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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 월급 30만 원에 하루 12시간 근무…어느 실습 선원의 죽음
입력 2017.08.11 (15:42) 사사건건
[사사건건] 월급 30만 원에 하루 12시간 근무…어느 실습 선원의 죽음

지난 7일, 오전 10시 30분쯤 카타르에 외항사 실습을 나갔던 목포해양대학교 학생이 숨졌다. 카타르 연안 맷사이드 해역 16번 부두에 케미컬 선인 '긴가 호크' 선박이 정박 작업을 한 지 두 시간 만이다. 배 갑판 위에 해양대생 장 모 씨과 함께, 같이 일하던 베테랑 미얀마 선원이 의식을 잃은 채 쓰려져 있었다. 선원들이 급히 응급처치를 하고 카타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둘 다 모두 숨지고 말았다.

사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장 군과 계약을 맺은 해운 업체 측은 열사병이라고 설명했다. 50도가 넘는 무더운 배 갑판 위에서 탱크실 점검 등 힘든 정박 작업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 선장이 해경에 제출한 사건 진술 보고서에도 당시 상황이 긴박히 적혀 있었다.


50도 가까운 배 갑판에서 과로에 열사까지…회사는 근무일지 조작

그러나 정말 열사병이 사인의 전부일까. 아직 장 씨의 유가족도 카타르에 도착하지 않아 부검도 이루어 지지 않은 상태지만, 단순 더위로 인한 죽음으로 보기는 어렵다. 장 군이 숨지기 전 친구들과 나눈 카카오톡 내용에는 '6 by 6'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7월 말에 첫 외항 실습생으로 바다에 나간 뒤, 열흘 넘게 6시간 근무 6시간 휴식을 번갈아 하는 12시간 근무를 매일 해온 것이다.

뿐만 아니다. 중동의 살인적인 더위에도 선풍기와 에어컨, 냉장고가 없는 작은 방에서 지내왔다. 친구들에게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처음 맞는 더위와 열악한 근무 환경, 과로 등이 모두 작용한 억울한 죽음이었을 것이다.

뜻밖의 문제는 근무 일지에 있었다. 하루 12시간 이상의 근무를 해왔던 장 씨의 근무일지는 매일 8시간 정상 근무로 기록돼 있다. 허위로 작성된 근무 일지인 셈. 보통 근무일지는 해당 선원이 직접 작성하고 선장의 결재를 받는 절차로 작성되지만, 대부분은 항해사가 임의로 기입하고 선원의 확인을 받는 구조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심지어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갈 수 있다. 선박법에 따르면 근무 일지를 기록하지 않는 경우는 행정 처분인 과태료를 물지만, 허위로 기록을 고칠 경우는 처벌 규정이 없다. 오히려 선박법이 아닌 사문서위조인 형사법에 의존해야 한다. 게다가 고치기는 너무나 쉽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언제든 수정이 가능하니 근무 시간 조작은 아무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한 달에 30만 원, 배 위의 열정페이…‘승선 근무 예비역 제도의 허점’

그렇다면 그는 한 달에 얼마를 받았을까.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든 실습 선원들은 어떤 일을 할까.

보통 해양고등학교나 해양대학교를 재학하면 졸업 전에 1년간의 항해 실습을 나간다. 6개월은 국내선, 나머지 6개월은 외항선을 탄다. 문제는 외항선에서 주로 발생한다. 정직원 신분이 아닌 탓에 한 달에 25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의 월급 아닌 월급을 받는다.

학습 목적 이외에도 항해사의 심부름이나 부수적인 잡무를 도맡아 한다. 안전 장비도 부족하다. 독성 물질이나 유류물을 운반하는 케미컬 선의 경우는 유명 유럽 선박 회사를 제외하고는 안전 장비도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다.

왜 실습 선원들은 이같은 부당한 대우에도 침묵하는가. '승선 근무 예비역 제도'의 허점 때문이다. 해양대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해운 업체에 취업해서 병역특례를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해운 회사에서 주는 실습생의 점수가 굉장히 중요하다. 무리한 업무를 지시받아도 해운 업체와의 '갑을 관계'로 인해 입을 닫는다.

해양대학교에서는 실습 기간이 다가오면 "사관의 정당한 지시와 지도에 충실히 임하되 실항사 직책에 맞지 않는 위험 작업 또는 규정 위반 지시를 할 때 바로 보고 바란다"는 문자를 전체 학생에게 돌릴 정도다.


“돈을 못 받아도 좋으니 안전하게만 돌아왔으면…”

적어도 실습 선원들의 안전 문제만큼은 국가에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 국회에는 선박 위험물 안전관리에 대한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지난 7월 발의돼 있다. 국내에서도 항만에서 크고 작은 위험물 폭발사고 등을 경험하면서 항만 위험물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제보를 받았다. 그 중 익명을 부탁한 해양대학생의 학부모가 기억에 남는다. 그는 "아들을 실습에 내보내는 게 겁이 난다"고 말했다. "실습 월급을 아예 받지 않아도 좋으니 안전하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한국의 열정페이는 배 위에도 있었고, 인권의 사각지대 또한 바다에 있었다.
  • [사사건건] 월급 30만 원에 하루 12시간 근무…어느 실습 선원의 죽음
    • 입력 2017.08.1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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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 월급 30만 원에 하루 12시간 근무…어느 실습 선원의 죽음

지난 7일, 오전 10시 30분쯤 카타르에 외항사 실습을 나갔던 목포해양대학교 학생이 숨졌다. 카타르 연안 맷사이드 해역 16번 부두에 케미컬 선인 '긴가 호크' 선박이 정박 작업을 한 지 두 시간 만이다. 배 갑판 위에 해양대생 장 모 씨과 함께, 같이 일하던 베테랑 미얀마 선원이 의식을 잃은 채 쓰려져 있었다. 선원들이 급히 응급처치를 하고 카타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둘 다 모두 숨지고 말았다.

사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장 군과 계약을 맺은 해운 업체 측은 열사병이라고 설명했다. 50도가 넘는 무더운 배 갑판 위에서 탱크실 점검 등 힘든 정박 작업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 선장이 해경에 제출한 사건 진술 보고서에도 당시 상황이 긴박히 적혀 있었다.


50도 가까운 배 갑판에서 과로에 열사까지…회사는 근무일지 조작

그러나 정말 열사병이 사인의 전부일까. 아직 장 씨의 유가족도 카타르에 도착하지 않아 부검도 이루어 지지 않은 상태지만, 단순 더위로 인한 죽음으로 보기는 어렵다. 장 군이 숨지기 전 친구들과 나눈 카카오톡 내용에는 '6 by 6'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7월 말에 첫 외항 실습생으로 바다에 나간 뒤, 열흘 넘게 6시간 근무 6시간 휴식을 번갈아 하는 12시간 근무를 매일 해온 것이다.

뿐만 아니다. 중동의 살인적인 더위에도 선풍기와 에어컨, 냉장고가 없는 작은 방에서 지내왔다. 친구들에게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처음 맞는 더위와 열악한 근무 환경, 과로 등이 모두 작용한 억울한 죽음이었을 것이다.

뜻밖의 문제는 근무 일지에 있었다. 하루 12시간 이상의 근무를 해왔던 장 씨의 근무일지는 매일 8시간 정상 근무로 기록돼 있다. 허위로 작성된 근무 일지인 셈. 보통 근무일지는 해당 선원이 직접 작성하고 선장의 결재를 받는 절차로 작성되지만, 대부분은 항해사가 임의로 기입하고 선원의 확인을 받는 구조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심지어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갈 수 있다. 선박법에 따르면 근무 일지를 기록하지 않는 경우는 행정 처분인 과태료를 물지만, 허위로 기록을 고칠 경우는 처벌 규정이 없다. 오히려 선박법이 아닌 사문서위조인 형사법에 의존해야 한다. 게다가 고치기는 너무나 쉽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언제든 수정이 가능하니 근무 시간 조작은 아무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한 달에 30만 원, 배 위의 열정페이…‘승선 근무 예비역 제도의 허점’

그렇다면 그는 한 달에 얼마를 받았을까.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든 실습 선원들은 어떤 일을 할까.

보통 해양고등학교나 해양대학교를 재학하면 졸업 전에 1년간의 항해 실습을 나간다. 6개월은 국내선, 나머지 6개월은 외항선을 탄다. 문제는 외항선에서 주로 발생한다. 정직원 신분이 아닌 탓에 한 달에 25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의 월급 아닌 월급을 받는다.

학습 목적 이외에도 항해사의 심부름이나 부수적인 잡무를 도맡아 한다. 안전 장비도 부족하다. 독성 물질이나 유류물을 운반하는 케미컬 선의 경우는 유명 유럽 선박 회사를 제외하고는 안전 장비도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다.

왜 실습 선원들은 이같은 부당한 대우에도 침묵하는가. '승선 근무 예비역 제도'의 허점 때문이다. 해양대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해운 업체에 취업해서 병역특례를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해운 회사에서 주는 실습생의 점수가 굉장히 중요하다. 무리한 업무를 지시받아도 해운 업체와의 '갑을 관계'로 인해 입을 닫는다.

해양대학교에서는 실습 기간이 다가오면 "사관의 정당한 지시와 지도에 충실히 임하되 실항사 직책에 맞지 않는 위험 작업 또는 규정 위반 지시를 할 때 바로 보고 바란다"는 문자를 전체 학생에게 돌릴 정도다.


“돈을 못 받아도 좋으니 안전하게만 돌아왔으면…”

적어도 실습 선원들의 안전 문제만큼은 국가에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 국회에는 선박 위험물 안전관리에 대한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지난 7월 발의돼 있다. 국내에서도 항만에서 크고 작은 위험물 폭발사고 등을 경험하면서 항만 위험물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제보를 받았다. 그 중 익명을 부탁한 해양대학생의 학부모가 기억에 남는다. 그는 "아들을 실습에 내보내는 게 겁이 난다"고 말했다. "실습 월급을 아예 받지 않아도 좋으니 안전하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한국의 열정페이는 배 위에도 있었고, 인권의 사각지대 또한 바다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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