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검찰청입니다”…젊은 여성 노린 전화 금융 사기

입력 2017.08.16 (08:36) 수정 2017.08.1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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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전화금융사기,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주로 노년층을 범죄의 표적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런데 이번에는 20대 젊은 여성들만 노린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검찰을 사칭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뒤, 순식간에 돈을 가로채 가는 사기 수법입니다.

가짜 검찰청 홈페이지와 검찰총장의 직인이 찍힌 허위 공문서까지 만들어 피해자들을 속였습니다.

구속된 일당에게는 사기죄보다 형이 무거운 범죄단체 조직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사회 초년생인 25살 이 모 씨.

지난 5월, 검찰청이라며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녹취> 보이스피싱 사기범 전화통화 : “저는 첨단범죄 수사 1부 OOO 수사관인데요. 본인하고 연루된 명의 도용사건이 하나 있어서…….”

<녹취> 이00(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대포통장 사건에 연루되었으니까 담당 검사랑 지금 통화를 한 번 해봐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지금 통화할 수 없다고 하니깐 “그러면 직접 경찰서로 오셔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그러더라고요.”

검사라며 전화를 건네받은 한 남성의 목소리는 고압적이었습니다.

<녹취> 이00(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제 이름으로 대포통장을 만들어서 사기를 치고 다녔다고 하면서 제가 용의자가 될 수 있으니까 적극적으로 수사에 참여하라고 했어요. 수상한 행동을 할 경우에는 저도 용의자로 될 수 있다고 무섭게 말했어요.”

뭔가 수상하다 생각했지만, 수화기 넘어 남성들은 그럴 겨를을 주지 않았습니다.

고압적인 태도로 전화를 끊지 못하게 했고, 검찰청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를 알려주며 본인이 연루된 사건을 확인하라고 했습니다.

<녹취> 이00(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약간 못 믿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검찰청 사이트를 알려주면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가면 제가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지 그런 공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시키는 대로 하자 검찰청 홈페이지라는 곳에서 공문서 한 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녹취> 이00(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특급이라고 돼 있어요. 진짜 내가 이 사건과 관련돼 있구나(했죠.)”

공문서에는 중한 범죄라도 되는 듯 특급이라고 표시와 함께 검찰총장의 이름과 직인도 찍혀있습니다.

<녹취> 이00(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내 통장 안에 있는 모든 돈이 그 사기로 벌어들인 돈일 수도 있으니까 그걸 자기네들이 조사해야겠대요. 그래서 금융감독원이 돈을 다 회수할 거다. 어디서 들어온 돈인지 확인하고 돌려주겠다고 했어요.”

이 씨는 통장에 있던 8백만 원을 인출한 뒤, 금융감독원 직원을 만나기 위해 인근 초등학교로 향했습니다.

CCTV가 많은 공공장소라 안심했던 이 씨.

가지고 있던 돈 봉투를 금융감독원 직원이라는 한 남성에게 넘겼습니다.

<녹취> 이00(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금융감독원에서 전화할 거라고 20분 뒤에 전화 오면 그 전화를 받으면 된다. 그런데 전화가 안 오는 거예요.”

다급한 마음에 검찰청에 전화를 했는데, 모든 게 거짓이었습니다.

<녹취> 이00(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누구누구 검사님이랑 통화할 수 있냐고 했더니 그분을 왜 찾느냐고 혹시 어떤 번호로 (전화를) 받았냐고 하기에 번호를 말해줬죠. (그랬더니) “어, 그거 보이스피싱 같은데?” 그러더라고요.”

취업 후 일 년 동안 한 푼 두 푼 어렵게 모은 8백만 원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경찰에 신고하고 기다렸는데, 보이스피싱 조직 일당이 지난달 검거됐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인터뷰> 박구락(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이번에 검거한 피의자는 총 6명이고요. 중국 연변 자치구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콜센터 상담원으로 근무했던 피의자들입니다.”

조선족과 한국인 총책이 관리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조직원들이었습니다.

중국 훈춘시와 연길시, 용정시에 위치한 사무실 3곳에서 보이스피싱 전화를 돌렸습니다.

범행 대상은 주로 20대 초반의 여성들입니다.

<인터뷰> 이환재(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전화하면) 노인이 걸릴 수도 있고, 어른도 걸리는 수가 있는데 무조건 전화를 끊어버린다고 하더라고요. 요즘엔 하도 안 속으니까. 20대 초반 특히 대학생이나 직장인 여성들을 상대로 전화해서 검찰이나 수사기관이라고 얘기하면 다 겁을 먹고 응하면서 피해가 발생하는 겁니다.”

검거된 피의자의 휴대전화에 남아 있는 범행 시나리오입니다.

먼저 검찰 수사관을 사칭한 조직원이 전화해 바람을 잡고,

이후 검사 역할을 하는 조직원이 전화를 넘겨받아 범죄 용의자가 될 수 있다며 피해자를 몰아붙였습니다.

<인터뷰> 박구락(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피의자들이 쓴 수법이 실제 저희가 조사하는 기법과 유사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게 넘어가지 않았나…….”

이런 수법에 당한 피해자는 지난 1년 동안 확인된 것만 2백여 명, 피해 금액은 26억 원에 이릅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 일당에게 사기 혐의와 함께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사기죄의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 범죄단체조직죄까지 적용하면 징역 15년까지 더 엄한 처벌이 가능합니다.

<인터뷰> 이환재(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고등학교나 같은 지역 선후배 사이로 평소 안면이 있는 사이입니다. 먼저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한 친구가 그쪽에 자리 잡고 이쪽(중국)에 좋은 게 있다고 유인을 해서 콜센터 상담원 조직원으로 활용한 겁니다.”

조직원들을 데려오면 수당을 챙겨준다는 말에 고향 선후배를 서로 범죄에 끌어들였습니다.

<인터뷰> 박구락(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비행기 값을 다 갚기 전에는 못 돌아간다.' (고 하면서) 자유롭게 탈퇴가 불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에…….”

<녹취> 이기동(한국금융범죄 예방센터 소장) : “내가 해보니까 아무것도 아니더라. 대포폰을 쓰고 해외에 있기 때문에 검거가 안 된다. 같이 한 번 일 해보자. 처음이 쉽지 않지 두 번 세 번 하다 보면 그게 직업이 되고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재범할 확률이 매우 높죠.”

경찰은 보이스피싱 일당 6명을 구속하고, 중국에서 달아난 총책 검거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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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검찰청입니다”…젊은 여성 노린 전화 금융 사기
    • 입력 2017-08-16 08:44:13
    • 수정2017-08-16 08: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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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금융사기,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주로 노년층을 범죄의 표적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런데 이번에는 20대 젊은 여성들만 노린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검찰을 사칭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뒤, 순식간에 돈을 가로채 가는 사기 수법입니다.

가짜 검찰청 홈페이지와 검찰총장의 직인이 찍힌 허위 공문서까지 만들어 피해자들을 속였습니다.

구속된 일당에게는 사기죄보다 형이 무거운 범죄단체 조직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사회 초년생인 25살 이 모 씨.

지난 5월, 검찰청이라며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녹취> 보이스피싱 사기범 전화통화 : “저는 첨단범죄 수사 1부 OOO 수사관인데요. 본인하고 연루된 명의 도용사건이 하나 있어서…….”

<녹취> 이00(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대포통장 사건에 연루되었으니까 담당 검사랑 지금 통화를 한 번 해봐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지금 통화할 수 없다고 하니깐 “그러면 직접 경찰서로 오셔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그러더라고요.”

검사라며 전화를 건네받은 한 남성의 목소리는 고압적이었습니다.

<녹취> 이00(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제 이름으로 대포통장을 만들어서 사기를 치고 다녔다고 하면서 제가 용의자가 될 수 있으니까 적극적으로 수사에 참여하라고 했어요. 수상한 행동을 할 경우에는 저도 용의자로 될 수 있다고 무섭게 말했어요.”

뭔가 수상하다 생각했지만, 수화기 넘어 남성들은 그럴 겨를을 주지 않았습니다.

고압적인 태도로 전화를 끊지 못하게 했고, 검찰청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를 알려주며 본인이 연루된 사건을 확인하라고 했습니다.

<녹취> 이00(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약간 못 믿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검찰청 사이트를 알려주면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가면 제가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지 그런 공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시키는 대로 하자 검찰청 홈페이지라는 곳에서 공문서 한 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녹취> 이00(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특급이라고 돼 있어요. 진짜 내가 이 사건과 관련돼 있구나(했죠.)”

공문서에는 중한 범죄라도 되는 듯 특급이라고 표시와 함께 검찰총장의 이름과 직인도 찍혀있습니다.

<녹취> 이00(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내 통장 안에 있는 모든 돈이 그 사기로 벌어들인 돈일 수도 있으니까 그걸 자기네들이 조사해야겠대요. 그래서 금융감독원이 돈을 다 회수할 거다. 어디서 들어온 돈인지 확인하고 돌려주겠다고 했어요.”

이 씨는 통장에 있던 8백만 원을 인출한 뒤, 금융감독원 직원을 만나기 위해 인근 초등학교로 향했습니다.

CCTV가 많은 공공장소라 안심했던 이 씨.

가지고 있던 돈 봉투를 금융감독원 직원이라는 한 남성에게 넘겼습니다.

<녹취> 이00(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금융감독원에서 전화할 거라고 20분 뒤에 전화 오면 그 전화를 받으면 된다. 그런데 전화가 안 오는 거예요.”

다급한 마음에 검찰청에 전화를 했는데, 모든 게 거짓이었습니다.

<녹취> 이00(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누구누구 검사님이랑 통화할 수 있냐고 했더니 그분을 왜 찾느냐고 혹시 어떤 번호로 (전화를) 받았냐고 하기에 번호를 말해줬죠. (그랬더니) “어, 그거 보이스피싱 같은데?” 그러더라고요.”

취업 후 일 년 동안 한 푼 두 푼 어렵게 모은 8백만 원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경찰에 신고하고 기다렸는데, 보이스피싱 조직 일당이 지난달 검거됐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인터뷰> 박구락(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이번에 검거한 피의자는 총 6명이고요. 중국 연변 자치구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콜센터 상담원으로 근무했던 피의자들입니다.”

조선족과 한국인 총책이 관리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조직원들이었습니다.

중국 훈춘시와 연길시, 용정시에 위치한 사무실 3곳에서 보이스피싱 전화를 돌렸습니다.

범행 대상은 주로 20대 초반의 여성들입니다.

<인터뷰> 이환재(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전화하면) 노인이 걸릴 수도 있고, 어른도 걸리는 수가 있는데 무조건 전화를 끊어버린다고 하더라고요. 요즘엔 하도 안 속으니까. 20대 초반 특히 대학생이나 직장인 여성들을 상대로 전화해서 검찰이나 수사기관이라고 얘기하면 다 겁을 먹고 응하면서 피해가 발생하는 겁니다.”

검거된 피의자의 휴대전화에 남아 있는 범행 시나리오입니다.

먼저 검찰 수사관을 사칭한 조직원이 전화해 바람을 잡고,

이후 검사 역할을 하는 조직원이 전화를 넘겨받아 범죄 용의자가 될 수 있다며 피해자를 몰아붙였습니다.

<인터뷰> 박구락(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피의자들이 쓴 수법이 실제 저희가 조사하는 기법과 유사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게 넘어가지 않았나…….”

이런 수법에 당한 피해자는 지난 1년 동안 확인된 것만 2백여 명, 피해 금액은 26억 원에 이릅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 일당에게 사기 혐의와 함께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사기죄의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 범죄단체조직죄까지 적용하면 징역 15년까지 더 엄한 처벌이 가능합니다.

<인터뷰> 이환재(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 “고등학교나 같은 지역 선후배 사이로 평소 안면이 있는 사이입니다. 먼저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한 친구가 그쪽에 자리 잡고 이쪽(중국)에 좋은 게 있다고 유인을 해서 콜센터 상담원 조직원으로 활용한 겁니다.”

조직원들을 데려오면 수당을 챙겨준다는 말에 고향 선후배를 서로 범죄에 끌어들였습니다.

<인터뷰> 박구락(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비행기 값을 다 갚기 전에는 못 돌아간다.' (고 하면서) 자유롭게 탈퇴가 불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에…….”

<녹취> 이기동(한국금융범죄 예방센터 소장) : “내가 해보니까 아무것도 아니더라. 대포폰을 쓰고 해외에 있기 때문에 검거가 안 된다. 같이 한 번 일 해보자. 처음이 쉽지 않지 두 번 세 번 하다 보면 그게 직업이 되고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재범할 확률이 매우 높죠.”

경찰은 보이스피싱 일당 6명을 구속하고, 중국에서 달아난 총책 검거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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