와 같이 ‘최대 7과목’으로 유지해 학생들의 부담을 늘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려 통합사회·통합과학 이라는 과목을 새 수능 과목으로 추가한다. 그 대신,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사회탐구/과학탐구 같은 선택 과목은 기존처럼 ‘2과목 선택’ 이 아닌 ‘1개 과목 선택’으로 줄여 7개 과목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10일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10일 2021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10일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10일 2021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발표가 나오자 교육계 현장에서는 수험생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선 새로 과목에 포함되는 통합사회·통합과학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새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융합적 사고를 하기 위한 기초소양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문·이과 통합형 교육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차원에서 문·이과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 등 7개 공통과목을 배운다.


신설된 통합사회는 기존의 일반사회·지리·윤리·역사의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통합과학은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과목을 핵심개념 위주로 통합한다.

특히 통합과학의 경우 기존 물리, 화학, 생물, 지학을 통합과학 관점에서 접근한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는 주기율표를 화학 시간에, 자연 구성물질을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지만, 앞으로는 '물질과 규칙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 원소 기원과 주기율·화학결합, 자연 구성물질 등의 내용을 통합과학 시간에 연계해 배운다.

현 중3 학생들은 내년에 고등학교 1학년에 진학하면 이런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각각 주당 최소 4시간씩 배우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교육부가 한 과목이라고 주장하며 ‘통합사회·통합과학’라는 이름으로 수능에 한 과목으로 분류했지만, 알고 보면 성격이 사회와 과학이라는 별도 과목을 결합한 사실상의 2 과목이라는 점이다.

통합사회의 구성을 보면 ‘삶의 이해와 환경’, ‘인간과 공동체’, ‘사회 변화와 공존’ 등 주로 인문 사회과학의 이슈를 다룬다. 반면 통합 과학은 ‘물질과 규칙성’, ‘시스템과 상호작용’, ‘변화와 다양성’, ‘환경과 에너지’ 등 과학 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연히 수업도 두 파트로 나눠 별도의 교사가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치동 학원강사 배 모 씨는 “교육부가 인위적으로 ‘통합사회·통합과학’이란 이름으로 수능에서 한 과목이라고 설정해 놨지만, 성격이 전혀 다른 별개 과목”이라며 “2021년 수능은 사실상 예전에 8개 과목으로 배우던 분량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부담을 늘리지 않았다는 교육부 주장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학부모 김수진(45)는 “기존 수능에서는 문과생은 과학탐구는 보지 않아도 됐는데 이제는 통합과학을 봐야 하니 부담이 크다”면서 “더구나 정부가 통합사회·통합과학을 한 과목으로 치고 과목수를 늘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통합사회·통합과학은 아직 교과서도 나오지 않았지만 서울 대치동을 비롯한 학원가에서는 선행 학습을 하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입시계에서는 이번 수능 개편안에 대해 학습 부담 측면에서는 6차 교육과정에서 치러졌던 수능의 수리·탐구Ⅱ 영역과 다를 바 없다는 분석도 있다.

2001학년도 수능을 본 김 모(35·여) 씨는 "당시 문·이과생이 모두 봤던 '수리·탐구Ⅱ 영역'은 일반사회·한국지리·윤리·국사 등 사회탐구와,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등 과학탐구, 선택과목 1개가 합쳐진 영역이었다"며 "같은 시험지에 문제를 낸다고 학생들이 공부할 과목도 1과목인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 당국은 고교 1학년 과목인 데다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만큼 학습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수능 시험과목에 포함되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더구나 교육부가 수능 난이도 조절에 실패할 경우 문·이과 수험생 모두가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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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1? 교육부의 ‘이상한’ 수능 개편
    • 입력 2017-08-10 14:18:27
    • 수정2017-08-10 14:30:39
    취재K
정부는 10일 발표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에서 과목수를 현재와 같이 ‘최대 7과목’으로 유지해 학생들의 부담을 늘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려 통합사회·통합과학 이라는 과목을 새 수능 과목으로 추가한다. 그 대신,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사회탐구/과학탐구 같은 선택 과목은 기존처럼 ‘2과목 선택’ 이 아닌 ‘1개 과목 선택’으로 줄여 7개 과목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10일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10일 2021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발표가 나오자 교육계 현장에서는 수험생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선 새로 과목에 포함되는 통합사회·통합과학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새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융합적 사고를 하기 위한 기초소양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문·이과 통합형 교육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차원에서 문·이과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 등 7개 공통과목을 배운다.


신설된 통합사회는 기존의 일반사회·지리·윤리·역사의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통합과학은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과목을 핵심개념 위주로 통합한다.

특히 통합과학의 경우 기존 물리, 화학, 생물, 지학을 통합과학 관점에서 접근한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는 주기율표를 화학 시간에, 자연 구성물질을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지만, 앞으로는 '물질과 규칙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 원소 기원과 주기율·화학결합, 자연 구성물질 등의 내용을 통합과학 시간에 연계해 배운다.

현 중3 학생들은 내년에 고등학교 1학년에 진학하면 이런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각각 주당 최소 4시간씩 배우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교육부가 한 과목이라고 주장하며 ‘통합사회·통합과학’라는 이름으로 수능에 한 과목으로 분류했지만, 알고 보면 성격이 사회와 과학이라는 별도 과목을 결합한 사실상의 2 과목이라는 점이다.

통합사회의 구성을 보면 ‘삶의 이해와 환경’, ‘인간과 공동체’, ‘사회 변화와 공존’ 등 주로 인문 사회과학의 이슈를 다룬다. 반면 통합 과학은 ‘물질과 규칙성’, ‘시스템과 상호작용’, ‘변화와 다양성’, ‘환경과 에너지’ 등 과학 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연히 수업도 두 파트로 나눠 별도의 교사가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치동 학원강사 배 모 씨는 “교육부가 인위적으로 ‘통합사회·통합과학’이란 이름으로 수능에서 한 과목이라고 설정해 놨지만, 성격이 전혀 다른 별개 과목”이라며 “2021년 수능은 사실상 예전에 8개 과목으로 배우던 분량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부담을 늘리지 않았다는 교육부 주장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학부모 김수진(45)는 “기존 수능에서는 문과생은 과학탐구는 보지 않아도 됐는데 이제는 통합과학을 봐야 하니 부담이 크다”면서 “더구나 정부가 통합사회·통합과학을 한 과목으로 치고 과목수를 늘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통합사회·통합과학은 아직 교과서도 나오지 않았지만 서울 대치동을 비롯한 학원가에서는 선행 학습을 하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입시계에서는 이번 수능 개편안에 대해 학습 부담 측면에서는 6차 교육과정에서 치러졌던 수능의 수리·탐구Ⅱ 영역과 다를 바 없다는 분석도 있다.

2001학년도 수능을 본 김 모(35·여) 씨는 "당시 문·이과생이 모두 봤던 '수리·탐구Ⅱ 영역'은 일반사회·한국지리·윤리·국사 등 사회탐구와,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등 과학탐구, 선택과목 1개가 합쳐진 영역이었다"며 "같은 시험지에 문제를 낸다고 학생들이 공부할 과목도 1과목인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 당국은 고교 1학년 과목인 데다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만큼 학습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수능 시험과목에 포함되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더구나 교육부가 수능 난이도 조절에 실패할 경우 문·이과 수험생 모두가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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