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륙 99년만의 개기일식…한국 ‘일식원정대’ NASA와 공동관측

입력 2017.08.10 (15:50) 수정 2017.08.1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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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1일 미국 대륙에서 개기일식 현상이 예고돼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는 이번 일식을 '그레이트 아메리칸 이클립스'(Great American Eclipse)라고 부르며 몇 달 전부터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했다. 크고 작은 일식은 그동안 있었지만 미국 서부 오리건 주에서 동부의 사우스캐롤라이나 주까지 본토를 가로지르는 일식은 1918년 이후 99년만이라고 밝혔다.

일식은 미 대륙을 가르며 1시간 30분 정도 지속되는데 특히 태양면이 달 그림자에 의해 완전히 가려지며 한밤중처럼 캄캄해지는 개기일식은 2분 40초간 감상할 수 있다. 세기의 우주쇼를 앞두고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날씨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지역으로 일식 투어를 떠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또 국내에서도 미국까지 원정을 떠나는 인파가 수백명 정도로 전해지는데, 항공편이나 숙소는 이미 오래 전 예약을 마쳤다.

천문연구원 '일식 원정대'...NASA와 공동 관측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과학자들이 직접 개발한 태양 코로나 관측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과학자들이 직접 개발한 태양 코로나 관측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특히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조경석 우주과학본부장이 이끄는 '일식 원정대'가 NASA와 공동 관측을 위해 이번 주 미국으로 떠났다. 개기일식 현상이 일어나는 미 대륙 곳곳에 흩어져 전세계의 과학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관측을 수행하는데, 천문연구원도 미국 중서부의 와이오밍주 잭슨지역에서 태양의 코로나 관측을 담당하게 된다.

코로나는 태양의 이글거리는 대기층으로 개기일식 때가 관측 최적기로 꼽힌다.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리면 평소 산란광 때문에 관측하기 어려웠던 코로나를 선명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천문연구원은 직접 개발한 코로나 관측 장비(코로나 그래프)로 이번 개기일식 때 관측을 시도하고 자료는 NASA와 공유해 연구에 활용할 예정이다.

개기일식 때 태양에서 뿜어져나오는 코로나 층을 촬영한 사진. 개기일식 때 태양에서 뿜어져나오는 코로나 층을 촬영한 사진.

코로나 관측을 하는 이유는 태양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서다. 태양의 표면 온도는 6000K(켈빈·절대 온도)에 가깝지만 대기층인 코로나의 온도는 무려 100만~200만K로 추정된다. 물리학 법칙에 따르면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태양 내부 핵의 열이 순서대로 전달된다면 표면이 코로나보다 더 뜨거워야한다. 반면 태양에서는 '코로나 히팅'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번 개기일식 때 코로나 층을 정밀 관측하면 태양의 비밀을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조경석 박사는 내다봤다.

또 우주 날씨를 정확하게 예보하는 목적도 있다. 태양에서 흑점 폭발 등으로 뿜어져나오는 태양풍은 분출 초기에초속 10km 정도의 속도였다가 지구에 가까워질수록 초속 4000km로 400배나 더 빨라진다. 태양풍에 포함돼있는 전기를 띤 하전입자와 X선, 코로나물질 등은 인공위성을 손상시키고 지구의 통신과 전력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따라서 코로나 관측을 통해 방출 속도를 정확히 측정하고 지구 근처에서 가속되는 원인을 밝힐 수 있다면 정확한 예보를 통해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이 날만을 기다렸다"...전세계 과학자들 논문 쏟아져나올 듯

99년만에 미국 본토를 가로지르는 이번 개기일식을 계기로 수많은 과학적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99년만에 미국 본토를 가로지르는 이번 개기일식을 계기로 수많은 과학적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일식은 태양과 달, 지구가 나란히 놓이면서 발생하는 천문현상으로 월식보다 자주 일어나지만 볼 수 있는 지역은 한정돼있다. 전세계적으로 1년에 한두 차례 정도는 일식이 있어나고 개기일식은 1~2년에 한번 정도로 더 뜸한 편인데 대부분 바다나 사람이 살지 않는 오지에서 보일 때가 많다. 따라서 미국 본토를 따라 일어나는 이번 개기일식을 계기로 수많은 과학적 연구들이 진행될 예정이다.

태양이 100% 가려지는 개기일식 때는 주위가 어두워지면서 붉게 노을이 지고 갑자기 밤이 된 것처럼 하늘에 별이 보이기 시작한다. 태양빛이 갑자기 줄며 기온도 2~3도 정도 내려가 으슬으슬해지는데, 미 해양대기청(NOAA)에서는 일식 전후로 일어나는 지구 대기의 변화를 관측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또 생물학자들은 일식 때 나타나는 동물들의 행동 변화를 연구하는 등 주제도 제각각인데 조경석 박사는 이번 개기일식 이후 2,3년간 엄청난 양의 논문이 쏟아져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인슈타인 '일반 상대성 이론'도 개기일식 때 증명

1915년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이 중력에 의해 휘어질 수 있다는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했다. 질량이 큰 별의 뒤에 있는 별은 앞쪽 별이 가진 중력의 영향으로 별빛이 휘어지기 때문에 실제 위치와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일 거라는 내용이었다. 영국의 천체물리학자인 에딩턴은 1919년 개기일식 때 태양의 중력에 의해 실제로 별빛이 굴절하는 값을 계산해냈고 별의 실제 위치와 겉보기 위치가 다르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렇게 개기일식 때에만 관측할 수 있는 수많은 연구 과제들이 있기에 NASA는 모두 11대의 우주선과 3대의 비행기를 투입할 예정이다. 또 하늘에는 50개 이상의 풍선 관측기를 띄우고 지구뿐만 아니라 국제우주정거장, 달궤도에서도 개기일식을 지켜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2035년 9월 2일 개기일식이 예고돼있다. 서울에서는 부분일식으로, 평양 등 북한에서는 개기일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그때 통일이 된다면 태양과 지구, 달이 펼치는 환상적인 우주쇼를 멀지 않은 곳에서 감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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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대륙 99년만의 개기일식…한국 ‘일식원정대’ NASA와 공동관측
    • 입력 2017-08-10 15:50:22
    • 수정2017-08-10 15:50:22
    취재K

오는 21일 미국 대륙에서 개기일식 현상이 예고돼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는 이번 일식을 '그레이트 아메리칸 이클립스'(Great American Eclipse)라고 부르며 몇 달 전부터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했다. 크고 작은 일식은 그동안 있었지만 미국 서부 오리건 주에서 동부의 사우스캐롤라이나 주까지 본토를 가로지르는 일식은 1918년 이후 99년만이라고 밝혔다.

일식은 미 대륙을 가르며 1시간 30분 정도 지속되는데 특히 태양면이 달 그림자에 의해 완전히 가려지며 한밤중처럼 캄캄해지는 개기일식은 2분 40초간 감상할 수 있다. 세기의 우주쇼를 앞두고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날씨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지역으로 일식 투어를 떠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또 국내에서도 미국까지 원정을 떠나는 인파가 수백명 정도로 전해지는데, 항공편이나 숙소는 이미 오래 전 예약을 마쳤다.

천문연구원 '일식 원정대'...NASA와 공동 관측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과학자들이 직접 개발한 태양 코로나 관측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특히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조경석 우주과학본부장이 이끄는 '일식 원정대'가 NASA와 공동 관측을 위해 이번 주 미국으로 떠났다. 개기일식 현상이 일어나는 미 대륙 곳곳에 흩어져 전세계의 과학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관측을 수행하는데, 천문연구원도 미국 중서부의 와이오밍주 잭슨지역에서 태양의 코로나 관측을 담당하게 된다.

코로나는 태양의 이글거리는 대기층으로 개기일식 때가 관측 최적기로 꼽힌다.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리면 평소 산란광 때문에 관측하기 어려웠던 코로나를 선명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천문연구원은 직접 개발한 코로나 관측 장비(코로나 그래프)로 이번 개기일식 때 관측을 시도하고 자료는 NASA와 공유해 연구에 활용할 예정이다.

개기일식 때 태양에서 뿜어져나오는 코로나 층을 촬영한 사진.
코로나 관측을 하는 이유는 태양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서다. 태양의 표면 온도는 6000K(켈빈·절대 온도)에 가깝지만 대기층인 코로나의 온도는 무려 100만~200만K로 추정된다. 물리학 법칙에 따르면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태양 내부 핵의 열이 순서대로 전달된다면 표면이 코로나보다 더 뜨거워야한다. 반면 태양에서는 '코로나 히팅'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번 개기일식 때 코로나 층을 정밀 관측하면 태양의 비밀을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조경석 박사는 내다봤다.

또 우주 날씨를 정확하게 예보하는 목적도 있다. 태양에서 흑점 폭발 등으로 뿜어져나오는 태양풍은 분출 초기에초속 10km 정도의 속도였다가 지구에 가까워질수록 초속 4000km로 400배나 더 빨라진다. 태양풍에 포함돼있는 전기를 띤 하전입자와 X선, 코로나물질 등은 인공위성을 손상시키고 지구의 통신과 전력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따라서 코로나 관측을 통해 방출 속도를 정확히 측정하고 지구 근처에서 가속되는 원인을 밝힐 수 있다면 정확한 예보를 통해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이 날만을 기다렸다"...전세계 과학자들 논문 쏟아져나올 듯

99년만에 미국 본토를 가로지르는 이번 개기일식을 계기로 수많은 과학적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일식은 태양과 달, 지구가 나란히 놓이면서 발생하는 천문현상으로 월식보다 자주 일어나지만 볼 수 있는 지역은 한정돼있다. 전세계적으로 1년에 한두 차례 정도는 일식이 있어나고 개기일식은 1~2년에 한번 정도로 더 뜸한 편인데 대부분 바다나 사람이 살지 않는 오지에서 보일 때가 많다. 따라서 미국 본토를 따라 일어나는 이번 개기일식을 계기로 수많은 과학적 연구들이 진행될 예정이다.

태양이 100% 가려지는 개기일식 때는 주위가 어두워지면서 붉게 노을이 지고 갑자기 밤이 된 것처럼 하늘에 별이 보이기 시작한다. 태양빛이 갑자기 줄며 기온도 2~3도 정도 내려가 으슬으슬해지는데, 미 해양대기청(NOAA)에서는 일식 전후로 일어나는 지구 대기의 변화를 관측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또 생물학자들은 일식 때 나타나는 동물들의 행동 변화를 연구하는 등 주제도 제각각인데 조경석 박사는 이번 개기일식 이후 2,3년간 엄청난 양의 논문이 쏟아져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인슈타인 '일반 상대성 이론'도 개기일식 때 증명

1915년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이 중력에 의해 휘어질 수 있다는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했다. 질량이 큰 별의 뒤에 있는 별은 앞쪽 별이 가진 중력의 영향으로 별빛이 휘어지기 때문에 실제 위치와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일 거라는 내용이었다. 영국의 천체물리학자인 에딩턴은 1919년 개기일식 때 태양의 중력에 의해 실제로 별빛이 굴절하는 값을 계산해냈고 별의 실제 위치와 겉보기 위치가 다르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렇게 개기일식 때에만 관측할 수 있는 수많은 연구 과제들이 있기에 NASA는 모두 11대의 우주선과 3대의 비행기를 투입할 예정이다. 또 하늘에는 50개 이상의 풍선 관측기를 띄우고 지구뿐만 아니라 국제우주정거장, 달궤도에서도 개기일식을 지켜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2035년 9월 2일 개기일식이 예고돼있다. 서울에서는 부분일식으로, 평양 등 북한에서는 개기일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그때 통일이 된다면 태양과 지구, 달이 펼치는 환상적인 우주쇼를 멀지 않은 곳에서 감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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