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골프장 호수를 1년간 뒤진 사람들

입력 2017.08.11 (14:11) 수정 2017.08.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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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5일 밤 9시쯤 강원도 삼척시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의 한 골프장에 A(37) 씨 등 3명이 잠입했다.

라운딩이 종료된 밤늦은 골프장은 적막함 그 자체였다.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이들은 야심한 시간을 골랐다.

이들이 찾은 곳은 골프장 내 대형 워터해저드였다. 워터해저드란 골프장 코스 사이에 있는 호수를 말한다. 한쪽 구석에 차를 세운 이들은 트렁크에서 잠수복을 꺼냈다.

A 씨 등은 익숙한 듯 잠수복을 입고 워터해저드로 들어가더니 자체 제작한 뜰채로 바닥을 쓸어 금세 골프공 몇 개를 찾아냈다.

물에 빠진 골프공을 뜻하는 이른바 '로스트볼'이, 준비한 바구니에 한가득 차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튿날 오전 2∼3시까지 은밀한 작업이 이어졌지만, 워터해저드 근처까지 순찰하는 경비인력은 없었다. '작업'을 마친 김씨 등은 골프장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이런 수법으로 이들이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전국의 골프장을 돌며 훔친 골프공은 무려 1만 개가 넘는다.

강원도 삼척과 정선 등의 골프장이 주 무대였고 전남 순천과 경북 영천, 경주까지 손을 뻗쳤다.

김 씨 등이 강원도 지역에서 활동했던 이유는 다른 지역에는 또 다른 '업계 종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암묵적으로 권역을 나눈 셈인데, 주로 전북과 충남 등에서는 B(60) 씨 등 2명이 활개를 쳤다. 이들의 수법은 강원도 등에서 활동한 A씨 일당의 유사했다.

워터해저드에 들어가기 위해 잠수복과 뜰채를 준비했고 야심한 시각에 펜스가 없는 틈으로 골프장에 침입했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3개월 동안 범행을 이어갔다.

두 일당은 익산시 남중동과 춘포면에 각각 보관창고를 마련하고 로스트볼 세척작업을 벌였다. 전문 매입꾼에게 팔아넘기기 위해서다.

로스트볼은 새 공에 비해 흠집이나 펜 마크가 있지만, 연습용이나 초보자용으로 인기가 높다. 대형마트나 골프샵에서도 로스트불은 흠집 정도와 코팅 상태에 따라 등급을 매겨 판매할 정도로 매매가 활성화돼 있다.

경찰은 골프장 관계자 등을 통해 로스트볼 전문절도범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 용의자를 상대로 통신수사와 탐문 등을 벌여 이들을 차례로 붙잡았다.

B 씨 등 2명의 창고에서 골프공 11만 5천 개, A 씨 등 3명의 창고에서 1만여 개를 압수했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이들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워터해저드에 빠진 공을 줍는 게 죄가 아닌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로스트볼은 골프장이 일괄 수거해 시장에서 거래하는 재산”이라며 “골프장 허락없이 로스트볼을 대량 수거해 시장에 파는 것은 절도죄가 성립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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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골프장 호수를 1년간 뒤진 사람들
    • 입력 2017-08-11 14:11:42
    • 수정2017-08-11 14:15:26
    취재K
지난 6월 15일 밤 9시쯤 강원도 삼척시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의 한 골프장에 A(37) 씨 등 3명이 잠입했다.

라운딩이 종료된 밤늦은 골프장은 적막함 그 자체였다.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이들은 야심한 시간을 골랐다.

이들이 찾은 곳은 골프장 내 대형 워터해저드였다. 워터해저드란 골프장 코스 사이에 있는 호수를 말한다. 한쪽 구석에 차를 세운 이들은 트렁크에서 잠수복을 꺼냈다.

A 씨 등은 익숙한 듯 잠수복을 입고 워터해저드로 들어가더니 자체 제작한 뜰채로 바닥을 쓸어 금세 골프공 몇 개를 찾아냈다.

물에 빠진 골프공을 뜻하는 이른바 '로스트볼'이, 준비한 바구니에 한가득 차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튿날 오전 2∼3시까지 은밀한 작업이 이어졌지만, 워터해저드 근처까지 순찰하는 경비인력은 없었다. '작업'을 마친 김씨 등은 골프장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이런 수법으로 이들이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전국의 골프장을 돌며 훔친 골프공은 무려 1만 개가 넘는다.

강원도 삼척과 정선 등의 골프장이 주 무대였고 전남 순천과 경북 영천, 경주까지 손을 뻗쳤다.

김 씨 등이 강원도 지역에서 활동했던 이유는 다른 지역에는 또 다른 '업계 종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암묵적으로 권역을 나눈 셈인데, 주로 전북과 충남 등에서는 B(60) 씨 등 2명이 활개를 쳤다. 이들의 수법은 강원도 등에서 활동한 A씨 일당의 유사했다.

워터해저드에 들어가기 위해 잠수복과 뜰채를 준비했고 야심한 시각에 펜스가 없는 틈으로 골프장에 침입했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3개월 동안 범행을 이어갔다.

두 일당은 익산시 남중동과 춘포면에 각각 보관창고를 마련하고 로스트볼 세척작업을 벌였다. 전문 매입꾼에게 팔아넘기기 위해서다.

로스트볼은 새 공에 비해 흠집이나 펜 마크가 있지만, 연습용이나 초보자용으로 인기가 높다. 대형마트나 골프샵에서도 로스트불은 흠집 정도와 코팅 상태에 따라 등급을 매겨 판매할 정도로 매매가 활성화돼 있다.

경찰은 골프장 관계자 등을 통해 로스트볼 전문절도범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 용의자를 상대로 통신수사와 탐문 등을 벌여 이들을 차례로 붙잡았다.

B 씨 등 2명의 창고에서 골프공 11만 5천 개, A 씨 등 3명의 창고에서 1만여 개를 압수했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이들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워터해저드에 빠진 공을 줍는 게 죄가 아닌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로스트볼은 골프장이 일괄 수거해 시장에서 거래하는 재산”이라며 “골프장 허락없이 로스트볼을 대량 수거해 시장에 파는 것은 절도죄가 성립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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