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 발의…논란 재점화 하나?

입력 2017.08.1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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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 발의…논란 재점화 하나?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 발의…논란 재점화 하나?

1. 여야 의원 28명,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 발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 등 여야 의원 28명이 어제(9일) 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2년 더 유예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어제 발의된 법안은 지난 2015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소득세법에 따라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종교인 과세를 2년 미루는 게 주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8명, 자유한국당 15명, 국민의당 4명, 바른정당 한 명 등 모두 28명이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대부분 기독교 신자다.

법안에서는 "시행을 2년 유예하여 과세 당국과 종교계 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철저한 사전 준비를 마치고 충분히 홍보하여 처음 시행되는 종교인 과세법이 연착륙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발의 이유를 밝혔다.

☞ 법안 원문 보기 http://likms.assembly.go.kr/bill/billDetail.do?billId=PRC_A1X7Z0Z8V0D9L1K1R0T0Z2S7A1H3C5

2. 2년 유예기간 또 유예하는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

납세는 국민의 4대 의무 가운데 하나지만, 종교인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70여년 동안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국민 개세주의' 원칙에서 예외였다.

OECD 국가 가운데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2014년 '모노리서치'가 전국 성인 남녀 천 명을 대상으로 종교인 과세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한 결과, 75.3%가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종교인에게도 과세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같은 여론을 반영해 종교인 과세를 명시한 것이 지난 2015년 말 국회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모든 종교인이 '근로 소득'이나 '종교인 소득' 중 하나를 택해서 세금을 내야 한다.

종교인 소득에 대한 원천징수 세율은 20%로, 전체 종교인 23만 명 가운데 20%인 4만 6천여 명이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그러나 개신교계 등의 강력한 반발로 실제 과세는 2년 동안 유예됐다.

당시 한 해 앞으로 다가온 2016년 20대 총선, 2017년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3.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종교인 과세 유예 약속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4월 20일 한 기독교 관련 단체에 보낸 입장문에서 "종교인 과세를 과세 당국과 과세 대상이 되는 종교계 간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구체적인 세부 시행기준 및 절차 등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할 경우 종교계의 우려처럼 조세마찰과 부작용의 소지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과세 당국이 종교 종단과 긴밀히 협의해 상세한 과세 기준을 마련하고 납세 절차를 상세히 규정할 수 있도록 시행유예 등 다각적 정책방향을 검토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표 의원이 주도한 이번 법안은 이같은 문 대통령 공약의 실현인 셈이다.

국회 내 대표적인 기독교 인사인 김 의원은 지난 6월 초 KBS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종교인 과세 유예'에 대한 소신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종교계가 준비되지 않았고 세무당국도 준비되지 않았습니다...성직자가 존경과 신뢰의 대상이 되야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데 탈세범으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그런 문화가 만들어지면 갈등이 일어날 것입니다."

공동 발의한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도 "과세 대상에 대한 파악이 미비하고 종교 간은 물론 종교 안에서도 종단과 종파 간 서로 상이한 수입 구조와 비용 인정 범위를 갖고 있는데 이런 요소들에 대한 상세한 과세 기준이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4. 국회, "준비 안 됐다" vs 과세 당국, "준비 됐다"

'종교인 과세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국회 쪽 우려와 달리, 세정 당국은 '준비 됐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6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세정당국은 (종교인 과세의) 내년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승희 국세청장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종교인 과세는 그간 의견 수렴과 국회 논의를 거쳐 2015년 정기국회에서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결정된 사항으로 알고 있다"며 추가 유예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2일 정부의 세법 개정안 발표 때도 종교인 과세는 따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기재부는 "발표 내용에 없다는 것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한다는 의미"라고 종교인 과세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기재부 등의 추정에 따르면 종교인 과세가 이뤄질 경우 추정되는 연간 세수는 100억 원에 이른다.

5. 계속되는 논란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 발의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김진표 의원은 '모든 국민은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에도 어긋나고,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는 교회법에도 어긋나는 해당 법안 발의를 당장 철회하고, 국민에게 불필요한 우려와 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해 사과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도 "대부분의 국가들이 성직자의 소득에 대해 과세하고 있는데,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부과되어야 한다는 공평 과세의 원칙에 종교계가 예외가 될 이유는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여당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복지 예산이 부족하다면서 증세를 추진 중인 정부와 여당이 특정 직업군에만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면서 "아무래도 내년 지방 선거를 의식하지 않았겠냐"고 지적했다.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또다른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발의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지지자들로부터 항의전화를 꽤 받았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6. 일부 여당 의원 발의 철회

이처럼 여론이 들끓자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전재수 의원, 박홍근 의원은 10일 공동 발의자 명단에서 이름을 뺐다.

이로써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 발의자는 28명에서 10일 오후 3시 기준 25명으로 줄었다.

백혜련 의원실 관계자는 "보좌진의 실수로 백 의원 이름이 발의자 명단에 올라갔다"고 해명했다.

원내수석부대표인 박홍근 의원실 관계자는 "종교인 과세가 원칙이기 때문에 이 원칙에 어긋난다고 봐서 철회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어제는 왜 동의했나'라는 질문에는 "지난 1월에 김진표 의원이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에 대한 입장을 물어, 찬성한 바 있는데 그 때 입장이 그대로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재수 의원실도 마찬가지 입장이라고 밝혔다.

야당 소속 한 국회 관계자는 "같은 당 의원조차 법안에 발의했다 철회할 정도로 (이번 법안이)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 아니겠냐"면서, "통상 이런 경우에는 대표 발의한 의원이 법안 철회절차를 밟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 등 모두 25명이 공동 발의한 종교인 과세 2년 유예 법안은 공동 발의자 절반인 13명이 법안 철회에 동의하지 않는 이상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돼 본격적인 심의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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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 발의…논란 재점화 하나?
    • 입력 2017-08-10 17:51:27
    취재K
1. 여야 의원 28명,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 발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 등 여야 의원 28명이 어제(9일) 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2년 더 유예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어제 발의된 법안은 지난 2015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소득세법에 따라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종교인 과세를 2년 미루는 게 주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8명, 자유한국당 15명, 국민의당 4명, 바른정당 한 명 등 모두 28명이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대부분 기독교 신자다.

법안에서는 "시행을 2년 유예하여 과세 당국과 종교계 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철저한 사전 준비를 마치고 충분히 홍보하여 처음 시행되는 종교인 과세법이 연착륙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발의 이유를 밝혔다.

☞ 법안 원문 보기 http://likms.assembly.go.kr/bill/billDetail.do?billId=PRC_A1X7Z0Z8V0D9L1K1R0T0Z2S7A1H3C5

2. 2년 유예기간 또 유예하는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

납세는 국민의 4대 의무 가운데 하나지만, 종교인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70여년 동안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국민 개세주의' 원칙에서 예외였다.

OECD 국가 가운데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2014년 '모노리서치'가 전국 성인 남녀 천 명을 대상으로 종교인 과세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한 결과, 75.3%가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종교인에게도 과세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같은 여론을 반영해 종교인 과세를 명시한 것이 지난 2015년 말 국회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모든 종교인이 '근로 소득'이나 '종교인 소득' 중 하나를 택해서 세금을 내야 한다.

종교인 소득에 대한 원천징수 세율은 20%로, 전체 종교인 23만 명 가운데 20%인 4만 6천여 명이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그러나 개신교계 등의 강력한 반발로 실제 과세는 2년 동안 유예됐다.

당시 한 해 앞으로 다가온 2016년 20대 총선, 2017년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3.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종교인 과세 유예 약속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4월 20일 한 기독교 관련 단체에 보낸 입장문에서 "종교인 과세를 과세 당국과 과세 대상이 되는 종교계 간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구체적인 세부 시행기준 및 절차 등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할 경우 종교계의 우려처럼 조세마찰과 부작용의 소지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과세 당국이 종교 종단과 긴밀히 협의해 상세한 과세 기준을 마련하고 납세 절차를 상세히 규정할 수 있도록 시행유예 등 다각적 정책방향을 검토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표 의원이 주도한 이번 법안은 이같은 문 대통령 공약의 실현인 셈이다.

국회 내 대표적인 기독교 인사인 김 의원은 지난 6월 초 KBS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종교인 과세 유예'에 대한 소신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종교계가 준비되지 않았고 세무당국도 준비되지 않았습니다...성직자가 존경과 신뢰의 대상이 되야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데 탈세범으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그런 문화가 만들어지면 갈등이 일어날 것입니다."

공동 발의한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도 "과세 대상에 대한 파악이 미비하고 종교 간은 물론 종교 안에서도 종단과 종파 간 서로 상이한 수입 구조와 비용 인정 범위를 갖고 있는데 이런 요소들에 대한 상세한 과세 기준이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4. 국회, "준비 안 됐다" vs 과세 당국, "준비 됐다"

'종교인 과세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국회 쪽 우려와 달리, 세정 당국은 '준비 됐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6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세정당국은 (종교인 과세의) 내년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승희 국세청장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종교인 과세는 그간 의견 수렴과 국회 논의를 거쳐 2015년 정기국회에서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결정된 사항으로 알고 있다"며 추가 유예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2일 정부의 세법 개정안 발표 때도 종교인 과세는 따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기재부는 "발표 내용에 없다는 것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한다는 의미"라고 종교인 과세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기재부 등의 추정에 따르면 종교인 과세가 이뤄질 경우 추정되는 연간 세수는 100억 원에 이른다.

5. 계속되는 논란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 발의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김진표 의원은 '모든 국민은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에도 어긋나고,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는 교회법에도 어긋나는 해당 법안 발의를 당장 철회하고, 국민에게 불필요한 우려와 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해 사과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도 "대부분의 국가들이 성직자의 소득에 대해 과세하고 있는데,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부과되어야 한다는 공평 과세의 원칙에 종교계가 예외가 될 이유는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여당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복지 예산이 부족하다면서 증세를 추진 중인 정부와 여당이 특정 직업군에만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면서 "아무래도 내년 지방 선거를 의식하지 않았겠냐"고 지적했다.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또다른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발의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지지자들로부터 항의전화를 꽤 받았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6. 일부 여당 의원 발의 철회

이처럼 여론이 들끓자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전재수 의원, 박홍근 의원은 10일 공동 발의자 명단에서 이름을 뺐다.

이로써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 발의자는 28명에서 10일 오후 3시 기준 25명으로 줄었다.

백혜련 의원실 관계자는 "보좌진의 실수로 백 의원 이름이 발의자 명단에 올라갔다"고 해명했다.

원내수석부대표인 박홍근 의원실 관계자는 "종교인 과세가 원칙이기 때문에 이 원칙에 어긋난다고 봐서 철회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어제는 왜 동의했나'라는 질문에는 "지난 1월에 김진표 의원이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에 대한 입장을 물어, 찬성한 바 있는데 그 때 입장이 그대로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재수 의원실도 마찬가지 입장이라고 밝혔다.

야당 소속 한 국회 관계자는 "같은 당 의원조차 법안에 발의했다 철회할 정도로 (이번 법안이)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 아니겠냐"면서, "통상 이런 경우에는 대표 발의한 의원이 법안 철회절차를 밟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 등 모두 25명이 공동 발의한 종교인 과세 2년 유예 법안은 공동 발의자 절반인 13명이 법안 철회에 동의하지 않는 이상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돼 본격적인 심의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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