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시신 발견자, 정부에 소송 낸 이유

입력 2017.08.14 (10:57) 수정 2017.08.1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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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시신 발견자, 정부에 소송 낸 이유

유병언 시신 발견자, 정부에 소송 낸 이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이 터진 뒤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비리가 속속 드러났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그해 5월 25일 순천 개인별장(송치재)에서 유 전 회장은 모습을 감춘다.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사 당국이 추적에 나섰지만, 그의 행방은 포착되지 않았다.

유 전 회장이 꼭꼭 숨자 수사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유 전 회장을 지명수배하며 사상 최대의 신고 포상금을 내걸었다. 당국은 사진과 함께 ‘특경법 위반 피의자 유병언 수배, 신고 보상금 5억 원’이라는 현상 광고를 냈다.


그해 6월 12일 전남 순천에서 신고가 접수됐다. 농부 박 모 씨가 자신의 매실 밭에서 부패한 상태로 놓여 있는 시신 1구를 찾아 112에 신고한 것. 그는 당시 이 시신을 ‘신원을 알 수 없는 변사자’라며 “노숙자 같다”고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 역시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해 신원을 파악하지 못했다. 변사체는 발견 당시 백골화가 80%가량 진행돼 신원을 분간할 수 없는 정도였다.

결국, 부검과 유전자 검사 등을 거쳐 그가 유병언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신고로부터 40여 일이나 지난 7월 22일이 돼서였다.

유병언 시신 옆에서 발견된 보해골드 소주 빈 병유병언 시신 옆에서 발견된 보해골드 소주 빈 병

이 경우, 유 전 회장의 시신을 신고한 농부에게 신고 보상금이 지급됐을까.

아니었다. 경찰은 신고자가 시신이 유 전 회장임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 신고한 것이어서 신고 보상금 지급 요건을 갖추지 못한다고 봤다.


경찰청 훈령인 ‘범죄 신고자 등 보호 및 보상에 관한 규칙’은 범인 검거 공로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범인검거공로자를 △검거 전에 범인 또는 범인의 소재를 경찰에 신고해 검거하게 한 자 △범인을 검거해 경찰에 인도한 자 △범인 검거에 적극 협조해 공이 현저한 자로 정의한다.

경찰은 “원칙적으로 신고 보상금은 범인 검거 공로자에 대해서 주어지는 것”이라면서 “박 씨의 신고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반발해 박 씨는 신고 보상금 일부라도 지급하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유병언 시신이 발견된 전남 순천의 매실밭유병언 시신이 발견된 전남 순천의 매실밭

서울중앙지법 민사 208단독 유영일 판사는 박 씨가 국가를 상태로 “보상금 1억 원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의 판단도 경찰 생각과 같았다. 즉 보상금 지급의 전제가 되는 행위는 유병언을 신고하는 것이라는 것.

재판부는 “보상금 지급을 위해서는 신고 대상이 유병언이거나 그렇게 볼 합리적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신고자가 인지하고 이를 수사 기관에 밝혀서 제보하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박 씨는 변사자가 유병언이라거나 그렇게 볼 합리적 근거가 있다는 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며 “박 씨의 신고가 유병언을 신고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신이 뒤늦게 유 전 회장으로 밝혀진 것 역시 “수사나 행정기관이 일반적인 후속 절차에 따른 결과”라며 박 씨가 보상금 지급 대상 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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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병언 시신 발견자, 정부에 소송 낸 이유
    • 입력 2017-08-14 10:57:32
    • 수정2017-08-14 14:43:26
    취재K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이 터진 뒤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비리가 속속 드러났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그해 5월 25일 순천 개인별장(송치재)에서 유 전 회장은 모습을 감춘다.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사 당국이 추적에 나섰지만, 그의 행방은 포착되지 않았다.

유 전 회장이 꼭꼭 숨자 수사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유 전 회장을 지명수배하며 사상 최대의 신고 포상금을 내걸었다. 당국은 사진과 함께 ‘특경법 위반 피의자 유병언 수배, 신고 보상금 5억 원’이라는 현상 광고를 냈다.


그해 6월 12일 전남 순천에서 신고가 접수됐다. 농부 박 모 씨가 자신의 매실 밭에서 부패한 상태로 놓여 있는 시신 1구를 찾아 112에 신고한 것. 그는 당시 이 시신을 ‘신원을 알 수 없는 변사자’라며 “노숙자 같다”고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 역시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해 신원을 파악하지 못했다. 변사체는 발견 당시 백골화가 80%가량 진행돼 신원을 분간할 수 없는 정도였다.

결국, 부검과 유전자 검사 등을 거쳐 그가 유병언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신고로부터 40여 일이나 지난 7월 22일이 돼서였다.

유병언 시신 옆에서 발견된 보해골드 소주 빈 병
이 경우, 유 전 회장의 시신을 신고한 농부에게 신고 보상금이 지급됐을까.

아니었다. 경찰은 신고자가 시신이 유 전 회장임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 신고한 것이어서 신고 보상금 지급 요건을 갖추지 못한다고 봤다.


경찰청 훈령인 ‘범죄 신고자 등 보호 및 보상에 관한 규칙’은 범인 검거 공로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범인검거공로자를 △검거 전에 범인 또는 범인의 소재를 경찰에 신고해 검거하게 한 자 △범인을 검거해 경찰에 인도한 자 △범인 검거에 적극 협조해 공이 현저한 자로 정의한다.

경찰은 “원칙적으로 신고 보상금은 범인 검거 공로자에 대해서 주어지는 것”이라면서 “박 씨의 신고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반발해 박 씨는 신고 보상금 일부라도 지급하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유병언 시신이 발견된 전남 순천의 매실밭
서울중앙지법 민사 208단독 유영일 판사는 박 씨가 국가를 상태로 “보상금 1억 원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의 판단도 경찰 생각과 같았다. 즉 보상금 지급의 전제가 되는 행위는 유병언을 신고하는 것이라는 것.

재판부는 “보상금 지급을 위해서는 신고 대상이 유병언이거나 그렇게 볼 합리적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신고자가 인지하고 이를 수사 기관에 밝혀서 제보하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박 씨는 변사자가 유병언이라거나 그렇게 볼 합리적 근거가 있다는 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며 “박 씨의 신고가 유병언을 신고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신이 뒤늦게 유 전 회장으로 밝혀진 것 역시 “수사나 행정기관이 일반적인 후속 절차에 따른 결과”라며 박 씨가 보상금 지급 대상 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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